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무쉬를 타고 셀축으로 돌아왔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아직 점심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에페스 박물관을 돌아보고 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셀축은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 걸어서 돌아볼 수가 있습니다. 에페스 박물관도 셀축 Otogar에서 두 블럭만 걸어가면 됩니다. 한 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더군요.
셀축 Otogar에 내려서 생수를 작은 걸로 2병(0.35YTL*2=0.7YTL) 사고 아이란(Ayran)도 하나 샀습니다(0.5YTL). 아이란은 요구르트 종류인데 짠맛이 납니다. 아마 우유에 소금을 넣어 마시는 것과 비슷할겁니다. 맛은 별로 없지만 차게 해서 마시면 먹을 만 하고, 무엇보다도 갈증을 확실하게 해소시켜 줍니다. 여름에 가시는 분들은 한번 드셔보세요.
잘 가꾸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에페스 박물관이 나옵니다. 역시나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안으로 들어가면 북적북적 합니다.
에페스 박물관의 입장료는 5YTL입니다.
에페스 박물관은 대체로 잘 꾸며져 있습니다. 전시실도 잘 구분되어 있고요. 보시는 것은 아르테미스 여신상입니다. 몸에 새겨진 꿀벌과 사슴 조각은 풍요를 나타내는 것이고 가슴 주위에 있는 계란 모양은 여신에게 바쳐진 소의 고환이라고 합니다.
유리 탁자의 받침대가 독특하네요. ^^
에페스 박물관에는 무기 전시실이 따로 있는데 고대의 검투사들이 사용하던 무기가 따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직접 만져볼 수는 없는 것 같은데 유리관도 씌워놓지 않았네요. -_-;;;
어떤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네요. @.@
에페스 박물관도 30분~1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대로 오전에 에페스를 돌아본 뒤에 셀축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기 전에 돌면 시간이 대충 맞네요.
슬슬 출출해져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셀축의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입니다. 아담한 가게가 마음에 들어 길가 쪽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도자기로 만든 소금병, 후추병이 아기자기합니다. 네모난 박스는 넵킨 분배기(?)입니다. 한장씩 뽑아서 쓰는 기구죠. 테이블보가 참 예쁘지 않습니까? 사진의 오른쪽 상단을 잘 보시면 역시 이 식당에도 터줏대감격인 고냥이가 식탁 밑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에게 음식을 줘도 괜찮냐고 물으니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터키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물들에게 관대합니다.
에피타이져는 역시나 에크멕(Ekmek)입니다. 언제 먹어도 역시 맛있군요. ^^
초르바(Corbasi)입니다. 일종의 soup이죠. 취향에 따라 레몬을 뿌려 먹는데 어떤 맛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쥬크라니'라고 들었던 일종의 '전'입니다. 요구르트를 뿌려주는데 녹두전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제 입맛에 맞지는 않았습니다만... ^^;;;
일종의 미트볼입니다. 미트볼 자체는 조금 퍽퍽합니다. 오히려 감자가 맛이 있더군요. 이것저것 맛보느라고 음식을 조금 무리해서 시켰더니 미트볼은 모두 고냥군 차지가 됐습니다. 고냥군 그 날 식복이 터졌지요.
'오크리'라고 들었던 음식입니다. 고추를 삶은 것인데 원래 제가 채소를 삶아서 흐물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데도 계속 집어먹었던 기억으로 미루어 볼 때, 먹기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필라브(Pilav)입니다. 제일 나중에 시킨 필라브는 많이 남겼습니다. 터키인들이 다 그렇지만 이 식당의 주인도 엄청 친절해서 혹시라도 불편한 점이 있을까봐 식사를 하는 도중에 계속 저희 테이블 곁에 서 있어서 조금은 민망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후식으로 과일에 생과일 주스를 3잔이나 마시는 바람에 무리를 좀 했습니다.
시린제로 떠나기에 앞서 부른배도 해결할 겸 근처에 있는 '성 요한의 교회'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성 요한의 교회는 예수님의 12제자 중 하나인 요한이 성모 마리아와 함께 만년을 보낸 곳이라고 합니다.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벽과 기둥, 바닥의 모자이크 뿐입니다. 그런데도 무려 입장료가 5YTL이나 합니다. ㅠ.ㅠ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이곳은 그냥 통과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성 요한의 교회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성 요한의 성인데 현재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에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성 요한 교회로 들어가기 전에 언덕에서 본 풍경이 오히려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오른쪽에 isabey Camii가 보입니다. 셀주크 왕조에서 오스만 왕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건축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원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여름방학을 틈타 20일 일정으로 여행을 온 여선생님 2분을 만났습니다. 20일이라니... 정말 부럽더군요. ㅠ.ㅠ
성 요한의 무덤이 여기에 있다는 말을 듣고 방문했다고 해서 들은 김에 같이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찾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찾기는 찾았습니다. 조문객들이 켜놓은 초의 흔적이 곳곳에 있더군요.
선생님들은 이미 시린제를 다녀오셨다고 해서 성 요한 교회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시린제로 가는 돌무쉬를 타기 위해 Otogar로 걸어가기로 했죠.
Otogar로 가는 길에 만난 초등학교입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나와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노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더군요. 건물이 온통 빨간 것이 인상적입니다.
초등학교 앞에 세워진 조각상입니다.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지만 안내석에 터키어로만 씌어 있어 아쉽게도 해석을 할 수가 없더군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도로 파란 터키 타일로 마감을 했습니다.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니지만 더위에 지친 얼굴과 손을 씻으면서 잠시 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나 호기심 많은 터키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
시린제(Sirince)는 돌무쉬(요금 2YTL)로 15~20분 정도 걸리는 작고 예쁜 마을입니다. 과일주와 천연 올리브 비누, 각종 수제품 등을 기념품으로 사기 위해 셀축에 오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곳이죠. 저희도 어김없었죠. ^^
돌무쉬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밤 9시에 시린제를 떠나는 차가 막차인데 시린제에서는 숙박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사고 싶은 것이 많더라도 막차를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저희는 셀축역에서 Izmir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5시 차를 타고 셀축으로 나왔습니다.
오래된 돌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작고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사진에 보시는 양쪽 가게들이 유명한 과일주 판매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가격표와 소개글이 모두 한글이고 점원들이 간단한 한국말로 호객 행위를 할 정도랍니다.
저희가 석류주(15YTL에서 2YTL 깎아서 13YTL), 블랙베리주(8YTL)를 한 병씩 선물로 산 가게입니다. 개인적으로 블랙베리주보다 석류주를 추천합니다. 석류주 맛있어요~ ^^
사진에 보이는 분이 사장님이신데, 한국말로 인사도 하고, 사진촬영에도 흔쾌히 응해주시고, 한국에 소개 많이 해 달라고 명함까지 일부러 주시더군요. 조금 오바하시기는 하지만 장사 잘 하시던데요. ^^
시린제도 작은 마을이라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만 돌아보면 됩니다. 물론 쇼핑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
저희는 시린제에서 석류주, 블랙베리주 이외에 보니데가 회사 동료에게 선물로 준다고 손으로 짠 아이 덧신(3YTL), 올리브 비누 단품(2YTL, 돌아다니면 1개에 1YTL의 가격으로 사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건과 타월이 함께 들어있는 선물용 올리브 비누 세트(6YTL)를 샀습니다.
시린제에서도 터키 폴라포 오렌지를 사 먹었는데 1개에 무려 3.5YTL이나 합니다. 너무 먹고 싶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사서 먹었습니다만 완전 사기꾼 심보더군요.
하얀 집들이 언덕을 따라 줄지어 있는 것이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돌무쉬를 타고 셀축으로 나와서 기차를 타기 위해 셀축역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