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식도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미슐랭 가이드에서 소개하는 대단한 레스토랑 체험기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채식을 하기 전에 카트에 담아 두었던 책을 작년 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폭풍 구매할 때 제 품에 들어온 책입니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먹지 않는 재료들이 많아지다보니 미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미슐랭 가이드에 별 1, 2, 3 뿐 아니라 비벤덤이라는 구분도 있다는 거, 미슐랭의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사관은 어떤 사람들인지, 3스타 레스토랑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한 세계 최고 요리사들의 치열한 직업 세계 등등 흥미로운 내용이 꽤 많았습니다. 식견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미슐랭 가이드에 나온 음식점을 순례하는 식도락 여행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장점은 이쯤 하고... 이제는 이 책의 단점...
단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우선 미슐랭이 보장하는 전 세계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먹고, 느끼고, 즐긴 내용을 담았다고 서문에서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자기만 즐기고 말려는 건지 불친절하게도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각 레스토랑을 소개한 마지막 페이지에 자기가 먹은 음식을 찍은 사진을 몇 개 올려놓은 것이 다인데 그나마 발로 찍은 화질의 사진들이라 있던 입맛도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맛없어 보이는 사진을 실어놓다니 셀프 디스도 이런 셀프 디스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비건이라서 더 기분이 나빴던 것 같은데 캐비아, 트러플, 푸아그라를 세계 3대 진미라고 소개하면서 푸아그라 맛을 극찬하는 게 아주 짜증났습니다. 한 두 번이면 작가의 취향이라고 여기고 넘어갔을텐데 잊을만 하면 자꾸 나와서 기분을 잡쳤습니다. 비건들에게 푸아그라는 거의 악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동물 학대 행위의 결과물이죠.
무엇보다 가장 거슬렸던 것은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프랑스 찬양이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니 종주국을 존중하는거야 그렇다고는 해도 프랑스와 유럽을 빠는 정도가 좀 심합니다. 한번 보시죠.
"현대적 감각의 실내 장식을 선보이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유럽에서 느끼는 깊은 맛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106p
"이 집이 미슐랭 스타를 얻은 건 재료와 맛이 탁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프랑스 레스토랑을 경영했던 경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126p
"토끼, 비둘기, 개구리를 재료로 한 요리는 다르다. 오직 프랑스인만이 만들고 즐기는 음식이다. 유럽에서 토끼, 비둘기, 개구리를 고급 요리로 만드는 나라는 오직 프랑스뿐이다" 184p
그 뿐 아니라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는 부분도 꽤 있습니다.
"대체로 몸이 뚱뚱하거나 패션 감각이 뒤떨어지는 요리사는 신뢰하기가 어렵다. 맛은 멋과도 통한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감각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체중도 관리하지 못하고 패션 감각이 뒤진 사람은 음식의 맛과 멋도 그만그만한 수준에 머문다" 109p
"지옥의 주방에 입문한 요리사들은 험악한 레슬링 무대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이는 투사 같다. 그들이 고든 램지의 갖은 모욕과 비난을 견뎌내는 이유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98p
게다가 210페이지에 불과한 책의 가격이 15,000원이나 합니다. 물론 페이지 수만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겠지만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서 그런지 제게는 비싸게 느껴지더군요.
미슐랭 가이드에 대해 궁금한 분에게도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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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미슐랭은 추천할 만한 레스토랑을 1스타, 2스타, 3스타, 그리고 비벤덤의 얼굴로 표시하는 빕 구르망의 4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비벤덤은 1997년부터 등장했는데, 주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분위기나 전통이 다소 부족한 지방 식당을 대상으로 삼는다.
* 누벨 퀴진이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저칼로리 고단백 요리를 말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소개하는 레스토랑들이 궁금한 분들은 책을 사지 마시고 북 크로싱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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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을 식도락 카테고리에 두는 게 맞는지, 비건생활 카테고리에 두는 게 맞는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소개하는 이 먹을거리는 비건도 먹을 수 있는 natural super food거든요. 그래도 신기한 먹을거리이므로 일단은 식도락 카테고리에 두겠습니다.
먼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보시겠습니다.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 때 사온 Smokevenjak Disc입니다.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인데 말린 무화과가 주재료입니다.
한 개가 200g 정도 분량인데 말린 무화과 71%, 아몬드, 브랜디가 3.8% 정도 들어갑니다. 취향에 따라 건포도가 들어가기도 하고, 레몬 쥬스를 넣기도 하고 로즈메리나 세이지를 레시피에 첨가하기도 합니다.
완전한 natural super food라고 하는데요. 설탕, 첨가제, 보존제가 일체 들어가지 않고 글루텐 & 유제품 free입니다.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도 좋고(물론 이 때는 브랜디를 빼겠지요), 에너지 바처럼 운동 선수들이 먹기도 합니다.
썰어서 치즈와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네요. 냉장고에 넣을 필요도 없고 호일이나 랩에 싸서 상온 보관해도 된답니다.
썰고 난 단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식감이 상당히 쫀득쫀득하고 무화과 맛이 달달합니다만 제가 사온 건 브랜디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알코올 향이 강한 편입니다.
입맛을 돋우는 먹을거리는 아닙니다만 입에 익숙해지고 나면 꽤 중독성이 생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간식입니다.
론플에도 소개되어 있는 자그레브의 Natura Croatica 매장에서 사왔는데 1개에 45쿠나(우리 돈 대략 7,900 원, 2014년 9월 20일 기준) 정도 하니 손바닥 한 개 정도 크기의 먹을거리치고는 꽤 비싼 편입니다.
지난 번에 포스팅 한
Palesa Moscato를 마실 때 곁들여서 먹어봤는데 별로여서(술 마시면서 술이 들어간 스넥을 먹으니 당연히 별로겠지요;;;) 과감히 버릴까 했는데 오늘 영수증 찾아서 가격 확인해 보고나서는 어떻게든 먹기로 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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