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400여 명의 심리학자들이 모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 및 성명서 낭독, 기자 회견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모래알 같은 성향이 있는 심리학자들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의지를 모아 단체 행동에 나선 건 제 기억으로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발의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의 이승욱 선생님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폭력과 제도폭력의 피해자를 돕기 위한 심리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셨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그 서명운동 이후로 계속 다음을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 날 현장에 참석했던 37명의 심리학자를 대상으로 이미 17분의 발기인 서명을 받았고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심리지원센터를 설립하려는 것 같습니다.
12월 3일(수) 저녁 7시 대학로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8층 1세미나실에서 전문가 집담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참석 대상은 임상/상담심리전문가, 미술치료사, 표현예술치료사, 사회복지사, 상기 전공의 대학원 재학생 등입니다.
집담회는 경과보고서에 포함된 주제의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장소 준비를 위해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리고 참석하실 분들은 12월 2일 오후 6시까지 이메일 주소 savesewolho@gmail.com이나 카톡 아이디 imokutoo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당일 집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후에 힘을 합할 생각입니다.
그동안의 경과를 정리한 내용은 첨부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83
어제 한국심리학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실시한 세월호 참사 심리지원 관련 '재난심리 사전교육'을 다녀왔습니다.
1, 2차 교육은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 실시했는데 3차는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진행되었네요. 장소가 서울인데다 휴일인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습니다.
주최측이 좀 더 큰 강의장을 현장에서 긴급 섭외해서 교육 전에 옮겼는데도 나중에는 보조 의자마저도 모자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이 사안의 심각성과 심리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석자들에게는 학지사에서 한국심리학회에 기증한 '재난현장의 심리적 응급처치(권정혜, 안현의, 최윤경 공저)' 책이 무료로 한 권씩 주어졌습니다.
초반에는 재난심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현의 선생님이 재난심리위원회 활동과 관련하여 간략한 브리핑을 하셨고 이어서 이화여대 트라우마연구실의 주혜선 선생님이 '재난 및 외상의 심리적 응급처치'라는 주제로 2시간 30분 정도 강의를 하셨습니다.
중 2가 된 딸을 둔 엄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동안(저는 처음에 학회 간사나 진행 요원 중 한 명인 줄 알았다는;;;;)이셨는데 강의 실력은 발군이고 내용도 아주 충실하고 좋았습니다. 핵심만 쏙쏙 짚어주는데다 나중에는 이완 및 grounding 기법도 실제로 시범을 보여주셔서 유익했고요. 역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분의 강의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짧은 시간에 큰 도움이 되는 강의였습니다.
청중석에 질문을 요청했을 때 재난심리위원회의 느린 행보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빨리 현장으로 가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분들이 꽤 계시던데 개인적으로 좀 안타깝더군요.
지금의 상황은 전문 인력이 충분하다고, 치유가 급하다고 무조건 투입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특성 상 지금 투입된다고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정작 문제는 사건 발생 4주에서 6주 이후에 터져나오게 될 테니까요. 권정혜 선생님 말씀처럼 초반에 주도권 경쟁하느라 힘 빼고 여론이 시들해지는 상황에서 모두들 물러났을 때 누가 끝까지 남아서 치유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언제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언제 나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죠.
그리고 하나 묻죠. 어제 모인 그 많은 심리치유 전문가 중 PTSD 전문가가 대체 몇 명이나 됩니까? 당장 단원고에 파견하면 본인도 심리적으로 소진되지 않으면서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상처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죠? 의욕과 사명감 만으로 내담자가 치유됩니까?
이건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충분히 몸을 풀고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투입되는 전문가들도 부상당하지 않으면서 내담자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과열된 이런 분위기가 두렵습니다. 그리고 매일 몇 번씩 제게 묻습니다.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과연 그들을 도울 능력이 내게 있는지, 모두들 등 돌리고 돌아섰을 때도 동요하지 않고 오직 내담자만 바라보면서 끝까지 그들의 손을 놓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의지와 인내심이 내게 있는지, 그리고 짐작도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그들의 상처에 충격받지 않고 굳건히 버텨낼 단단한 마음이 내게 있는지를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