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최연소 수상에 빛나는 '촌철살인' 마루야마 겐지의 산문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2008)'를 북 크로싱합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2012)'를 소개드릴 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만난 작가 중 가장 강력한 돌직구를 날리는 분이죠. 저는 다행히 제 스타일이었기에 마음에 들었지만 자칫하면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수 있는 글쓰기를 구사합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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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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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이 책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상(23세로 최연소 수상)을 받은 작가인 마루야마 겐지가 몇 년 전(아마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쓴 '독한 인생론'입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소설로 인정을 받았으니 됐다며 문단에 데뷔한 직후 곧바로 낙향해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기까지 혼이 깃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문단과도 거리를 두면서 돈, 명예 등을 멀리한 보기 드문 작가입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면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기 전부터도 별스런 꼰대스러움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좀 쎕니다. 내심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정도의 수준을 예상했는데 그 이상입니다.
목차만 보셔도 대충 짐작이 가실텐데요.
1장.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장.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장.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장. 청춘, 인생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장.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적나라하지요? 소제목을 연결해서 보면 한 술 더 뜹니다.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가족은 일시적인 결속일 뿐이다/부모를 버려라/자신을 직시하고, 뜯어고쳐라/밤 산책하듯 가출해라/내 배는 내 힘으로 채우자/직장인은 노예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영웅 따위는 없다/국가는 적이다/분노하지 않은 자는 죽은 것이다/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머리가 좋다는 것은 홀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어른애'에서 벗어나라/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의 뇌를 녹슬게 한다/
엄마를 조심해라/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자영업자가 돼라/직장은 사육장이다/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신 따위는 없다/당신 안의 힘을 믿어라/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국가를 쥐고 흔드는 놈들 역시 '그냥 인간'이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계산한 사랑은 파탄 나게 돼 있다/타산적인 여자들의 끝/패자들은 '사랑'이 아니라 연애 놀이를 한다/서른 이후에는 사랑이 어렵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인간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 재능을 찾아야 한다/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통과의례/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훌륭한 생이란 없다/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그야말로 부모, 가족, 국가, 학교, 직장, 종교, 사랑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통렬한 핵펀치를 작렬시킵니다. 이 사람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저자 스스로의 인생으로 뒷받침한 단호함이 묘한 설득력을 갖고 다가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마루야마 겐지의 일갈은 하나입니다.
"인생에는 정답이라는 그 딴 거 없다.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말고 이성을 무기 삼고 고독을 벗 삼아 자유롭게 당당하게 온전히 네 힘으로 살아라"
공감하는 구석이 많아서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며 읽었습니다.
감정과 본능은 몽땅 내다 버리고 오로지 이성에만 의지하라는 '이성제일주의'와 묘하게 배어 있는 '남성우월주의'(본인은 책에서 부정합니다만)만 빼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요새는 달달한 힐링책보다 톡 쏘는 이런 책이 더 재미있네요. 발끝부터 올라와 정수리까지 시원하게 뒤흔드는 맛이 사이다입니다.
회의주의자의 법전 같은 책, 추천합니다.......만,
호오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책이라 번거롭지만 목차와 소제목까지 모두 소개드렸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읽을 것인지를 결정하시라고요.
닫기
*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주저함이 있다면,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포함한 가정 환경에 세뇌되어서다.
*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는 것은 부모 자신뿐이다.
* 부모에게 신세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몸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도전을 하든 어차피 어린애 장난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힘으로 먹고살지 않는 자에게는 주장할 권리가 없다.
* 세상을 사는 확실한 의미 따위가 존재한다면 또 그 의미의 노예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강제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의지로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 그 어떤 국가도 불특정 다수의 것이 아니다. 듣기 좋은 그 어떤 말로 둘러대 본들 결국은 특정 소수의 것이다. 이 엄연한 진실을 무시하고 그 위에 이상적인 세계를 구축하려 해 봐야 헛수고다.
*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 한번도 없다.
* 입을 벌렸다 하면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서'라고 줄기차게 외치지만 실상은 그들 자신을 위함이다. 결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선거철이 되면, 갓난아기는 물론 강아지에게까지 애교를 떤다. 온갖 사람과 악수를 하고 엉터리 노래까지 부르는가 하면 무릎 꿇고 울면서 애원하는 짓까지 거리낌 없이 해댄다. 이런 작자들이 그 대가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순수한 봉사라는 명예만을 바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고귀한 이념을 위해 그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선거전을 펼쳤을 리가 없다.
* 혼자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야말로 생의 본질과 열쇠가 숨겨져 있다. 자기 신뢰의 삶을 선택하지 않은 자는 제아무리 버둥거려 봐야 환희의 나날과 조우할 수 없다.
*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 안에서만 빛나도록 생겨 먹었다는 철칙을, 그 우선권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 이미 몸과 마음이 종교에 푹 빠져 있는 자는 일단 종교에서 이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거리를 둔 후에,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 열을 올리는 마음을 식히고서 불안이 무엇인지, 고독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나아가 우주는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종교는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벽 중 하나이다.
* 진정한 목적을 지닌 자는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성가셔 한다. 투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가 생긴 순간 시간이 귀중해져서 인간관계를 꼭 필요한 범위로 좁힌다. 고독하고 암담한 쪽은 이들이 아니라 타인과 맺은 끈끈한 관계를 끊지 못하는 목적 없는 인간들이다. 타인과 불필요하게 교제하면서 유난히 밝은 척하거나 오기를 부리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인간들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국민도서관을 통해 대여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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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죠(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라노 게이치로를 헷갈리지 않을까요? ^^
노파심에 말씀을 드리자면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식'으로 1999년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걸출한 작가로 월덴 3에서도
'달',
'장송' 등의 소설과
'책을 읽는 방법(2006)' 같은 독특한 책까지 소개를 드린 바 있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에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가가 아닙니다. 그나마 소프트하다(?)고 할 수 있는 134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영화로만 봤고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물이라서 그냥 통과했거든요.
그런데 어찌 보면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 답지 않다고 평가되는 작품인 이 소설은 올해 제가 읽은 소설 중 최고의 흡인력을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내용은 소개하지 못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더해 독특함까지 장착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팬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실 지 모르겠으나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니까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번역하신 양윤옥 선생이 강조해서 언급했듯이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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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리뷰한 적이 있는
'책을 읽는 방법'을 쓴 히라노 게이치로가 1999년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작품입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쓴 작품인데 출판되자마자 일본 전역에 히라노 열풍을 일으키며 40만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이 책을 읽어보게 된 이유는 단지 '책을 읽는 방법'에서 보여준 그의 쉽고도 맛있는 글쓰기에 반해서입니다. 소설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한몫을 했고요.
결론은 역시나!!
시대 배경이 15세기 후반인데다 문장도 '의고체'라서 매우 읽기 어려울 것으로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술술 읽히더군요.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나오지만 일본 서적을 번역한 옛 전공 서적에 익숙한 세대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의미를 짐작할 수 있고, 우리가 영어로 된 책을 볼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맥을 따라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듯이 이 책도 마찬가지로 쉽게 읽힙니다.
오히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절절한 묘사에 푹 빠져 읽다보면 어느새 많은 책장이 넘어가 있습니다. 서사 구조가 단순한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르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중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소설 이곳 저곳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1999년 당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들어왔을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는데 최근에 그의 글솜씨에 반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번역되어 있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흡입력이 뛰어나고 쉼없이 빠르게 읽히는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일식'말고 다른 소설들도 다 한번 읽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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