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 보자면 내담자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 본 상담자일수록 내담자를 더 잘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결혼을 해 본(결혼을 유지하고 있거나 이혼을 한 상태이든 간에) 상담자가 부부 상담을 덜 잘할까요?
자녀가 있는 상담자가 아동/청소년 상담을 더 잘할까요?
도박을 해 본 상담자가 도박 중독 상담을 더 잘할까요?
('도박 중독 치료자는 반드시 도박의 고수여야만 하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훨씬 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내담자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죠. 부모, 담임 교사, 학원 선생, 친구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동/청소년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부모, 담임 교사, 학원 선생은 모두 알게 모르게 자신의 욕망을 관계에 투영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내담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없습니다. 친구는 이보다 덜하지만 대신 아동/청소년과 비슷한 발달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시야가 좁은 문제가 있죠.
상담자의 입장도 얼핏 보면 주변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담자와 전혀 상관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할 수 있고 충분히 잘 훈련되었다면 온전히 내담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에게 자녀가 있다면, 특히 지금 만나고 있는 아동/청소년과 같은 또래의 자녀가 있다면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렵게 됩니다. 자신의 부모-자녀 관계 역동이 알게 모르게 투사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개인적인 경험은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결혼을 해 본(부부 갈등이 진행중이라면 더더욱) 상담자는 부부 상담을 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하고 도박을 좋아하는 상담자는 도박 중독 상담을 할 때 자신의 역동을 투영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내담자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경험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시각으로 내담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을 많이 한 상담자가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는 전이-역전이 분석을 꼼꼼히 해야 하는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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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 나름의 원칙을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단계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라포를 형성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 단계인데 이걸 알 수 있어야 더 깊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끔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상담에 꼬박꼬박 잘 오고, 말이 잘 통하면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착각하는 분이 계신데 그거 라포가 형성된 거 아닙니다. 자신의 진짜 문제를 감추려고,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이차 이득 때문에 등 아동/청소년 내담자의 호의적인 태도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보통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 형성하는 과정은 대개 두 단계를 거치더군요.
1단계는 '부모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입니다. 부모는 밉든 곱든 자신의 혈육이고 현재 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 인생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significant others)입니다. 그러므로 설사 자신에게 애착 외상을 입힌 가해자라고 해도 부모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상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죠)이라서 안전 동기가 중요하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상담자가 부모에게 '고자질'을 할 것을 예상해서 상담자를 통해 부모를 통제 또는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일부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한 상담자가 자신의 말을 부모에게 옮기지 않을 것(비밀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2단계는 '상담자에게 전이된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을 때'입니다. 1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의 말을 상담 장면 밖으로 옮기지 않을 것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만 형성되면 가능하지만 2단계는 더 깊은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자신의 편'이라는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폭발시켜도 상담자가 이를 holding할 것을 믿고, 반격하지 않으며, 자신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가능한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아동/청소년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모든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순서대로 각 단계를 거치는지는 장담 못 하겠지만 제 경우는 대체로 그런 편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 내담자를 상담하는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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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동/청소년 사례 supervision을 할 때 입이 닳도록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절대로 부모의 문제를 간과하지 말라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양 부모가 모두 건강한데 자녀만 유독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더군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부모도 포함시켜 심리평가를 해 보면 거의 대부분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자녀보다 부모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죠. 그래서 상담/심리치료의 초점이 자녀가 아닌 부모가 될 때도 많습니다. 어찌 보면 자녀는 부모를 포함한 가정 내의 문제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 개개인에 대한 개입이 중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부모를 대상으로 한 부모 교육(양육 코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부모 교육(양육 코칭)에서 제가 깨달은 몇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잘못을 지적하는 건 (전혀) 효과 없다
: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지적은 변화 동기가 높은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효과가 있고 안타깝게도 부모 교육을 받으러 온 부모들은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해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부모가 잘못한 게 맞다 한들 잘못을 지적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특히 원 가족의 역동을 현 가정에서 재현하는 부모에게는 역효과가 더 커집니다. 그러니 하지 마세요.
2.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것도 (거의) 효과 없다
: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건 어떨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1) 이미 상담자의 의도를 의심하고 온 부모는 상담자의 칭찬을 믿지 않으며, 2) 자신이 잘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부모는 자신이 못하고 있는 걸 감추려고 일부러 방어적으로 그런 척 할 수 있으며, 3) 자신이 잘 하고 있다는 걸 아는 부모는 어차피 상담자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니 하지 마세요.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것도 효과가 없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잘 못하고 있는 걸 알게 하면 됩니다. 왜 '알려주면'이 아니라 '알게 하면'이라고 표현했냐 하면 '너 이거 잘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1번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넌지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채찍질'이 아닌 '당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부터 채찍질을 당하고 자라서인지 자녀를 엄하게 훈육하고 벌 주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합니다. 그래서 그 영역은 건드릴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도와줘야 할 부분은 균형을 찾는 겁니다. 바로 '당근' 전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부모들은 당근을 받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백지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당근을 원하는지, 자기 자녀가 어떤 기질이어서 어떤 당근이 잘 먹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이 때, 채찍질이 너무 과도하니 좀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채찍질을 줄이라고 하면 다시 1번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어차피 인간에게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근을 주려고 하면 채찍질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채찍질을 줄이기 위해 부모와 밀당하지 마시고 당근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이제 당근 이야기를 하는 중요한 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너 이거 잘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가 아닌 '이미 잘 하고 계시겠지만'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놀이를 하는 시간대가 언제인가요?"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것은 당연히 '아이와 매일 놀아주고 계실테니'라는 전제를 깔고 물어보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이 부모가 아이와 전혀 놀아주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전체 하에 이야기를 해야지만 부모가 '아이들과 매일 놀아주는 게 부모가 꼭 해야 하는 일인건가? 이 상담자는 놀아주는 걸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또 한 가지는 당근 이야기를 할 때 당근의 종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역시나 '이미 잘 하고 계시겠지만' 전제를 깔고 이야기해야 하고요. "아이와 놀아주실 때 소꿉 장난처럼 역할 놀이를 더 많이 하시나요. 씨름 같은 신체적 놀이를 더 많이 하시나요?"라는 식으로 물어봅니다. 물론 당연히 이 질문을 하는 부모는 둘 다 안 할 겁니다. 그러니 둘 다 해야 하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이 아이의 기질이나 욕구에 맞는 놀이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자극을 주는 겁니다.
이처럼 채찍질과 당근의 균형을 맞추되 항상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해야만 부모들의 방어막을 우회하여 우리가 원하는 당근 전략을 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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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이 힘들다며 자발적으로 상담을 의뢰했는데 정작 검사를 해 보면 아무런 고통감이 드러나지 않거나 구조화된 검사에서 방어 척도가 상승하면 평가자가 당황하기 쉽습니다.
'스스로 힘들다고 왔으면서 왜 방어하는 거지?', '검사 결과를 보면 그렇게까지 힘든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왔지?'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아동/청소년이 본인 문제가 아니라 가정 불화 때문에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또는 가정 내 문제를 고발하러 총대를 메고 나왔을 가능성입니다.
아동/청소년은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부의 도움을 받으러 나온 것이죠. 엄밀히 따지자면 자신만 상담을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검사에서는 방어적으로 응답하거나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면 심리검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부모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부모가 상담자의 호출에 응하는 태도를 보면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인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자발적으로 또는 학교 당국의 권유에 의해 상담을 받으러 간 걸 알게 되면 처음에는 당황하더라도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달려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상담자의 연락을 피하거나, 2) 호출에 응한다고 해도 상담자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방어막을 가동하거나, 3) 심하면 가족의 문제를 밖으로 노출한다고 자녀를 탓한다면 확실히 가정 내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럴 때는 아동/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며 부모가 문제(소위 독이 되는 부모)이거나 최소한 가족 내 역동에 개입을 해야 하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부모에게 문제가 있거나 가족 역동을 다뤄야 하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도 이미 개입하기 늦은 사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부모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방어벽을 세우거나 상담을 중단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오면 부모까지 심리평가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걸 routine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부모가 건강하다면 아동/청소년만 상담하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의 사례는 거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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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동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심리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라고 하는 편입니다. 아직도 많은 임상가들이 내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아동이 도움을 받으러 오면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당사자인 아동에게만 검사를 실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부모에게도 최소한 MMPI-2, TCI 조합으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모에게 TCI를 실시하는 이유
: 아동에게 진단이 가능한 병리적인 문제가 아닌 기질/성격 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때 이러한 기질이 어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인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이해함으로써 부모 교육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인 아들이 반항적(MLL) 기질의 소유자이고 이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고립된-겁많은(MHL) 기질인 경우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의 모든 행동이 위험천만하게 느껴질 수 있고 아들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통제가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이를 해석 상담 등을 통해 중재함으로써 부모-자녀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부모 각자의 TCI 결과를 알게 되면 부부 갈등 해소나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개입이 가능해져 가족 내 긴장감을 낮추는데 활용할 수도 있죠.
2. 부모에게 MMPI-2를 실시하는 이유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동의 경우 부모 평정용 JTCI를 실시하게 되는데 당사자인 아동이 아닌 주 양육자(대개는 어머니)가 실시하는 만큼 솔직하게 응답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타당도 척도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부모는 건강하고 아동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보다 부모에게 더 큰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아동이 도와달라는 백기를 대표로 들고 나온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응답 경향성 확인도 그렇고 부모의 심리적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서도 MMPI-2의 실시는 필수입니다.
그럼 언제 실시하는 게 좋으냐 하면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아예 부모의 선별심리평가도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아동의 심리평가 결과를 본 후 부모의 심리평가를 추가 요청하게 되면 평가자의 의도를 의심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검사를 거부하거나 항의를 할 수도 있어 이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routine하게 아동과 부모의 심리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걸 권장합니다.
덧. 동일한 의미로 부모양육태도검사(PAT)도 양 부모 모두에게 실시하여 결과를 비교하면 굉장히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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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에도 몇 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상담을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담을 할 때에도,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저는 항상 부모-자녀 관계 문제나 가정 불화를 염두에 두고 확인을 해 보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녀를 피해자, 부모를 가해자 구도로 단순하게 설정해놓고 부모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힘의 우열을 놓고 보자면 당연히 부모가 압도적인 힘과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 쉽지만 오히려 자녀보다 부모가 더 심각한 상태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자녀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만큼 부모도 부모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고 부모도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심하게는 애착 외상을 입은 부모가 많아서인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속을 들여다보면, 자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의 부모들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자녀에 대해 모르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게임 중독이라며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에게 자녀가 무슨 게임에 빠져 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걸 보기가 힘듭니다. '대개 총 쏘고 사람 죽이는 게임이던데요' 정도라도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의외로 보일 정도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녀를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내지도, 평소 호기심을 갖고 자녀를 대하지도 않기 때문에 공부와 관련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거지요.
자녀에 대해 모르면 접점이 없기 때문에 막상 함께 있어도 할 이야기가 없게 마련입니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되어도 상대방에 대해 모르니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르는거지요. 그래서 그냥 각자 스마트 기기나 들여다 보고 앉아있는 겁니다. 요새는 연인이 데이트를 할 때도 서로의 얼굴 대신 스마트 기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지요. 참 슬픈 세상입니다.
자녀에 대해 모르면 이야기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녀에게 물어보지 않게 됩니다. 부모는 그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됩니다.그것이 자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도 자녀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른이고 부모이니 현명하게 결정했다고 믿어버리는거지요. 정말 그런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이 경우 어떤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고 길길이 뛸 수도 있고, 더러운 똥을 피한답시고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수도 있고,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단 학교를 다니게 하면서 상담을 받도록 의뢰하기도 합니다. 사안에 따라 여러가지 대처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부모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자녀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 방향으로 그냥 결정한 후 자녀가 따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은 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것에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따돌림 경험 그 자체보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부모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자녀가 선택한 방법이 부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설득해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먼저 자녀의 의사를 물어봄으로써 부모의 존중을 표현하는 건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녀는 부모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다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문제가 잘 해결된다고 해도 부모-자녀 간 신뢰가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좀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해보면,
1. 자녀에 대해 모르는 부모가 너무 많다.
2. 그 이유는 통 시간을 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자녀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어서이다.
3. 뭔가를 결정하기 전에 제발 좀 자녀의 의사를 먼저 물어봐라.
4.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보다 부모-자녀 간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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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상담하는 현장에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동/청소년이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는 그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부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방법이 없거나 아예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순한 증상 호소이건 파괴적 관심 끌기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가정의 부모님들 중 다행스럽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항상 이 말씀을 가장 먼저 드립니다.
"시간을 내세요"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니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는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더군요.
하나는 '채찍질에는 능하나 당근은 줄 줄 모른다'는 겁니다. 본인들부터 억압받으며 성장해서 그런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억압 기술에는 매우 능하지만 무엇으로 강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한데 항상 채찍질만 하다보니 자녀들이 더 이상 뛰는 걸 거부하게 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당근을 줄 줄 모른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당근으로 돈 이외에는 생각할 줄 모른다는 겁니다. 박탈이 심한 부모님일수록 돈과 물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웬만큼 누리고 자란 요즘 세대 아이들에게는 별로 먹히지 않는 방법이고 효과가 있다고 해도 단발성입니다. 왜냐하면 돈에는 마음이 없거든요. '마음은 필요없고 차라리 돈이나 내놔'라고 말하는 건 그만큼 마음을 담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냉소가 깔린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당근으로 사용해야 하냐하면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자원입니다. 물론 부자라면 일정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자는 시간 단위 벌 수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기 때문에 더 더욱 시간을 내기가 어렵죠. 그 시간에 돈을 버는 게 남는거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녀에게 마음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한정된 자원인 시간을 내는 겁니다. 시간 대신 돈을 주는 건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납니다. 모든 걸 돈으로 때우는 부모일수록 자녀에게 혐오와 냉소만 불러일으키죠.
제가 시간을 내라는 조언을 드리면 자녀가 거부한다는 핑계를 대시는데 그건 자녀가 부모가 시간 내는 걸 싫어해서가 아니라 의도를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자녀에게 시간을 내려면 1) 진정성을 담아서, 2) 자녀가 원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3) 자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자녀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도록 만들려는 속셈을 갖고, 몇 번 시도해보다 지레 안 된다고 포기하면서, 부모가 원하는 걸 자녀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 스펙 쌓기로 많은 시간을 요구받아온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자 선물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부모가 정말 그걸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믿을 수 없어 시험하는 것이죠. 그러니 자녀를 위해 그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시겠다면 우선 신뢰성 시험부터 통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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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원칙에 맞춰 수검자에게만 실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도 그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하고 듣고 싶어할테니까요. 아동/청소년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하면 해석 상담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모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부모에게도 해석 상담을 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자녀는 가정의 불행을 드러내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서 자녀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갈등, 가족 구성원 간 불화, 심하게는 부모가 치료를 요하는 정신 장애에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할 때도 최소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TCI, MMPI-2) 정도는 실시해야 하고 이 결과는 부모 각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 여부 뿐 아니라 해석 상담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확인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부모가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 장애로 고통받고 있거나 MMPI-2에서 S척도를 70T 이상으로 띄울 만큼 방어적이라면 해석을 위한 접근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부모 평가가 불가능하다는거지요. 부모가 심리평가를 거부하기도 하고, 비용 문제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거나 기관에서 부모용 검사를 제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어떤 분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녀 심리평가 결과의 해석 상담을 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자녀의 문제가 부모 탓인 것처럼 들리게 말하지 말 것
: 실제로 자녀의 문제가 부모에 의해 생긴 게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부모에게 직면시키는 건 거의 항상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가진 부모라고 해도 자신을 탓하는 평가자의 해석을 접하면 자동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러니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 부정적인 내용만 이야기하지 말 것
: 특히 임상 장면에서 일하는 평가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데 훈련 과정 자체가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 치우치다보니 보고서를 쓸 때도 수검자의 문제를 조목조목 기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해석 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수검자의 문제 하나 당 강점 하나씩을 함께 이야기해서 해석의 체감 온도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어떤 부분이 수검자의 강점인지 부모에게 할 해석 상담을 염두에 두고 찾는 버릇을 들여야 하고요.
* 균형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해석할 것
: 예를 하나 들자면,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고집하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런 부모일수록 평가자/상담자에게 원하는 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럴 때 공부만 강요하는 훈육 방법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그게 바로 그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던 방법이니까요. 그럴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두 날개의 비유나 포르쉐 엔진을 단 프라이드 자동차 비유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채찍을 많이 사용하는 부모에게 당근으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묻거나,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부모에게는 정서적 스킨십과 칭찬 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거나 하는 식으로 부모가 잘못 하고 있다는 핀잔 식이 아니라 당연히 아시겠지만(물론 전혀 모르거나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부모가 태반입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라는 의미로 뜨끔하게 만드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설사 부모가 자녀 고통의 원흉이라고 해도 부모를 가능하면 적으로 돌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부모를 밀어내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건 가장 마지막에 꺼낼 카드입니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부모를 협조자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신중한 해석 상담이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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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능하면 중학생 미만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편인데 정서 미분화, 지각 미발달 등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해석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나마 부족한 구조화된 정서 검사를 대체할 KPRC, K-CBCL 검사를 실시할 수 없을 때나 아동의 보고 신뢰도를 믿을 수가 없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이하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 해석 시 반드시 맥락을 고려할 것
: 어른들에 비해 삶의 경험이 아직 많지 않고 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특성 상 환경 맥락의 영향을 당연히 많이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게임 세계, 엘사에 빠진 아이들은 디즈니 세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로르샤하 카드 지각과 반응 내용이 이러한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되죠. 그러니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당시 아이가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해 반응 해석 시 그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RPG 게임에 빠져 있는 아동의 반응을 채점한 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멀쩡한 아이를 SPR 환자처럼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 반응 수가 적을 때 구조적 요약을 고집하지 말 것
: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로르샤하 검사는 굉장히 낯설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짐작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입니다. 특히 로르샤하를 실시하는 아동들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실시하는 검사 도구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로르샤하 검사를 추가 실시하는 경우 즉, 말수가 많지 않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내향적인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구조적 요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수가 적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구조적 요약을 하기 위한 반응 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반응을 하도록 고무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평가자의 그러한 요구를 뭔가 잘못 되었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반응을 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억지로 쥐어짜듯이 반응하게 되는데 응답의 quality가 낮아질 뿐 아니라 아동의 무의식이 아닌 검사 당시에 떠오른 상상 세계를 그대로 투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응답한 반응 내용과 달라집니다. 그러니 반응 수가 너무 적으면 구조적 요약을 포기하고 질적 해석을 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 지적 제한의 영향을 반드시 고려할 것
: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아동의 상당 수가 또래 관계 문제가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적 능력의 부족과 그로 인한 사회적 기술 습득 미비일 수 있습니다. 또 발달 지연이 있어 부모가 학업의 어려움을 염려하거나 본인 스스로도 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현장에서 로르샤하 검사를 지능 검사 없이도 사용하기 때문에
반응 내용이 빈약하거나 반응 수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지적 능력 부족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오해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Inquiry 할 때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
: 성인 로샤와 달리 소아 로샤는 평가자가 어른이라서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각에 따른 inquiry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므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로켓이라는 반응을 했다면 로켓처럼 생겼다고?와 같이 형태 지각을 유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로켓이나 전투기는 m반응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항상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한 것인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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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반대로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올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도 그렇고 심리평가도 그렇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orientation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아동/청소년 상담의 또 한가지 특징은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저는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PCRP를 default 값으로 가정하고 살펴보라고 할 정도로 부모 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압도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상담의 효과가 제한되기 쉽죠. 상담자가 아동/청소년과 어렵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료적 동맹 하에서 함께 노력하더라도 부모는 이를 단번에 좌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 초기부터 부모를 최대한 개입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뢰 단계에서부터 부모님의 적극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심리평가의 해석 상담 시에도 부모님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부모가 상담 자체를 싫어해서, 심정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상담을 받고는 싶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상담자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못합니다.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는 아동/청소년 분야의 상담자라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가 함께 오지 않으면 자녀의 변화 책임은 오로지 상담자에게 부과되고 이러한 부담은 상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게 되죠.
부모가 정기적으로 상담자를 만나지 못하는 모든 경우에도 상담자는 부모에 대한 심리평가를 통해 간접적인 개입 방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양 부모 모두에 대해 MMPI-2와 TCI를 최대한 실시하려고 노력하는데 양 부모의 기질/성격과 정서 상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어도 아동/청소년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누구를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어떤 부모가 부모 교육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부모에게 개인 상담을 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정리해 보자면,
1. 아동/청소년 상담에서는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기본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상담 초기부터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상담 또는 부모 교육을 강력히 권유한다
3. 부모가 여러 이유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 선별심리평가라도 실시해서 양 부모의 검사 결과를 검토한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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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청소년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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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프랑스에서 아동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니콜 파브르의 '상처받은 아이들(Blessures d'enfance, 1999)'을 북 크로싱합니다.
나온 지 꽤 오래된 책이지만 상처입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당면한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치료자가 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린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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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건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필요없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부모 교육이나 당부 등으로 개입 수준을 한정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심하면 현재 가정의 부모-자녀 문제 뿐 아니라 부모 각자의 원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그것이 현재 가정에 대물림되어 재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부모-자녀 관계가 너무 심하게 악화되어 있어서 상담자가 곧바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자는 일단 아동/청소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부모-자녀 관계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없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요.
많은 경우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까지 나타나면 심각도는 높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현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건 대화가 단절되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보고가 상반되기 때문에 상담자가 감을 잡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상담 초기부터 아동/청소년에게는 실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JTCI, MMPI-A, SCT를, 부모에게도 각자 TCI, MMPI-2, SCT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 작업만 충실하게 해도 상담 회기의 수를 많이 줄이고 실제 개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심리평가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기질/성격, 정서 상태, 대인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당연히 도움이 되는데 그 밖에 부모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언행 패턴을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상담을 받으러 부모가 자녀를 끌고 상담실로 오는 경우라면 이미 자녀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고 MMPI-2 등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신의 문제를 faking good하거나 방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모의 변화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자녀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 패턴을 알게 되면 상담자는 그 잘못된 패턴을 피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과 조금 더 쉽게 라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상담자가 부모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아니라 상담자가 부모와 달리 행동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태그 -
JTCI,
MMPI-2,
MMPI-A,
SCT,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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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육,
부모-자녀 관계,
부모-자녀 관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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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
성격,
심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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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에서 제 발로 온 아동/청소년을 만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되고 때로는 부모가 심리평가를 받게 된다는 걸 알리지 않거나 심하게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억지로 검사실로 데려오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심리평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심리검사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수검자가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유지
2. 최선을 다해 실시할 수 있는 최상의 동기 유지
그러니까 PC방에서 게임하느라 밤을 새운 뒤 오전에 심리검사를 받으러 왔다면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것이며 검사를 받고 싶지도 않은데 부모에 의해 억지로 끌려왔다면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겁니다. 그나마 첫 번째 조건은 부모가 관리하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요소지만 사실 두 번째 조건이 더 문제입니다.
심리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 검사를 받고 난 이후의 일정 등에 대해 아동/청소년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일에 검사실로 들어오기 때문에 평가자는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 얼마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빠르게 검사 라포를 형성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검사의 거부권이 있음을 안내하는 겁니다. 모든 수검자에게는 원치 않는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그 때까지 거부적이던 아동/청소년의 태도가 의외로 쉽게 바뀌는 걸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과 이 사회는 아동/청소년에게 선택/거부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가자가 이를 제공하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마음이 누그러져 검사에 협조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괜히 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줬다가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떡하냐고 미리 걱정하는 평가자가 있는데 그 정도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동/청소년은 어차피 검사를 제대로 실시할 수 없고 설사 검사를 했다 해도 어차피 결과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검사 거부권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둘째, 그냥 부모나 어른이 자기에게 이것저것 강요하고 잔소리하는 것이 싫어서 검사를 거부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심리검사가 무엇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상세히 orientation하면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가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주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이 염려하는 건 어른들이 자신의 심리검사 결과를 악용해서 자신을 옥죄는 방향으로 사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니 그게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 끝까지 거부하는 아동/청소년은 별로 없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두 가지 방법만 잘 사용해도 짧은 시간 안에 아동/청소년과 탄탄한 검사 라포를 형성할 수 있고 그렇게만 되면 검사 결과의 해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검사 동기 증진으로 인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추가 효과도 발생합니다.
그러니 심리검사 시 아동/청소년의 협조를 얻어내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임상가라면 이 두 가지 방법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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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셋 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빼놓아서는 안 되죠. 제대로 된 심리평가라면 당연히 평가자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담당해야 하고요.
상담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임상가는 심리검사의 실시와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을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심리검사 도구와 결과의 해석에 대한 공부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해석 상담은 평소에 하던 업무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되려고 실시하는 것이므로 해석 상담이야말로 심리평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검자가 성인이라서 당사자에게 곧바로 해석 상담을 하면 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호자가 따로 있는 아동/청소년을 검사한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의 순서와 주의할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아동/청소년
: 당연히 검사를 받은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이 심리평가 결과를 듣는 최초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간혹 아동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만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아동/청소년 보다 부모를 먼저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검사를 받은 아동/청소년에게 먼저 해석 상담을 해야 하고 부모에게 평가 결과를 보여줘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의 주 client가 아동/청소년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자는 주 client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부모의 강권으로 심리평가를 받았거나 부모-자녀 문제가 핵심 사안인 경우
간혹 아동/청소년이 해석 상담을 받은 직후 부모에게 결과를 보여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부모가 법적 보호자인 만큼 당연히 열람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검자의 의사를 존중해 안 보시도록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2. 부모님
: 아동/청소년이 부모님이 심리평가 결과를 보시는 것에 대해 허락하면 그대로 해석 상담을 진행해도 되겠지만 만일 부모님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자녀가 심리평가 결과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당장은 보시지 않게끔 설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보여줄 수 밖에 없지만(법적 보호자이니) 담당 평가자가 설득을 했음에도 강제로 보셨다는 사실을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에게 알릴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 정도로 강하게 말씀드리면 순순히 물러나지만 그래도 보겠다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경우는 부모에게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순서는
* 아동/청소년 해석 상담 -> 허락 -> 부모님 해석 상담 진행
-> 불허 -> 안 보시게끔 부모님 설득
-> 그래도 보겠다고 고집하면 이 사실을 수검자에게 알리겠다고 재차 설득
의 단계로 진행합니다.
아동/청소년을 심리평가하는 선생님들께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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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내담자로 만나는 임상가들에게서 부모 교육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모 교육도 일반 강의와 마찬가지로 자꾸 하면 늘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무식한 방법이니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원칙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모 교육을 잘 하기 위한 원칙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1을 알고 있을 때 10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교만떨지 말 것
2. 1을 알고 있을 때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겸손(또 다른 유형의 교만)떨지 말 것
3. 1이든 10이든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자신있게 말 할 것
이 세 가지의 조합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임상가라면 결국은 부모 교육을 잘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도박 중독자를 자녀로 둔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차를 아들이 전당포에 맡겼는데 대포차로 팔아버려 행방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1번 예에 해당합니다. 나름 도박 중독 치료를 오래 했다면 도박 중독에 대해서는 그나마 할 이야기가 있으나 대포차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전문가임에는 틀림없죠. 이럴 경우 사견을 전제로 경험담을 들려줄 수는 있으나 결국은 관련 전문가에게 연결하여 최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척 으스대봤자 드러나는 건 밑천이요, 잃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내담자의 신뢰입니다.
2. 엄마의 체벌을 두려워하여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틱 증상을 보이는 6세 여아가 있고, 이러한 인과 관계가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드러난 경우 임상가는 부모 교육에서 체벌의 쓸모없음과 아동이 보이는 증상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분명하게 education해야 합니다. 엄마의 심리적 저항이 강해 체벌을 중단할 것 같지 않거나 반대로 임상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거나 체벌 무용론에 대해 지리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을 말하지 않는 건 신중을 가장한 무능일 수 있습니다.
3. 1을 10으로 부풀리거나 그와 반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 1도 제대로 모르는 것처럼 주눅들지 않았을 때 필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부모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임상가라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부족한 부분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임상가의 두려움은 그대로 부모에게 전달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임상가는 무엇보다 사람이 가진 마음의 힘과 변화 가능성을 믿어야 합니다.
복잡하게 중언부언했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아는 것만 있는 그대로 자신있게 설명하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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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상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상담자 선생님들을 위해 제가 생각하는 아동/청소년 상담의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 부모(보호자)가 보고하는 문제가 실제 주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
: 문제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나의 정보원도 아쉬운 상담자는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모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상담의 경우 라포 형성 전까지 내담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많은 아동/청소년들은 대개 자신의 문제를 조리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례에서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나타나고 관계 갈등의 주 대상이 부모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니며 주관에 의한 왜곡과 윤색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에 의해 보고된 정보는 생각보다 정보가가 높지 않습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문제라고 보고하는 내용들이 실제로는 부모의 욕구나 기대가 투사된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부모가 보고하는 문제가 실제로 상담에서 해결해야 하는 주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가정하는 게 오히려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자면,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또래 관계가 좋지 않고 아무래도 왕따를 당하는 것 같다고 부모가 보고할 때 상담자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또래 관계 양상이 아닙니다. 가정 내에서 부모, 형제자매, 친척들과의 관계는 어떤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소위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는 경우이거나 부모-자녀 관계 갈등에 대한 문제때문에 쌓인 불편감을 밖에서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이보다 더 흔히 부모가 보고하는 주요 문제로 자신의 자녀가 통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해 속상하다는 게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의 집중력의 문제(예를 들어 ADHD)가 주요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불편감 때문에 주의가 분산되는 게 관찰되는 것 뿐입니다. 정말 ADHD라면 주의가 산만해서 수업 시간에 앉아 있지 못한다든가 하는 눈에 띄는 행동 문제를 주로 호소할 겁니다.
* 부모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
: 저는 상담 초기에 항상 부모의 양육 태도와 훈육 방법을 확인하는 편인데 그것이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상당 부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자기 방을 잘 치우거나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알아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 등의 행동은 당연하게 생각해 칭찬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지적하고 잔소리를 하거나 심하게는 체벌을 하는 부모라면 부모와 자녀 관계가 건강할 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동/청소년이 보기에 상담자도 부모와 같은 어른이므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역기능적인 관계 양상을 상담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겁니다. 맨날 부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을 당하는 것에 익숙한 아동/청소년은 상담자에게도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그런 반응을 촉발하는 행동을 골라 하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을 파악한 뒤에는 부모와 달리 행동해야 합니다. 전이-역전이 분석은 필수이며 부모와 의도적으로 다른 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초기에는요. 물론 라포가 형성된 이후에는 이 부분을 다룰 수 있어야겠지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방법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죠.
* 호기심을 가져라. 취조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 상담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지금의 위치에 왔건 간에 자신이 살아온 궤적에 대한 가치관을 내담자인 아동/청소년에게 대입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행 판단과 선입견으로 인해 상담이 아닌 취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꼰대질이 되면 상담은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맙니다. 자칫하면 상담자가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가치관을 중립화하면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라고 봅니다. 상담자들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하고 공부해 온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되고 나니 자신의 공부를 지탱해오던 호기심을 팽개치고 갑자기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내담자에게 투사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을 상담자가 되게 만든 호기심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온통 게임에만 몰두하고 학교에 가는 것 조차 거부하는 아동이 좋아하는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고 한다면 그게 무슨 게임인지,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건지, 그 게임을 왜 좋아하는건지, 그 게임에서 충족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해야지 게임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어서 결국은 패배자가 되고 말거라는 기성 어른들의 논리만 읊조린다면 치유적 상담이 가능할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판단은 뒤로 미루고(없앨 수 있으면 더욱 좋고) 본원적인 호기심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 길을 잘 따라가기만 해도 라포 형성이 되고 치유적 변화가 절로 따라옵니다.
* negative한 건 중요하지 않다. positive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라
: 많은 상담자들이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또는 해결을 돕는) 사람이라는 믿음입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당연히 아동/청소년의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런 문제를 자신이 없애려 하거나 아동/청소년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려고만 애쓰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자가 해결사가 되려고 마음 먹으면 상담은 대결의 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혹은 이차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을 지키려는 내담자와 이를 빼앗으려는 상담자의 대결 말이죠.
저는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보이는 모든 증상은 임상적으로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사실 상의 문제가 아니며 반드시 이차적인 이득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차적인 이득을 건강하게 충족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는 한 그 증상은 모양을 바꾸면서 계속 변형될 것이고 그러한 증상의 변화와 숨박꼭질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설사 겉으로 보이는 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궁극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positive한 측면입니다. 그게 상담자가 내담자와 함께 다루어야 할 기본 재료인 것이죠.
재미있는 건 자신의 자녀가 가진 장점과 미덕에 대해 물어보면 거침없이 대답하는 부모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negative한 측면만 바라보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래도 흐믓한 표정으로 장점을 이야기하는 부모의 자녀들이 훨씬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 경험하면서 상담의 포인트를 negative한 측면이 아닌 positive한 측면에 맞추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번쯤 심사숙고해 보시라고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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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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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상담을 하거나 상담 케이스를 supervision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는 정말 병든 부모가 많더군요. 대표적인 게 근친 성폭력 문제인데 굳이 그렇게 심한 경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주는 부모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충격적인 사례를 만나곤 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부모라면 절대로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버리겠다는 협박
제가 어렸을 적에도 아이들이 말을 듣게 하려고 다리 밑에 사는 거지들에게 갖다 버리겠다고 하거나 집 밖으로 내쫓겠다면서 어른들이 협박을 하곤 했었죠. 추운 겨울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쫓겨나 어디 가지도 못한 채 대문 밖에서 덜덜 떨다가 어머니가 몰래 들여보내줘서 구들장 밑에서 언 발을 주무르다 잠이 들었다는 일화도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나고요.
어른들은 어른 말 어려운 줄 깨닫게 하려고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농담으로라도 절대로 버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생존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건 곧 죽으라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이혼을 앞둔 가정에서 자신들이 누구랑 사는지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유가 엄마, 아빠의 애정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가 자신을 돌봐줄 지 점검해야만 하는 절박감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지켜주겠다는 말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게 없습니다.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말, 다 큰 어른이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 아닙니까?
2.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차였을 때, 목표했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때, 어렵게 준비했던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 마음 잡고 공부했으나 원했던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 등등 아이들이 상처받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자녀가 기대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걸 보는 건 부모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자녀를 통해 대리 만족하려는 부모일수록 그런 열패감과 좌절감이 더 크겠죠.
그렇다고 해도 상처받은 자녀의 탓을 하는 것 만큼은 부모라면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일입니다. "네가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네가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네가 나만큼만 머리가 좋았어도~", "그러게 더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와 같은 말은 자녀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혀 그대로 뼛속까지 얼려 버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 두터운 얼음벽이 가로막히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 같은 냉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패와 좌절은 아쉽지만 기회는 또 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그 때 자신의 편을 들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을 비난했던 부모를 용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처의 경험을 딛고 신뢰를 다시 쌓는 것도 역시 쉽지 않고요. 그러니 실패와 상처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자녀의 편이 되어 주세요.
3. 편애의 노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자식이 다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도 있는 법입니다. 그냥 마음이 더 가고, 예쁘고,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자식이 있는 반면, 뭘 해도 안심이 되지 않고, 못마땅하며, 눈에 차지 않는 자식도 있게 마련이죠.
여러 자녀가 있을 때 더 사랑스러운 자녀와 덜 사랑스러운 자녀가 저절로 가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문제는 편애하는 자식의 존재 여부가 아닙니다. 그런 편애가 당사자인 자녀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편애를 받는 자녀는 일시적으로 우쭐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편애를 받지 못하는 자녀와 관계가 불편해집니다. 또한 편애의 대상이 되지 못한 자녀는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부모가 원치 않는 방향의 행동을 함으로써 '파괴적인 관심끌기'에 몰두할 수도 있습니다. 편애의 노출은 편애를 받는 자녀이든, 편애를 받지 못한 자녀이든 간에 모든 자녀에게 해롭습니다. 사실 편애를 감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어떻게든 티가 나게 마련이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로 많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도 참 많고요.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버리겠다는 협박, 상처받은 자녀 탓하기, 편애의 노출)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렵다면 최소한 나쁜 부모라도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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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담을 하게 된 이후 supervisee 선생님들께 지나가는 말처럼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개인 감정대로만 생각하면 시험을 봐서 일정 수준을 통과한 부모만 아이를 낳도록 허용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에서 무슨 망발이냐고 나무라실 수 있지만 그만큼 자격도 능력도 안 되는 부모들이 생각없이 낳은 아이들이 지금도 받고 있는 상처와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이를 증오하고 노골적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분명히 있고 그보다 더 흔하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은밀한 학대 또한 존재하니까요.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들은 미묘한 형태의 아동 학대를 탐지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 학대를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심리검사 결과를 정리해 봤습니다.
* 아빠의 MMPI-2 결과
- K척도의 상승(70T 이상 또는 그에 근접하는)
- DISC 성격병리 척도의 상승
- GM, ES 보충척도의 상승
* 엄마의 MMPI-2 결과
- S척도의 상승(70T에 근접하고 K척도의 상승 보다 높은 수준)
- GF, Re 보충 척도의 상승
* 아동의 문장완성검사 결과
- 부정적 내용이 거의 없으며 특히 부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술로 일관
위와 같은 아빠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방어적이며 가부장적인 성역할에 집착하고 고집이 매우 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주변 사람이 볼 때는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보일 수 있지만 자기의 가치관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고 DISC 척도가 상승할 때 분노, 적대감을 측정하는 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아도 언어적, 신체적 폭력의 발현 가능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배경 정보에 음주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하고요. 대부분의 경우 문제 인식이 없고 치유적인 개입에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는 MMPI-2, SCT와 같은 검사 실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빠처럼 K척도의 상승으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지만 S척도의 상승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밖으로 노출하지 않으려고 감추는데 급급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도움 호소를 무마하거나 축소하여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남편에게 경제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만 감당하기 쉽고 원가족의 어머니에게 밀착되어 있고 어머니도 자신과 비슷한 경우 이런 성역할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 학대와 관련해서는 방관자의 위치를 담당하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있도록 자아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 됩니다.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경우 부모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지능이 우수한 아이일수록 이런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경향이 일반화되면 아예 부정적인 내용의 이야기 자체를 못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전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학대를 주로 당하는 아동은 가해 부모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드러내고 무섭다는 표현을 하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증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언어적인 공격이나 정서적 방임, 지나친 기대 투사 등의 미묘한 학대를 가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그것이 사랑에 기인하는 것으로 포장하거나 스스로도 자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아동을 이중 구속의 덫에 빠뜨립니다. 즉 '내 부모가 나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를 사랑해서이고 부모가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건 내가 못나서이다'라는 식으로 자기 귀인하게 만듭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어른이 되고 난 이후 성공 경험을 해도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상처받은 학대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위에 나열한 심리검사 결과는 아주 전형적인 profile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여러가지 형태의 변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위의 검사 결과를 모두 충족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 부모의 아동 학대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덧.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를 다룬 훌륭한 참고 서적으로는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가 있죠.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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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그렇지만 요새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가볍게는 자주 짜증을 내는 것에서부터 temper tantrum, 욕설, 심하게는 부모를 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spectrum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대로 두면 더 심한 행동 문제로 발전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는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의심받았고 DSM-5가 나온 뒤로는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DMDD)로 진단 받곤합니다.
DMDD는 우울 장애이니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소아기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이죠. 진단이야 어쨌든 그냥 항우울제만 먹여서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노 폭발을 보이는 역동이 생물학적 기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크죠.
그래서 분노 폭발이 주 호소인 아동을 case formulation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능(특히 언어성 지능)이 낮지 않은가
지적 제한, 특히 언어성 영역의 지체가 있어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손쉽고 익숙한 행동화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화되면서 패턴화되면 분노 폭발처럼 보이는 것이죠.
2.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한 건 아닌가
불안정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PCRP입니다. 기질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충분한 욕구 만족 경험이 없고 반복적으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되고 이러한 문제가 만성화되었을 경우 분노가 내재화되어 있다가 관련 자극에 노출되면 표출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욕구 좌절을 야기한 대상에 국한되지만 일반화된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즉시적인 욕구 만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 폭발을 보이게 됩니다.
3. 비전형적인 ADHD는 아닌가
일반적으로 ADHD는 분노 폭발로 인해 야기되는 행동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간혹 비전형적인 ADHD는 잦은 분노 폭발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성 문제와 더불어 당연히 주의 집중력, 과잉 행동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4. 간헐성 폭발성 장애는 아닌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바로 간헐성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입니다. 이 진단은 성인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변별해야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작아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 한번쯤은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 가지 점검 사항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중복되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전형적인 ADHD면서 동시에(또는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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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아동/청소년 심리평가를 할 때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수검 아동/청소년의 부모 모두 MMPI-2와 SCT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지를 작성토록 하는 겁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많은 기관에서 부모 심리검사를 생략하거나 실시한다고 해도 엄마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마만큼 아빠도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거든요. 부모, 특히 아빠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제 평소 소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는 책입니다. 누다심 심리학 아카데미로 유명한 심리학 전도사 강현식 선생님이 쓰셨고요. 그동안 꽤 많은 책을 내셨는데 사실 이 책이 제가 읽은 이분의 첫 책입니다. 심리학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분이라 독자 대상이 일반인이겠거니하고 생각해서 그동안 굳이 찾아서 읽어볼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기대 이상의 책이고 일반인 뿐 아니라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 임상가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특히 예비 아빠를 포함해 아빠 역할을 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은 자녀 양육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또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엄마가 하는 것이 맞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편견이자 고정관념이라는 전복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생계를 부양하고 엄마는 자녀를 양육한다는 이분법적 구도는 산업화 때문에 생겨난 20세기 패러다임이고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패러다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아빠들이 양육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부족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아빠는 준비된 양육자이며 오히려 엄마보다 자녀에게 더 큰 영향(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이고 게다가 자녀 양육을 통해 아빠 자신도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인들을 위해 쓴 책임에도 이 책은 196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합니다. 당연히 참고 문헌을 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책 뒤에 싣고 있고요.
제가 읽으면서 인상깊게 생각했던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 두었으니 일단 그걸 읽어보시면 강현식 선생님이 이 책을 통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쓴 책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데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편한 책입니다. 글을 참 읽기 쉽게 쓰시네요.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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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아빠가 자녀 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저 아이와 행복하고 즐겁게 함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남편의 호르몬은 아내의 출산이 아닌, 아내의 호르몬에 따라 변화한다. 이는 남편이 아내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간접적이지만 실제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성격과 똑똑한 머리를 준비시키는 일종의 선행학습이 아니라 '부부'를 '부모'로 준비시키는 예비교육인 셈이다.
* 20세기 대부분 동안 행동과학 분야에서는 아빠를 연구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연구 자체가 드물었다.
* 자녀를 돌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성별이 아니다. 부모 자체의 특성이다.
* 아빠가 친부이든 계부이든, 인종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의 문제행동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 비행 청소년이 경험했던 아빠와의 분리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이기보다는 심리적인 측면, 즉 아빠로부터 거절당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 자녀의 정신병리 중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ADHD, 품행장애, 비행 등)가 심리적으로 겪는 내현화 문제(우울, 불안 등)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 자존감은 아빠와의 친밀감과는 상관이 없었고, 엄마와의 친밀감과 상관이 있었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어린 시절 타인의 반응에 근거한다. 따라서 자존감은 아이에게 칭찬하거나 혼을 냈던 엄마, 그리고 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엄마의 영향일 수 있다.
* 집에 와서 잠만 자는 아빠들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예 집을 떠나버린 아빠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 아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자녀 양육에 관심이 없는 아빠라면 오히려 집에 없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 http://walden3.kr/1932 참고
* 아빠 양육의 양적 측면이 아닌 질적 측면이 자녀의 적응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보냈는지의 질이 더 중요하다.
* 엄마가 직장에 나감으로써 야기되는 자녀에 대한 시간적 소홀함은 아동 발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3~5세 아동은 부모가 자신 때문에 이혼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 이상 연령의 아동들은 부모의 성격차이 같은 요인이 이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 부부 관계는 엄마-아이 관계보다 아빠-아이 관계에 더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빠와 달리 엄마는 부부 관계에서 부정적 변화를 경험할수록 아이에게 보다 긍정적이 되며, 아이 역시 긍정적으로 엄마에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엄마가 아빠의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하고자 보상적으로 아이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 엄마가 아빠의 양육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아빠의 양육 참여에 대해서 만족할수록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높았다. -> 이거 중요!
* 아빠의 따뜻함은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엄마의 따뜻함은 자녀를 가족의 의사결정에 보다 많이 참여하게 만듦으로 자녀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의 싸움으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 앞에서 싸웠다면 아이들 앞에서 화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http://walden3.kr/2492 참고
* 아빠가 아들과 따뜻하고 온화한 관계를 맺을수록 그들의 문화가 가지는 표준적인 성역할에 순응하게 된다.
*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들의 인지적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은 전체적으로나, 사회계층별로 구분했을 때 관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 품행 장애 아동 중 아들은 아빠와, 딸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 말러는 대략 만 2세가 되어야 유아가 한 인격체로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폭식증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 아빠에게서 거절(특히 방임과 거부)을 당했다고 더 크게 지각하고 있었다.
* 부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아들은 부모 모두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낮아지지만, 딸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엄마보다는 아빠에 대해 더 많이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부부 갈등으로 아빠-딸의 관계는 심하게 손상되기 쉽지만 엄마-딸의 관계는 회복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 중요한 것은 '활동'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다. -> 이거 중요!
* 남편으로서나 아빠로서 만족한다면, 직장에서 만족하지 않아도 심리적 어려움을 상당히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으로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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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상담의 목표는 강렬한 부적 정서가 이미지 등으로 응축되어 있는 걸 언어화하여 풀어내도록 돕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치료 기법과 상담 기술이 동원되는데요.
대개의 내담자들이 상담 의뢰될 당시 이미 심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있어 그런 치료적 접근을 견뎌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뭔가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많은 상담자들이 성급하게 성폭력 피해가 일어난 과거로 돌아가 탐색을 시도하거나 내담자가 보이고 있는 증상들을 현재 수준에서 다루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위에서 말씀드린 치유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외과에서 연세가 많은 어르신을 수술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증상의 심각성일까요? 아닙니다. 어르신이 장시간의 수술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은 무기력감과 고통감, 절망감으로 뒤죽박죽된 혼란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논리정연한 치료 기법을 사용해봤자 그다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접근하는 걸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래 -> 현재 -> 과거의 순으로 다룰 것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경우 정신적 내상을 워낙 심하게 입은데다 조망의 범위도 그리 넓지 않아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잘 못합니다. 그럴수록 작은 희망이라도 함께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주로 이야기하는 상담 주제는 꿈이나 진로에 대한 겁니다. 의외로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정보를 모으는 아동/청소년의 수가 적기에 생각보다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피를 철철 흘리는 아이를 붙잡고 지금 무슨 한가한 꿈 이야기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아이가 피를 닦고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치료진의 접근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바로 문제거든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계를 맺고 나서야 현재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신뢰도 재구축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다음에나 가능한 것이죠.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사건 이야기는 조사 과정에서 지겹도록 되풀이해서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발고한 이후에 자신보다 더 괴로워하는 부모와 가족을 보면서 괜히 이야기를 했나 하는 후회 속에 살면서 현재도 지옥처럼 변했기에 과거와 현재에는 상담자가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현재, 과거로 거슬러 올라오는 우회로가 오히려 내담자의 상처를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치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니 과거 -> 현재 -> 미래 또는 과거,현재 -> 미래의 순으로 상담하지 마시고 미래 -> 현재 -> 과거 순으로 상담하는 걸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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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1998년에 나왔으니 15년이 넘은 케케묵은 구닥다리 책 아니냐고 우습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임상/상담 수련 과정을 위한 교과서 중 감히 최고라고 평가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걸 대학원 때나 수련 1년차 때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에 배가 아플 정도였으니까요.
캐나다 Manitoba 대학 교수들을 주요 집필진으로 해서 David Martin과 Allan Moore가 엮었는데 그야말로 임상/상담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모든 것을 집대성 해 놓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요.
내용을 간략하게 함께 살펴보죠.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 Foundations
2. Phases of Therapy
3. Client Populations
4. Contexts
5. Therapists' Considerations
1부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에서는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 경청, 현존 같은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고 2장에서는 치료 관계, 라포 형성하기, 전이와 역전이 등 관계에 대한 issue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심리치료의 국면에 대한 내용을 5개의 장에 할애하고 있는데 3장에서는 초기 면접에 대해서, 4장에서는 심리평가, 5장에서는 초보 상담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 6장에서는 자살 위험성 평가와 개입, 7장에서는 종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3부 역시 5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는데 주요 내담자를 유형 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8장에서는 아동, 9장에서는 청소년, 10장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 11장에서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내담자들, 12장에서는 비자발적인 내담자들을 어떻게 상담하는지 알려줍니다.
4부도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에서는 현장 및 치료의 유형 별로 임상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죠. 13장에서는 학교 상담실, 14장에서는 가족 치료에 대해서, 15장에서는 집단 치료, 16장은 법적, 윤리적 문제, 17장은 비교 문화적 상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5부에도 5개의 장이 있는데 임상가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안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18장에서는 임상 수련에서 살아남는 방법, 19장에서는 수퍼비전과 관련된 모든 것들, 20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 쓰기, 21장은 심신의 안녕과 관련된 이슈들, 마지막으로 22장은 임상 수련 모델의 시조가 되는 임상가들을 리뷰하고 있죠.
각 부분을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려면 당연히 세부 전문 서적을 따로 읽어야 하겠지만 임상 수련 과정의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총 5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22개의 장으로 잘게 쪼개 놓았기 때문에 나눠서 읽기에 별로 부담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드는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주 쉬운 영어로 쓰여져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원서 중 이해가 잘 되는 순서로만 따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이 정도의 원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학도라면 앞으로 공부하는데 애로가 꽃필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책을 꼭 읽으셨으면 하는 추천 대상은 임상/상담 대학원생 등 임상/상담 수련을 앞둔 분들입니다. 1년차들도 꼭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덧. 아마존에서 2월 말까지 무료 배송(35불 이상인 경우)하고 있으니 45.55$이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돈값은 확실히 하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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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상담은 성인 대상의 상담과 많이 다릅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성인과 달리 아동/청소년은 대부분 부모나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신뢰감이 부족한 내담자가 많아서 성인보다 훨씬 더 라포 형성이 중요하고 또 어렵습니다.
또한 라포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심리치료 기법이나 상담 기술도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상담의 효과가 제한적인 것도 상담자에게 꽤 큰 부담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동/청소년 상담은 시작도 라포에서 시작하고 끝도 라포에서 끝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라포 형성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아동/청소년과 라포를 형성한다는 건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는
상담자를 '나를 알아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라포 형성의 시작으로 보는데 이를 위해 두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 중 하나는
'완전하게 진실하기'입니다. 치유에 도움이 된다면 거짓을 말하거나 변명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달지 않고 어떠한 순간이든 솔직하게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언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성인의 경우에도 진실하지 않은 순간이 있는 상담이 진정한 치유를 야기하는 걸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basic trust rebuilding이 중요한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완전한 진실성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상담자가 '이 정도는 숨겨도 되겠지'. '치유를 위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잖아', '모든 것을 말하는 게 내담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야' 같은 여지를 두면서 상담한다면 라포 형성은 어림없습니다. '완전하게 진실하기'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해야 가능합니다.
사실 완전하게 진실하기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것만으로 아동/청소년과 라포를 형성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원칙까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내담자의 편 되기'입니다. 이 원칙도 그냥 선언적인 수준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이어야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최소한 상담 내용이나 심리평가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부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지킬 수 있는 원칙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예전에 포스팅한 내용('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내담자의 치유에 해가 되지 않는 한 어떤 상황에서도 내담자의 편에 서서 내담자의 권리를 옹호하겠다는 강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아동/청소년과 라포를 형성하는 길은 요원합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라포 형성의 시작은 상담자를 '나를 알아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 이를 위한 두 가지 원칙. 1) 완전하게 진실하기, 2) 내담자의 편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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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동에게 지능 검사가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포스팅에서 인지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아동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물론 아닙니다만)를 하려고 하는데요. 바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에게는 지능 검사를 꼭 실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위에 링크한 포스팅에서는 자녀의 지능을 알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굳이 지능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에게까지 지능 검사를 무리하게 실시해 지능 지수를 산출하는 문제를 고발했다면 이 포스팅에서는 반대로 꼭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에도 약식 검사를 실시하는 문제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학교 부적응 문제로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문제 행동을 보이지만 거칠게 구분하자면 대개 성적 저하와 또래 관계 문제로 크게 양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적 저하와 또래 관계 문제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을 수도 있죠.
많은 임상가들이 학교 부적응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집단 따돌림, ADHD, 부모-자녀 문제, 열악한 가정 환경, 성피해, 게임중독, 불안이나 우울 등을 먼저 떠올리고 가설을 설정하는데 저는 그보다
낮은 지능 등의 심리적 자원 부족으로 인한 부적응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까지는 그런대로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 곧잘 어울렸던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수업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자꾸 지적을 당하고 좋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린다면 앞서 나열했던 문제일수도 있지만 지능이 낮아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고 공부와 상관없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불량한 친구들과 사귀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빠르게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부적응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음)는 걸 아셔야 합니다.
지능이 낮다고 하면 대개 Mental Retardation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학교 부적응을 유발하면서도 알아채는 것이 어려운 영역은 경계선~평균 하 지능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동작성 지능이 높다면 외견 상으로는 지능이 낮은 티가 잘 나지 않는데다 공부에 흥미를 잃으면 게임이나 아이돌 스타 등에 관심을 돌려 몰두하기 때문에 경험많은 학교 선생님들도 낮은 지능으로 인한 학업 의욕 상실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는 지능 검사를 꼭 실시해서 전체 지능이 어느 정도 영역에 속하는지,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차이가 유의미한지(최근에 보급되고 있는 신형 지능 검사들은 이 구분을 없앴죠. 참으로 걱정입니다), 각 소검사로 측정되는 기능들의 편차가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를 꼼꼼히 살펴서 심리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학교 부적응을 먼저 가려내야 합니다.
다른 가설들은 낮은 지능에 의한 설명량을 제외하고 난 이후에 검증해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학교 부적응이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는 일차적으로 낮은 지능때문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닌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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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공부한 건 어른이 되고 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니 기술을 배우거나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만
밖에서 따로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동/청소년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꽤 많죠.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하는 전문 상담 교사 뿐 아니라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들과 입씨름 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배운 미분, 적분 공식을 실생활에서 그대로 쓰지 않고, 국사 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년도를 직장에서 활용하는 것도 아니니 그들의 항변이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인생이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죠.
자신의 적성에 맞고 흥미도 있는 진로를 탐색하는 것과는 별도로 학교 공부가 그렇게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 제가 사용하는 비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필요한 지식은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방법입니다. 내가 몰게 되는 차는 어릴 때는 페달을 밟아서 가는 자그마한 장난감 자동차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크고 복잡한 조작을 요하는 차로 갈아타게 됩니다.
한편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기름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름을 모으듯 단순한 지식을 그대로 외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타는 차가 바뀌면서 그런 단순한 기름만으로는 차를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영어 단어는 기름이지만 어순에 맞게 배열해서 발음해야 문장이 되고, 정확한 문장을 말해야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문장의 기본은 단어이니 단어를 외우는 것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미분, 적분 공식은 기름이지만 미분을 적용하는 문제를 찾고, 어떤 순서로 대입해서 어떻게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 논리적인 구조를 배우기 위해 미분 공식을 외우는 겁니다. 그런 규칙을 익히기 위해서는 공식을 외우는 것이 중요하죠.
학교 시험에서 정답을 고르기 위해서는 어떤 사건의 발생 년도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현재에 적용하고 교훈을 얻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차를 운전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한 기름일 뿐 아니라 그 기름을 어떤 차의 어떤 종류의 엔진에 넣어야 하는지, 그 차를 운전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익히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혀 쓸모없는 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어떠한 마음 가짐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군 생활이 제 인생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쓴 글에서 이야기한 것도 사실 동일한 맥락입니다.
기름을 모으는 걸 소홀히 하면 나중에 차에 넣을 기름이 없고 기름만 모으면 나중에 모은 기름을 어느 차에 넣고 어떻게 운전해야 할 지 몰라 헤매야 할 겁니다. 그러니 기름도 모으고 차를 운전하는지 그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학교 공부도 중요하고 인생 공부도 중요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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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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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긍정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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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선생님이 2006년에 내신 '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를 북 크로싱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던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 그 문을 열고 나오는지를 감동 깊게 그려낸 상담 사례집입니다.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 뿐 아니라 어린 아동을 둔 부모님들이 읽으면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평소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열심히 동참하시던 별사탕님이 북 크로싱하는 책입니다. 별사탕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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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동참하고 계신 핑크님이 올 2월에 내신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글쓴이의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책입니다. 아무리 있어 보이는 책이라고 해도 머리만 굴려서 쓴 책은 겉보기에만 좋지, 읽고 난 뒷맛이 씁쓸합니다. 아무래도 여운이 부족하거든요.
제가 헛짚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책은 핑크님의 경험을 그대로 담지는 않았어도 어느 정도는 경험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쓴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짧은 내용이었는데도 담백하게 느껴졌고요.
엄마아빠재판소라는 아이디어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심장 씨앗'이나 '바꿔바꿔 인형놀이', '진짜가 들리는 귀마개'같은 소품도 좋았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재판소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은 은수가 스스로 마음의 힘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유익하더군요.
다만 갈등이 고조되고 해결되는 플롯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간이 좀 약하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자라던 당시에는 그저 교훈만을 강조하는 동화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도 주제가 상당히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나 부모, 선생님들이 읽으면 좋을 책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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