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의 유명 아나운서이자 프로그램 캐스터였던 시모주 아키코의 책,
'가족이라는 병(家族という病, 2015)'을 북 크로싱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푸근함과 아련함이 추억이 되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라는 말 만큼 자신을 평생 옥죄는 상처의 덫이 없기도 합니다.
이 책은 후자의 입장에서 가족을 바라본 책입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존재로서 올곧이 서지 못할 때 가족이라는 거역하기 어려운 커다란 영향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책 내용은 상당히 공감하면서 읽었으나 후반부에서 저자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신파로 빠지는 데서 호감을 확 깎아 먹어서 좀 아쉽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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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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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작년에 내용의 민감성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일본 열도를 찬반양론으로 한바탕 들끓게 만들었던 시모주 아키코의 책, '가족이라는 병'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이라는 단어는 그 순수성에 흠집을 내서도, 도전을 해서도 안 됩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마저도 터부시되는 말이니까요. 어머니와 동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일 겁니다.
하지만 한 때 NHK의 유명 아나운서이자 프로그램 캐스터였던 시모주 아키코는 그런 것은 모두 허상이며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이라는 말만 들으면 푸근함이 느껴지고,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안온함을 더하며, 든든한 마음과 함께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한 의지 대상이기만 할까요?
모두들 그런 이미지로 가족을 포장하고 싶어합니다. 가족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싶어하죠.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때로는 가족이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는 존재일 수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을 겁니다.
시모주 아키코는 그런 인정하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불길함을 과감히 불러냅니다. 개인이 개인으로서 인정받거나 홀로 서지 못할 때, 가족이라는 말로 모든 과오를 뭉뚱그려 덮고 넘어갈 때 각 구성원의 행복은 희생될 수 밖에 없고 그런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예전에 소개한
'독이 되는 부모'에서 부모와 독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병치시켜 충격을 더했던 것처럼 이 책의 제목도 가족과 병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대비해 묘한 울림을 주면서 동시에 만만치 않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에 거의 대부분 공감했기 때문에 별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책의 저자인 시모주 아키코는 제가 기대헀던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 온전히 홀로 섰던 자유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정신적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평생 필사적으로 홀로 서는 노력을 기울인 불쌍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난 뒤에도, 가족이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복잡한 회한은 4장. 세상 떠난 가족에게 쓰는 편지에서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1장. 가족은 어렵다, 2장. 가족이라는 병 은 특별한 실증적 근거를 대지 않더라도 꽤 설득력이 있어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막판에 가서 신파 모드로 돌변하면서 저자에 대한 신뢰감을 확 깎아 먹습니다. 정말 반전 드라마가 따로 없네요.
개인적으로 저자에게는 정신적 외상 치유를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가족이 푸근한 존재이기는 커녕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는 악마같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많이 공감할 책입니다.
가족이야말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효자 효녀 희생 모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분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괜히 기분만 나빠지실테니까요.
닫기
*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인격을 되찾는 것, 그것이 진정 가족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 어른에게 착하기만 한 아이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부모의 권위와 어른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모와 어른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성장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거짓은 화목하지 않은 가정보다 화목한 가정에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마주하면, 부모와 자식은 대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교육이란 부모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세계에서 갈고 닦으며 쟁취해가는 것이 아닐까
* 가족의 '기대'는 최악의 스트레스. 부모와 가족의 기대는 아이를 훼손한다.
* 괜히 어중간하게 서로를 좀 더 알고 싶다,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알지 않아도 될 일까지 알게 되고 상처를 들쑤시게 되어 불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야 오히려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 화젯거리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은 재미없다. 가족 얘기는 제 입으로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누가 물으면 꼭 필요한 대답만 하지 그 이상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밝혀야 사이좋은 사람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으로 관계를 이어갈 필요는 없다.
* 가족 얘기는 어차피 자랑이거나 불평.
* 가족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가족 외에는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가족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가족 이기주의다. 이런 사람들은 사건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자신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 어떤 사고가 생겨도 자기 가족에게 그 여파가 밀려오지 않으면 안심한다. 나머지는 남의 일이다.
* 지금 나의 가족은 하나뿐인데, 나는 대외적으로 그 사람을 반드시 '반려'라고 칭한다. 반려는 주종관계가 없는 참 좋은 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실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어 마음에 든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국민도서관을 통해 대여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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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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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은 2년 전에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인
'영원의 아이'를 쓴 덴도 아라타가 영원의 아이 바로 전에 쓴 작품입니다.
덴도 아라타(본명 구리타 노리유)의 작품은 '가족 사냥' -> '영원의 아이' -> '애도하는 사람' -> '환희의 아이' 순으로 읽어야겠지만 처음 접한 게 '영원의 아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은 2004년에 나온 개정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순서로 읽은 것이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족 사냥은 영원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원래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다가 판권을 북스피어가 인수하여 재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못 읽을 뻔 했지요. 작가 스스로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할 정도의 작품인 '애도하는 사람'도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저는 못 읽습니다. 그래도 최신작인 '환희의 아이'는 현대문학에서 나왔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애도하는 사람도 부디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나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덴도 아라타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쓰는데 막대한 분량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는 점이 하나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을 세밀하게 구성해서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 후에야 집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 사냥'은 3년, '영원의 아이'는 5년 8개월, '애도하는 사람'은 7년, '환희의 아이'는 4년이나 걸렸다고 하죠.
또 하나의 특징은 상복인데 '하얀 가족'으로 노세지다이 신인상(1986)을, '고독의 노랫소리'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우수상(1993)을, '가족 사냥'으로 야마모토 슈로로상(1996), '영원의 아이'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1999), '애도하는 사람'으로 나오키 상(2008), '환희의 아이'로 마이니치출판문화상 문학/예술 부문을 수상하는 등 내놓은 작품마다 상을 받았습니다.
원래 가족 사냥은 1995년에 발표하였는데 10년 후인 2004년에 문고판으로 내면서 전면 개작을 하였습니다. 원고지 1,800매 분량이 추가되었고 덴도 아라타 스스로도 '신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일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95년 판과 2004년 판이 나란히 팔리고 있고요. 개작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원의 아이 못지않게 이 책도 1,57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물론 2권의 양장 하드커버이면서도 속도감은 뛰어나서 영원의 아이보다 오히려 더 빨리 읽힙니다. 그리고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 정도의 몰입력을 자랑합니다.
'뼈와 살이 튀는' 처절한 폭력 묘사로 유명했던 1995년 판에 비해 많이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영원의 아이와는 또 다른 충격을 주네요.
"첫 작품 '고독의 노랫소리'가 서스펜스 호러라는 장르로 국한된 소설 공모에 뽑혀서 출간되었던 터라 두 번째 작품도 같은 장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호러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무서워할까를 궁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공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도망칠 수 없는 대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권력도 부도 의미를 잃는 것, 누구나 평등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환상이라는 벽을 깨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이 말이 주는 무게감과 울림이 가족 사냥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시모주 아키코의 '가족이라는 병'이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는데 아마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덴도 아라타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이 책도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덧.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은 저처럼 추리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끔 복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깔렸다는 것 뿐입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소설입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꺼번에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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