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방의 애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바람에 아침 7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아침(대명 콘도에서는 아침도 주네요. 신기해라)을 먹고 제주 올레 1코스의 출발점인 시흥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시흥 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일주도로행 '성산포'가는 시외버스표를 구입(3천 원)하고 4번 승강장에서 타면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택시를 탔습니다만... ^^;;;
* 제주 올레 1코스 총평
걷는 것을 좋아하고 평소에도 걷기 운동을 충분히 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힘든 코스입니다. 걷기에 어려운 길은 별로 없지만 거리 자체가 매우 멉니다. 시사IN 이벤트 후기를 보니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걸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못 믿겠습니다. 그 거리를 아무런 불평없이 완주할 수 있는 아이들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든 코스입니다.
1코스는 시흥 초등학교 -> 돌담길 -> 말미오름 -> 종달리 -> 종달-시흥 해안도로 -> 성산갑문 -> 성산일출봉 -> 수마포 -> 광치기 사구언덕 -> 순비기 군락 -> 신양 해수욕장 -> 섭지코지의 15km 코스로 이루어지는데 이 거리를 6시간에 완주하려면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합니다.
중간에 걷기에 지루한 곳이 몇 군데 있기에 제가 추천하는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흥 초등학교 -> 돌담길 -> 말미오름, 여기에서 다른 교통 수단으로 종달리까지 이동 -> 종달-시흥 해안도로를 따라 시흥해녀의 집, 여기에서 다시 다른 교통 수단으로 성산일출봉까지 곧바로 이동 -> 수마포 -> 광치기 사구언덕 -> 순비기 군락, 여기에서 다시 다른 교통 수단으로 섭지코지까지 곧바로 이동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을 추천하는 구간이 걷기에 지루하고 거리도 먼 구간입니다. 참고하세요.
시흥 초등학교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세상에나~ 초등학교 운동장이 잔디 운동장입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예비군 훈련하러 모일 때마다 틈틈이 잔디를 심어서 조성했다고 하네요.
멀리 말미오름(현지에서는 두산봉이라고 한답니다)이 보이네요.
학교를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서 (서귀포 방면으로) 조금 내려가니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설치한 표지판이 보입니다.
말미오름까지는 야트막한 돌담길이 계속 됩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데다 차량의 통행도 별로 없어서 느긋하게 걸어볼 만 합니다.
길이 헷갈릴라치면 어김없이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매어 놓은 파란색 리본이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합니다.
말미오름 입구에는 제주 방언으로 쓰여진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경계석도 있어서 입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말 강~추하는 절경이 펼쳐집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제주 올레 1코스에서 이 구간은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매트를 깔아 놓았습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깔아놓은 것인지 목장 주인이 깔아놓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오르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코스모스인지 벌개미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즈막하게 바닥에 깔려 피는 것을 보면 벌개미취같은데 말이죠. 항상 헷갈립니다. ^^;;;
곤드레 만드레에 나오는 곤드레 꽃입니다. 예쁘죠?
첫오름으로 가는 길은 갈대가 무성합니다. 가을 정취가 물씬이네요.
목장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걸 제대로 닫지 않으면 소나 말이 나갈 수 있으니 꼭 잘 닫고 다녀야 합니다. 막상 가 보니 노끈으로 칭칭 동여매 놨더군요. 풀기가 복잡할 것 같아서 그냥 넘어서 들어갔습니다.
첫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건 뭔지 모르겠네요. 갈대도 아닌 것이 멋집니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출발지인 시흥 초등학교가 보이네요.
정말 그림 같은 풍경 아닙니까? 실제로 보면 훨씬 더 멋집니다.
첫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가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등산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곤드레 꽃밭입니다. 계속 파란 리본만 따라서 가면 됩니다.
여기서 잠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이리로 가면 안 됩니다. ^^;;
이리로 그냥 쭈욱 가야합니다.
목장 입구가 나올 때까지 계속 갑니다.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될 수 있는 길이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저희가 갔을 때에는 다행히 땅이 다 말랐더군요. 역시 문을 잘 닫고 나갑니다.
이처럼 가끔 방목한 소떼를 만날 수 있습니다. 놀리거나 해서 소를 흥분시키지 마시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제주 올레를 걸으려면 맑은 날에는 챙이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입니다. 제주의 햇볕을 무시했다간 새카맣게 타실겁니다. 네...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ㅠ.ㅠ
1코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장실 부족입니다. 최소한 해안도로로 나가기 전까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한군데도 없습니다. 계속 수분을 섭취하면서 이동하게 되는데 여성들의 경우 곤란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쉴만한 곳 또한 마땅치 않습니다. 적당히 알아서 다리를 쉬어야 합니다. 작은 나무 벤치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오름으로 오르는 문입니다. 역시 들어가서 문을 잘 닫아야 합니다. 방목하는 말이라도 풀려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집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저기 멀리 보이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목표입니다. 돌격 앞으로~ ^^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곳곳에 깔려있는 말똥 무더기를 잘 피해서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잘 말라서 밟아도 발에 묻지는 않습니다.
알오름 정상 부근입니다. 방목한 말떼가 보이네요. 말도 예민한 동물이니 놀리거나 흥분시키지 말고 조용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첫오름 정상에서 보는 전망도 역시 끝내줍니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알오름이 넓다보니 내려가는 출구를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목장의 인부들이 다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말미오름에서 내려오는 길도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일단 그늘이 거의 없어서 땡볕을 걸어야 합니다. 종달리로 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게 멉니다.
아스팔트 길을 터덜터덜 걷고 있노라니 뒤에서 오던 경운기가 섭니다. 무뚝뚝하지만 마음씨 좋게 생긴 종달리 어르신이 타라고 하셔서 냉큼 올라탔습니다. ^^
경운기를 타고 종달리로 들어오면서 들었던 생각... '이 길을 걸어서 갔으면 반드시 퍼졌을 것이다' -_-;; 마땅한 교통 수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걸어서 가는 것은 비추입니다. 경운기를 히치하이킹 하시던지 해서 체력을 비축하도록 하세요.
종달리 마을 초입에 있는 종달 초등학교입니다. 여기도 잔디 운동장입니다. 제주도 아이들이 정말 부럽삼~
종달리 어르신들은 저희가 도보 여행을 하는 줄도 모르고 경운기를 가져다 놓고 나오시더니 어디까지 가느냐고 자꾸 물으십니다. 지름길을 알려주시는데 마을을 통과해서 가겠다고 하니 왜 돌아가느냐며 말리시는데 이것 참 곤란하네요. ^^;;;
마을 중앙에 있는 리민회관입니다. 토요일이라서 당연히 휴관이지요. 종달리 마을은 아기자기한 것이 예뻤습니다. 걸으면서 자꾸 그리스의 미코노스섬이 연상되더군요. 조금만 신경써서 가꾸면 충분히 미코노스섬보다 예쁜 마을이 될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인공적으로 꾸미는 것이 과연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을 입구의 폭낭 그늘에 도착했습니다. 일종의 쉼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종달리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쉬엄쉬엄 걸어도 충분합니다.
폭낭 그늘에서 바로 연결되는 소금밭입니다. 예전에는 염전이었는데 지금은 갈대만 무성합니다.
오른쪽에는 확실히 갈대숲인데...
왼쪽은 갈대가 아닌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소금밭을 관통해서 나가면 종달리-시흥 해안도로를 만나게 됩니다.
이 구간을 정리해보면, 말미오름은 강추합니다. 꼭 올라가 보시기 바라고, 말미오름 아래에서 종달리까지는 다른 교통편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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