재독 시인이었던 고 허수경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2011)'을 북 크로싱합니다.
제가 시집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정말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시풍이라서 다시 읽어도 적응이 잘 안 됩니다. 그만큼 허수경 시인의 팬들도 너무나 달라진 시풍에 놀랐다고 하니 참고하시고요.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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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왜 제 책장에 꽂혀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출판했거든요.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매할 때 제가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서 묻어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시집은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안 읽는못 읽는 류입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문학동네시인선 중 2번 째 시리즈로 허수경 시인의 작품집입니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 생으로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두 권의 시집을 낸 후 1992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대동방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발굴을 하러 돌아다니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굴에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허무주의적 색채가 시집 전반에 물씬 묻어납니다. 허수경 시인의 전작을 좋아하던 팬들은 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너무 달라진 시풍에 놀랐다고 했다지요.
시인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 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참고하시라고 시집의 제목이 된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이름 없는 것들이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
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않나요
이름 없는 세월을 나는 이렇게 정의해요
아님, 말 못하는 것들이라 영혼이 없다고 말하던
근대 입구의 세월 속에 당신, 아직도 울고 있나요?
오늘도 콜레라가 창궐하는 도읍을 지나
신시를 짓는 장군들을 보았어요.
나는 그 장군들이 이 지상에 올 때
신시의 해안에 살던
도롱뇽 새끼가 저문 눈을 껌벅거리며
달의 운석처럼 낯선 시간처럼
날 바라보는 것을 보았어요...(중략)
그나마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정말 난해하고 머릿속에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 시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감이 떨어져서겠지요.
이 소개 포스팅을 하면서 찾아보니 2018년에 위암 투병 중 54세의 젊은 나이에 별세하셨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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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선생이 2010년에 낸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2010)'을 북 크로싱합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을 짝짓기 한 뒤에 그 시인의 대표적인 시를 통해 철학적 사상을 풀어내는 독특한 구성의 책입니다.
한 권의 책에 심오한 철학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참 쉽게 씌였기 때문에 철학 맛보기 책으로 그만입니다. 게다가 훌륭한 시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각 장마다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추천 서적까지 실어 놓았네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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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가마타 히로키 교토대 교수가 쓴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별하고 뒷 이야기를 통해 각 책의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내면서 매 장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양서까지 추천하는 좋은 책이었죠.
오늘 소개하는 강신주 선생의 이 책이 이와 흡사한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내용이 철학이고 시를 통해 풀어낸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죠.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시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17. 육화된 마음 - 메를로 퐁티와 정현종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철학 사상가와 시인을 짝지었습니다. 총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이 등장합니다. 그 연결의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저자가 시집도 꽤나 읽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책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에서처럼 나중에 읽기 위해 찜해 놓을 책들을 여러 권 건졌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철학을 곁눈질만 하는 문외한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는 겁니다. 강신주 선생도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있어서 참 고맙더군요. 모쪼록 남모를 고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건 이제 그만두고(그들을 돕는 일은 저 같은 상담자들에게 맡겨두고), 본업인 철학 분야에서 좋은 책을 많이 써 주기를 바랍니다.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고 훌륭한 시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당쓸고 돈 줍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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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너무 어려워서 읽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 하는 진정한 이유는 시나 철학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동요시키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민중 아닌 다중의 논리가,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를 통해 언어에는 뼈가 있다는 사실이, '아렌트와 김남주'를 통해 사유는 곧 의무라는 판단이, '알튀세르와 강은교'를 통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이,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의 비밀이, '벤야민과 유하'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논리가, '레비나스와 원재훈'을 통해 기다림의 신비가,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의 지혜가, '푸코와 김수영'을 통해 자발적 복종의 무서움이, '고진과 도종환'을 통해 타자로의 비약이 지닌 신비가, '하이데거와 김춘수'를 통해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들뢰즈와 최두석'을 통해 마주침과 주름의 논리가, '사르트르와 최영미'를 통해 애무와 섹스의 비밀이, '아도르노와 최명란'을 통해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이, '데리다와 오규원'을 통해 죽음과 삶의 관계가, '아감벤과 한하운'을 통해 생명 정치의 무서움이, '메를로-퐁티와 정현종'을 통해 사랑과 고독의 진실이, '리오타르와 이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가, '바디우와 황지우'를 통해 사랑의 내적 구조가,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투쟁의 심리학이, '박동환과 김준태'를 통해 한국 사유의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 촛불 집회에 반복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참가자들은 네그리가 말한 것처럼 '공통되기(becoming common)'를 경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힘을 주면서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분리시키고 단절시켰던 간극을 극복하고 공통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처음 맛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경제 개발은 자본가 계층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농지를 정리하고 기계화함으로써 농촌에서 남아도는 인력을 양산해 내야 했던 것이지요.
*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철저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학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 아렌트가 생각하기에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지요.
* 우발성과 마주침의 철학을 주장한 루이 알튀세르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집요하게 마주침의 문제와 그것의 효과에 대해 숙고했던 인물이었지요.
*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간의 성적인 욕망에 일종의 역사성과 사회성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바타이유 이후에 에로티즘을 사유할 때 우리는 매번 금기라는 문제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레비나스는 그다지도 집요하게 타자라는 문제에 집착했지요.
* 과거는 우리에게 기억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미래도 기대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물론 현재도 기억과 기대에 물들어 있는 지각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지요.
* 푸코는 우리의 자유를 길들이고 억압하려는 권력이 청와대나 국회 같은 거시적 층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도처의 개인들이 의식하기 힘든 미시적인 차원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ㅁ을 밝혀 냅니다. 이 때문에 흔히 푸코의 정치철학을 미시정치학이라고도 부르지요.
* 대화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부터 고진은 다음과 같은 타자론을 전개합니다. "타자는 언어 게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런 타자와의 관계는 비대칭적인 것이다".
* 고진은 철학, 언어학, 경제학 등도 모두 예외 없이 타자에 대한 비약, 혹은 도약을 통해서만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사랑이란 감정이 이러한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사르트르의 철학 전체는 '존재와 무'라는 제목으로 훌륭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무(nothingness)'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이 현재의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해체주의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는 데리다입니다. 그는 '차이'가 모든 것의 의미를 구성한다고 통찰했던 철학자였지요.
*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이라면 문둥이들을 호모 사케르라고 불렀을 겁니다.
*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적대 관계가 공동체 외부의 벌거벗은 생명(조에)과 공동체 내부의 정치적 존재(비오스) 사이에 그어졌다면, 이제 근대 민주주의에서 그것이 한 개체 내부에 '벌거벗은 생명'과 '정치적 존재'를 함께 각인시키는 식으로 이행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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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그리 사상의 진화(2008, 갈무리, 마이클 하트, 박서현/정남영 옮김)
* 다중(2008, 세종서적, 마이클 하트/안토니오 네그리, 서창현 외 옮김)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천재의 의무(2000, 문화과학사, 레이 몽크, 남기창 옮김)
* 기형도 전집(1999, 문학과지성사, 기형도)
* 철학적 탐구(2006, 책세상,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2006, 한길사, 한나 아렌트, 김선욱 옮김)
*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2008, 이매진, 알튀세르, 권은미 옮김)
* 에로티즘의 역사(1998, 민음사,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 시간과 타자(1996, 문예출판사, 레비나스, 강영안 옮김)
* 들뢰즈의 니체(2007, 철학과현실사, 들뢰즈, 박찬국 옮김)
* 들뢰즈 커넥션(2005, 현실문화연구, 존 라이크만, 김재인 옮김)
* 천 개의 고원(2001, 새물결,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옮김)
* 차이와 반복(2004, 민음사)
* 존재와 무(2009, 동서문화사, 사르트르, 정소성 옮김)
* 해체론 시대의 철학(1996, 문학과지성사, 김상환)
* 목소리와 현상(2004, 인간사랑, 데리다, 김상록 옮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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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2011)'을 북 크로싱합니다.
첫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등단한 지 무려 14년 만에 나와서 그런지 3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은 그리 오래 기다린 것 같지 않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네요. ㅠ.ㅠ
선혈이 뚝뚝 떨어지던 첫 시집과는 좀 달라서 주제도 나름 '사랑'입니다. 뭐 그렇다고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느낌은 전혀 아니고 여전히 잔뜩 벼린 칼날의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지는 표현들이 선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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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첫 번째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등단한 지 무려 14년 만인 2008년에 나왔고, 이 시집이 그 이후 3년 만에 나왔으니 심보선 시인도 독자들 애를 닳게 하는 재주 아닌 재주가 있네요;;;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담긴 시들이 시인이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라면 이 책에 담긴 그의 시들은 '무려'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이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랑인데 사랑을 논한다고 해서 그의 시가 말랑말랑해지는 건 절대로 아니죠. 왜냐하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함께 있음 또한 사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에 실린 49편의 시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랑이 느껴지는 시의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래도 '슬픔이 없는 십오 초'만큼이나 읽는 맛이 탁월합니다.
가공할 표현력과 날카로움도 여전하고요.
심보선 시인의 시집은 굳이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펼쳐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소위 '예비 동작'이 필요없는 시죠. 호오가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저는 심보선 시인의 시가 참 좋더라고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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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이 1994년에 등단한 뒤 14년 만에 낸 첫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를 북 크로싱합니다.
총 58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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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를 제대로 감상할 정도의 깜이 안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심보선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요새 나름 '핫'한 시인이더구만요.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이라는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뒤 무려 14년 만에 낸 시집이죠. 총 58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허윤진 문학 평론가가 '찰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시집은 그가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다'라고 평했듯이 심보선 시인의 시는 말랑말랑하고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곰씹으며 읽으면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가공할 표현력을 보여주는 문구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질척거리지 않고 적절한 거리에서 날리는 유머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잔인하게 아름답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집에 평론가의 해설이 실려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집에 실린 허윤진 문학 평론가의 해설은 괜찮은 편입니다. 크게 거슬리지 않네요.
예전의 저처럼 시라는 건 그냥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시집입니다. 혹시 압니까? 저처럼 생각이 바뀔 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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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저는 19세기 체코의 시인 얀 네루다와 파블로 네루다를 동일 인물로 착각했더랬습니다;;;;;
체코에 갔을 때 페트르진 탑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본
얀 네루다의 동상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파블로 네루다의 진짜 이름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였고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이 바로 체코의 시인 얀 네루다를 숭배한 나머지 지은 필명이라고 하네요!! 우찌 이런 우연이~
파블로 네루다는 197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민족 시인으로 불과 열 아홉의 나이에 발표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로 남미 전역에 이름을 떨쳤던 언어의 마술사였지만 역동과 격변의 시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불우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2004년 칠레 정부에서 전 세계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은 정현종 시인이 네루다의 대표작들을 모아 엮은 '시선'으로 그의 출세작인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해 '지상의 거처 I,II,III', '모두의 노래' 등 대표적인 작품이 대부분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개정판인데 초판과 달리 영역본과 스페인어 원본을 모두 읽고 대조해서 좀 더 매끄럽게 고쳤다고 합니다.
네루다의 시는 흔히 초현실주의로 평가되지만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야성적이고 자연미가 뚝뚝 떨어집니다. 거대한 광야가 연상되기도 하고 검푸른 심연이 연상되기도 하죠. 제가 시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남미의 초현실주의를 말하려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하는 파블로 네루다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는 책입니다.
원래는 별 셋으로 평가했는데 뒷부분에 실은 파블로 네루다와 로버트 블라이의 1966년 대담의 번역이 워낙 엉망이라 기분이 상해서 하나를 뺐습니다. 쩝...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네루다,
로버트 블라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시,
얀 네루다,
정현종,
체코,
초현실주의,
칠레,
파블로 네루다,
페트르진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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