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피처 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필 주커먼은 2005년 5월부터 2006년 7월까지 14개월 동안 스칸디나비아 지역(정확하게는 덴마크)에서 살았는데 그들의 비종교적인 삶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경험하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150건 이상의 인터뷰를 통한 연구를 수행해 그 결과를 이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이 책은 이전에 그가 살았던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죠.
그는 이 책에서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첫째는 신(정확하게는 하나님)이 없는 사회가 지상의 지옥이 될거라는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 둘째는 종교적 성향이 강하지 않은(거의 무신론적인) 사람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모태 신앙까지는 아니지만 꽤 독실한(하다고 믿고 싶은) 개신교 신자에서 지금은 불가지론자의 위치에 꽤 오래 머무르고 있는 제게 참으로 흥미로운 책이었고 세계에서 복지가 가장 잘 되어 있기로 손꼽히는 덴마크와 스웨덴이 비종교적인 국가라는 것을 알게된 데 더하여 그렇다면 종교 청정 사회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가 궁금해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이 세상 만악의 근원 중 하나라 생각하고 인류를 위해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러한 악의 근원을 세상에 그냥 방치하는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게 된 것이 불가지론자가 된 근본적인 계기였기에)에 신이 없는(엄밀하게는 종교의 힘이 매우 약한)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읽으면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호스피스 간호사가 신과 영혼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천국의 존재를 믿는 기독교인들이 죽음을 두려워 해 심한 고통을 받으며 죽고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훨씬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증언하는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주커먼은 세속주의자로 가득찬 덴마크와 스웨덴의 범죄율이(강력 범죄율은 더더욱) 매우 낮으며(경찰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제가 노르웨이를 여행할 때에도 2주일 동안 딱 1번 봤습니다), 제정 분리를 엄격하게 지키고(신의 존재를 믿는 정치가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종교를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는), 상식에 입각해 예의바른 인간이 되는 것,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그리고 그런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곳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종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의 이유 중 하나로 하나님을 들먹이는 웃긴 나라가 미국이죠) 나라의 사람이라면 이상할 수 밖에 없는 나라들입니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합리적이고 건강한, 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기더군요(최소한 저는 그랬어요).
신앙심이 투철한 분들, 종교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분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책일 수 있지만 저처럼 신의 존재가, 종교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해악에 질린 분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사이다 같은 책입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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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을 믿는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분노하고 걱정하는 것은 전쟁도 구조적인 빈곤도 학교의 붕괴도 아동 학대도 가정 폭력도, 의료의 영리화도 사회복지사들의 저임금도 기금이 부족한 병원들도 총기류의 포화 상태도 지구온난화도 아니다. 낙태와 동성애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죽음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웅대한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과 삶의 의미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영원하거나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 "하느님이 존재하고 내세도 존재한다면, 우리가 나중에 알게 되겠죠....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걸 알아낼 길이 전혀 없으니까 지금 이곳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해야죠.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 나는 스칸디나비아의 세속주의적 삶 중에서 세 가지 구체적인 측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측면은 내가 '꺼림/삼감'이라고 명명한 것이고, 두 번째 측면은 '온화한 무관심', 세 번째 측면은 '철저한 무관심'이다.
* 나는 '교회의 게으른 독점', '안전한 사회', '일하는 여성'이라는 세 가지 가설이 덴마크와 스웨덴의 낮은 종교성을 설명하기 위한 사회학적 시도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은 책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국민도서관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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