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쯤 일어나려고 아이폰 알람을 맞춰 놓고 잤는데 역시나 시차 때문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인 4시 40분 경에 저절로 깼습니다.
아무래도 밤 늦은 시간이 되면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강제로 전원을 차단하는 것 같습니다. 모기를 쫓으려고 전자 모기향을 켜놓고 잤는데 어느새 꺼져 있네요;;;; 그제서야 실내를 둘러보니 TV와 냉장고도 없습니다. ㅡㅡ;;;
이불이 꽤 두툼한 것이었는데도 새벽에는 꽤 추워서 한 두 번 설핏 깼다가 다시 잠든 것 같습니다.
이불 속에서 뭉기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5시가 넘자 다시 전원이 들어옵니다(역시 그렇군;;;). 일어나서 샤워하고 대충 짐을 싸놓은 뒤 6시 30분 쯤 켄과 함께 다시 사파리를 나갔습니다.
아직 동트기 전인데도 새벽같이 나온 팀들이 많네요. 부지런하기도 하지....
어느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짙게 드리운 새벽 구름이 걷히면서 지평선 너머로 뜨거운 아프리카의 태양이 얼굴을 비춥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뚫고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코끼리 가족이 이동하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습니다.
주변을 온통 새빨갛게 물들여서 흡사 일출이 아닌 일몰 장면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누우 한 마리가 태양을 등지고 저희를 지켜보고 서 있습니다. 멋지네요~
정말 운이 좋게도 밤새 누우 사냥에 성공한 암사자를 하이에나들이 둘러싸고 협박해서 남은 고기를 빼앗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일찍 철수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켄이 저희보다 더 좋아하네요. ^^
이미 배불리 먹은 듯 누우는 형태가 거의 없고 고깃점만 좀 남은 상태입니다.
하이에나떼가 사방에서 몰려듭니다;;;;
주변에 다른 암사자들도 있지만 하이에나떼에게는 중과부적인 듯 합니다.
아쉬움이 남는 듯 일어선 채로 끝까지 남은 고기에 집착해 보지만 이미 대세는 기운 것 같아 보입니다.
하이에나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생김새가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하이에나를 삥 뜯는 깡패처럼 오해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하이에나가 사냥한 고기를 사자들이 빼앗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가이드인 켄이 설명해줬습니다. ㅡㅡ;;;;
결국 사자가 남은 누우 고기를 포기하고 자리를 피합니다.
남은 고기는 하이에나들이 차지했죠. 누우떼가 멀리서 희생당한 동료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쟈칼 한 마리가 고깃점이라도 얻어 걸릴까 주변을 배회하면서 기회를 엿보지만,
입이 많아서 쟈칼의 순서까지 돌아갈 가능성이 없어 보이네요.
멀리서 다른 사파리 차량들이 이 희대의 쟁탈전을 한 컷이라도 놓칠까 관찰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제일 왼쪽에 주차한 차량 두 대에 탑승한 여행자들은 로또 맞았네요. 하이에나가 차량 바로 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느새 주변의 사파리 차량이 모두 이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차량의 수가 일정 수준 이상 많아지면 동물들이 위협을 느껴 자리를 피하기 때문에 파장하기 전에 켄이 먼저 자리를 떠나기 위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어제도 보기는 했지만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끼리도 다시 한번 보고,
Big 5 중의 하나인 버펄로도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봤고요.
못생긴 오리가 있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차를 댔는데,
톰슨 가젤 무리를 만났네요~
귀여워라~ 체구도 자그마하고 눈빛도 선량해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톰슨 가젤의 매력은 쉴새없이 살랑거리며 움직이는 꼬리죠~
확실히 수컷 톰슨 가젤은 늠름한 모습이네요.
이제는 해가 완전히 지평선 위로 떠올라 아침 평원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누우의 모습은 눈에 익어서인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후에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7시 45분 쯤 다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카메라만 짐에 다시 싸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부지런히 이동했습니다.
직원이 오늘은 아침 기온이 너무 낮아서 야외 테이블에서 먹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문을 열어두면 원숭이들이 난입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답답한 실내에서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은 여전히 다양하고 퀄리티도 높았지만 주스류와 커피가 무료인 반면 샐러드가 별로 없고 대부분 빵 종류라서 살짝 아쉽기는 했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니 이미 침구 정리가 되어 있고 체크아웃 할 때를 위해 남겨놓은 수고비 1불을 벌써 챙겨갔네요. 부지런해도 너~무 부지런하군요;;;;
기온은 작년 겨울 라오스 여행 때와 비슷한 것 같지만 엄청 건조해서 샤워를 할 때마다 바디 로션을 발라야 할 정도입니다.
8시 45분 쯤 체크아웃하고 다시 나이로비로 출발했습니다.
메인 도로로 나가는 끝자락에 있는 이정표입니다. 원숭이 한 마리가 뙇~ 문지기처럼 앉아 있네요. 통행료라도 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만 인사만 하고 그냥 휭 통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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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의 표준렌즈를 떼고 망원렌즈로 바꿔 마운트한뒤 사파리 모자와 버프로 중무장했습니다.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케냐의 국립공원들은 먼지가 많아서 마스크나 버프가 필수 아이템이죠.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무거운 망원렌즈도 아프리카까지 꾸역꾸역 들고 갔는데 그냥 사파리만 즐긴다 해도 쌍안경 하나쯤은 꼭 가져가세요. 오페라용으로 나오는 가볍고 작은 쌍안경이라도 챙겨 가시면 잘 가져왔다 하실 겁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맨 눈으로 야생동물 관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니콘 D300에다가 이번 여행에 특별히 챙겨 간 시그마 150-500mm 망원렌즈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좁은 차 안에서 거치하고 촬영하기 편하게 미니 삼각대를 붙였고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흔들려서 초점이 안 맞았네요. 생애 첫 사파리라서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구입한 녀석인데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도 구입하기를 잘 했다고 자평합니다. 이 렌즈가 없었으면 정말 심심한 아프리카 여행이 될 뻔 했거든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마스크나 버프는 필수 아이템이고 DSLR로 야생동물 사진을 찍으시려면 150-5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꼭 필요하고, 관찰만 하신다고 해도 쌍안경(가벼운 오페라용 쌍안경이면 충분)은 필 지참하세요.
든든한 가이드 켄의 뒷모습입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건 무전기인데 사파리 차량마다 장착되어 있어 어디에 동물이 있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아예 무전을 켜놓고 다니기도 합니다. 보기 힘든 동물이라도 나타나면 다들 어떻게들 알고 나타나는지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무전기 덕분입니다.
케냐의 국립공원 사파리는 기본적으로 차에서 내리는게 금지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보시는 것처럼 큰 길을 따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은 길에서 벗어나 덤불이나 숲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서 훨씬 더 자유롭죠. 하지만 암보셀리 국립공원도 숲이 많지 않고 길로 구분되는 구역이 아주 넓지는 않은 편이라서 쌍안경만 있으면 동물을 관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시는 것처럼 코끼리떼가 길을 건너기라도 할라치면 길가에 차를 멈추고 관찰하는 것이죠. 동물들을 최대한 놀라지 않게 하려고 시동을 끄는 건 기본입니다.
케냐의 사파리는 새벽에 나가서 동트는 걸 보고 돌아와 아침을 먹는 새벽 사파리, 아침 식사를 하고 나가는 오전 사파리(보통은 lodge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지만 피크닉 런치를 가져가 사파리를 하는 도중에 먹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 4시 경에 나가서 해가 지기 직전까지 보는 오후 사파리로 나뉩니다.
코끼리는 TV에서도 보고, 동물원에서도 보고 해서 익숙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철조망이나 차단벽도 없이 바로 곁을 지나가는 코끼리를 보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존재감 자체가 달라요.
원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코끼리를 보기에 최적인 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중 암보셀리에 있는 코끼리의 상아가 가장 크다고 하죠.
이 포스팅의 뒤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대장 코끼리같습니다. 겉모습만 봐도 역전의 용사란 걸 한 눈에 알 수 있겠네요.
이 코끼리를 보니 예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아시아 코끼리는 펼친 귀가 작고 아프리카 코끼리는 크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코끼리 모자 등장입니다. 어미 코끼리는 눈매부터 순해 보이네요.
역시 아기 코끼리는 상아가 없어서 그런지 귀여워요~
엄마에게 젖 달라고 칭얼거리는 아기 코끼리~
젖 달라고 본격적으로 밀고 있는 아기 코끼리, 귀찮을 따름인 엄마;;;;
코끼리 가족 등장이요~
길을 건너다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 무리의 맨 뒤를 지키며 따라가던 대장 코끼리(위에 나왔던)에게 반항합니다.
대장 코끼리가 점잖게 타이르는 것 같은데....
코로 매만지면서 설득을 하지만....
수컷 코끼리가 끝까지 엉기면서
개기는반항하는 바람에 때아닌 힘겨루기가 벌어집니다.
그래봤자 대장의 힘과 관록을 당할 수 있을리가 없지요. 수컷 코끼리가 수긍하고 대열로 돌아가는군요.
수컷 코끼리와 대장 코끼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뒤로 쳐졌던 다른 코끼리 모자가 무리에 합류하려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앞서 보았던 아기 코끼리보다 더 작은 녀석이네요.
아프리카에서 Big 5라고 하는 동물로 코끼리, 사자, 버펄로, 표범, 코뿔소를 꼽는데 암보셀리에서 코끼리를 보는 걸로 시작했네요.
다음은 누우떼입니다.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만큼 많지는 않지만 누우의 수 자체가 수 백만 마리에 달하다 보니 아무래도 제일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죠.
문제는 이 녀석들이 초식동물이다보니 이동하지 않으면 항상 풀을 뜯고 있기 때문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
얼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엄청 찍어대서 이거 한 장 건졌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들에 몇 장 더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첫 인상은 좀 무서웠는데 자꾸 보니 친근하더군요.
케냐의 국조라고 하는데 생김새가 범상치 않습니다. 제 안들리는 영어 실력으로 들었을 때도 이름에 crown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머리의 볏을 왕관으로 부르는 것 같더군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색깔의 오묘한 조화가 정말 멋지죠. 특히 얼굴 부위가 다양한 색이라서 흡사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암컷 타조입니다. 저기 멀리에 수컷 타조와 다른 암컷 타조들이 보이네요. 아프리카에 가면 타조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초원에 한 마리씩 서 있는 게 다에요. 이렇게 한 앵글에 여러 마리가 잡히는 것도 드문 경우입니다.
숲 근처로 이동하다 갑자기 임팔라떼와 만났습니다. 암컷 임팔라들이네요.
순한 눈매도 예쁘지만 털이 정말 보드라울 것 같더군요.
워낙 겁이 많은 동물이기는 해도 충분한 거리만 두면 그래도 사진을 찍을 정도의 시간은 줍니다. ^^ 다른 녀석들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엉덩이를 돌리고 풀을 뜯는 동안 한 녀석이 망을 보듯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네요.
멈추었던 차의 시동을 걸었더니 역시나 화들짝 놀라 내뺍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겠지요.
덤불숲을 돌아가니 이번에는 수컷 임팔라입니다. 암컷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더군요. 왜지?
멋지게 솟은 뿔이 늠름합니다. 뛰는 모습도 팔랑거리지 않고 박력있더군요.
두 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갑자기 모래 폭풍이 몰려옵니다. 가이드인 켄도 이런 모래 폭풍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왠만하면 버텨보려고 했습니다만 금방 멎을 것 같지 않아서 결국 썬루프를 닫고 2시간 만에 철수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동물을 보여 주려고 애쓴 켄이 고맙더군요.
짙게 드리운 구름 장막 사이로 서편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가 마지막 햇살을 뿌립니다.
6시 30분 쯤 철수하여 Lodge로 돌아오니 모래 폭풍은 멎었지만 대신 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더군요. 이런 날씨에는 아무래도 다시 나가기 어렵죠. 지붕 위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새. 생긴 것도 참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들어왔다고 내일 새벽에 한번 더 나가잡니다. 꼭 그럴 필요 없는데 서비스 정신 하나 정말 투철하군요. 꼭 나가자고 해서 알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뭐 가이드와 손님의 입장이 바뀐 듯;;;;
구름이 두껍게 깔려서 킬리만자로 산도 안 보이네요.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만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는데 건기에는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하네요(저희는 결국 못 봤습니다. ㅠ.ㅠ).
이 정도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불면 모기는 없겠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make up을 이미 다 해놨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make up을 하네요.
다행히 전기는 원활히 공급되는 듯 합니다. 휴대폰, 휴대용 충전기, 전자모기향까지 꽂아놓고 누워서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7시 30분 쯤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나갔죠. 여전히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서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부페 테이블도 식당 안으로 옮겨져 사람들이 모두 안에서 식사하네요. 음식은 정말 좋습니다. 샐러드 종류도 많아서 비건들도 문제없이 식사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케냐 로컬 맥주인 TUSKER 맥주를 두 병 주문했습니다(한 병에 300실링). 새로운 걸 시도할 땐 시험삼아 하나만 주문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했습니다. 양이 좀 많네요. 쌉싸름한 맛과 향이 일품이지만 대신 목넘김은 좀 안 좋습니다. 양이 많으니 먹기가 부담스러워요.
저녁을 먹고 인터넷 좀 쓰려고 로비로 갔으나 동시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느려서 사진 업로드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트윗 좀 하려고 했으나 너무 느려서 포기. 속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9시 2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씻고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고 시차 적응도 해야 하니까요.
닫기
* 우등 공항버스리무진 탑승료 : 15,000 X 2 = 30,000원
* 저녁 식사(인천 공항 내 서브웨이)
- 베지 버거 : 7,000원
- 아이스 아메리카노 : 4,400원
* 사파리 용 간식 구입
- 네이쳐 밸리 곡물바 : 1,500 X 4EA = 6,000원
- 마켓 오 곡물바 : 4,800 X 2 Box = 9,600원
*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 입장료 : 20 X 2 = 40불
* Ol Tukai Lodge 포터 팁 : 1불
* 점심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Passion Fruits Juice : 200 X 2 = 400실링
- 팁 : 100실링
* 저녁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TUSKER 맥주 : 300 X 2 = 600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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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마을을 나와 차량으로 조금 더 이동하니 드디어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Iremito Gate가 나타납니다.
차량이 멈추면 가이드가 차에서 내려 사무소에서 입장권을 사오는 동안 당연히 기념품을 팔려는 마을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혹시나 하고 가격을 물어봤습니다만 역시나 흑단 남녀 인형 한 쌍에 40불이나 합니다. 도저히 흥정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대입니다. 쩝...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니 곧바로 "어서오세요"라는 우리말이 튀어나오더군요. 대한항공 직항이 생기고 한국인들도 암보셀리에 많이 왔는지 벌써 오염되기 시작했네요.
Iremito gate를 지난 뒤에도 차는 한참을 달립니다. 그렇죠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에버랜드 따위가 아닌 겁니다. 정문을 지나도 공원 내 위치한 lodge에 도착하려면 기본 15~20km는 더 들어가야 합니다;;;;
평원으로 나오자마자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리는 기린 한 마리가 똿~ 하고 보입니다. 오오~ 역시 아프리카네요.
이번엔 듀엣으로 달립니다~~~
이제는 아예 떼로 몰려 다니네요. 이때는 몰랐지만 기린을 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렇게 많은 수를 한꺼번에 보는 건 쉽지 않더군요. 이후로 이렇게 많은 기린을 한번에 본 적은 없었습니다. 만져보기도 했는데 말이죠.
가장 흔한 야생동물인 누우(wildbeast)입니다. 나중에는 하도 봐서 좀 지겨워졌지만 이 당시야 마냥 신기하기만 했지요. 사실 이렇게 혼자 다니는 누우는 드물기도 하고요. 40분 정도를 더 달려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하루를 묵게 될 Ol Tukai Lodge에 도착했습니다.
진입로 모습입니다.
입구까지 들어와서 진입로를 돌아본 모습.
로비 입구.
입구의 장식들. 오른쪽에는 아로마 제품도 판매하고 있네요.
로비 풍경.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Ol Tukai Lodge는 현지 agency의 대표님도 추천한 곳이고 숙박 예약을 하던 당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암보셀리 1위를 하던 곳인데다 론플도 추천하는 Lodge입니다.
객실이 80개이니 꽤 큰 규모의 Lodge라고 할 수 있는데 더없이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에요. 하지만 중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뜨입니다. 이제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ㅠ.ㅠ
reception에 도착하니 곧바로 뜨거운 물수건과 웰컴 주스를 주네요. 얼굴에 묻은 먼지를 깨끗히 닦아내고 웰컴 주스로 목을 축였습니다. agency를 통하니 많이 기다리지 않고 여권만 건네면 체크인 절차가 간단히 마무리됩니다.
튼실하게 생긴 직원이 방을 안내해 준다고 앞장을 섰습니다.
어쩐지 좀 멀어보입니다. 알고 보니 80개의 방 중에 80번째 방이더군요. Lodge의 맨 끝에 있습니다. 덕분에 밥 먹으러 갈 때마다 다리 운동 꽤나 톡톡히 했죠;;;
보시는 것이 저희가 묵은 방인데 건물 하나에 4개의 방이 있고 이런 건물이 20채가 있으니 객실 수가 80개가 되는거지요.
응? 방 앞에 원숭이가 뛰놀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원숭이도 지겨울 정도로 봤지만 그 때는 정말 신기하더군요. 마당에 강아지가 뛰어놀듯이 원숭이가 뛰어놀다니요. 게다가...
사람이 나타나니 반갑게(?) 달려옵니다(응?).
보시는 건 Vervet 원숭이인데 객실 문이 열려 있으면 여지없이 뛰어들어와 웰컴 쿠키나 설탕을 훔쳐가기 때문에 문단속을 잘 해야 합니다. 원숭이는 위험한 동물은 아니지만 드잡이질을 하다가 사람을 할퀴거나 하면 광견병을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방은 아담한 크기에 깨끗하고 좋은데 결정적으로 와이파이가 안 됩니다. Ol Tukai Lodge는 로비에서만 와이파이를 쓸 수 있기 때문에(대신 무료) 저녁 시간만 되면 로비에 있는 의자들이 모두 투숙객들로 꽉 차는 진풍경이 벌어지죠.
전기도 입실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나야 공급되고 결정적으로 헤어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ㅠ.ㅠ
욕실도 현대적이고 깨끗합니다. 다만 수압은 좀 약한 편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아프리카니까요(네팔의 재탕?).
욕실은 창이 크게 나 있어 채광은 좋은 편입니다. 담장이 있어 외부 시선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요. 게다가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묵은 방이 맨 마지막 방이라서 사람을 볼 일 자체가 없거든요.
방 밖에는 원숭이들이 진을 치면서 문만 열리면 튀어 들어오려고 대기 중이라서 잘 살펴보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Lodge 곳곳에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절대로 안 되죠.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니까요.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한참을 나가야 식당이 나옵니다. ㅡㅡ;;;
요기는 Reception이 있는 건물이고,
바로 옆 건물이 식당입니다. 대부분의 Lodge는 국립공원 내부에 있거나 외부에 있더라도 자체 식당을 보유하고 있어 모든 식사를 포함해 숙박을 예약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숙박비가 비싸보이죠.
왼쪽으로 가면 식당, 오른쪽으로 가면 야외 수영장이 나옵니다. 식당으로 가기 전에 수영장을 살짝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오~ 괜찮습니다. 수질 관리도 잘 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문제는 날씨가 추워서 수영은 엄두도 못 낸다는 거. 게다가 이맘때의 케냐는 구름도 자주 끼고 해도 잘 안 나서 아무데서나 훌렁훌렁 벗는 유럽인들도 여기서는 태닝하는 걸 별로 못 봤습니다.
어느 Lodge나 상차림이 부페식입니다. 특히 Ol Tukai Lodge는 샐러드가 많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조리장과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Vegan이라고 하니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스프와 시금치 요리를 자발적으로 해 주겠다고 합니다. 럭키~
맛은 있었지만 만드는데 오래 걸렸는지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 갖고와서 다 먹지는 못하고 남겼습니다.
케냐의 Lodge에는 어디나 감자 요리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도 사람들도 많이 오는지 커리나 필라프도 많고요. 먹을 것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자주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였어요.
커피는 대개 식사에 포함되지만 음료는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것이 특이합니다. 게다가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계산하지 않고(그래도 되는 것 같지만) 보통 매번 계산을 하더군요. 그래서 passion fruits juice 2잔(1잔에 200실링)을 주문하고 팁으로 100실링을 줬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나타났지만 정원 끝에 야생 동물이 못 들어오게 철조망을 쳐 놨습니다. 정원은 정원사들이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고 관리를 해서 코끼리나 얼룩말 등이 먹을 풀이 많죠. 그래서 심심치 않게 야생동물이 목격된다고 합니다. Ol Tukai Lodge는 그래도 야생동물이 철조망을 넘어서 Lodge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지만 앞으로 보시게 될 Lodge들은 야생동물이 제 집 드나들듯이 막 들어옵니다. ㅡㅡ;;;;
식당 앞에서 곤히 잠든 고양이를 봤는데 야생동물의 천국에 오니 한국에서는 흔히 보는 고양이가 오히려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ㅡㅡ;;;;
2시쯤 숙소로 돌아와 눈이나 붙이자고 잠깐 누웠는데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4시에 로비에서 '켄'을 만나 오후 사파리를 나가기로 했거든요.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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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인 켄이 휴게소 이후 속도를 높였는지 암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도착하기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근처의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켄의 말로는 그곳이 너무 관광지화되어 그나마 덜 오염된 곳을 보려면 차라리 이곳 마사이 마을을 들르는 걸 추천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을은 국립공원 바깥 쪽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사이 마을의 투어 비용은 1인 당 20불입니다.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에서는 처음에 30불을 이야기했는데 가이드에게 20불로 알고 왔다고 했더니 20불이 맞다면서 투어를 책임지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안 했으면 30불을 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론플에 소개된 금액도 그렇고 1인 당 20불이 적정 금액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잔돈이 없어서 100불짜리 지폐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네요. 하는 수 없이 가이드가 40불을 빌려 줘서 그걸로 지불하고 나중에 갚았습니다.
* 마사이 마을의 투어 순서
웰컴 댄스 -> 축복 기도 -> 마사이 전통 약재 소개 -> 불 만드는 법 시연 -> 마을 투어 -> 가정집 방문 -> 재래시장 -> 학교(생략)
투어를 하겠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마을 밖으로 나옵니다.
관광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하니 평소에도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발목의 비즈 공예품 주목)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미리 연락한 것도 아닌데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적당히 모이면 웰컴 댄스를 춥니다. 일렬로 서서 그 유명한 마사이 서전트 점프를 시전하는거죠. 한꺼번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뛰기도 합니다. 열심히 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 높이 올라가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우리하고는 일단 길이 자체가 다릅니다. 게다가 엄청 말랐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아닌가요? 옷 색깔도 빨간색이라 더 강렬한 느낌이고요.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보기 좋았습니다.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소개하는데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요.
웰컴 댄스를 추고 나면 사람들이 저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마을의 샤먼이 나와 여행의 무사안녕을 비는 축복을 빌어줍니다.
축복 기도가 끝나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마을 사람이 나서서 안내를 해 줍니다.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되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케냐의 공공 의료 시설은 주로 가진 자를 위한 것이라서 마사이 사람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습니다(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사이 사람들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약재를 이용해 왠만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면서 모아놓은 약재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더군요.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불을 만드는 법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가축의 똥과 풀을 이겨서 만든 연료를 손으로 으깨서 준비합니다. 비즈 공예로 만든 팔찌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모두 본인들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탈 것 위에 홈을 낸 나무판을 올려놓고 막대기를 홈에 끼위 손바닥으로 빠르게 돌려서 마찰로 불을 일으키는 거죠.
영화에서처럼 대충 비벼서는 어림없고 순간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돌려야 하더군요. 확실히 요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불을 일으키고 있는 마사이 전사가 찬 칼과 칼집이 인상적이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허리띠도 비즈 공예품이네요.
금방 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갑니다.
원형으로 된 마을의 중심부에 가축들을 풀어 놓는 우리가 있고 그 주위를 집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이 마사이족의 가장 큰 일이니 마을 곳곳이 똥투성이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사실 건기에는 수분이 없어서 금방 건조되니까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엄청난 수의 파리떼입니다.
날아드는 파리를 쫓으려고 손으로 얼굴 앞을 휘저으면 그 사이로 파리들이 달려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이드 해 주는 마사이 전사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신경 쓰이더군요. 저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살짝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청결벽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마사이족이 사는 집은 (당연히) 진흙과 가축의 똥으로 이겨 지은 집인데 천정이 낮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문이 벽에서 튀어나온 통로처럼 되어 있는데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미로처럼 돌아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둡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꽤 아늑한 편인데 신기한 건 마을에는 파리떼가 엄청난데 비해 집 안에는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겁니다.
가이드를 해 준 마사이 전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집 구경을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요새는 마사이족도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 예전과 달리 20대 중반이 되어야 결혼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집은 아내 당 한 채를 줘야하기 때문에 결혼을 세 번 해서 아내가 셋이 되면 집이 세 채가 필요한거지요;;;;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인데 보통 아내는 1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한은 없고요;;;;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아내가 한 명에 아들도 하나 뿐인데 교육시키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초등교육은 마을 학교에서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도시에서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또 하거나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저희의 전담 가이드였던 켄도 아이가 하나인가 둘인가 그랬습니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하나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양육비, 교육비 걱정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없어 보였습니다.
마을 한 켠에 있는 재래 시장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장신구와 공예품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팝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시간이 이른 편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라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아무것도 못 샀습니다.
물건을 사 달라, 학교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강매 수준은 아니고 죄책감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면 순순히 물러나던데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만 그런건지 마사이 마라의 마사이 마을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 마음에 확 와닿는 체험은 없는 반면 엄청난 파리떼의 습격때문에 마사이 마을 방문은 마음놓고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는데 30~45분 정도 시간이 걸렸네요. 다시 마을 어귀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켄과 합류하여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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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의 Jomo Kenyatta 국제 공항에 현지 시각 7월 30일 새벽 4시 40분에 내렸습니다.
보시는 것이 Jomo Kenyatta 공항의 국제선 청사인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 하루 전인 8월 7일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 이 건물이 홀랑 타 버리게 됩니다. 물론 이 때는 그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지요.
비행기와 연결된 연결 통로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면세 지역으로 연결되는 게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 구역에서 불이 났다고 하더군요. 헐~
Jomo Kenyatta 국제공항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명이 조금 어두워서 얼핏 보면 좀 낡아 보이지만 입국 심사를 받기 전에 잠깐 들른
화장실은 작기는 해도 보기보다 깨끗하고 냄새 하나 안 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국 심사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비자 확인만 하고 그렇게 번거롭게 챙겨 온 황열병 예방 접종 증명서도 안 보는 듯 했습니다. 아프리카에 얼마나 머무르냐고 물어보더니 캠으로 사진찍고 땡입니다.
짐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보통 속도로 나옵니다. 짐을 찾고 나면 검역소를 안 거치고 곧바로 나올 수 있네요. 그 새벽인데도 공항까지 나와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현지 agency 대표님을 만나서 공항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가기 전에 공항 환전소에서 여행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미화 200불을 케냐 실링으로 환전(1불 당 83.5실링 환율)했고요.
공항 환전소에서는 150실링 정도를 커미션으로 떼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아이폰 환율앱으로 계산해 봤는데 딱 떨어집니다. 어느 나라처럼 떼먹고 그런 건 없습니다.
새벽이기는 해도 현지 기온이 12도입니다. 이것도 이상 기온으로 평소보다 따뜻한거라고 하네요. 예년같다면 훨씬 더 추워야 한다고. ㅠ.ㅠ 그러고 보니 마중나온 대표님도 가죽 점퍼를 입고 있고 주변을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은 털모자에 목도리, 장갑까지 끼고 있습니다;;;;;
제가 케냐로 여행간다고 하니 지인들이 이 더위에 왜 한국보다 더 더운 나라로 가냐고 비웃었는데 케냐는 적도 부근의 나라이기는 해도 7월이 겨울이기 때문에 추울 정도는 아니라도 상당히 쌀쌀합니다. 결론적으로 피서 잘 했죠.
공항 근처의 카페에서 대표님이 사 주신 케냐의 첫 커피(한 잔에 100실링이라는데 솔직히 이 커피는 별로였습니다. 드립 커피를 기대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믹스 커피맛이더군요. ㅠ.ㅠ)를 마시면서 호텔 바우처와 일정표를 받고 투어비 잔금을 결제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건나물, 짜장가루 등(부피가 안 나가는 걸로 좀 챙겨갔지요)을 선물로 드렸고요.
가이드북에 공항 등 공공 건물은 절대 사진 찍지 말라고 되어 있다던데 정말 그러냐고 물어보니 누가 그러냐며 상관없답니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저 위에 있는 공항 청사 사진이죠. ^^
케냐 여행 내내 저희와 함께 한 가이드 겸 운전사의 이름은 '켄 부구와'라고 꽤나 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메일로 상의하면서 여행 일정을 짜는 과정 중에 제가 궁금한 게 좀 많아서 대표님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더니 유난떠는 client라고 생각하고 complaint를 방지하느라 노련한 가이드를 붙여준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죠. ㅡㅡ;;;;
여행사 대표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6시 30분 쯤 되어 암보셀리로 출발했습니다.
도로에 차는 별로 없는데 화물 트럭이 꽤 많습니다. 문제는 규정 속도를 엄하게 강제하는지 화물 트럭들이 굉장히 느리게 달린다는 것이죠.
케냐는 시외 도로도 대부분 왕복 2차선이기 때문에 길을 막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 화물 트럭을 추월하느라 자주 중앙선을 넘게 되는데 가끔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살짝 빗겨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차로 이동하는 중에 아프리카에서 본 첫 일출입니다.
출발한 지 한 시간 남짓 지나니 이동통신 사업자가 Airtel Network로 바뀌면서 자동로밍되어 현지 시간으로 표시되더군요.
길을 가다 보면 이런 과일 좌판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시내에 진입하면 속도를 못 내게 과속방지턱을 많이 만들어 놨는데 그 때문에 차가 밀리기 시작하면 행상들이 망에 과일을 담아서 찻길까지 진출해 운전자들에게 과일을 팝니다.
잠시 더 달리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1시간 30분 정도 남기고 켄이 너무 졸립다며 휴게소에서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어가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안전 운전이 제일이니까요.
케냐의 휴게소들은 대부분 화장실 무료 사용입니다. 휴게소마다 기념품샵이 있고 그 수익으로 운영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휴게소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마시라고 권해드립니다. 흑단 조각이 하도 조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봐 줄 만한 수준입니다만 역시나 너무 비쌉니다.
저희가 여행 내내 타고 다닌 승합차입니다. 지붕이 열리도록 사파리용으로 개조한 차량이지요. 좀 작은 듯 보이지만 맞춤 투어를 했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는 없이 세 명이서 자리 옮겨 다니면서 타고 편하게 다녔습니다.
원래 제대로 된 사파리 차량은 보시는 것과 같은 지프 형태지만 실제 사파리를 나가면 별로 차이가 없고 덩치가 크면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기동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퍼지지만 않으면 어떤 차량이든 상관없는데 퍼지는 비율은 차량에 따라 차이가 거의 없다네요.
꽃이 예쁘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봤다면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고 끝일텐데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보니 확실히 감흥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역시나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나이로비 인근 지역의 흙색깔이 아주 짙은 붉은 빛깔인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지역마다 많이 다르다고 하네요.
15분 정도 쉬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확실히 평원은 광활하지만 하늘에는 생각보다 구름이 많아 색다른 그림이 많이 만들어지더군요. 케냐 여행 내내 하늘을 바탕으로 구름이 수놓은 다양한 그림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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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아프리카로 가려면 굉장히 멀리 돌아가야 했지만 2012년 6월에 주 3회(화, 목, 토) 직항편이 생겨 이제는 상당히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게 되었으니 개발로 인한 파괴가 명약관화하다는 거;;;; 라오스에 진에어가 직항편을 개설한다고 해서 2012년에 부랴부랴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ㅡㅡ;;;;
어쨌거나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대한항공 직항으로 케냐 나이로비로 간 뒤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죠.
그렇다면 대한항공 케냐 직항은 비행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인천 공항에서 케냐 나이로비 공항까지 공식 비행 시간은 13시간 40분, 돌아오는 항공편은 12시간 20분입니다.
* 항공료(2013년 5월 기준): 인천 <-> 나이로비(대한항공) : 1인당 1,813,000원(유류할증료 및 TAX 746,600원 포함)
2인 기준으로 4,372,600원이니 왕복 항공료로 620만 원이나 들었던 쿠바 여행과 비교해 볼 때 항공료만 따져보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아, 참고로 저 금액은 KB국민카드 결제조건의 promotion 상품이었습니다.
* 대략 일정(10박 11일, 7월 29일 출국 ~ 8월 9일 입국): 암보셀리(1박) -> 나이로비(1박) -> 마사이 마라(2박) -> 나이바샤(2박) -> 라무섬(2박) -> 나이로비(1박)
- 7월 29일 밤 인천 공항 출국
- 7월 30일 새벽 케냐 나이로비 도착 후 차량으로 암보셀리 국립공원 이동, 오후 게임 드라이브
- 7월 31일 새벽 게임 드라이브 후 나이로비 이동, 오후에 Giraffe Center, Karen Blixen Museum 방문
- 8월 1일 오전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이동, 오후 게임 드라이브
- 8월 2일 새벽 열기구 투어 후 휴식, 점심 식사 후 오후 게임 드라이브
- 8월 3일 오전 나이바샤 국립공원 이동, 오후 Hell's Gate 국립공원 워킹 투어
- 8월 4일 오전 나쿠루 국립공원 이동, 게임 드라이브 후 나이바샤 국립공원 복귀, 크레센트 섬 워킹 사파리
- 8월 5일 오전 나이로비 이동, David Sheldrick Wildlife Trust 방문 후 국내선으로 라무섬 이동
- 8월 6일 오전 라무 타운 워킹 투어 후 오후 복귀, 일몰 때 Dhaw Ship Trip
- 8월 7일 오후 국내선으로 나이로비로 출발, 호텔 도착 후 휴식
- 8월 8일 나이로비 국제공항 화제로 인해 나이로비 시내 워킹 투어 후 사파리 파크 호텔에서 1박 추가
- 8월 9일 아침 공항으로 이동하여 오전 비행기로 출국
- 8월 10일 새벽 인천 공항 입국
원래 일정은 8월 9일 새벽에 귀국해서 하루를 푹~ 쉬고 8월 10일에 정상 출근하는 것이었는데 8월 7일에 급작스레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모든 항공편이 24시간 delay가 되었고 하루를 늦게 귀국하게 되어 돌아오자마자 짐도 못 풀고 부랴부랴 출근하는 참사가 빚어졌지요.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피치 못할 일이 생겨 귀국이 늦춰진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 케냐 여행 때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을 실컷 봐서 그런지 확실히 힐링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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