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는 언론 기사는 대체로 낚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문을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떤 평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일단 위의 기사에서 소개한 내용이 연구의 결과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연구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면,
첫째, 연구자인 가나자와 사토시는 126개 국가의 IQ와 각종 건강 관련 지수를 비교했다고 했는데 상관 분석을 했다면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물리적인 현상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은 상관이 전혀 없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인과 관계를 설정할 수 없는 관계라도 상관이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즉, 우연에 의해 IQ와 건강 관련 지수의 상관이 높게 나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IQ가 낮아서 건강하지 않다고 이야기 할수는 없는 것이죠. 잘못된 추론입니다.
둘째, 상관분석이 아닌 중다회귀분석을 통해 건강의 지표를 예측하려고 했다면 건강을 잘 설명할 것으로 추정되는 적절한 변인들을 투입해야 하는데 연구자가 이런 변인들을 간과한다면 단순히 종속 변인과 상관이 높은 독립 변인(여기에서는 IQ)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지능이 건강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죠.
셋째, 지능 검사의 타당도와 신뢰도 문제인데, 아직도 지능 검사는 선진국 내지는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유리하게끔 문화적으로 편향되어 제작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출발선 자체가 불평등한 것이죠.
아직도 이런 논문이 publish되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만, 누구나 학문의 자유는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저러나 가나자와 사토시의 article이 과연 기사에 인용된 내용인지 원문을 한번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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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 그녀 그리고 神
제가 기독교 신앙이 있어서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허물은 잘 안 보이는데 반해 이상하게 기독교 신앙이 있는 사람들의 허물은 눈에 더 잘 뜨이더군요.
재산을 빼 돌리는 것도, 여신도를 성추행하는 것도, 교회를 상속하는 것(하나님의 것을 제 것인 양)도, 헌금 걷어서 땅 투기하는 것도, 탈세하는 것도, 다른 사람 말하기 좋아하는 것도, 다른 종교인을 핍박하고 서슴없이 사탄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예수님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요)도, 그 외에 신의 이름을 걸고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모두 기독교인들입니다.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일반화의 오류다, 네, 맞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그리도 눈에 잘 뜨이는 것을... 눈감고 귀 막고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끊임없이 보이고 들리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자꾸 추악한 냄새가 나는 걸 어쩌겠습니까?
기독교의 험담을 하다 보면 하루해가 모자라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넘어가도록 하고요.
완두콩님이 경험한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로 돌아가겠습니다. 문제는 일견 네오나치 같은 그 사람의 시각이 그 사람 개인의 시각이 아니라는 겁니다. 엄연히 대부분의 기독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이라는 것이죠. 저 같은 '가라지' 신자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틀림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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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성경 강해를 보면 노아의 홍수 이후에 노아의 세 아들인 셈, 함, 야벳이 각각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유럽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창세기 9장 18절~29절을 읽어보면 함이 아버지인 노아가 술에 취해 벗은 것을 보고 모욕하고 조롱함으로 인해서 노아로부터 저주를 받는 사건이 나옵니다.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고 하나님이 야벳을 창대케하사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시고 가나안은 그의 종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창세기 9:26∼27)
가나안은 함의 네 아들 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인은 종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지요. 어처구니없게도 이 해석은 남북전쟁 이전에 남부 기독교인들이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함의 네 아들 중 하나인 구스의 아들은 니므롯입니다. 신학적으로 니므롯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니므롯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인본주의 문화를 태동시킨 바벨론 문화의 건설자입니다. 나중에 바벨탑을 쌓아서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는 일도 바벨론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해석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혀서 세뇌가 되었기 때문에 아프리카인을 멸시하고 영원히 남의 종이 될 자라는 말을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할 수 있는 겁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하면서도 제가 아직까지 끊임없이 기독교 신앙과 관련해서 자기 혐오와 부정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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