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1/02 [북 크로싱] 애착과 강점을 기반으로 한 노인 서포트(2018)(국민 도서관에 보관 중)
- 2023/12/29 애착과 강점을 기반으로 한 노인 서포트(Supporting Older People Using Attachment, 2018)
- 2022/11/11 제 98회 미니 강의를 엽니다 : 애착 외상의 이해(화상 강의)(마감) (4)
- 2022/08/27 애착외상의 발달과 치료(Mentalizing in the Development and Treatment of Attachment Trauma, 2019) (2)
- 2021/04/19 애착 장애로서의 중독(Addiction as an Attachment Disorder, 2004)
- 2021/03/06 애착과 정신분석(Attachment and Psychoanalysis, 2013) (4)
- 2019/04/19 [발표자료] 애착 외상의 이해 (102)
- 2017/12/12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 (44)
- 2014/10/30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 상담자용 (14)
- 2014/02/19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수검자의 심한 반응 억제가 나타날 때 체크할 점
- 2014/01/26 왜 나는 늘 허전한걸까(2013) (4)
- 2013/11/01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Best Friends, Worst Enemies, 2001) (4)
- 2013/06/12 다양한 장애의 중복 진단이 의심되는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어떻게 formulation하는가
- 2013/01/12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 (10)
- 2012/03/16 Counselling in Terminal Care and Bereavement(1996)
- 2011/11/06 애착과 심리치료(Attachment in Psychotherapy, 2007) (6)
- 2011/05/30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 (10)
- 2011/02/16 [북 크로싱] 관계 : 사랑과 애착의 자연사(SOUS LE SIEGE DU LIEN, 1989)(보관 중) (15)
- 2011/02/12 [서적] 관계 : 사랑과 애착의 자연사(SOUS LE SIGNE DU LIEN, 1989)
- 2010/10/24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이나 애착 문제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 (2)
- 2010/10/01 아이를 관찰하고 나를 성찰하는 애착의 심리학 : 아이와 부모 사이의 모든 것, 애착(2010) (7)
- 2009/12/13 도박 중독자가 도박에 빠지는 정신분석적 이유 (2)
Imogen Blood, Lydia Guthrie가 쓴 '애착과 강점을 기반으로 한 노인 서포트(2018)'를 북 크로싱합니다.
노인 서포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issue인데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애착까지 다루고 있어서 기대가 꽤 컸는데 내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쳐서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든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733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매스컴에서는 출산율이 낮은 것만 집중 조명하지만 사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이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당장 10년 안에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 거의 분명한데 이건 심리 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청소년 상담과 노인 상담의 비중이 머지않아 완전히 역전될 겁니다.
이 책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애착, 노인 서포트를 동시에 다루고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강점'을 기반으로 한 노인 서포트라니 시사하는 바가 더 많을 것 같아서 기대도 컸고요.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와 기반 시설 및 제도가 많이 다른 영국 기반이라는 맥락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인지 요양 시설의 종사자가 애착 유형과 강점을 기반으로 입소한 노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당사자인 노인을 포함한 일반인은 읽을 필요가 없고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상담자 같은 전문가에게는 별로 참신할 것이 없는 당연한 내용이라서 정보가가 별로 없습니다. 사용하는 tool도 구태의연합니다.
그래서인지 22,000원이라는 가격도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원래 전공 서적의 가격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인데도 말이죠.
또 한 가지 황당한 점은 원 저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는 전공 번역서라는 점인데 책 날개와 뒷 부분에 역자 소개는 아주 자세하고 역자 서문도 상세한데 비해 원 저자에 대한 소개는 전혀 없고 서문도 없습니다. 저 같은 전공자는 당연히 전공 서적을 볼 때 원 저자에 대해 살펴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711
제 강의를 들어보셨거나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있는 분들은 제가 애착 외상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해왔는지 잘 아실 겁니다.
사실 대인 관계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 중 거의 대부분이 어느 정도는 애착 외상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흔히 만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이를 간과하는 임상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강의에서는 애착과 애착 외상이 무엇이며 애착 외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임상가가 아닌 일반 상담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애착 외상을 의심케 하는 심리검사 sign은 무엇인지를 일별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애착 외상이 얼마나 흔한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감별하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 지 궁금한 현장 임상가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애착 외상의 이해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애착 및 애착 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일반 상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지, 그리고 애착 외상을 감별하는 방법에 대한 개요
* 일시 : 2022년 11월 12일(토) 14:00~17:00(3시간)
-> 전날인 11월 11일 밤 11시 30분에 예약이 마감되고 접속 코드와 강의안이 발송되니 반드시 그 전에 수강료 입금을 완료하셔야 합니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부랴부랴 예약하고 은행 서버 점검으로 시간 내에 입금을 못 했다며 받아달라고 떼를 쓰는 분들이 계셔서 아예 마감 시간을 30분 당기기로 했습니다;;;)
* 장소 : 구글 Meet을 이용한 화상 강의
-> 구글 Meet 사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안내 메일 드리겠습니다. gmail 계정이 없어도 됩니다.
* 인원 : 최소 10인 이상
-> 선착순 제한없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인원인 10명만 넘어가면 강의 확정입니다. 강의 오픈 확정되었습니다.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3만 원-> 제 계좌번호를 알고 있다고 미리 입금하지 마세요. 신청 확인 메일을 받으신 뒤 입금하시기 바랍니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환불해 드려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 강의 전에 미리 불참 통보를 하지 않으면 환불, 이월이 안 됩니다. 유의하세요!
* 특징 : 강의 전에 취소하시면 조건 없이 100% 환불,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 앞으로는 예약 취소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자유롭게 취소하실 수 있지만 선 입금하셔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꼭 들으실 분들만 신청하시면 좋겠습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애착 외상에 대한 지식을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2. 한국 임상, 상담심리학회 수련생(온라인 수련 시스템 캡쳐 인증 필) : 다른 산하 학회 불인정
3.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필)
: 다른 모든 자격 불인정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walden3.kr)
-> 화상 강의를 위한 이메일 계정은 walden3@gmail.com이 아니니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주의!
회사나 기관에서만 접속 가능한 이메일 주소로 신청하시면 안 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419
제가 애착 외상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아는 분들은 다 아십니다. 저는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내담자들의 문제 중 거의 대부분의 뿌리가 애착 외상에 있다고 믿을 정도로 애착 외상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제가 맞다면 애착 외상을 치유할 수 없다면(썩은 뿌리를 치료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가지치기를 하고, 썩은 열매를 골라내고, 잎을 닦아줘 봤자 결국 나무는 죽고 말 겁니다.
그동안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통해 애착과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심리평가를 통해 애착 외상의 유무를 가려내는 것까지는 가능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치유더군요. 애착 외상을 가진 중독자를 상담하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있었지만 제 접근이 애착 외상을 가진 모든 내담자에게 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찾고 있습니다. 과연 애착 외상을 치유하는 소위 말하는 정석이라는 게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저자도 이 책의 말미에서 고백하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다루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정신화(mentalizing)만 강조합니다. 심리치료에서 정신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정신화를 애착 외상의 치유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망했습니다.
마음챙김까지 동원하여 정신화를 애착 외상 치유와 연결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3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중 치료는 고작 40페이지로 1/9에 불과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책이 쓸모없는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한 설명은 충실합니다.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애착 외상의 치료와 관련해서 현장 전문가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 서적이 있는지 계속 찾아볼테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닫기
* 반복해서 강조하겠지만, 외상 경험의 원형은 두려우면서도 심리적으로 홀로인 것이다.
* Bowlby의 사고에서 2단계는 과도기적 단계이고, 4단계(일반적으로 4세 무렵에 도달함)는 애착의 황금표준이다. 4세 이상에서 당신의 근본적인 애착 능력은, 비록 그것이 성인기에는 광범위하게 정제되고 정교해짐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
* 양육 환경은 아동 기질이나 유전적 요인보다 애착 안정성의 발달에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 애착 안정성의 핵심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편안함에 있다. 안정 애착은 효과적인 의존과 관련이 있으며, 게다가 효과적인 의존은 효과적인 독립성을 촉진한다.
* Zeifman과 Hazan(2008)은 애착 관계의 네 가지 핵심적 특성 - 괴로울 때 근접성을 추구하는 것, 분리되었을 때 괴로움을 느끼는 것, 위안을 얻는 안식처로 관계에 의지하는 것, 관계를 안전한 탐색의 기지로 삼는 것 -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네 가지 애착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은 친구에게 (완전히) 애착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가장 일반적으로 애착은 아동기 부모와의 애정 어린 유대관계와 성인기 연인과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발생한다.
* 나는 가끔 내담자들에게 이상적인 관계의 특성을 열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심리 교육 집단을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안정 애착의 여러 속성, 즉 신뢰, 돌봄, 연민, 공감, 수용, 믿음, 사랑, 우정, 정직 등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런 관계를 당신 자신과 맺으면 어떨까요?"
* 고통을 조절하기 위해 내적 안전기지에 의지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외부 안정 자원에 덜 의존하게 된다.
* 외상적 정서에 직면할 때, 나는 수용에 대한 강력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수용과 회피를 대조하면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수용을 좀 더 쉽게 하게 하는 두 가지 전략을 설명할 것이다. 첫째는 내적 세계와 현실 세계 간의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경험하는 동안 가치있는 행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Hayes는 회피를 수용의 반대 극으로 지적하였다. 회피는 PTSD의 진단에서 핵심인데, 대처보다 회피가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 간단하게 말하면, 깊은 불신이 애착 외상의 핵심 징후이다.
* 미해결-혼란 애착 유형의 부모들은 손상된 정신화 능력과 관련되어 유아의 고통에 직면할 때 자신의 외상을 재경험함으로서 유아를 정신화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 자신의 애착 외상을 해결하지 못한 부모는 자신의 외상 재경험을 회피하기 위해 아기의 고통으로부터 자기보호적으로 주의를 돌려버리기 쉽다.
* Lyons-Ruth와 동료들은 '양육자 반응의 만성적 손상이 학대적 사건 그 자체보다 해리적 증상의 원인에 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애착 외상과 관련된 연구는 간단하지만 걱정스러운 결과를 제시한다. 초기 삶에서 외상은 정서 조절의 신경생물학적인 영역에 장기간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385
얼마 전에 진행한 '애착 외상의 이해' 미니 강의에서 저는 애착 외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로 도박 중독 치료를 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은 중독자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던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독은 애착 외상에 의한 정서적 허기감을 채우기 위한 대체물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애착과 중독을 연결해 설명하는 책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최근에 찾았습니다.
집단치료 전문가인 Philip J. Flores 박사가 썼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갑중 선생님이 번역한 '애착장애로서의 중독'입니다.
목차를 보시면,
1. 애착 장애로서의 중독
2. 손상된 애착 관계로 인한 물질 남용
3. 애착이론 : 치료를 위한 함의들
4. 중독 : 실패할 운명인 자가복구의 시도
5. 신경생리학과 애착
6. 회피적인 사회 : 손상된 애착의 문화적 근원
7.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룰 : 애착이론 관점
8. 치료 초기 : 새로운 애착 대상 만들기
9. 치료 후반기에 생기는 문제들
10. 애착과 집단 치료
11. 애착과 치료 동맹
12. 애착과 애착이론 지향의 치료법 : 장기적 함의들
보시는 것처럼 처음부터 중독을 애착 장애로 규정하고 들어갑니다. 손상된 애착 관계 때문에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하죠. 이를 문화적 관점 뿐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관점으로도 살펴보고 손상된 애착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치료적 개입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애착 대상을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애착 외상과 중독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임상가라면 한번은 거쳐갈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책이지만 애착 외상과 중독 모두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읽어야 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도 많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도 많고 장점과 약점이 혼재된 책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생에게는 추천하지 않으며 애착 외상 내담자와 중독 내담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 임상가에게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읽으면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책입니다.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정리를 해 놓겠습니다.
내용 문제를 떠나서 이 책의 한계로 생각되는 점은 저자가 알코올 중독 내담자만 주로 봤기 때문(역자도 알코올 중독을 전문으로 보는 한마음정신병원 출신의 의사입니다)에 행위 중독자의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중독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의 차이가 엄연히 있는데 행위 중독자를 주로 상담하는 상담자에게는 어필하는 부분이 확실히 적습니다. 그리고 중독과 애착 문제를 연결하려는 노력이 지나쳐서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AA)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더군요. AA가 없으면 안 된다는 식의 어투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거슬렸습니다. 저는 중독 치유에 AA, GA 등의 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내담자의 기질/성격, 불안정 애착 유형 등에 따라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거든요. GA에 대한 제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는
'단도박 모임(GA)의 문제점' 포스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분량으로만 따질 수는 없지만 400페이지가 안 되고 갱지 수준의 질낮은 종이를 사용한 책인데 무려 32,000원이나 합니다. 제가 예전에 소개한
'애착과 심리치료(2007)'는 500페이지가 넘는 하드커버 양장본인데도 22,000원이었습니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가격을 책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의 가격을 감수하고 꼭 구매해야 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도서관을 통해 빌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국민도서관의 해당 도서 좌표를 링크하겠습니다.
닫기
* 자기 안의 결함이 복구되고 역기능적인 애착 유형이 수정되기 전까지는 중독자들은 하나의 장애에서 다른 장애로 옮아가는 대체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현상을 둘러싼 역동들을 중독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 전환 : 하나의 강박 행동을 중지하고 다른 강박 행동을 시작한다.
- 가장 : 하나의 중독은 다른 중독을 은폐하거나 변명한다.
- 융합 : 하나의 중독이 작동하려면 하나 이상의 다른 중독이 존재해야 한다.
- 의례화 : 하나의 중독은 다른 중독의 의례의 일부이다.
- 둔감화 : 하나의 중독에 대한 수치심은 다른 중독에 의해 둔감해진다.
- 반억제 : 한 가지 중독은 다른 중독에 대한 억제를 느슨하게 한다.
- 변경 : 한 가지 중독에서 다른 중독으로 옮겨가는 고질적인 패턴
- 강화 : 중독 간에 서로 강화하는 경향
* 물질 사용을 부추기는 참을 수 없는 공허감과 불안감에 직면하지 않는 한, 중독자는 하나의 행위에서 다른 중독 행위로 옮겨가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알코올 환자나 약물 중독 환자의 회복에는 단약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모든 중독 행동이 줄어들지 않는 한, 중독자나 알코올 환자는 건강한 정동 조절의 원천인 건강한 대인 애착을 발전시킬 수 없다.
*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본 중독은, 치료에 대한 하나의 기초적이고 단순한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중독자들이 서로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는 능력을 발전시키기 전에는 재발이나 중독에 취약한 상태로 남는다는 점이다. 애착 이론은 물질 남용을 건강한 애착 능력이 손상된 데 대한 임시 해결책이자 이러한 손상의 결과로 보고 있다.
* 코헛이 주장하는 것처럼, 부모가 어떻게 아이와 '함께하느냐'는 부모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하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는 초기 애착 경험의 기간과 강도에 달려 있다. 초기 애착이 더 안전하고 안정될수록 우리는 자기 조절을 더 잘하게 된다. 안전 애착의 부재로 인해 우리는 분열과 정동 불안에 더 취약해진다.
* 정신 구조의 회복을 통해 정지된 발달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외적인 만족의 원천을 찾아 헤매게 된다. 내적인 자기 구조가 이런 필요한 능력을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 중독자들은 정서적 취약 상태에서만 수용을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이들은 아주 기초적인 공감적 수준에서 이해를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 심리학에서는 공감과 정서적 조율이 치료의 초석이 될 뿐 아니라, 물질 의존자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하고 수용하지도 못했던, 일종의 반응을 얻고 만족을 얻는 경험을 시작하게 한다고 본다.
* Bowlby의 모델에서 상실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는 생후 첫 5년 동안 계속적인 돌봄이 가능하고 또 정신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보지 않았다. 분리나 더 미묘한 형태의 상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상실이나 실망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돌보는 사람이 아동의 항변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능력은, 중요한 분리 경험이 없는 것만큼이나 심리 건강의 기초가 된다. 외상의 부인과 항변의 억제는 정신 병리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 중독 치료는 타인으로부터의 고립이나 탈 애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월런트는 이러한 과제를 성취하는 한 방법은 '바다같이' 빠져드는 경험(두 사람 간에 연결감과 친밀감을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하나 됨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왜, 어떻게 치료되는가?
: '사람에 대한 노출은 사람을 바꾼다. 정확히 말하자면 강력한 애착 경험이 그 사람의 신경 시스템을 바꾼다'. 애착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강한 애착이 생길 수 있는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서로의 관계 패턴을 새로 만들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패턴은 암묵 기억(implicit memory) 속으로 깊이 배어들게 된다. 결국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 바뀌면서 옛날의 룰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 애착 이론에 입각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10가지 가이드라인
1. 정신 치료는 뇌의 구조를 바꾼다.
2. 정신 치료는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한계가 있다.
3. 정신 치료는 단지 말을 지적으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4. 설명이나 생각이 아닌 경험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5. 감정적 중립성(neutrality)은 효능이 없다. 애착 이론에서는 치료자가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노력하기를 권유하지 않는다.
6. 가장 좋지 않은 치료자는 감정적인 접촉을 피하거나 감정을 단지 행동을 지시하는 정도의 의미로 축소하는 사람이다.
7. 일부러 꾸며낸 감정적 경험은 치료 효능이 없다.
8. 무조건 받아주고 편하게 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9. 치료자들이 자꾸 바뀌면 안전 애착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할 수 없다.
10. 치료 작용은 간주관적(intersubjective) 관계 안에서 서로를 조절하는 것이다.
* 자기 심리학은 중독을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적절한 만족감을 박탈당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코올, 약물, 음식, 섹스와 그 외 여러 가지 형태의 중독 행위들은 손상된 자기를 스스로 복구(self-repair)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그들은 정신 내부의 결함 때문에 내부에서 제공되지 못하는 것을 바깥에서 얻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치료자들은 자신의 중독 환자를 사랑으로 건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반 치료적이기도 하다. 오히려 중독자들은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참을 수 있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정신 구조의 확립은 수용 가능한 좌절 수준의 관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치료 초기에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구체적 방향 제시(direction), 구조화된 환경(structure), 안내(guidance) 등을 제공한다.
* 코헛(1977)은 발달 초기에 생긴 병리의 원인은 부모의 유별난 양육 방식이라기보다는 그 가정의 정서적 분위기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특별한 치료 기법보다는 적절한 치료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Fonagy 등(1994)은 반사적 자기 기능(reflexive self function), 즉 자기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친밀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 환자 각각의 고유한 필요에 반응해 줄 가능성이 더 큰 치료자가 더 유연한 치료자이다. 어떤 환자들은 자신이 싫어할 수 있는 치료자를 필요로 하고, 또 어떤 환자들은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치료자를 필요로 한다.
* 능숙한 치료자는 이론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다만 이론을 참고할 뿐이다.
* 즉흥적인 고안은 재능있는 음악가, 운동선수, 치료자들에게 중요한 특징이다.
* 치료 관계에 환자가 감정을 여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치료자의 방식들에 관하여 스티븐 스컬스키는 이러한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세 가지 요소를 언급했다.
- 교만
- 어리석음
- 호기심의 부족
* 진정한 상호성은 수치심 축소와 애착을 위해 꼭 필요한 촉매제이다. 개인 치료와 집단 치료는 모두 애착 이론에 따라 이루어질 때 다른 형태의 치료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닫기
* 물질에 의존하는 개인들은 치료에 애착을 형성하기 전에 중독 대상으로부터 먼저 탈 애착해야 한다
-> 중독 대상으로부터 먼저 탈 애착한 이후에 치료에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치료에 애착을 형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중독 대상으로부터 탈 애착하게 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금단 증상이 심각한 마약 같은 문제는 예외일 수 있으나 최소한 행위 중독의 경우는 치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탈 애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 베일런트와 밀로프스키(1982)는 무엇보다 알코올 중독을 심리적 불안정성의 증상으로 간주하는 병인론적 가설은 회고적 연구에 기초한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베일런트는 AA 공동체나 중독 치료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을 확인해준 셈이었다
-> 알코올 중독은 그런지 모르겠으나 행위 중독에서는, 최소한 도박 중독만큼은 심리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중독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심리적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 특정 대상(물질, 행위)에 중독될 수 있다. 그러니까 양방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치료 장면에서는 인과 관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서이지 병인론이 무용한 건 아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서 왜 회피형 도박자(Avoidant Gambler)라는 용어가 있을까
* 물질과 알코올 사용을 그치거나 줄일 때, 진단된 정서적 정신적 상태들은 대부분 줄거나 소실되는 것으로 보고된다(Miller and Brown, 1997)
-> 그러니까 무조건 단주, 단약이 필요하다는 말인 것 같은데 저자가 업데이트를 못한 듯 하다. 단순히 단주, 단약, 단도박만 한다고 해서 정신적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무엇보다 그 전에 재발하거나 교차 중독 문제가 발생한다.
* 치료에 임하는 대부분의 중독 전문가들은 12단계 치료 철학과 조화를 이루는 단약 위주의 치료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중독자와 작업하는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임상 경험과 모순되는 이론들은 항상 무시될 수 밖에 없다
-> 12단계 치료 철학을 따르지 않는 중독 전문가를 만나본 적이 없는가 보다. 당장 나만해도 AA, GA의 치료 철학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 놈의 'higher power'를 중독 대상을 새로운 추종 대상으로 교체하는 중독자가 많다. 문화적 차이가 아닌가 싶다. 내가 제일 잘났고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서구 사회 중독자에게는 higher power의 존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중독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위험성도 있다.
* 애착 욕구들이 없는 분리 및 개별화는 정상적인 발달이나 적절한 치료 목표가 아니다
-> 중독 종류와 중독자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 또한 기질 유형에 따라 최소한의 애착 욕구만 충족되어도 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TCI기준으로 LLL, LML 기질 유형의 경우 오히려 애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고통 받아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할 수 있는 중독(주식, 도박 등)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므로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
* 정신 병리라는 것은 발달 과정에서 적절한 발달 경로에서 이탈된 경로를 따라간 결과이지, 정신분석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아기의 어떤 시기에 생긴 고착이나 퇴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 고착이나 퇴행에서 정신 병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은 동의하나 그렇다고 해서 고착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발달 과정에서 적절한 발달 경로에서 이탈되었을 때 어느 시기에 고착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정신 병리의 양상이 결정되기도 한다. 구강 공격성(oral aggression)이 대표적이다.
* 독립적이라는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히 중독자에게는 역의존(counterdependence)의 의미를 갖는다. 역의존은 모든 중독 과정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 중독자의 자기애적 상태나 고립을 부추긴다.
-> 독립하려고 애쓸수록 역의존되는 게 아니라 애착 외상을 입게 되면 역의존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독립하면(애착 외상을 치유하면) 역의존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개념에 가깝다. 역의존에 빠지지 않으려면 '제대로' 독립해야 한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참고할 책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민도서관에 키핑되어 있는 책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굳이 구매하지 말고 국민도서관에서 대출하시면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109
애착 외상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꾸준히 애착,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정확하게는 대상관계이론)의 접점이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접근한 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찾았습니다.
정신분석학자(미국심리학회 정신분석분과의 전 회장이기도 했다죠)인 Morris N. Eagel 박사가 쓴 이 책은 애착이론과 정신분석의 연결고리를 찾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Peter Fonagy(2001)가 말했듯이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있습니다. 이 골을 좁혀보려는 저자의 시도가 담긴 책입니다.
목차를 보면,
1장. 역사적인 배경
2장. 애착 이론의 핵심 원리
3장. 주요 연구 결과
4장. 성인 애착 패턴에 대한 이해와 측정
5장. 애착 이론과 초기 정신분석 이론들 간의 차이
6장. 애착 이론과 후기 정신분석 이론들 간의 차이
7장. 애착과 유아 성욕
8장. 애착과 성인 성욕
9장. 애착과 공격성
10장. 애착과 정신병리
11장. 애착 연구와 이론의 임상적인 개입에 대한 함의
12장. 수렴과 통합
보시는 것처럼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 이론의 관련성과 차이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는데 문제는 현장 임상가가 아닌 연구자를 대상으로 씌어졌다는 겁니다.
이건 평생을 정신분석 연구에 바쳤던 저자의 배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저처럼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 이론의 공통된 영역을 궁금해 하는 임상가에게는 맞지 않는 책입니다.
이건 제 편견일 수도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practice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지극히 연구자의 입장에서만 기술, 비교, 요약된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애착에 관심이 많은 임상가가 읽어도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물론 현장 임상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습니다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담자들은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그야말로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 이론의 결합을 연구하는 연구자들만 읽으시면 됩니다.
닫기
* Bowlby는 각인의 분명한 적응적 가치를 알아보았고 포유류 종 내에도 아마 각인과 같은 것이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포유류에서 각인과 유사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애착 본능 체계였다.
* 안정감은 양육자의 신체적인 그리고 감정적인 가용성만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탐험 행동을 격려해 주고 기뻐해 주는 것도 수반한다. 아동이 자신의 애착 대상을 안전한 피난처 기능과 관련해서만 경험하고 탐험을 촉진시키는 안전 기지 기능과 관련해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면 성장 중인 아동에게 별로 이롭지 못할 것이다.
* Manassis, Bradley, Godlberg, Hood와 Swinson(1994)은 불안장애를 가진 엄마의 아동 65%가 혼란된 애착을 보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엄마들 대부분이 상실 경험이나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 발달심리 전통에서 비롯한 주요 도구는 성인애착면접(AAI)이다. 사회적-성격 심리 전통과 관련된 다른 도구는 자기보고식 질문지로, 가장 널리 사용된 것은(ECR)이다. AAI 유형들은 초기 애착 경험에 대한 그 개인의 암묵적이며 반드시 의식적일 필요는 없는 마음 상태를 측정한다. ECR은 개인의 현재 연애 상대에 대한 그 사람의 의식적인 태도와 감정을 측정한다. 이 두 척도 간에 일치되는 것은 거의 없다.
* 양육자의 안정 애착 상태보다 그녀의 성찰적 능력과 안전 기지 스크립트에 대한 지식이 그녀의 유아의 애착 상태에 중요한 것일 수 있다. 힘든 초기 애착 경험들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불안정 애착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능력과 지식 구조는 불안정 애착의 세대 간 전이를 영속시키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애착에 기반을 둔 대부분의 개입 프로그램은 양육자의 애착 상태를 바꿈으로써가 아니라, 안전한 피난처와 안전 기지 기능에 대한 그녀의 지식뿐만 아니라 그녀의 성찰적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유아의 애착 상태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안전 기지(그리고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 줄 수는 있지만, 안전 기지를 활용하는 것은 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안전 기지(그리고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 주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화된 아동이었던 성인, 구원 환상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리고 강박적인 양육자들에게서 이러한 패턴을 본다.
* 처벌이 애착 반응을 강화시킨다는 동물 연구의 결과는 방치되고 학대당한 아동들이 자신들을 방치하고 학대했던 바로 그 부모 대상에게 그들의 강렬한 애착, 심지어 이상화를 이어 나간다는 임상 결과와 일치한다.
* 만약 회피형이 애착을 '희생하면서' 성욕을 강조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융합 몰입형은 성욕을 '희생하면서' 애착을 강조한다고 말할 수 있다.
* Allen과 Baucom(2004)은 회피 무시형들이 자신들의 주된 관계로부터 거리와 자유가 필요해서 혼외 관계에 빠진다고 보고한 반면, 융합 몰입형과 회피 염려형은 방치되는 느낌과 돌봄을 받고 싶은 욕구에 의해 혼외 관계에 빠진다고 보고한 것을 발견했다.
* 유아기 때 회피형과 혼란형은 모두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해리(dissociation)의 전조가 된다.
* 일반적으로 회피형 아동들은 외현화하는 문제 행동들을 보이는 경향이 있고, 양가형 아동들은 내면화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Finizi, Ram, Har-Even, Shnit와 Weizman(2001)은 방치는 불안-양가형 애착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신체적인 학대는 회피형 애착과 이후의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 아동기 때 회피 애착은 외현화와 반사회적 행동과 관련되는 반면, 성인기와 친밀한 관계 맥락에서는 몰입형 사람이 회피형 파트너와 짝을 이룬 조합이 폭력을 가장 잘 예측한다(Bartholomew & Allsion, 2006). 애착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불안을 자극하는 경험을 겪을 것이 예상될 때는 파트너에게 화내는 것을 보류하지만, 그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강렬하게 화를 표현한다(Rholes, Simpson, & Orina, 1999).
* 최소한 몇몇 현대 이론은 초기 부정적인 경험들이 부적응적인 표상들의 형태로 나타나는 결과들과 정신 병리의 주요한 양상으로 초기 관계 맺는 방식의 지속을 강조하는 면에서 애착 이론과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애착 패턴들과 내적 작동 모델들에 대한 애착 이론 개념들에 대체로 대응되는 것에는 Fairbaim(1952)의 내재화된 대상관계들, Mitchell(1988)의 관계 구성개념들, 그리고 Kohut(1984)의 자기-자기대상 관계들이 포함된다.
* 초기 애착 패턴과 성인 정신병리의 관계에 대한 문헌을 살펴본 후, Dozier 등(2008)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 시점에서, 유아 애착과 성인 정신병리 간에 유일하게 뚜렷한 관련성은 혼란형 애착과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의 해리 증상.... 그리고 저항 애착과 청소년기의 불안장애 간의 관련성이다"
* Adam 등(1996)은 입원한 경계선 청소년들 중에 AAI에서 회피형은 자살 시도에 대한 보호 요인인 반면, 몰입형이면서 미해결형은 위험 요인이었음을 발견하였다.
* Tyrrell 등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는 환자와 치료자의 애착 패턴 간의 동일성보다는 상보성과 연관되어 있었다. 환자와 치료자가 서로 다른 애착 패턴을 가지고 있을 때 둘 사이에 충돌이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애착 이론과 정신분석이 둘 다 공유하는 가정은 성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서 조절과 부적응적인 패턴의 '생각 없는' 자동적인 반복을 막아 주는 장벽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084
2019년 4월 13일 광운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사례를 무수히 접하면서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광운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기회를 주셔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그렇지만 애착 외상은 단순한 틀로 보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에서부터 근친 성폭력에 의한 복합 외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문제 영역이라서 짧은 시간에 모두 정리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욕심을 너무 부렸는지 EMDR 부분은 3시간 강의 중에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EMDR은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필요성은 확실하지만 저로서도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전문 워크샵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착의 이해
2. 애착 외상의 이해
3. 애착 외상의 치유
4.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이 강의안에 포함된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애착의 개념과 특성
* 안정 애착에 필요한 정서적 기술
* 애착 유형
* 불안정 애착 유형과 대표 기질
* 불안정 애착 내담자의 특징
* 애착과 기질의 관계
* 애착의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 애착 외상의 의심 sign(상담 장면)
* 애착 외상의 양육자 유형
* Delayed PTSD
- 진단 준거
- Delay되는 이유
-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
* 애착 외상의 치유
- 치유의 핵심 요인
- 치유의 3단계
- 단계 별 유의사항
- 상담의 point
* 애착 외상의 치유 : 두뇌 기반
* 애착 외상의 치유 : 용서
* 애착 외상의 치유 : EMDR
- EMDR 사용을 위한 점검 포인트
- EMDR의 목표
- EMDR의 기본 이론
- EMDR 사용 시 주의사항
- 복합 트라우마 내담자의 경우
- 자아상태치유의 ACT-AS-IF 단계
- EMDR의 효과 확인
*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 MMPI-2/A
- TCI/JTCI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소개
태그 -
ACT-AS-IF,
Delayed PTSD,
EMDR,
내담자,
내적 작동 모델,
복합 트라우마,
불안정 애착,
안정 애착,
애착,
애착 외상,
애착 치료,
애착 치유,
양육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816
상담실을 방문하는 내담자 중에 주로 호소하는 문제가 우울인데 상담을 하다보면 우울치고는 에너지 수준도 높고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불안정하고 초조해 보이는데다 때로는 분노 폭발을 하기도 해서 도무지 우울 같지 않은 느낌인데 그나마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우울은 그럴수도 있겠지 하고 우겨 보겠지만 내담자가 성인인 경우도 이도 저도 아니고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면 여지없이 우울 장애로 진단받고 약물 처방을 받게 되고 그나마 경험이 많고 예민한 의사에게 걸리면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 진단 하에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먹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는 대체 무엇일까요? 우울 장애가 맞는데 비전형적인 우울 장애라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걸까요 아님 우울이 아닌 다른 문제일까요?
저는 이 경우 Delayed PTSD를 변별 가설로 검증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elayed PTSD는 trauma가 생긴 시점이 기본적으로 아주 오랜 과거이고 보통 부모-자녀 관계에서 애착 외상을 입었거나 심하게는 유아/아동 성폭력의 생존자일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입은 trauma이기 때문에 강하게 억압하여 의식 수준에서 기억하지 못하다가 청소년 또는 성인이 되면 특정 경험 등에 의해 trigger되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인데 우울, 강박, 중독, 환청 등 일반적인 acute PTSD와는 다른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가장 많은 경우가 우울입니다.
우울하다며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 중 상당 수가 바로 이 Delayed PTSD입니다.
그렇다면 이 Delayed PTSD를 어떻게 변별하는지 MMPI-2/A 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갖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부분의 수검자는 당연히 D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 소척도인 D1, D2, D3, D4, D5가 모두 70T 이상으로 상승했다면(그리고 다른 임상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 별로 고민할 필요 없이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의심하면 됩니다. 아마 진단 기준도 무리없이 충족할 것이고 약물 치료에도 잘 반응할 겁니다.
하지만 Delayed PTSD가 의심되는 수검자의 D 소척도들이 보이는 대표적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D척도 : 70T 이상
- D1 소척도 : 70T 이상
- D2 소척도 : 65T 이하(대부분 60T 이하)
- D3 소척도 : 65T 이하 또는 70T 이상(신체화 기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짐)
- D4 소척도 : 70T 이상(많은 경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며 D1보다도 높은 경우가 많음)
- D5 소척도 : 70T 이상(많은 경우 D4 척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상승)
D1(주관적 우울감) 척도는 당연히 우울하다는 수검자의 보고에 따라 상승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D1 척도는 우울 정서보다는 우울 사고를 측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D1 척도가 상승했어도 로르샤하와 같은 투사법 검사 결과를 보면 내면에 우울이 없는 수검자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D1 척도가 높게 상승했다고 섣불리 우울 정서로 확신하지 말고 신중하게 다른 검사 결과 등도 살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D2(정신운동지체) 척도는 우울 장애일 때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것인가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즉 D2 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했다면 우울 장애이면서 약물 치료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D2 척도가 65T 이하 수준이라면 약물 치료를 추가하는데 있어 신중하셔야 합니다. 제 경험 상 D2 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는데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는 내담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D3(신체적 기능 장애) 척도는 우울과 관련된 신체화 증상을 얼마나 호소하느냐를 측정하는데 Hy4(신체증상 호소) 척도가 70T 이상으로 동반 상승한 경우 이차적 이득을 위한 미성숙한 신체화 방어 기제를 의심해봐야 하고 거기에 HEA2/A-hea2(신경학적 증상) 척도까지 상승한 경우는 기질적 취약성과 함께 강력한 관심 끌기 행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Delayed PTSD인 경우 그나마 신체 증상 호소를 통해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한 수검자라면 상승, 그마저 효과가 없었다면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D4(둔감성) 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수검자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멍때리거나 정신을 놓고 있어서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심하게는 PTSD의 해리(dissociation)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D4 척도가 D 소척도 중 가장 높게 상승하는 이유는 수검자가 trigger되어 재경험하고 있는 과거 trauma 때문일 수 있는 것이죠.
D5(깊은 근심) 척도까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수검자는 근심 걱정이 많고 뭔가(대개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를 반추하고 이러한 사고 과정에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느낍니다(침투적 사고).
D4, D5는 우울 척도이면서 일정 부분 불안 관련 증상, 특히 PTSD 관련 증상들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상승하기 때문에 예민한 임상가는 내담자가 입으로는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보이는 행동은 불안한 사람같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거지요.
위에서 설명드린
D 관련 소척도의 양상과 일치하는데다 거기에 Hy2(애정 욕구) 소척도까지 40T 이하로 낮은 상태(애정 결핍 또는 고갈)로 측정된다면 부모-자녀 관계 역동과 함께 성장기의 애착, 욕구 좌절 상황에 대한 추가 탐색을 해 보셔야 합니다.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 가능성이 있습니다. Delayed PTSD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상담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의 부모-자녀 관계 갈등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에 대한 치료적 접근을 위해서는 다음의 참고 서적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실 겁니다.
*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
*
애착과 심리치료(Attachment in Psychotherapy, 2007)
태그 -
D1,
D2,
D3,
D4,
D5,
Delayed PTSD,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
강박,
깊은 근심,
둔감성,
망상,
불안,
신체적 기능 장애,
애착,
애착 외상,
외상,
우울,
우울 사고,
우울 정서,
정신운동지체,
주관적 우울감,
주요 우울 장애,
중독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24
라포(Rapport)가 상담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건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라포가 없거나 약하다면 그 상담의 결과는 결코 희망적일 수 없는거지요. 상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만큼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적 신뢰 관계는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담자는 내담자와 공고한 라포를 맺는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전체 상담 회기의 절반을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라포를 중요시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라포가 잘 형성되었는지, 튼튼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예전의 저도 한 때 그런 착각을 했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사이가 화기애애하면, 내담자가 저항을 그치고 상담에 몰입하게 되면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믿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치료적 조언을 그대로 따르면 라포가 튼튼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라포는 단순히 상담자가 내담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아닙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기본적인 신뢰감이 약해진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고, 가끔은 재애착을 해야 할 정도로 무너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 장면은 신뢰를 재구축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와 같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전하고 전적으로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을 재경험하는거지요.
그렇다면 그런 신뢰는 어떻게 공고해 질 수 있을까요?
바로 갈등 상황을 통과해봐야 비로소 그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갈등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바로 라포의 시험대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마음에 드는 말만 하고, 상담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건 역설적으로 상담자를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담자의 언행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인 상담자에게 버림받을까봐, 그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뒤로 감추고 겉보기에 좋은 가면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라포는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검증받게 됩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자가 내담자를 비난하지 않고, 역전이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내담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때, 내담자는 상담자로부터 버림받을거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상담자가 자신의 편에 설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드디어 탄탄한 라포가 형성되었구나 하고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꽤 많은 회기를 거치면서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상담이 기대되고, 이야기를 할 때는 분위기도 좋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한번 들으면 척 아는 수준까지 진행이 되었어도 회기를 돌이켜 보면 맨날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이건 상담이 아닌 친한 친구와의 수다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라포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라포의 강도를 확인하는 게 두려운 나머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태그 -
rapport,
갈등,
경청,
기본적인 신뢰감,
내담자,
라포,
상담,
상담자,
신뢰감,
애착,
역전이,
저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58
심리검사를 실시하다보면 유독 HTP, 로샤와 같은 비구조화된 검사(SCT도 일부 포함)에서 제대로 반응을 못하고 억제하는 수검자를 만나게 됩니다.
검사 시작 전부터 긴장되어 보이는데다 검사자와 눈도 잘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위축되어 있거나 혹은 평가 불안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검사에 들어가는데 이게 웬일? 지능 검사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그런 반응 억제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가끔은 오히려 경쟁적으로 더 열심히 하는 수검자도 있죠.
특히 지능도 양호한 수준인 경우라면 낮은 지능이나 평가 불안에 의한 수행 저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수검자에게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걸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가설로 염두에 두고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rigidity 문제인데요. 틀에 박힌 생활에 젖어 있고 실패를 두려워 해 문제가 될 만한 낌새가 느껴지는 상황 자체를 피하면서 살아온 회피적인 수검자의 경우 연상에 의해 다양한 반응이 가능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인지 구조가 너무 rigid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얼어붙는(freezing)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그나마 순수한 rigidity 문제라면 괜찮은데 두 번째 가능성과 결합되어 있는 문제라면 좀 심각합니다.
넓게 보면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겠습니다만 가정 불화가 있는 가정에서 양 부모가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고 toss한 경우, 즉 굉장히 불확실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온 아이는 답이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은 것에는 철저히 반응 억제하는 것을 유일한 대처 방법으로 고집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틀릴지언정 확실하지 않은 것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이죠. 그래야 중간이라도 가고 실패해서 버려질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양 부모가 서로에게 양육을 toss하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가 rigid한 사고 및 행동 패턴을 내재화하게 되면 구조화된 심리검사와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의 반응 패턴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reference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각자 검증해 봐야 합니다만 구조화된 심리검사에 비해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에서 현저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경우 성장 환경을 체크해 보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태그 -
HTP,
rigidity,
SCT,
가정 불화,
구조화된 검사,
로샤,
반응 억제,
비구조화 심리검사,
수검자,
심리검사,
애착,
지능,
지능 검사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551
★★★☆☆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전문가 조영은 선생님이 작년에 내신 책입니다. 일반적인 임상심리전문가와 달리 상담실에서 마음 아픈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치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공감도 잘 되었고요.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하면서 만난 22명의 이야기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되어 있고요.
Part 1은 사랑하는데도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착 문제, 각종 성격 장애, 기분 장애를 다루고 있고요. Part 2는 집착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이 등장합니다. 도박 중독도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라서 게임 중독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Part 3에서는 불만족과 완벽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거식증, 강박적 성격, 신체 변형 장애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Part 4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환 장애, 자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정신 병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대개 심리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영은 선생님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평소 그러한 문제의 원인 탐색과 해결 방안 찾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똑같은 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남다릅니다. 그게 일반인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나 싶은데요.
아쉬웠던 점을 딱 하나만 이야기 해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는 사실 일반 상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심각한 병리적 문제가 많아서 자가 치유가 쉽지 않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범위와 당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을 변별하는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면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록에 전문가를 찾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리스트를 상세하게 소개하셨지만 이 책을 그냥 재미삼아 읽는 사람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을 읽는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이 참에 해결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기대보다 많지 않아 별 3개로 평가했을 뿐 어차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별 평가때문에 좋은 책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현재 수련 중이거나 수련 예정인 임상/상담 전공자와 일반인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부록의 '심리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리스트'에 월덴 3도 올라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이 바닥이 좁다고는 해도 조영은 선생님도 제 블로그를 아시다니... ^^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닫기
* 불안정 애착 유형인 사람도 안정 애착 유형인 연인을 만나면 애착 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이다.
* 건강한 사람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제 발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다. -> 절대 동감!
* 질투 망상의 경우에는 낮은 자존감과 배우자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기반이 된다.
*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진 중독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강박적 성격,
거식증,
게임 중독,
기분 장애,
도박 중독,
두려움,
분노,
불만족,
불안정 애착,
상담,
상담가,
상담실,
성격 장애,
소울메이트,
쇼핑 중독,
신체 변형 장애,
심리평가,
안정 애착,
알코올 중독,
애착,
양가형 애착,
열등감,
완벽함,
왜 나는 늘 허전한걸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임상심리전문가,
자살,
자존감,
전환 장애,
정신과,
조영은,
중독,
진단,
질투 망상,
집착,
화병,
회피형 애착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525
★★★★★
이미지 출처 :
YES24
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그 중에서도 우리의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 역동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왕따 문제를 다루는 현장 전문가들은 꼭 보셔야 할 책입니다.
놀이치료 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전직 교사가 함께 쓴 이 책은 대표 저자인 마이클 톰슨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세 가지 역할 즉, 아동심리학자, 학교의 상담교사, 부모의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아이들의 또래 집단을 여러가지 각도, 깊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자녀의 문제 가운데 부모의 이해도가 가장 떨어지는 영역인 아이들의 사회적 잔인성(집단 압력 동조로 유발되는)에 대해 매우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대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도 유아기의 애착에서부터 우정의 발달 단계, 단짝, 나쁜 친구들,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집단의 힘, 우정과 배신의 역학, 성역할 게임, 십대들의 사랑, 차이를 인정하고 끌어안는 공감과 이타심 문제, 학교의 역할, 부모의 대처 등 매우 폭넓은 영역을, 그것도 매우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집단 역학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대학 다닐 때에도 주제에는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group dynamics 수업을 들을 때 괴로웠음) 아이들 집단의 사회적 잔인성 부분을 읽을 때 새삼 역겨움을 느꼈지만 꼭 읽어보셔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미국의 학년 체계에 맞춰 설명하고 있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구분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11학년이 몇 살인지 바로바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번의 변환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개인적으로 또래 관계 문제로 인한 학교 부적응,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왕따 문제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460페이지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적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들이 제시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1.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마라. 아이는 이미 사교적인 삶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명심하라.
: 정말로 우리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느긋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2. 우정과 인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라. 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절대 동감
3.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 절대 동감
4. 아이들의 친구가 집에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주어라.
: 아이들이 오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앞에서 그 아이들의 행동을 칭찬해준다. 부모가 아이의 친구들과 정을 들이지 않는다면 부모는 곧 심부름꾼이나 스파이가 되고 만다.
5. 바람직한 우정의 역할 모델이자 선생님이 되어라.
6. 폭 넓게 사귈 기회를 주어라. <- 절대 동감
7. 아이 친구의(그리고 아이 '원수'의) 부모와 친해져라. <- 글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듯
8. 아이의 사회적 고통에 공감해주되 중심을 잃지 마라.
: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와 이야기를 들어줄 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는 피해자 측 변호사나 경호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호소할 부모가 있으면 된다.
<- 절대 동감
9.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디쯤 속하는지를 알아두어라. 아이가 교우 관계에서 곤경에 빠져 있다면 개입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만일 아이가 인기가 많거나 잘 지내고 있다면 그 아이가 건전한 도덕적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부모 자신이 중학생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10.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져라.
닫기
* 왕따 아이가 매일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보다 더 교사를 괴롭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 아이들은 어른이 끼어들어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개입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두려워한다. 아이들은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종종 역효과를 가져와 아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 자신의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격분한 부모가 내 상담실로 찾아오면 나는 늘 그들에게 묻는다. "혹시 두 분 중에 한 분이 어렸을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그러면 기억을 한동안 되새겨 본 뒤에 자신이 자녀의 일에 마음이 상하는 진정한 이유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 훌륭한 애착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단단한 애착을 이룩한 아이들의 부모를 광범위하게 조사해보았다. 그들은 자녀의 요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 심리학자들이 관찰하고 평가할 정도의 우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은 생후 8개월이다.
* 분리불안을 좀 더 분명하게 변별하려면 이렇게 해 보자. 아이들을 몇 명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엄마가 곁에 붙어서 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혹시 부모가 곁에 있으면 또래들과 훨씬 더 쉽게 교류하는지 살펴보자. 불안감이 부모와 떨어지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지 알 수 있다.
* 아동의 정신 불안은 종종 그 아이의 놀이 능력에 장애 요소가 되며, 불안이 치료되면 바로 놀이 능력이 회복된다. 아이가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는 거은 정신 건강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 우리는 사교 기술과 우정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교 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정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정이란 아이들이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느냐의 여부로 정의된다.
* 세 살이면 애착의 유형, 기질, 발달상의 능력, 그리고 삶의 경험들로 인해 아이들이 우정을 가질 가능성에 제법 큰 격차가 생긴다. 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놀이가 이뤄질 수 있을 만큼 지속적인 나눠 갖기가 불가능하다. 다섯 살 정도는 되어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 정도의 발달 단계에 들어선다.
* 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여건
: 지리적 인접성, 친밀성, 놀이를 조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능력,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 남과 나눈다는 것
* 우정의 필수 요소 : 상호 의존과 헌신
* 에릭 에릭슨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춘기 청소년의 모든 대화는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너를 내 친구로 두었다는 것은 내가 어떤 아이라는 의미인가?"로 귀결된다.
* 청소년들은 친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 집단 생활의 법칙
1. 네 또래와 똑같아져라 : 청소년들은 압력을 가하는 집단의 매력에 이끌려 그 집단에 스스로 속하려한다.
2. 반드시 집단에 속해야 한다
3.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라
4. 사회적 서열 속에서 너의 자리를 찾아라
5. 반드시 역할이 있어야 한다
: 왜 학급마다 선생님이 특히 총애하는 아이가 있을까? 집단의 보편적인 힘이 각 구성원에게 계급과 역할을 할당해준다는 것이 그 답이다.
* 도덕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양심은 개인적인 기질의 한 부분이지만 도덕은 우리가 속한 집단의 한 양상이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 집단의 단합 : 공통의 과제를 찾아라
* 특정한 아이를 괴롭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오직 집단 뿐이다.
*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상담을 위해 보내지면 그는 왜 도대체 어른들이 자기에게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당황해한다. 기성세대가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상담자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침묵 속의 용인이 더 나쁘다. 신참 골리기의 이면에는 이런 일들이 한 집단 혹은 팀이 틀을 잡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는 어른들의 동조가 깔려 있다. 신참 골리기가 갖는 문제는 그런 시련을 일단 겪고 난 팀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옹호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 최근의 신경학적 연구는 청소년들이 얼굴 표정(특히 두려움)을 성인들만큼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그래서 아이들의 괴롭힘은 더 잔인해지는 경향이 있다.
* 나는 모든 아이들이 삶에서 각기 다른 세 가지를 원한다는 쪽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연결'과 '인정', 그리고 '힘'이다.
* '공격성'에 육체적인 공격 뿐 아니라 거친 말이나 비언어적 표현까지 포함시킨다면 여자아이들 역시 얼마든지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연구로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관계적 공격'이라고 부르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이것이 물리적인 구타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아니, 어쩌면 효과 면에서 더 오래 지속될는지도 모른다.
* 우리 어른들이 어렸을 때 누군가의 편에 서주었거나 우정의 이름으로 불문율을 깨뜨린 이야기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했던 잔인한 행동들을 반성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철없을 때 장난삼아 한 행동이니 괜찮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아이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만일 우리가 나쁜 말이라고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않은 완벽한 존재로 아이들 앞에 나서고자 한다면 아이들은 집단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누군가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처해도 우리에게 결코 터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도덕적인 학교란 도덕적인 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입니다. - 교육학자 톰 리코나 -
*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벌줄 사람과 칭찬받을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 개별적인 상황에 대해 일일이 체벌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학교의 바탕을 이루는 사회적 역할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라.
* 아이들을 키울 때 생기는 모순 중의 하나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큰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 부모가 아이를 놀리면 아이는 더욱 더 혼자라고 느끼며, 어떻게든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점점 더 혈안이 될 뿐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제발 놀림감으로 삼지 말라. 그것을 통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의 문제를 어른들 수준에서 재생산한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곧 다른 아이들과 그 아이의 부모들에 대해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놀이치료,
단짝,
따돌림,
또래 관계 문제,
또래 집단,
마이클 톰슨,
배신,
부모,
분리불안,
성역할,
심리학자,
아동 심리학자,
아이,
애착,
어른,
왕따,
우정,
유아기,
집단,
집단 괴롭힘,
집단 따돌림,
집단 역할,
학교,
학교 부적응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23
개인적으로 진단명을 남발하는 것에 알러지가 있습니다만 심리평가의 주 의뢰 사유가 진단인 경우 의심되는 공존 장애가 많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R/O을 붙여서 되는대로 나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 의뢰 사유가 치료 계획 수립이나 향후 대처 방법의 모색인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주의집중을 잘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아가 심리평가 의뢰 되었는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면서 등교를 거부하고 밤에는 혼자서 안 잘려고 심하게 떼를 쓰는데다 억지로 혼자 재우면 어김없이 야뇨를 하고, 시험 기간이나 학습지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이 되면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문제를 보일 때 어떻게 formulation해야 할까요?
정확한 변별 진단만 필요하다면 ADHD, Transient Tic Disorder, Enuresis, Adjustment Disorder, Separation Anxiety Disorder 등등의 가설을 세운 뒤 검사 sign으로 검증하면 될테지만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증상이 다양하고 여러가지 진단이 동시에 의심될 만큼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검사 sign을 정리하면서 진단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각 장애로 단독 진단을 한다면 어떤 것이 피검자의 심리적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지를 특히 염두에 두고 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아동의 경우 핵심 문제가 평가 불안의 문제인지, 애착의 문제인지, 파괴적 관심 끌기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주의력 문제인지 말이죠.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면 거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장애의 중복 진단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예상되는 진단 가설이 많을 때에도 좀 더 손쉽게 피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연습이 평소에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핵심적인 문제를 골라내는 눈이 안 생기기 때문에 전에
'임상심리평가보고서 이렇게 쓰면 안 된다 II'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R/O 진단을 남발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양한 진단이 동시에 의심되는 경우에는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독 진단을 먼저 찾고 그 진단을 통해 피검자의 핵심 문제를 찾는 것을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그 -
ADHD,
Adjustment Disorder,
Enuresis,
formulation,
R/O,
Separation Anxiety Disorder,
Transient Tic Disorder,
검사 sign,
공존 장애,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애착,
의뢰 사유,
장애,
주의력,
중복 진단,
진단,
파괴적 관심끌기,
평가 불안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02
★★★★☆
이미지 출처 :
YES24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태그 -
EEG,
grounding,
impersonal trauma,
Jon G. Allen,
PTSD,
Trauma,
고통,
관계,
긍정적 정서,
기억,
두려움,
무력감,
방임,
부정적 정서,
사회적 방임,
생물학,
수치심,
신체적 방임,
심리사회적 방임,
심리학,
애착,
애착 외상,
외로움,
외상,
외상 경험,
외상 집단 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적 기억,
우반구,
우울,
인지적 방임,
자기,
자기 가치감,
자기파괴적 행동,
전두엽,
정서,
정서 조절,
정서적 방임,
정신과적 장애,
정신의학,
좌반구,
질환,
철학,
침습적 기억,
통제감,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치유,
플래시백,
학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해리성 장애,
현실감각 기법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50
★★★☆☆
이미지 출처 :
YES24
예전에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포스팅에서 노인, 애착, 상실, 중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시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저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들이니까 소개를 드렸지요.
1996년에 나온 이 책이 바로 '상실'을 다루고 있어서 일부러 주문해서 읽었습니다.
저는 원서를 붙잡고 열심히 읽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작년에 임승희, 고수진, 신성만 선생님이 함께 번역을 해서 시그마프레스 출판사에서 번역판(책 이미지 참조)이 이미 나와 있더군요. 미리 알았으면 그냥 번역판을 읽었을텐데... ㅠ.ㅠ 책 값이 13,000 원으로 원서 분량이 200페이지에 불과하다는 걸 고려하면 다소 비싼 감이 있습니다. 원 출판사에서 저작권료를 무리하게 요구했을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이 책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와 사별을 앞둔, 혹은 이미 경험한 가족들을 만나는 임상가들을 위한 입문서입니다.
주요 목차만 살펴보겠습니다.
1. Families in transition2. The caring team3. Counselling4. Counselling the patient with a life-threatening illness5. Counselling the patient's familiy before bereavement6. Counselling the patient's family after bereavement 7. Problems in counselling the bereaved8. Conclusions
보시는 것처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들을 만날 임상가 팀을 구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초반에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와 사별을 앞둔 가족 상담하기, 사별 이후에 가족 상담하기,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들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죠.
특히, 각 장의 말미에 Summary로 그 장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두어 나중에 쉽게 복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입문서의 수준이라서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임상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상실' 분야, 특히 호스피스 상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번역본은 아직 못 봤지만 원서가 그리 까다롭지 않게 읽히기 때문에 굳이 원서를 보실 필요 없이 번역본을 보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내용1.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에 일어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disease talk) 뿐 아니라 치명적인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illness talk)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걸 이들을 만나는 임상가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2. 많은 상담자들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 그 자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죽어가는 과정을 더 두려워한다. 3. 돕는다는 미명 하에 환자들의 취약한 면을 강조하고, 그들을 아이 취급함으로써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지 말라.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남아있는 가치를 인정해라. 4. 많은 환자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확신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여야 한다. 5. 상담자가 가족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태그 -
Bereavement,
Terminal Care,
고수진,
노인,
사별,
상담,
상실,
시그마프레스,
신성만,
애착,
임상심리학,
임승희,
중독,
호스피스 상담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84
★★★★☆
이미지 출처 :
YES24
상담을 하면서 또 상담 supervision을 하면서 애착의 문제가 의심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이는 Reactive Attachment Disorder(RAD) 진단을 받는 아동들에 국한되지 않고 시한폭탄처럼 잠재되어 있다가 나중에서야 폭발해 고통을 받게 되는 성인들에게서 오히려 더 많이 의심됩니다. 하지만 아동 ADHD에 대해서는 구체적 개입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성인 ADHD에게는 약물 치료를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것처럼 성인 애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의 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개입에 대한 consensus도 없고 전문가도 거의 없으니까요.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핵가족의 수는 계속 늘 것이고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와 부모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제가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 애착 문제 뿐 아니라 성인 애착 문제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Wallin의 이 책, 'Attachment in Psychotherapy(2007)'는 성인 애착 치료에 목마른 임상가들에게 해갈까지는 아니어도 목을 축일 정도의 단비는 됩니다. 지금도 애착으로 검색을 해 보시면 나오는 몇 권 되지 않는 책들은 거의 아동 애착 장애에 대한 것이고 성인에 대한 것은 그야말로 전무한 실정이거든요.
이 책은 1부에서는 Bowlby와 Ainsworth를 이어 등장한 Main과 Fonagy에 이르기까지 애착 이론의 전개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다양한 애착 관계와 이에 따라 달리 발달하는 자기(Self), 그리고 정서 조절과 애착 전략을, 3부에서는 애착 이론의 임상 실제 적용에 대한 내용을, 4부에서는 심리치료에서 나타나는 애착 유형을, 5부에서는 비언어적 영역에서 애착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방대한 내용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마음 챙김에 꽂혀서 그런지 몰라도 지나치게 마음 챙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다소 거슬리지만 정신화(mentalizing)의 상호보완책으로 제시한 시도만큼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애착 문제가 있는 성인을 상담할 때 상담 장면에서 건강한 애착의 재형성을 추구한다는 것쯤은 대부분의 상담자가 알지만 실제로 애착 유형에 따라 어떻게 달리 접근하는 것인지 막막했던 임상가라면 감을 잡게 도와주는 좋은 책입니다(사실 유일한 책에 가깝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내담자의 애착 유형 뿐 아니라 상담자의 애착 유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접근 방법까지 짚고 있어서 읽다가 좀 놀랐습니다.
애착 치료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 권쯤 소장하고 참고하면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제 성에는 안 차지만 세 명이 공동 작업한 것치고는 그래도 번역이 잘 된 편입니다. 최근에 읽은 하드커버로 된 전공서 중 제일 괜찮았습니다.
태그 -
ADHD,
Ainsworth,
Attachment,
Attachment in Psychotherapy,
Bowlby,
Fonagy,
Main,
RAD,
Reactive Attachment Disorder,
Wallin,
상담,
심리치료,
애착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23
'임상심리전문가가 몰락하고 있는 이유' 포스팅에서 예고한 것처럼 임상심리학의 어두운 미래 예상에도 불구하고 소위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 대한 제 예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예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인생 진로를 이곳에 올인하시면 안 됩니다. 뭐, 하셔도 좋습니다만 제가 전혀 책임질 수 없으니 나중에 내 인생 책임지라고 연락하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은 크게 네 가지 분야입니다.
첫째.
노인 관련 분야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미래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목전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향후 전체 인구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할 노년층에 대한 정신건강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가 알기로 이 분야는 거의 불모지 상태입니다. 그나마 독거 어르신의 daily care와 관련된 분야만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 치매 등 노인성 정신장애에 대한 신경심리평가, 치료, 재활, 예방 등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은 말할 것도 없고 세부 분야의 전문가 수마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니할 말로 치매, 파킨슨 병 등 노인성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신경심리평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전문가의 수는 인프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무합니다.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물론 이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대우도 극과 극을 달릴 수 있어서 호화로운 실버타운에서 일하는 전문가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다루는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복지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국가 정책의 방향이 이 분야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격적으로 선회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수요에 비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노인 상담에 대한 경험 축적, 노인성 장애에 대한 정신병리학적 지식, 신경심리평가 도구의 숙달에 미리미리 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
애착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앞에서 말씀드린 초고령화 사회의 대두와도 맞물려 있는데 노인층이 늘어나는 만큼 출산율은 더욱 떨어져서 가구 당 1.0의 출산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소아과, 산부인과 등이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지요. 소아정신과도 특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줄어들고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두드러지는 핵심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애착 문제입니다.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난 독자들이 늘고 있고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주 양육자로부터 강제로 분리되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몇 년 전부터 불안정 애착 문제가 아이가 보이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ADHD, Anxiety Disorder, Conduct Disorder 등의 진단이 의심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부모-자녀 관계, 특히 불안정 애착이 원인인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의 경우에도 애착 문제가 심화되어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이 많더군요.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출산율은 줄어들고, 그럼에도 경쟁은 심화되는 사회에서 안정 애착을 하는 건강한 아이들을 점점 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애착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별로 없습니다. 애착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의 수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애착 치료를 다루는 전문 서적 마저도 거의 없습니다(못 믿으시겠다면 한번 검색해 보세요). 그만큼 이 문제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죠. 아동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애착 문제에 대한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셋째,
상실 문제입니다. 대가족 체계에서는 삶과 죽음이 그리 많이 분리되지 않았고 죽음이나 상실의 충격을 완화시켜 줄 장치가 그나마 있었습니다. 그런데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이제는 독거 가정, 비혼 가정 등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상실의 충격을 감소시켜 줄 완화 장치가 별로 없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슬픔을 함께 나눌 형제가 없고, 친구의 수도 부족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자가 많기 때문에 배우자와 슬픔을 나누지도 못합니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반려 동물을 입양하지만 대부분의 반려 동물은 주인보다 수명이 짧아서 오히려 더 자주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물며 오랫동안 정들었던 물건을 버리는 것 마저도 상실의 서운함과 아쉬움을 주는데 가족, 가족과 같은 반려 동물을 잃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방법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상실의 문제는 단지 죽음과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이별의 아픔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용과 인정만을 강조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현재 상실의 문제만을 특화시켜 다루는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우울증, 적응 장애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역부족이고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지만 상실에 초점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 아니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하려면 지금부터 자신의 specialty를 정해서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넷째,
중독 문제입니다. 그 중 한 영역은 제 전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전문 분야라고 말할 때에는 딴 데 정신팔지 않고 적어도 10년 정도를 현장에서 굴러서 몸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는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나누곤 했습니다만 최근 추세는 모든 중독을 행위 중독의 틀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약을 주사하는 행위, 손에 든 담배를 입으로 빨아들이는 행위,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중독 메카니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기존의 물질 중독 뿐 아니라 도박, 인터넷, 게임, 섹스, 쇼핑, 관계 중독 등 다양한 행위 중독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어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중독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기존 상담 영역에서도 중독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가능한 전문가를 요구할 겁니다.
현대 사회는 삶의 폭폭함을 잊기 위해서도 그렇고 대가족 제도의 해체와 핵가족의 확대, 물질 만능주의의 만연, 개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해 중독적 삶의 확산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중독 분야의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중독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해당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 현장 경험을 쌓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노인, 애착, 상실, 중독,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Generalist는 가고 Specialist가 온다'는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는 specialist를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나도 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대우받을 수 없는 시대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을 미리미리 개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546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의 고전인 '관계(SOUS LE SIEGE DU LIEN, 1989)'를 북 크로싱합니다.
애착과 관계에 대한 내용을 비교행동학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번역이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 북 크로싱 신청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경고 제도를 숙지하세요!
* 신청자 명단(2014년 9월 14일 09:38 현재)
- 퓨리시드님(독서 완료) : 신청(2월 13일), 독서 시작(2월 13일), 독서 완료(3월 4일)
- 키나님(독서 완료) : 3월 1일(신청), 3월 4일(배송), 3월 8일(독서 시작), 3월 20일(독서 완료)
- 식이님(독서 완료 & 보관 중) : 10월 27일(신청), 6월 11일(배송), 8월 3일(독서 완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87
★★★☆☆
이미지 출처 :
YES24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의 고전(무려 20년이 넘은 책인데 이제서야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네요)입니다.
미국 심리학에 경도되어 있는 우리나라 심리학도들이 이 유명한 프랑스의 과학자를 알 턱이 없지만 그는 심리학도에게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 탄력성(resilience)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
심리학 서적 범주에 넣을 것인가를 30분 동안 고민하게 만든 책입니다.
왜냐하면 심리학도라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긋지긋하게 듣게 되는 '애착', '관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니까요. 물론 비교행동학적 관점에서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들며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 설명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저는 결국 일반 서적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1부에서는 탄생 이전의 생애와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부부를 중심으로 성, 사랑과 애착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고요. 물론 비교행동학적으로요. 3부에서는 애착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애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대개의 심리학도라면(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전개 방식입니다. 인간의 관계를 다루기 위한 설명 도구가 동물의 비교행동학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보시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닫기
*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이 동일 그룹에 속하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반면, 오히려 우리 인간은 알려진 것보다 근친상간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인간은 말을 통해 맥락을 벗어나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여러 명의 엄마가 있는 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핵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정신 장애와 정신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암컷에 의해서만 번식하는 복제 번식이 경제적이며, 환경이 열악할 때는 태어난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성적 결합이 유리하다. 인간은 모든 점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성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이다. * 아빠들이 5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아빠의 존재가 아이의 분리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요컨대 아빠가 돌보는 아기들은 미지의 대상에게 좀 더 호기심을 많이 보이는 듯하다. * 아버지란 존재가 자녀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자녀가 6개월에서 8개월에 이르기까지의 민감한 시기에 지각되어야 한다. 대상 관계가 맺어지는 이 시기를 놓치면, 아버지란 존재는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 * 사실상 엄마가 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 자녀들이 변하는 까닭은 엄마가 일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변화로 인해 애착의 통로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애착이 생겨나는 것이다. * 동공 확대는 성적으로 흥분할 때 신경전달물질인 아트로핀이 분비됨으로써 야기되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 사내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애정 결핍의 정도가 심하다. * 가정에서 자란 아기들은 낯선 것과 대면하면 흥미를 느끼지만, 가족 없이 자란 아기들은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아기들은 뭔가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애착의 대체물을 찾아나선다. 이 때 가장 안정적이면서 영속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신체(자위행위 집착)다. 이런 아동의 정신기제는 바깥세계를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향적인 반추 작용에만 기울어져 있다. * 노인은 질소질 유기물의 부족으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 속에 잘 고착시키지 못한다. 의식이나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의 일들이다. 노인들이 머나먼 과거의 일로 괴로워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관찰자는 자신이 조약돌을 관찰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조약돌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관찰하는 셈이다"
저자가 서문에 쓴 말인데 처음에는 무심코 넘어갔지만 책을 읽으면서 곰씹어 보니 참 의미심장한 말이더군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위의 말을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이 책의 단점은 원저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건지,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딱딱한 문체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읽으실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집중해서 보면 상관없지만 출, 퇴근 길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입니다. 계속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저도 다 읽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resilience,
가족,
관계,
관찰,
노인,
보리스 시륄니크,
부부,
비교행동학,
성,
심리학,
아기,
아빠,
애착,
엄마,
탄력성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84
임상심리학자가 사용하는 심리검사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막강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간이 만든 것이니만큼 완전무결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임상심리학계에는 심리검사도구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입장과 그 반대로 심리검사도구의 무용론을 지지하는 패배주의적 입장, 두 극단적인 입장이 모두 존재합니다.
둘 다 문제가 있지만 오늘은 심리검사도구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입장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입장을 따르는 사람들은 심리검사도구가 인간의 심리 현상을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걔중에는 그 중에서도 MMPI가, 또는 Rorschach가 최고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따로 논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제목에 적은 것처럼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이나 애착 문제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성격과 애착 문제는 한 개인을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심리검사 도구만으로는 한 개인의 애착이나 성격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측정 시점과 시간적인 거리가 먼 심리적 속성일수록 측정하기가 더 어렵고 정확도도 더 떨어진다고 봅니다. 로샤 검사의 예를 들어본다면 성인 피검자의 현재 정서 상태는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애착 유형을 파악하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어온 성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많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도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누락될 수 있는 정보들을 상담을 통해 충분히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애착이나 성격 문제를 심리검사도구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지만 다른 해석 가능성은 고려해 보지도 않고 본인이 그렇게 보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제 추측이 맞다면 그런 분들은 특정 검사 sign을 항상 동일한 패턴으로만 해석하고 있을 겁니다. 제 경험 상 성격 문제를 이야기할 때 B군의 성격 문제 진단을 남발하는 경향이 생기더군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09
★★★★☆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내공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현장 전문가 중 한 분인 이보연 선생님의 책입니다.
원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치료자라도 대중 매체에 노출되게 되면 방송에 고정 출연하거나 고정 칼럼을 쓰게 되는 식으로 현장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허명을 유지하려고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아는 양 설레발을 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보연 선생님은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임상 현장과 접점을 잘 유지하는 극소수의 전문가 중 한 분입니다.
저는 국내 심리학자들이 쓴 책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현장 경험도 없으면서 외국 서적 몇 권을 짜깁기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이 보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콜라같은 책들이죠.
그런 점에서 저자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이런 책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요새 아주 중요한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룬 적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는 '애착'에 대한 책이니 더 말 할 필요가 없지요.
일단 이 책을 읽어야 할 주 대상은 자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애착을 다룬 책들은 단순히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애착 유형을 구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에서는 이를 유발하는 부모의 유형,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고급 육아 정보가 넘친다고 해도 세 살 이전에 결정되는 애착 경험의 중요성까지 염두에 두고 챙기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죠.
요새 주의력 문제를 호소하는 아동이 많은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ADHD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많은 경우가 애착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이보연 선생님이 제 생각과 같은 이야기("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한테서 쉽게 발견되는 주의력 문제나 충동조절 문제는 바로 이 무문별한 탐색행동의 결과다")를 하고 계시네요. ^^
아동/청소년의 모든 문제가 불안정 애착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 없습니다. 특히 부모 자신에게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는 필독 도서이고 아동/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덧. 이보연 선생님은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로 설명하셨지만 제가 전에
'포스팅했던 것'처럼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설명해도 됩니다.
닫기
* 세 살 이전의 자녀를 둔 부모의 보살핌에는 치명적인 분리 경험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안전감을 얻지 못한 아이가 가장 타격을 받는 부분이 바로 세상을 탐색하는 행동이다. *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말과 행동이 자녀의 '내적 작동 모델'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 긍정적인 내적 작동 모델을 형성하려면 두 가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지지와 보호를 청했을 때 부모가 잘 반응해주었는가,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충분한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는가?'* 안정 애착을 위한 부모의 조건 : 민감성, 의미있는 대화* 문제가 되는 의사소통 방식을 부모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부모와 아이가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 집착형의 애착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육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사랑도 듬뿍 주고 싶지만 부모 자신의 유아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아이가 요구하고 도움을 청할 때는 어른다운 관대함과 배려심으로 돌봐주지 못하고 귀찮아하거나 당황해하며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배척형' 엄마의 자녀는 '회피적' 애착을, '집착형' 엄마의 자녀는 '저항적' 애착을 형성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394
도박 중독을 설명하는데는 다양한 접근이 있습니다만 정신분석의 태두인 프로이트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프로이트는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로 "확실성을 피하고 불확실 상태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구강기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양육 태도인 예측가능성(일관성), 항문기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양육 원칙인 규칙성과 (허용성)을 통한 안정적인 애착과 분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일수록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죠.
정신 분석에서는 어머니가 가진 욕망의 대상이 위치한 곳이라고 아이가 인식하는 상징적 자리를 "Phallus"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욕망은 일반적으로 아버지를 향하고 있으므로 아버지가 Phallus를 가진 것으로 아이는 추정하게 됩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팔루스를 '가지기' 위해 또는 가진 것처럼 행위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팔루스를 가질 수 없거나 그것이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마법적 해결을 소원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도 그 상황에 고착된 채로 머무르게 됩니다.
마법적 해결이란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현실적, 비합리적 해결 방법을 뜻합니다. 이러한
마법적 해결 소망이 사고의 형태로 나타나면 망상이 되며,
행동 양식으로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형태가 도박이라고 합니다.
한편 대상 관계 이론(Object Relation Theory)에서는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프로이트의 설명과 대상 관계 이론을 종합해보면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중요한 근본적인 치유 전략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확실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이승욱 선생님이 강의 중 배포한 자료에서 발췌, 요약했습니다. 저자가 요구할 경우 수정 및 삭제될 수 있습니다.
태그 -
구강기,
대상관계이론,
도박,
도박 중독,
도박중독,
마법적 해결,
애착,
예측가능성,
일관성,
정신분석,
팔루스,
프로이트,
항문기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