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익명으로 좋은 상담자를 찾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을 하셨습니다. 질문을 받고 보니 저 또한 내담자의 입장에서 적절한 상담자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이라는 글에서 일반적인 지침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나 정신과의 약물 치료가 아닌 순수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고자 결정하고 상담자를 찾는 경우 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질문한 분도 말씀을 하셨지만 심리적인 서비스는 입소문으로만 찾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서비스의 속성 상 성형외과처럼 입소문으로 '어디어디가 잘 한다더라'라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죠. 물론 방송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상담자를 찾아갈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일단 유명세를 떨치게 되면 방송 출연하는데 시간을 온통 빼앗기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없고 상담할 시간도 태부족입니다. 그러니 금방 상담의 감을 잃고 실력이 없어지거든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한국 심리학회 홈페이지(단 업데이트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찾는다.
: 물론 정신과 의사 중에도 심리치료의 대가가 있지만 그 수가 심리학자보다도 더 적을 뿐 아니라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게다가 찾더라도 대기자가 많거나 상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ㅠ.ㅠ
2. 개업 심리학자 명단을 찾는다.
3. 내가 상담을 원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를 찾는다.
: 부부 갈등이라면 부부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청소년 자녀 문제라면 청소년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전문가 등
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줄인다.
: 처음에는 좋은 상담자라면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담을 시작해 보면 거리가 상담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제약 조건으로 대두됩니다.
5. 홈페이지가 있는 상담실을 추려낸다.
: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고 상담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담자를 배려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 자체가 상담자의 기본 마인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상담실에 속한 상담자의 면면을 훑어본다.
: 약력과 수련 배경, 상담 경력 등을 꼼꼼히 훑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 저곳(특히 연관성이 없는 곳)을 많이 옮겨다닌 상담자를 신뢰하지 않는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내담자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 온라인 상담실이 있다면 비밀글 기능을 이용해서 간략하게 상담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문의한 후 답글을 기다린다.
8. 답글을 본 후 마음에 드는 상담자를 선택한다.
: 답글을 올린 상담자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예약하면 된다. 온라인 상담을 하는 상담자와 대면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다른 상담실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배제 기준
1. 교수
: 현재 심리학계의 교수들은 대부분 상담을 하지 않으며 상담 현장을 떠난 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실력이 의심스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학과 부설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현장감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교수가 되면 본인이 직접 상담을 하기보다는 박사 과정이나 전문가를 고용해서 상담/심리치료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교수는 맨 처음부터 배제합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가장 낮은 상담자입니다.
2. 전문가가 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초보 상담자
: 임상, 상담을 막론하고 현재의 수련 제도는 상담/심리치료에 대한 수련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지 3년이 안 된 상담자는 자신의 주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상담 경험 자체가 모두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저라면 현장에서 3년 이상 상담한 상담자가 아니라면 상담을 받지 않을 겁니다.
3. 내세우는 자격증의 수가 너무 많은 상담자
: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관심 분야가 다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그걸 보상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격을 모두 취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TSD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EMDR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담자는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라면 피하겠습니다.
4. 박사 과정생
: 이 경우는 설명이 좀 필요한데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를 오래 하다가 학위 취득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 곧바로 학교로 돌아간 박사 과정생을 말합니다. 2번의 배제 기준과 비슷하게 임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박사 과정생이라고 해도 현장의 초심 상담자와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번역한 책이 많고 논문을 많이 써도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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