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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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지금은 약간 마음을 비운 상태지만 예전에는 제가 평생 살 집을 지을 욕심을 많이 냈더랬습니다. 그래서 한 때 유행이었던 땅콩집은 어떨지 알아보려고
'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2011)'도 열심히 읽고,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2004)'도 줄 쳐 가면서 봤습니다. 김에 한 권 더 추천하자면
'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2012)'도 좋은 책이죠.
내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집착을 살짝 내려놓을 때 쯤 만난 게 임형남&노은주 부부 건축가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 노은주의 건축 진경(2011)'이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지만 두 건축가의 삶과 집에 대한 철학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책입니다.
내 집을 짓는다고 해도 결국 어떤 건축가와 시공자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할텐데 특히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을 구현하려면 저와 생각이 비슷한 건축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할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부 건축가는 삶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도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부제처럼 지나친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집, 몸은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집, 억지로 채우지 않고 빛과 공기를 담기 위해 조금 덜어낸 집에 대한 두 건축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만약 제가 집을 짓게 된다면 이 부부 건축가도 강력한 후보자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이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두 건축가의 마인드가 구현되어 상까지 받은 '금산주택'을 짓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1부. 작은 집을 짓다)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산 산자락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집에서 자연을 벗삼아 1년 정도 살았던 실제 이야기(2부. 작은 집에 살다)입니다.
금산주택은 제가 꿈꾸던 집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이 부부 건축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 제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집은 'buy'하는 것이 아니라 'live'하는 것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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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건축을 시작한 이래 과연 한국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일본이나 중국의 건축과 다른 한국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건축은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동영상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로 끊임없는 흐름이 있다. 그리고 내,외부의 방들은 그 흐름들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빛과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지나가는 흔적을 담는다.
* 결국 한 사람에게 필요한 절대 면적은 4평 정도다. 거기에 일반적인 취사도구와 위생 도구를 가져다 놓고 음식을 만들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공간을 덧붙인다고 생각하면, 한 평 반 정도가 더해진다. 즉 18제곱미터(5.5평)정도면 한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면적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간, 즉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위한 여백이다.
* 현실적으로 한옥을 지을 경우 공사비는 서양식 목구조의 두세 배 이상이 들게 된다.
* 집의 규모를 헤아리는 우리의 단위는 ‘칸’의 개념이었다. 칸이란 기둥과 기둥의 사이로 대략 7~10자 정도의 길이를 뜻한다. 아마도 2.17미터~3.1미터 정도였을 것이다. 즉 1칸은 일정한 길이가 아니다. 가로 세로 각각 1칸이면 하나의 방이 되고, 여기에 마루나 부엌이 붙어 세 칸 집이 되는 식이다.
* 조감도는 신의 시선이고, 투시도는 인간의 시선이다. 으리으리한 규모의 건축을 제안할 때 보통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림을 그리고, 주택이나 동네에 들어서는 건축을 설계할 때는 눈높이에서 올려다본 그림을 그린다.
* 지금 여기저기에 짓고 있는 목조주택과 디자인적으로 큰 무리가 없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단열이 문제가 아니라 바람의 순환 혹은 공기의 순환이 문제다.
* 예전에 우리나라 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속공간과 수납공간이 있었다.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처마 밑을 이용하여 덧달아낸 공간을 반침이라고 하고 방 옆에 붙인 반칸 크기의 조그만 방을 골방이라 불렀다.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아궁이 상부공간을 이용하여 덧붙인 공간은 벽장이라고 하고, 부엌 혹은 외양간 등의 상부공간을 막아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을 다락이라 했다. 또한 신주를 모시기 위해 대청 상부에 만들어진 조그만 벽장을 벽감이라 불렀다.
* 벽지와 바닥재는 한지를 사서 발랐다. 한지는 질기고 온도 및 습도 조절이 용이하고 공기를 걸러주는 역할까지도 수행한다. 비싼 것도 아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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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년 전 쯤에 땅콩집 붐을 몰고 온
'두 남자의 집짓기(2011)'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이 집짓기의 appetizer라면 이 책은 코스 요리쯤 됩니다.
이 책은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자가 함께 모여 단독 주택을 짓는 과정을 이야기한 결과물입니다. 3명의 건축가, 3명의 건축주, 1명의 시공자가 함께 썼습니다.
'두 남자의 집짓기'가 이현욱 건축가의 관점이 주로 반영되어 있고 건축주 입장에서 구본준 기자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좀 아쉬웠는데 이 책은 아예 1부 집짓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 2부 들려주고 싶은 나의 집 이야기로 나누어서 2부에서 세 명의 건축주가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게 안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결로 현상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한 건축주도 있어 더없이 생생하고 실감나더군요. 시공한 지역과 주택도 서울 평창동 주택, 충북 청원 파노라마 하우스, 경기 용인 땅콩집으로 다양해서 각각의 관심사에 따라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 지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1부 집짓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는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라면 알아야 하는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다루고 있더군요.
자신과 맞는 건축가를 찾는 법, 집을 지을 땅을 고르는 법, 설계 의뢰하는 과정과 비용, 시공사 선정하기, 설계 시 각 구성 요소 점검하기, 공정 과정 중 챙겨야 할 부분 등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각 단계에서 상세한 사진을 곁들인 과정 설명이 인상적이었고 각 장마다 말미에 많이 나오는 질문을 모아 별도로 답변까지 제공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저는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하우스, 친환경 자재, 목조 주택 등에 관심이 많은데 요새 흐름과 추세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한번 보고 말 책은 아니고 두고두고 챙겨보면서 공부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목조 주택,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주택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덧. 자신의 집을 짓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픈 책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각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강조점이 책 안에 이미 여러가지 색깔로 마킹 인쇄되어 있는데 저처럼 형광펜이나 색연필로 마킹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있습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시 찾을 때 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헷갈리더군요. 이 점을 감안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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