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그동안 너무 바빠서 차일피일 관람을 미루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최근에 다시 상영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예매해서 14일 밤에 상암 IMAX관에서 22시 40분에 시작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책, 영화, 미술, 공연 할 것 없이 미리 공부한 뒤 체험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상대성 이론이든, 천체 물리학이든 신경쓰지 않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용감하게 봤습니다. 완전 무식 상태에서 봤는데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더군요. 사실 공부를 하고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 자체가 안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블랙홀, 웜홀, 5차원 뭐 이런 내용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시고, 어떤 분들은 딸바라기 아버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시던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래의 두 가지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역시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현재를 열심히 즐겁게 살자', '그러게 이 무지막지한 인간들아 지구가 그나마 건강할 때 작작 좀 착취하지 그랬냐'
미국에 엄청난 황사가 불어 작물이 황폐화되고 인류가 아사의 위기에 처하는 게 얼마나 타당한 예측인지는 모르겠으나 30만 평에 실제로 옥수수를 심어 경작한 후 영화를 찍었다는 크리스포터 놀란 감독의 무대포 정신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복선을 일부러 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 뒤가 연결되는 일종의 반전도 좋았습니다.
매튜 매커너히와 앤 해서웨이의 연기는 역시나 좋았습니다. 매튜 매커너히는 너무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그동안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온 느낌이었는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 이어 이 영화에서 훨훨 날았습니다. 앤 해서웨이도
'레미제라블(2012)'이 이어 확실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은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 여기저기서 논쟁 중인 영화로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참 좋았습니다.
작년 10월 경에 개봉한
'그래비티(Gravity, 2013)'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대단한 작품입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네요. 다만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으려면 음료수 섭취를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비티를 감명깊게 봤다면 이 영화도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97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트위터가 아니었다면 놓쳤을 영화이고 안 봤다면 분명 후회했을 영화(끝까지 몰랐으려나)입니다.
영화 포스터도 impact가 없고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별로 혹하는 것도 없었는데 다행히 트위터의 호평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부러 아이맥스 3D로 보느라 용산 CGV까지 갔다 왔습니다.
시간이 안 맞아 밤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걸 봤는데 밤에는 5층 이후로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아 외부 통행로를 이용해 6층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당연히) 모르고 15분이나 헤매느라 자칫하면 영화 초반부를 놓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영화 예고편을 상영하는 바람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죠. 이 날 에피소드로 용산 CGV에 개인적으로 마이너스 200점 줬습니다. 여담이고요.
이 영화를 제가 별 5개로 평가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사고라는 매우 참신한 주제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놓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때 깊은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재난을 다룬 영화들이 유행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행동의 제약이 극대화된 환경에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알아서 탈출해야 하고, 생존 확률은 극히 희박한 상황은 비슷합니다만 바닷속은 그랑블루 같은 영화나 디스커버리 채널과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이상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어렵습니다. 그저 어둡고 춥고 무섭죠. 하지만 우주 공간은 그게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구와 태양만 갖고도 말이죠.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살아서) 얼굴을 드러내는 배우는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딱 두 명이고 그것도 중반 이후로는 산드라 블록의 원맨쇼입니다만 아무런 불만이 안 나올 정도의 영화입니다. 트위터에는 엄청난 몸 만들기를 감내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산드라 블록의 말벅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우주 공간의 숨막히는 아름다움과 극히 대조를 이루는, 살아남기 위한 한 인간의 사투를 숨죽이며 지켜보느라고 사실은 말벅지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정말임~).
자신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지구의 거대한 형체가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시시각각으로 줄어드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자 처절히 싸우다 결국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후 우연히 연결된 채널을 통해 들려오는 지상에 있는 강아지의 울음소리를 산드라 블록이 따라할 때 저도 같이 울컥하더군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그녀가 느꼈을 극한의 공포와 외로움이 그 울음소리를 타고 제게도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영화 말미에서 그녀가 경험하게 되는 강렬한 체험(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묘사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네요)도 제가 느낀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조지 클루니의 담담함이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산드라 블록의 연기는 아주 현실적이었지요.
참 특이한 소재인데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영화, 그래비티
추천합니다. 꼭 보시고 가능하면 아이맥스처럼 큰 화면이나 4DX처럼 생생한 화면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덧. 산드라 블록이 우연히 연결된 채널에서 지구의 남자와 대화를 시도하나 서로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지만 아이와 강아지의 울음소리로 잠시동안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그냥 단순한 영화 속 장치가 아니랍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영화를 본 분만 참고하시라고
링크 걸어 드립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