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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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학생들이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 1위'로 뽑았다는 가마타 히로키 교수가 쓴 책입니다. 부키 출판사에서 위의 문구를 띠지에 박아넣어 홍보를 했습니다만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강의를 잘 하는 교수라는 뜻인데 강의를 잘 하는 교수가 책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니 대체 뭔 홍보를 이렇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깊게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학생들이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어려운 과학 고전도 쉽게 풀어서 재미나게 설명했을거라고 단순히 생각할 것을 염두에 두고 홍보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런 어림짐작이 먹힌 것 같습니다. :)
히로키 교수는 화산학을 전공한 지구과학자인데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정하고 이를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토대로 과학의 본질과 내용을 쉽게 풀어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명을 이야기하는 책
1. 생물학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진화론 사상으로 : 종의 기원(다윈)
2.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탐독하는 : 곤충기(파브르)
3. "나는 내 과학 연구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멘델)
4. 노벨상을 쟁취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욕망과 경쟁 : 이중나선(왓슨)
*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책
5. 생물학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다 : 생물로부터 본 세계(윅스킬)
6. 마음 현상을 물질의 변화로 설명하다 : 대뇌 양 반구의 작용에 관한 강의(파블로프)
7.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으로 : 침묵의 봄(카슨)
* 인간을 둘러싼 물리를 탐구하는 책
8. 목성의 네 번째 위성으로 지동설을 증거하다 :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갈릴레오)
9. 눈앞의 힘이 아닌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 프린키피아(뉴턴)
10. 시간은 늘었다 줄었다 하고, 시공은 일그러지고 : 상대성 이론(아인슈타인)
11.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 성운의 세계(허블)
* 지구의 신비를 밝히는 책
12. 고대 로마의 백과사전 : 자연사(플리니우스)
13. 지구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설명하다 : 지질학 원리(라이엘)
14. 그린란드의 빙산에서 대륙이동설을 떠올리다 : 대륙과 대양의 기원(베게너)
파브르의 곤충기나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귀에 익숙한 책이 있는 반면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나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처럼 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전 처음 들어봤을 낯선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장의 끝부분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인데 히로키 교수는 아쉽게도 일본에서 발행된 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다행하게도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이정모 교수가 국내에서 출판된 관련 책을 추천하고 있더군요. 저도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여행 전문이기는 하지만 정숙영 번역가가 깔끔하게 번역하기도 했고 내용 자체가 워낙 쉬워서 읽어볼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과학 고전을 맛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과학 고전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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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세계 관점은 칸트의 인식론의 생물학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환세계란 인간에게 있어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환상'이다.
* 파블로프는 소화기를 조절하는 신경에 관한 연구로 1904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유명한 '조건반사'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뒤에서 이야기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 아닌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은 것도 비슷한 예라 하겠다.
* 1992년 로마 교황청이 과거의 종교 재판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무려 350년의 세월이 지나 갈릴레오는 종교계로부터 명예를 회복했다.
*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케플러의 제1법칙, 즉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은 타원형의 궤도를 그린다는 법칙에 뉴턴이 발견한 연동방정식(힘과 질량과 속도 변화에 대한 관계)을 적용하자 수학적으로 간단히 설명되었다. 사실 자연계를 기술하는 케플러의 법칙을 성립시키기 위해 만유인력 법칙이 고안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1955년에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핵 폐기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공동 성명을 내자고 아인슈타인에게 권유했다. 아인슈타인은 곧 그것을 수락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 편지가 러셀에게 도착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76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다. 같은 해 7월 9일에 발표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에는 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셔명을 하여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의 국가 원수들에게 보내졌다. 이 성명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 후에 일어난 핵무기 폐기운동의 훌륭한 디딤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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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의 식탁(2014, 바다)' - 장대익
* '곤충의 유혹(2004, 휘슬러)'
* '도둑맞은 미래(1997, 사이언스 북스)' - 테오 콜본 등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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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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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혼동되는 것 중 하나가 뭘 위해 소비를 하는지 잊기 쉽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욕구가 먼저 있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일텐데 어느새 욕구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광고와 주변 압력의 폭격, 자기 합리화로 인해 그냥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남도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반대로 남들은 못 가졌으니 나만 갖고 싶다는 이유로 닥치는대로 사들이게 됩니다. 가난한 부자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E.F 슈마허를 비롯해 에크하르트,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가 한 말들을 '자발적 가난'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2003년 4월에 출판된 책의 보급판으로 재생 종이에 인쇄해서 그랬겠지만 좀 더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가격도 좀 내렸고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빈곤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목차를 한번 보시죠.
1. 자발적 가난을 위하여
2. 가난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3. 가만히 욕망을 들여다보기
4.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5. 생산의 논리는 생명의 논리가 아니다
6. 생명의 논리
7.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자로 살아가라
8.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9. 단순하게 살아라
10. 자발적 가난과 현대 사회
이 책의 권두언을 쓴 안드레 밴던브뤼크의 마지막 말에 가슴이 뜨끔합니다.
"이 책은 가난한 부자들, 필요 이상의 부를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소비 지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 숨막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닫기
* 부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소유를 포기하는 것 보다는 그것을 추구하게끔 하는 가치관의 재정립이 중요하다.
* 조금이라도 과잉의 기미가 보이는 곳에서, 즉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난 후 불필요한 것들이 삶을 어지럽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자발적 가난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 사람들은 보통 빈곤과 가난을 혼동한다. 이러한 실수는 빈곤과 가난이 서로 이웃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 나는 세상의 어떤 부자도 인간애의 진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것은 발전에 헌신한다는 소수의 부자들조차 마찬가지다. 오직 위대하고 순수한 인격만이 고귀한 관념과 고귀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돈은 이기주의를 부르고 불가피한 남용을 끌어들인다. 카네기의 지갑으로 무장한 모세나 예수 또는 간디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 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린스턴 대학의 수표를 책갈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문명의 진정한 의미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욕구를 축소하는 것이지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의 축소만이 오로지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간디 -
* 우리의 소비 습관과 낭비, 우리의 취향과 우리의 방탕한 생활 수준, 그리고 우리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진행되는 가난에 대한 토론은 위선이다. 도덕적 질문에 대한 기술적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 테오도르 로자크 -
* 처음에는 심술궂은 의지에서 탐욕이 솟아나지만, 채워짐에 따라 탐욕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저항하지 않는 습관은 필수가 된다. - 아우구스티누스 -
* 자연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우리 손닿는 곳에 마련해 두었다는 것은 놀라운 섭리이다. 하지만 자연은 철과 금, 은 등은(모두 피와 학살의 도구이며 그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지닌) 지구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 두었다. - 세네카 -
* 모든 낭비 중에서도 가장 큰 낭비는 노동의 낭비이다. - 러스킨 -
* 난파되어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들만 소유하라. - 알가잘리 -
* 노동은 자유 시간의 반대말이다. 그러나 여가의 반대말은 아니다. 여가란 다른 세계에 속한 자유 시간이다. 우리는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젖어 있다. 누구든지 자유 시간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여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 시간은 특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특정한 방법을 가리킨다. 여가는 존재의 차원을 가리킨다. - 세바스티안 데 그라지아 -
* 특정한 목표나 돈, 명성이나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조차 일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 스와미 비베카난다 -
*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미묘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요, 학파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지혜로움이 시키는 대로 단순한 삶을 살며, 그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 소로 -
* 위대한 사회는 값을 묻는 것만이 아니라 그 가치 또한 물으며, 부를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쓸지도 묻는다. - 린든 잭슨 -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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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전에 출판된 이 책은 앨런 라이트맨이라는 매우 독특한 이력의 저자가 썼습니다. 앨런 라이트맨은 과학과 문학 모두에 재능을 보여 물리학자이자 소설가, 에세이 작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죠. MIT 최초로 과학과 인문학 과목에서 동시에 교수 임명을 받기도 했으며 하버드 대학에서 천문학 담당 교수로 일하다가 현재는 다시 MIT로 돌아와 인문학 담당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앨런 라이트맨의 첫 소설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등극,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미국 내 수많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고급 문학을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책입니다.
이 소설은 매우 독특한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기본 줄거리를 연극처럼 프롤로그-인터루드-인터루드-인터루드-에필로그로 잡아 다섯 토막의 이야기로 떠받치고 그 사이에 시간에 대한 30편의 이야기를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는 아주 짧지만 제각기 별도의 이야기가 되고 또 순서대로 이어서 읽어도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아인슈타인이 스위스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1905년에 꾸었던 꿈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인데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인 상대성 이론을 세워나가면서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세계의 모습이 주된 소재입니다.
시간이 원이라서 똑같은 일이 정확하게 끝없이 되풀이되는 세계, 기계적 시간과 체감 시간의 두 가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 고도에 따라 시간이 달리 흘러가는 세계, 시간이 절대적인 세계, 인과 관계가 없는 세계, 시간의 종말이 예정되어 있는 세계, 도시마다 시간이 달리 흘러가는 세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 시간이 없는 세계, 기억이 없는 세계, 계획이 없는 세계, 빨리 움직일수록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세계, 사람들이 단 하루만 사는 세계, 영원히 사는 세계, 정해진 기계적 시간이 없는 세계, 미래가 없는 세계, 시간이 불연속적인 세계, 미래가 이미 결정된 세계, 시간이 꾀꼬리인 세계 등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시간의 세계가 다양하게 소개됩니다.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세계들이지만 읽다보면 데자뷔 현상처럼 이 중 몇 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읽으면서 시간에 대한 제 태도와 가치관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원했던 것이 이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매우 특이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당한 깨달음과 생각할거리를 주는 소설입니다.
분량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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