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제게 가져오는 supervision 사례 중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경우가 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과 같은 검사 sign들이 함께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FBS 척도의 유의미한(65T) 단독 상승 + MHH 기질 유형(LHL 성격 유형) + 신체화 증상
하필 TCI에서 MHH(회피성) 기질의 소유자라면 이차 이득이 존재할 확률이 극도로 높아지게 됩니다.
'TCI MHH 기질 - LHL 성격 유형의 이해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내면 아이가 미성숙하니 자율성 발달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회피성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합니다. 의존성 성격이니 의존 대상이 주변에 존재한다면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라포가 형성될 때까지 상담자는 내담자의 의존 대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 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증상을 호소함으로써 회피하고자 하는(정확하게는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기질에 충실하게)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증상 완화적 접근만 해서는 라포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거기에 신체화 증상까지 있다면 더더욱 증상 완화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는 내담자입니다. 왜냐하면 이 때 신체화 증상은 1)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핑계, 2)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 3) 상담자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도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 완화적 접근을 해서도, 성급하게 소거해서도, 그렇다고 강화를 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조합의 검사 sign을 보이는 내담자가 오면 1) 의존 대상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2) 증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3)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무의식적인 회피 동기를 정당화하면서 건강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에는 상담이라기보다는 코칭에 가까운 작업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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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화는 많은 내담자가 사용하는 방어기제입니다. 상담에서는 저항의 하나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내담자가 경험하는 대인관계 갈등의 양상을 재현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체화 증상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자는 가능한 한 내담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고통이나 불편감보다는 이면에 있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해야 합니다만, 신체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심리적 원인을 탐색하는 걸 꺼리거나 이 역시도 저항하기 때문에 신체화 방어기제의 작동 원리를 내담자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직면시키는 건 거의 대부분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자가 신체화 증상에 관심을 두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상담자가 길을 잃고 헤매다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상담할 때 내담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증상보다는 함께 느끼고 있는 감정, 사고를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신체화 증상 자체를 무시하거나 못 들은 척 하지 말고 다음의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빈도(frequency)의 증가
동일한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는 빈도가 증가된다는 건 내담자가 신체화가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거나 실제로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상담자나 내담자의 주변 사람들이 신체화 반응에 호응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2. 심각도(severity)의 증가
동일한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는 정도가 심해진다는 건 내담자가 신체화가 효과적이지 않으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즉 이 정도의 신체화 호소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level을 높이는 거지요. 이는 상담자가 신체화에 몰입되지 않고 내면 탐색을 잘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리해보자면 내담자의 신체화 방어기제를 다룰 때는 직접적인 직면이나 해석을 피하는 것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감정과 사고를 우회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택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신체화 자체를 무시하지는 말고 빈도와 심각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내면 탐색을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피드백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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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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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공통점도 많지만 어떤 도박을 하느냐에 따라 특징적인 행동 패턴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불법 하우스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주말에 경마를 하러 가는 사람은 상당히 다른 도박 행동을 보이는 것이죠.
오늘 이야기는 24시간 365일 도박을 할 수 없는, 말하자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경마, 경륜, 경정과 같은 도박에 중독된 사람에게 해당된 이야기입니다.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칼에 마음을 결정하고 즉각적으로 금단 증상과 치열하게 싸울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금단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신체화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는 경우에는 도박을 하는 빈도나 액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일단 일정 수준까지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경마를 예로 들자면, 금, 토, 일, 3일 중에서 하루만 도박을 허용하는 것이죠.
이 때
중요한 것은 규칙을 정할 때 '일주일에 하루는 허용'이 아니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처럼 특정한 요일로 고정하는 겁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이고 일정한 행동 패턴이 습관처럼 내재화되는 겁니다. 그러니 항상 도박을 하던 요일, 시간이 되면 알게 모르게 초조해지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죠. 왜냐하면 항상 그 요일, 그 시간에는 도박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몸이 아는 겁니다. 그래서 몸이 새로운 행동 패턴에 익숙해지도록 특정한 요일로 고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허용한다는 포괄적인 규칙을 적용하게 되면 몸이 어떤 날이 경마를 하는 날인지, 어떤 날이 경마를 하지 않는 날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이 즈음에는 경마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말이 되면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죠.
경마의 경우에는 금, 토, 일 중에서 일요일을 경마하는 날로 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정하는 경우에는 손실이 나거나 해서 충동 통제가 되지 않으면 다음 날 또 가게 될 수 있지만 일요일에 경마를 하러 가면 다음 주 금요일이 될 때까지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정한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도박에 빠진 분들 중에서 어느 한 날을 고정해 도박의 빈도를 줄이고 싶으면 특정한 요일, 그것도 가장 뒤의 요일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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