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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학자인) 앨리스 밀러가 쓴 고전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매를 맞는 것에 있다고 볼 정도로 체벌에 극단적으로 반대(체벌에 대해서는 저도 극단적인 반대론자에 가까운데 관련된 글은
'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 참조하세요)하는 임상가로 약 30년 전에 일대 열풍을 일으켰던 '성인 아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약 13권의 저서를 발표했는데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학대 경험과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예전에 구매해 두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만 봤을 때에는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아동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거짓 자아를 발달시킨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연출한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강박과 중독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상담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고 힘들게 살아가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기 파괴적인 중독 행동으로 자신을 처벌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밖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이러한 애착 외상으로부터 유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모든 정신 병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읽을수록 묘하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 때의 욕구 불만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상은 계속 대물림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가 과연 건강한 애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저자 자신이 이러한 외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듯 다분히 감정적인 글쓰기를 노출해서 자주 위태위태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처는 억압되고 가해자인 부모는 이상화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거든요. 이거야말로 저자가 그렇게나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 과대성 아닌가요?
결정적으로 가장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은 다음입니다.
"마음을 잘 공감해 주고 받아주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면, 아래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 자라서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2.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지 능력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이용당했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
후략~ (52p)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자면 심리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모두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고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통제, 조종 당한 사람이라는거죠. 저는 이런 극단적인 일반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는 강박, 중독, 우울, 경멸, 과대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조는 거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바로 애착 외상인 것처럼 몰고 있습니다. 애착 외상과 관련없는 심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쓰고 있거든요. 이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 기억을 깨우라는 말도, 아이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라는 식의 이상화도, 자식의 감정을 온전히 잘 공감하고 받아주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는 식의 논조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압된 학대 경험을 깨운답시고 어설프게 시도한 경험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미국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죠(관련 서적 소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그래서 솔직히 애착 외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읽지 마시라고 말리고 픈 책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책입니다. 훈련받은 임상가들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의 이해와 치유를 위해서는 차라리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와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2007)'를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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