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채식을 시작하던 2011년에 비해 요즘은 정말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가 어울릴 정도로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대기업이 채식 메뉴 라인업을 앞다퉈 갖추고 있고 일반 마트에서 비건 만두까지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동안 비건들을 위한 레스토랑이나 베이커리도 정말 많이 늘어났는데 아직까지는 메뉴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은 게 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비건으로 만들기 쉬운 서양식(파스타, 버거, 피자, 베이커리)이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전통적인 사찰 음식이거든요. 당장 중식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믿고 먹을 만한 곳이 몇 없습니다(그러고 보니 내일 짜장면이 맛있기로 유명한 망원동 황금룡을 가기로 했네요).
그런데 하물며 타이 음식을 비건으로 먹을 수 있다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쏭타이 이태원점입니다. 토끼 앰블럼이 쏭타이의 상징입니다.
이태원의 특성 상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에 차를 가져가실 분들은 용산구청에 유료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가야 합니다. 1시간 주차권을 주는데 제가 1시간 조금 넘게 지나서 정산을 해 보니 700원 정도 추가 요금이 나오더군요. 참고하세요.
대부분의 비건 레스토랑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쉬기 때문에 월, 화요일이 휴일인 저로서는 아쉬울 때가 많은데 쏭타이 이태원점은 쉬는 날이 없어서 언제 가더라도 헛걸음하는 일이 없어서 좋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과 3층이 레스토랑인데 저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상당히 이국적인데 붉은 색 커튼 때문에 전반적으로 붉은색이 많이 도는 편입니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일까요?
낮인데도 커튼을 쳐놓아 실내가 좀 어두운데 커튼을 젖혀도 건물뷰라서 그냥 실내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했습니다. 봄에는 창문을 열어놓는지 궁금하네요.
저희는 거의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갔는데 곧 사람들이 들어와 거의 모든 테이블이 찼습니다. 신기한 건 남성 커플들이 많이 들어오더군요. 이렇게 남자들끼리만 식사를 하러 오는 레스토랑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표시가 잘 되어 있어 잘못 주문할 일이 없습니다. 저희는 에피타이저로 파파야 샐러드인 쏨탐(15,000원)과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똠양꿍(17,000원), 팟타이(17,000원)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이라서 일단 대표적인 메뉴만 주문했지만 비건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정말 많더군요. 다음에는 다른 메뉴를 시도해 봐야 겠습니다.
음료도 비건이 마실 수 있는지를 일일이 표시해 놨네요. 아메리카노(6,000원)하고 아이스 라떼(7,000)를 주문했습니다.
처음 나온 쏨탐입니다. 전형적인 타이 음식답게 매콤하면서 새콤합니다. 식욕을 돋우는 맛이죠. 맛은 훌륭했지만 양이 좀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똠양꿍입니다. 면과 밥 중 고를 수 있는데 저희는 면으로 선택했고요. 고수(코리엔더)는 따로 달라고 했습니다. 4단계의 맵기 정도 중 2단계인 덜 맵게를 선택했는데 그냥 3단계인 보통 맵기로 주문할 걸 그랬습니다. 좀 심심한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똠양꿍을 제일 처음 먹은 게 2001년 뉴질랜드 여행 때였는데 그 때는 라임 반 개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서인지 비주얼 충격과 함께 신맛과 매운맛이 강렬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 제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나 봅니다. 다음에는 맵기를 좀 더 올려서 한 번 더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그리고 쏨탐처럼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볶음면인 팟타이입니다. 그나마 이게 가장 양이 제대로 나왔습니다. 숙주를 비롯해 채소들이 아삭해서 식감이 좋고 소스도 맛있었지만 팟타이 특유의 감칠맛은 좀 부족하더군요.
음식은 맵기만 일반적인 보통 맵기로 주문하면 맛 자체는 무난할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양이 아쉬웠습니다. 여성-여성 커플까지는 괜찮겠지만 남성-남성 커플만 되도 음식을 3개 시켜도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반려인은 충분히 달다고 평가했는데 저는 베트남식의 더 달달한 라떼를 기대해서 그런지 그냥 무난한 맛의 아이스 라떼였습니다.
아메리카노입니다. 유기농, 열대우림동맹 인증 등 여러 인증을 받은 원두를 사용하는데 튀지 않고 밸런스가 잘 잡힌 맛입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땡모반이나 다른 음료를 마실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계속 말씀드렸지만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음식이 양이 적은데 비해 가격은 그리 착한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가를 모두 지불했다면 62,000원이었을텐데 여기에 치트키가 하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면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Early Bird 할인권을 구매하면 40% 할인(쏭카롱, 세트, 음료 제외)이 됩니다. 그래서 5만 원 권을 3만 원에 구매했고 잔액 12,000원만 추가 결제했으니 총 42,000원에 먹은 셈입니다.
그래서 세트가 아닌 단품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Early Bird 할인권을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대신 이건 날짜와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서 당일 취소를 하면 50%만 환불되니 유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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