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착 외상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아는 분들은 다 아십니다. 저는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내담자들의 문제 중 거의 대부분의 뿌리가 애착 외상에 있다고 믿을 정도로 애착 외상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제가 맞다면 애착 외상을 치유할 수 없다면(썩은 뿌리를 치료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가지치기를 하고, 썩은 열매를 골라내고, 잎을 닦아줘 봤자 결국 나무는 죽고 말 겁니다.
그동안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통해 애착과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심리평가를 통해 애착 외상의 유무를 가려내는 것까지는 가능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치유더군요. 애착 외상을 가진 중독자를 상담하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있었지만 제 접근이 애착 외상을 가진 모든 내담자에게 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찾고 있습니다. 과연 애착 외상을 치유하는 소위 말하는 정석이라는 게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저자도 이 책의 말미에서 고백하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다루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정신화(mentalizing)만 강조합니다. 심리치료에서 정신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정신화를 애착 외상의 치유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망했습니다.
마음챙김까지 동원하여 정신화를 애착 외상 치유와 연결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3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중 치료는 고작 40페이지로 1/9에 불과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책이 쓸모없는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한 설명은 충실합니다.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애착 외상의 치료와 관련해서 현장 전문가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 서적이 있는지 계속 찾아볼테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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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해서 강조하겠지만, 외상 경험의 원형은 두려우면서도 심리적으로 홀로인 것이다.
* Bowlby의 사고에서 2단계는 과도기적 단계이고, 4단계(일반적으로 4세 무렵에 도달함)는 애착의 황금표준이다. 4세 이상에서 당신의 근본적인 애착 능력은, 비록 그것이 성인기에는 광범위하게 정제되고 정교해짐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
* 양육 환경은 아동 기질이나 유전적 요인보다 애착 안정성의 발달에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 애착 안정성의 핵심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편안함에 있다. 안정 애착은 효과적인 의존과 관련이 있으며, 게다가 효과적인 의존은 효과적인 독립성을 촉진한다.
* Zeifman과 Hazan(2008)은 애착 관계의 네 가지 핵심적 특성 - 괴로울 때 근접성을 추구하는 것, 분리되었을 때 괴로움을 느끼는 것, 위안을 얻는 안식처로 관계에 의지하는 것, 관계를 안전한 탐색의 기지로 삼는 것 -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네 가지 애착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은 친구에게 (완전히) 애착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가장 일반적으로 애착은 아동기 부모와의 애정 어린 유대관계와 성인기 연인과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발생한다.
* 나는 가끔 내담자들에게 이상적인 관계의 특성을 열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심리 교육 집단을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안정 애착의 여러 속성, 즉 신뢰, 돌봄, 연민, 공감, 수용, 믿음, 사랑, 우정, 정직 등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런 관계를 당신 자신과 맺으면 어떨까요?"
* 고통을 조절하기 위해 내적 안전기지에 의지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외부 안정 자원에 덜 의존하게 된다.
* 외상적 정서에 직면할 때, 나는 수용에 대한 강력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수용과 회피를 대조하면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수용을 좀 더 쉽게 하게 하는 두 가지 전략을 설명할 것이다. 첫째는 내적 세계와 현실 세계 간의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경험하는 동안 가치있는 행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Hayes는 회피를 수용의 반대 극으로 지적하였다. 회피는 PTSD의 진단에서 핵심인데, 대처보다 회피가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 간단하게 말하면, 깊은 불신이 애착 외상의 핵심 징후이다.
* 미해결-혼란 애착 유형의 부모들은 손상된 정신화 능력과 관련되어 유아의 고통에 직면할 때 자신의 외상을 재경험함으로서 유아를 정신화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 자신의 애착 외상을 해결하지 못한 부모는 자신의 외상 재경험을 회피하기 위해 아기의 고통으로부터 자기보호적으로 주의를 돌려버리기 쉽다.
* Lyons-Ruth와 동료들은 '양육자 반응의 만성적 손상이 학대적 사건 그 자체보다 해리적 증상의 원인에 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애착 외상과 관련된 연구는 간단하지만 걱정스러운 결과를 제시한다. 초기 삶에서 외상은 정서 조절의 신경생물학적인 영역에 장기간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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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전문가 박근영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눈치는 '눈치 채기'와 '눈치 보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눈치를 거의 안 보는데다(예전에는 저도 안 그랬지만 10년 전부터 눈치 보는 걸 말 그대로 때려쳤습니다) 눈치 채기도 상담을 할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하고 일하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고 봉인해 두기 때문에 사실 저랑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해 구입할 마음이 없었는데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고맙게도 증정본으로 보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이 눈치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보는 건 당당히 살지 못하는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눈치 자체는 긍정적인 것 또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맥락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도 한 거라서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눈치 제어', '대인 관계 상황에서는 유연한 눈치 활용', 이 2가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1부는 서두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눈치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는 장인데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눈치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도구로 진화했다는 것과 현대 생활에도 적절한 눈치는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내용입니다.
2부는 삶을 힘들게 하는 눈치증후군 7가지(폐쇄성, 변덕, 소진, 자기부재, 불균형, 착취, 집착)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로 DSM의 성격 장애(Dependent PD, Histrionic PD, Borderline PD, Paranoid PD, Antisocial PD)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들을 눈치와 관련지어 설명했네요. 나름 참신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게다가 눈치 문제로 이 책을 읽는 일반인들 대부분이 성격 장애자는 아닐테니 핀트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3부는 부적응적인 눈치를 보지 않는 7가지 방법을 2부와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마음챙김'을 주된 해결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눈치라는 것이 주로 비교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니 비교를 불식시킬 수 있는 면에서 마음챙김은 매우 효과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포츠 신문의 칼럼에 그 주 개봉작의 심리적 분석을 연재하기도 했던 글솜씨라서 그런지 매끄럽게 읽히고 눈에 걸리는 구절이 별로 없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또한 후미의 '주'를 보면 상당히 많은 참고 문헌과 서적을 참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의 정공법으로 쓴 책이라고나 할까요? 바람직한 글쓰기입니다만 저는 가능한 한 남의 이야기를 끌어다 쓰지 않고 본인의 독특한 이야기만 하는 글을 더 좋아라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그 중에 제가 이미 읽은 책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의 매력이 도리어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상당히 공을 들여 쓴 친절한 책이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만 눈치 문제로 고민하는 일반인들은 이 책을 통해 눈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자신의 눈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을 찾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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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이나 일벌백계의 처벌은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부당한 권력은 불안과 눈치를 높여서 복종하는 사람을 만든다.
*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심리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눈치를 어떻게 잘 보느냐'보다는 '눈치를 어떻게 조절하고 멈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 아이는 부모가 참을성이 없고 변덕스럽고 관용이 없을 때 부모의 눈치를 많이 본다.
* 불안정하게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의존과 애착을 구별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애착과 의존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일단 상대방에게 애착이 생기면 지나치게 의존한다.
*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행동을 하는 건 기특한 일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보라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 가족 내에서 아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애착외상'이라고 한다.
*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답답하다, 지겹다, 벗어나고 싶다, 훌훌 떠나고 싶다' 등의 표현은 대체로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 남들과 같아야만 안심하는 것도, 달라야만 안심하는 것도 성장이 아니다. 그저 함께 가야 하면 동행하고, 혼자 가야 하면 홀로 가는 것이 성숙이다. 독립과 의존 중 어느 하나가 자신을 지배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서 성장 과정의 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사람을 판단하는데 강한 영향을 끼치는 특성은 '따뜻한 사람'인지 아니면 '차가운 사람'인지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특성이 모두 같아도 '따뜻한 사람이다' 혹은 '차가운 사람이다'라는 한마디가 더해지면, 상대를 판단하는 나머지 특성이 한꺼번에 다르게 배열되는 효과가 있다.
*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3가지 : 불면증, 신체화, 핑계
* 단순한 측정과 묘사에 쓰이는 비교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문제는 비교에 해석적 판단이 더해질 때 시작된다. 특히 한 가지 특성만으로 비교해서 서열을 평가할 때가 문제다.
*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이 가장 생기 있게 느껴지십니까? 그 일은 어떤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 생기있고 활기차다고 느끼는 순간에 하는 일이 가치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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