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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이 제 손에 들어왔을 때, '엄한 달라이라마를 팔아서 또 누가 책 한권 냈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겉장의 맨 위에 떡하니 써 있는 '당신의 뇌를 바꾸는 마음혁명'이라는 문구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착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을 보면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이죠. 마음을 단련해 뇌를 바꾸라는 뜻입니다. 응? 뇌를 단련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단련해 뇌를 바꾼다고?
이 책이 나오된 경위는 이렇습니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던 달라이라마(저도 몰랐던 사실)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신경과학자들과 뇌의 변화 가능성(뇌신경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세기 동안 신경과학계의 정설이었던 유년기에 일단 형태 구성이 끝난 뇌는 이후에 구조가 변할 수 없다는 논리의 허점이 하나 둘씩 발견되면서 불교 수행의 대변자이자 본인 스스로 수행자인 달라이라마가 불교의 명상 수행이 뇌의 가소성을 촉진할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심층적인 연구를 촉발합니다. 그래서 달라이라마의 협력 하에 1,500시간에서 55,000시간에 이르는 수행을 쌓은 라마 고승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를 포함해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2002년에 '사이언스 저널'의 창간을 주도했고 '뉴스위크'에서 수석 과학 기자로 일한 경력도 있으며 현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과학 칼럼니스트인 샤론 베글리가 엮었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음을 수행함으로써 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 주의집중과 부단한 마음 수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먼저 변화하기를 원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만.
'사용에 따른 피질의 재구획화'에 대한 내용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번갯불을 듣고 천둥소리를 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저로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신체적 운동만으로도 새로운 뇌 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강요된 운동은 뉴런 생성을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발적 동기의 중요성이 뇌 가소성 연구에서도 입증된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신적 연습이 실제 연습과 동일한 운동 회로를 활성화시켰고 동일한 결과를 냈다는 걸 증명한 실험도 재미 있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과 시뮬레이션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니까요.
신경생리학이나 생리심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난도가 조금 높을 수 있습니다만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어느 순간부터 짜릿한 지적 자극을 받으실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심리학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명상 수련으로 IQ를 높일 수 있다는 식의 어설픈 논리를 전개하는 책이 절대로 아닙니다. 뇌 가소성에 대한 최신 연구가 총망라 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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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의 뒤를 잇는 동물 트라우마 전문가인 G. A. 브래드쇼가 쓴 책입니다.
코끼리의 트라우마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생태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동물행동학을 넘나들면서 인간과 너무나 닮은 코끼리가 처한 끔찍한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역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밀렵 과정에서 어미와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아남은 아기 코끼리는 모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DSM의 PTSD 진단 기준과 정확히 들어맞는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코끼리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증상을 문의하면 만장일치로 PTS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죠.
코끼리는 인간 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코끼리는 확실한 자아 의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인 행위감(Sense of agency)도 있으며 게다가 이러한 행위감이 일관성 있게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일련의 경험 및 역사와 연속성에 대한 감각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코끼리가 인간과 얼마나 닮은 점이 많은지를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사실 코끼리라는 단어만 가리고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입니다.
이 책은 동물원, 서커스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문화에 대해서도 불편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우리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동물에게 아무런 심각성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요. 알든 모르든 우리는 모두 종 차별주의자들입니다.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을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특정 지역에서 다시 살게 하려는 지극히 이타적인 그 조치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손을 떠나 무리로 다시 돌아간 동물들은 동종의 나이 많은 동물들에게서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생존에 꼭 필요한 문화적인 기술을 배우지 못해 거부당하거나 생존 자체가 위협당하기도 하니까요.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기 위해서 이제 변해야 할 때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요.
모든 분들께 월덴지기가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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