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왜 제 책장에 꽂혀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출판했거든요.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매할 때 제가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서 묻어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시집은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안 읽는못 읽는 류입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문학동네시인선 중 2번 째 시리즈로 허수경 시인의 작품집입니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 생으로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두 권의 시집을 낸 후 1992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대동방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발굴을 하러 돌아다니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굴에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허무주의적 색채가 시집 전반에 물씬 묻어납니다. 허수경 시인의 전작을 좋아하던 팬들은 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너무 달라진 시풍에 놀랐다고 했다지요.
시인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 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참고하시라고 시집의 제목이 된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이름 없는 것들이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
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않나요
이름 없는 세월을 나는 이렇게 정의해요
아님, 말 못하는 것들이라 영혼이 없다고 말하던
근대 입구의 세월 속에 당신, 아직도 울고 있나요?
오늘도 콜레라가 창궐하는 도읍을 지나
신시를 짓는 장군들을 보았어요.
나는 그 장군들이 이 지상에 올 때
신시의 해안에 살던
도롱뇽 새끼가 저문 눈을 껌벅거리며
달의 운석처럼 낯선 시간처럼
날 바라보는 것을 보았어요...(중략)
그나마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정말 난해하고 머릿속에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 시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감이 떨어져서겠지요.
이 소개 포스팅을 하면서 찾아보니 2018년에 위암 투병 중 54세의 젊은 나이에 별세하셨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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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심보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첫 번째 시집인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등단한 지 무려 14년 만인 2008년에 나왔고, 이 시집이 그 이후 3년 만에 나왔으니 심보선 시인도 독자들 애를 닳게 하는 재주 아닌 재주가 있네요;;;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담긴 시들이 시인이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라면 이 책에 담긴 그의 시들은 '무려'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이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사랑인데 사랑을 논한다고 해서 그의 시가 말랑말랑해지는 건 절대로 아니죠. 왜냐하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함께 있음 또한 사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에 실린 49편의 시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랑이 느껴지는 시의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래도 '슬픔이 없는 십오 초'만큼이나 읽는 맛이 탁월합니다.
가공할 표현력과 날카로움도 여전하고요.
심보선 시인의 시집은 굳이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펼쳐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소위 '예비 동작'이 필요없는 시죠. 호오가 갈릴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저는 심보선 시인의 시가 참 좋더라고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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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아직 시를 제대로 감상할 정도의 깜이 안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심보선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요새 나름 '핫'한 시인이더구만요.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풍경'이라는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뒤 무려 14년 만에 낸 시집이죠. 총 58편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허윤진 문학 평론가가 '찰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시집은 그가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다'라고 평했듯이 심보선 시인의 시는 말랑말랑하고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곰씹으며 읽으면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가공할 표현력을 보여주는 문구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질척거리지 않고 적절한 거리에서 날리는 유머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잔인하게 아름답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집에 평론가의 해설이 실려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집에 실린 허윤진 문학 평론가의 해설은 괜찮은 편입니다. 크게 거슬리지 않네요.
예전의 저처럼 시라는 건 그냥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시집입니다. 혹시 압니까? 저처럼 생각이 바뀔 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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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대표 시들을 정현종 시인이 모아 내놓은 '네루다 시선(Selection of Poems, 2000)'을 북 크로싱합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해 '지상의 거처 I, II, III'과 '모두의 노래' 등을 모두 수록하고 있습니다.
남미의 초현실주의를 말하려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하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선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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