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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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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작년 여름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2011)'를 소개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떠오르는 심상 중 하나가 고양이와 미식가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아예 하루키는 에세이를 쓰다 보면 '꼭' 쓰게 되는 주제가 있는데 바로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라고 털어놓고(?) 있습니다(살짝 여자도 덧붙이기는 했습니다만... ^^).
이 책은 패션잡지 '앙앙'의 103회부터 마지막 153회(2012년 3월 28일자)차 에피소드를 한 권으로 엮은 것입니다. 앙앙에 연재한 에세이를 묶은 책은 총 3권이 나왔는데 1권이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이게 2권보다 늦게 출판되는 바람에 도리어 이걸 아직 못 읽었습니다), 2권이 작년 7월에 소개 드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2011)'이고 이 책이 마지막 3권입니다.
재미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십 년 동안 '앙앙'을 제외한 어떤 잡지에도 연재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앙앙'의 독자는 대부분 젊은 여성이고 자신은 아저씨이니 '공통된 화제 따위 없다'고 마음먹으면 되레 쓰고 싶은 것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냥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낀 것을, 자유롭고 즐겁게 줄줄 써나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비해 촌철살인격의 풍자는 좀 줄어들었지만 대신 흔히 듣기 어려운 일화나 풍물 소개가 늘어서 역시나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하루키의 에세이가 재미있고 마음에 와 닿는지 좀 생각을 해 봤는데 저랑 비슷한 점이 꽤 많더군요. 고양이, 재즈, 샐러드, 여행, 운동(하루키씨는 달리기, 저는 트래킹)을 좋아하고 낯가림이 심하고, 하기 싫은 것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으려 하고, 형식이나 예의범절에 구애받는 걸 싫어하는 것 등등.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익숙한 이야기를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콕 집어 이야기를 해 주니 시원하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도 곧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들께는 일부러 소개드릴 필요가 없겠지요. 이미 읽으셨거나 배송을 기다리고 계실테니까요.
닫기
* 커트 보거네트의 소설에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도 아주 멋있죠. *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가능성의 저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축의 온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때로 우리의 춥디추운 인생을 서서히 훈훈하게 해준다. * 에세이를 연재하다보면 '꼭 쓰게 되는' 토픽이 몇 가지 나온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것,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기로,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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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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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너무나 맛있는 음식(그것도 오랫동안 바랬던)을 먹을 때에는 한 입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 입속의 맛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습니까?
그런 적이 없으시다고요? 저는 그런 적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맛있는 음식은 아껴서 맨 마지막에 먹는 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제게는 그런 음식입니다. 소설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 작가의 소설이 재미있어서겠지만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 에세이 = 40 : 60에 가깝습니다. 에세이 비중이 오히려 더 큽니다. 물론 소설이 별로라는 말은 전혀 아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떠오르는 심상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양이고, 다른 하나가 미식가입니다. 이 둘은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둘 다 매우 섬세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지극히 섬세하면서도 유리 공예품을 만지는 것 같은 긴장감이 없어서 좋고 무엇보다도 봄날의 곰처럼 포근하고 따뜻한데다 위트가 넘쳐서 좋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아주 기분 좋거든요.
이 책은 앙앙(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칼럼의 한 해분을 모은 것입니다. 10년 전에도 이 잡지에 연재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10년 만에 나온 에세이집입니다. 1Q84를 탈고한 뒤 드디어 나왔네요.
맥주 회사에서 만드는 우롱차 같은 에세이지만 본인이 이야기하듯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회사 우롱차를 목표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써서 그런지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특히 매 에세이마다 말미에 저자의 깨알같은 코멘트가 달려 있는데 에세이 내용과 연결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이게 또 재미있습니다.
구매 예약 공지가 뜨자마자 냉큼 신청해서 한 달이나 기다렸다가 6월 말에 드디어 받았습니다만 역시나 맛있는 음식을 아껴 두듯이 다른 책을 두 권이나 읽을 동안 참았다가 읽었습니다. 역시나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훌륭한 우롱차가 될 것 같습니다.
닫기
*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다음에 또'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레스토랑의 테이블 너머로 맞은편 여성의 손에 가만히 내 손을 포개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타당하고 자연스럽고 예의바른 행동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숙녀를 위해 문을 열어 그대로 잡고 있는 것과 같은.* 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 * 나는 소설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잘 쓰진 않지만, 가끔 실제 일을 쓰면 곧잘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비난받는다. 어째서일까? 나한테 무슨 인격적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소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자신이 직접 겪어봐야 비로소 가슴속 깊이까지 확실하게 와닿을 것이다. * 뭐, 별로 상관없지만.* 나는 학교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고 개인적으로 프랑스어, 스페인어, 터키어, 그리스어를 공부했지만, 간신히 익힌 것은 영어뿐. 나머지는 거의 잊어버렸다. 지금 당장 튀어나오는 프랑스어는 "생맥주 주세요"와 "그건 내 탓이 아냐" 정도(대체 이건 무슨 조합인가?)* 겨우 레코드 한 장 가지고 이만큼 스트레이트로 흥분하다니 이것도 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예, 뭐 그래도 상관없지만. * 이타미 공항에 글리코의 달리기 선수 간판이 있고, '나와 함께 사진 찍지 않을래요?'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찍었다. *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덧. 이 책의 삽화를 그린 오하시 아유미도 업계에서는 상당한 대가이지만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풍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가볍고 위트있게 그렸어야... 뭐, 어쩔 수 없겠죠. 이미 나왔으니...
덧2. 22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책을 13,000원이나 받으려면 양장본으로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제본의 질은 좀 더 신경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맨 앞 장이 벌써 갈라지려고 합니다. 속상하네요.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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