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만달레이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어나 씻고, 짐을 마저 싼 뒤 8시 40분에 체크아웃하러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숙소에 묵을 때면 항상 떠날 때 아쉽죠.
왼쪽 두 번째 있는 빈티지 포스터는 안 사온 걸 후회했습니다.
9시에 체크아웃을 했는데 미니바 확인도 하지 않고 간단히 끝났네요. 미리 불러 두었던 택시를 탔는데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라서 그런지 세차도 깨끗이 되어 있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뒷좌석에 생수까지 비치되어 있네요. 공항 픽업은 몰라도 호텔에서 공항가는 건 호텔 측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는 게 좋을 듯 하네요.
Loft Hotel에서 공항까지 택시비는 10,000 짯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택시 기사에게 국내, 국제 공항 중 어디로 가는 지 알려줘야 합니다. 공항에서 내리면 곧바로 포터가 와서 짐을 들어주려고 하는데 필요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수고비를 줘야 하니 잘 판단하세요.
공항에 들어가면 곧바로 1차 보안 검색을 받게 되고, 발권 후 2층으로 올라가면 2차로 보안 검색을 또 받습니다. 이 때는 신발도 벗어야 하고 금속 탐지기에 아무 것도 안 나오더라도 일일이 휴대용 금속 탐지기로 훑습니다. 보안 검색을 아주 꼼꼼하게 합니다. 테러 위험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버마 여행 중에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침을 안 먹으려했지만 살짝 허기가 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기에 글로리아 진스에서 간단히 뭘 좀 먹기로 했습니다. 아메리카노 레귤러 1잔에 5,200 짯이고 베지터블 샌드위치 1개에 4,100 짯인데 tax 465 짯이 또 붙습니다. 아무리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한국 물가 수준입니다. 게다가 계산서의 총액이 9,750 짯이 나왔는데 10,000 짯 지폐를 내니 우수리 50 짯은 떼고 200 짯만 거슬러 줍니다. 뭐죠?;;;;;
버마는 국내 항공의 delay가 워낙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기는 했는데 양곤 공항을 보니 메인 활주로가 1개 밖에 없어서 비행기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다 이륙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수도에 있는 공항이기 때문에 건물은 비교적 현대식 건물입니다만 인천 공항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작습니다.
만달레이로 가는 Golden Myanmar Airline의 비행기입니다. 예전에는 프로펠러 비행기가 좀 꺼림칙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상관없더군요. 프로펠러 비행기가 제트기보다 고장률이 더 적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역시나 예상대로 40분 늦게 이륙했습니다. ㅠ.ㅠ
좌석은 2 X 2인데 대한항공보다도 좌석이 더 편하고 머리 위 짐칸 공간도 넉넉하네요.
1시간 30분 비행 중간에 샌드위치, 케익, 물을 간식으로 나눠줬습니다만 저희는 안 먹고 계속 잤습니다. 보기에도 좀 느끼해보이네요.
이륙이 늦어져서 원래는 1시 15분에 도착해야 하는데 거의 2시가 되어서야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Mozio 앱으로 미리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두었는데 분명히 VAN을 예약했는데 낡은 세단이 왔네요. 나중에 컴플레인을 해야겠습니다.
공항에도 늦게 도착했는데 만달레이에 예약한 숙소로 이동하는 것도 1시간은 족히 걸리네요. 글로리아 진스에서 간단하게라도 안 먹었으면 허기져서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저희가 만달레이에서 3박을 한 'Hotel by the Red Canal Mandalay'는 만달레이 왕궁 근처에 있어서 위치 하나만으로도 묵을 가치가 있습니다. 4성급 호텔이고 예약일 기준으로 트립 어드바이져에서 만달레이 3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론플도 추천하는 호텔이고요. 가격은 3박에 442불이니 양곤의 Loft Hotel보다 살짝 더 비쌉니다만 여기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여기도 Loft Hotel처럼 작은 부띠끄 호텔인데 정원에 깨끗한 pool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객실로 들어가는 복도 한 켠에 티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차와 커피, 간단한 쿠키 등의 다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설이 특별한 건 없지만 데코레이션이 아기자기하고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은 전형적인 호텔 객실 스타일이지만 확실히 동남아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목재를 많이 썼더군요.
침대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침대 양 옆은 비워서 옆으로 일어날 수 있게 공간을 두는데 이 침대는 딱 맞춰 집어넣어서 아무리 험하게 자도 옆으로 굴러 떨어질 염려는 없겠네요. 무슨 고대 황족이 쓰던 침대 같네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월풀 욕조입니다. 뭔가 전문적인 스파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욕조를 넣어놨더군요.
짐을 풀고 나오니 어느새 오후 4시입니다.
2,000 짯으로 흥정해서 툭툭을 타고 쿠토도 파고다(Kuthodaw Paya)로 향했습니다. 차량보다 바이크가 더 많은 걸 보면 확실히 동남아 분위기입니다.
버마에서는 사원이나 파고다에 들어갈 때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입구에 있는 신발 맡기는 곳에 보관료를 주고 맡기거나 직접 들고 다녀야 합니다.
'버마 여행 - 요약'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입구가 한 개인 곳은 상관이 없지만 입구가 여러 개인 곳은 들어간 입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신발 주머니를 하나 가져가서 들고 다니거나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더 편합니다. 저는 미리 신발 주머니를 준비해서 항상 들고 다녔습니다.
쿠토도 파고다의 별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인데 불교 경전이 새겨진 729개의 비석들을 각기 품은 729개의 흰 석탑들이 사원 중앙의 탑 주변으로 빽빽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 불교 경전은 민돈 왕 시절에 열린 5차 불교 회의에서 승려 2,400명이 6개월에 걸쳐 읽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입구에 쿠토도 파고다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이 있는데 저 뾰족뾰족한 흰 것들이 모두 불경을 담고 있는 석탑입니다.
실제로는 석탑 하나하나의 크기가 이 정도 됩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으로 넘어가려고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고즈넉합니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등 그래도 동남아 여행을 꽤 한 편이지만 파고다의 형태가 다른 나라들과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중앙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탑은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를 모델로 세워졌다고 합니다. 물론 규모는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만 나중에 쉐지곤 파고다를 보니 모양은 확실히 비슷하게 생겼더라고요.
버마 사원의 지붕이나 처마도 태국처럼 금박 장식이 화려하네요.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중앙탑을 한번 더 보고. 버마의 황금탑들은 저녁 햇살을 받을 때와 야간에 조명을 받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군요. 저는 전자가 더 좋지만 화려하기는 후자가 더 하죠. 밑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입구로 나오니 5시 10분이 되었기에 일몰을 보기 위해 툭툭을 잡아 타고 만달레이 힐(Mandalay Hill)로 향했습니다. 쿠토도 파고다에서 만달레이 힐까지는 1,500 짯이면 됩니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덜렁 남쪽 입구에 내려주었습니다. 여기에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만약 걸어서 올라가고 싶지 않으면 입구에서 비정기적으로 출발하는 픽업 트럭을 섭외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정상 부근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등산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이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만달레이 힐도 신을 벗고 맨발로 올라야 하니까요;;;;
남쪽 입구에 있는 사자상입니다. 생김새는 친근한데 발톱이 후덜덜하네요.
입구에 신발을 맡기고(1인 당 200 짯이고 신발을 찾을 때 비용 지불, 신발을 들고 가도 되지만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려고 여기서는 맡겼습니다) 맨발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정상까지 4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일몰 시간에 늦을까봐 중간에 한 눈 팔지 않고 부지런히 올랐는데 왕복 1시간이 걸렸으니 대충 맞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구간에 타일이 깔려 있거나 최소 시멘트 바닥이라 발바닥이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맨발로 등산을 한다면 체중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방법이 없으니 만만치 않은 등산로입니다.
중간중간에 stupa가 세워져 있고 지루할 만하면 상점이 나타납니다. 귀신같죠.
일몰 시간을 모르고 올라갔기에 해는 5시 30분 쯤에 이미 졌고 저희는 6시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일몰 순간을 놓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을 봤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정상에 있는 사원을 보려면 입장료가 1인 당 1,000 짯입니다. 안 봐도 무방하기는 한데 그래도 40분을 등산으로 올라왔는데 1,000 짯이 아까워서 안 보고 내려가는 것도 그렇잖아요.
사원 곳곳에 고양이들이 속편하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사람들 근처에 동물들이 편하게 있는 걸 보면 평소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죠.
이미 해가 졌지만 노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붉은색을 길하다고 생각해서 조명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어색하기는 합니다.
버마의 모든 사원은 야간에 조명을 사용하여 중앙의 황금탑을 이렇게 빛냅니다. 자연광과 또 다른 분위기를 내죠.
만달레이 힐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힘은 덜 들지만 중간에 갈림길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올라왔던 길과 다른 곳으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입구로 내려오니 툭툭 기사들이 엄청 호객하지만 깨끗한 VAN으로 데려다주는 기사에게 5,000 짯을 주고 미리 알아둔 채식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내내 기사가 원 데이 투어 영업을 하길래 일단 연락처만 받고 보냈습니다.
Nature는 현지에서 섭외한 채식 식당으로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찾는 곳입니다. 느낌이 우리나라의 러빙헛 레스토랑 같았습니다.
인테리어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식탁 재질이 스테인레스인 게 특이하더군요.
주문한 음식입니다. 모두 합쳐 8,000 짯이니 한화로 대략 6,500원 정도됩니다. 둘이서 이 가격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정말 저렴하죠?
Sweet & Sour Chicken(3,000 짯)입니다. 인조 고기를 사용한 요리이고 맛은 쏘야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Mustard Leaves Soup(1,000 짯)입니다. Mustard leaf은 우리 말로 '갓'이죠. 마치 시금치국 같은 느낌으로 국물맛이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Fried Spring Roll(2,000 짯)입니다. 동남아에서 주문하면 실패가 없는 사이드 메뉴죠. 역시나 맛있습니다. 여기에 밥 2공기(1공기에 1,000 짯)를 추가했습니다.
저희는 이것도 많았기에 더 준다는 걸 사양했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냥 리필되는 게 아니고 비용이 발생하니 안 드실거면 더 준다고 할 때 확실하게 거절하세요.
Nature에서 숙소까지 3,000 짯을 부르는 걸 2,000 짯으로 흥정해서 툭툭을 타고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만달레이는 확실히 양곤보다 북쪽에 위치해서인지 몰라도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긴 팔 옷이나 최소한 바람막이 정도는 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등산을 꽤 오래 했으니 분명히 안 쓰던 근육을 많이 썼겠죠. 내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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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ft Hotel 메이크업 비용 : 600 짯
* Loft Hotel -> 양곤 공항 택시비 : 10,000 짯
* 양곤 공항 글로리아 진스
- 아메리카노 레귤러 : 5,200 짯
- 베지터블 샌드위치 : 4,100 짯
+ 465 짯(tax)
= 9,750 짯
* Hotel by the Red Canal Mandalay -> 쿠토도 파고다 툭툭 비용 : 2,000 짯
* 쿠토도 파고다 -> 만달레이 힐 툭툭 비용 : 1,500 짯
* 만달레이 힐 신발 보관료 : 200 X 2 = 400 짯
* 만달레이 힐 정상 사원 입장료 : 1,000 X 2 = 2,000 짯
* 만달레이 힐 -> Nature 채식 식당 VAN 비용 : 5,000 짯
* Nature 채식 식당 저녁 식사 비용
- Sweet & Sour Chicken : 3,000 짯
- Mustard Leaves Soup : 1,000 짯
- Fried Spring Roll : 2,000 짯
- 밥 : 1,000 X 2 = 2,000 짯
= 8,000 짯
* Nature 채식 식당 -> 숙소 툭툭 비용 : 2,000 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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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바로 전인 2019년 12월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여행지가 버마(미얀마)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는 더 각별하고 아련합니다. 그런데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항쟁 중이라 지금도 수많은 버마인들이 목숨 바쳐 투쟁하고 있습니다. 못다한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요즈음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차는 양곤 시내 투어 당시 Junction City의 마트에서 구입한 'Instant Tea Mix'입니다. 선물용으로 여행자에게 인기라서 선물도 하고 저희도 마실 겸 넉넉히 구매했었죠.
우리나라의 믹스 커피는 대롱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는데 버마의 믹스 티는 이런 모양입니다. 1봉에 20g 들이로 가격은 10개들이 한 박스에 1,150 짯이니 우리 돈으로 대략 900 원 정도 됩니다. 1봉에 90 원이니 정말 쌉니다.
성분은 티 파우더와 설탕, 그리고 Non Dairy Creamer입니다. 크리머에 유제품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저같은 비건들도 마실 수 있습니다. 티 파우더에는 버마 북부 샨 주의 녹차잎이 들어 있습니다. 뜨거운 물 120ml에 한 봉을 녹여서 간단히 마실 수 있는 밀크티입니다.
이 차는 Myanmar Distribution Group(MDG)에서 생산되는데 MDG는 1996년에 설립된 유통업체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CJ제일제당 같은 기업입니다.
파우더는 보시는 것과 같이 생겼습니다. 하얀색은 아마도 설탕이겠지요?;;;;
조명 때문에 핫초코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연한 색깔입니다. 그냥 밀크티 색깔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맛도 달달한 밀크티와 동일합니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인스턴트 믹스티인만큼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죠.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밀크티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버마에 다시 여행 간다면 또 사오고 싶은 차입니다. 빨리 버마가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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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플의 양곤 워킹투어 코스는 2017년 판(3판) 기준으로 56~57페이지에 있습니다. 뚜벅이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제게 론플이 추천하는 워킹 투어는 빠른 시간에 핵심적인 랜드마크를 다 돌아볼 수 있는 가성비 때문에 선호합니다. 특히 주로 여행 일정 초반에 들르게 되는 수도를 돌아보면서 분위기를 익히는데 워킹 투어 만큼 좋은 게 없어서 론플이 추천하는 코스는 가능하면 활용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버마에 있는 모든 파고다의 대부격은 쉐다곤 파고다지만 그건 여행 말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기로 했고 버마 여행에서 가장 먼저 만날 파고다는 슐레 파고다(Sule Pagoda)입니다. 양곤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슐레 파고다를 기점으로 해서 버마 여행을 시작하곤 하죠. 보시는 것처럼 큰 로터리의 중앙에 위치해있고 육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거대하지는 않고 아기자기합니다. 슐레 파고다는 내부에 특별히 볼 게 있는 게 아니라서 겉에서만 보고 지나쳤습니다. 론플의 워킹투어에서 거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스팟입니다.
슐레 파고다에서 동쪽, 정확하게는 북동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거대한 하얀 건물이 시청입니다.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이죠.
법원 건물인 'High Court'입니다. 식민 시대의 자취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국식 느낌이 나는 빨간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멋지네요.
High Court는 Mahabandoola Garden을 마주보고 있는데요. 공원 가운데에는 우뚝선 Independent Monument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Independent Monument는 햐얀색의 오벨리스크인데 반은 용, 반은 사자인 'Chinthe'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원을 좌측에 두고 남쪽으로 쭈욱 내려가면 Yangon River에 다다르게 됩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Kempinski Yangon Hotel이 나옵니다. 굉장히 고풍스러운 특급 호텔인데요. Kempinski 호텔 체인에 대한 소개는
몽골 여행 때 잠시 한 적이 있는데 몽골의 Kempinski 호텔은 가성비 최고였는데 양곤에 있는 Kempinski 호텔은 이보다 훨씬 럭셔리한 호텔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보행자 도로와 연결된 호텔 외부만 봐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죠. 길을 걸을 때 호텔 로비를 걷는 것 같습니다. 바닥도 온통 대리석이네요;;;;
Kempinski 호텔과 마주보고 있는 건물은 Yangon Divisional Court입니다. 양곤 시내에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역사가 1900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딱 보기에도 오래된 건물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이렇게 낡은 건물을 때려부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누구는 흉칙하고 보기 싫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쿠바 여행 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무조건 새 것이 좋은 건 아니니까요.
도로를 마주하고 Yangon Divisional Court 건너편에 있는 건물은 Myanma Port Authority입니다. 항만관리청 정도의 기능을 하는 공공 건물인데 Yangon Divisional Court와 달리 꽤 현대식 건물입니다.
여기에서 다시 왼쪽으로 틀어서 북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Sofaer Building Yangon'입니다. 이탈리안 스타일로 지어진 건물이고 1906년에 지어졌습니다. 내부에는 버마 최초로 설립된 현대 미술 갤러리 '로카 낫(Lawkanat)'이 있습니다. 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메인 도로는 번화하고 차량도 많지만 안쪽 골목으로는 이처럼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행상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슐레 파고다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천천히 걸었지만 워킹 투어 코스 주 몇 군데를 뺐는데도 시간이 좀 남더군요. 슐레 파고다는 해질녘에 보면 더 근사하다고 해서 시간을 맞춰 워킹 투어를 한거거든요. 그래서 유명한 티 하우스 중 하나인 Thone Pan Hla에서 시간을 때우려고 검색했는데 장소를 옮겼다고 하네요;;;; 아쉽지만 거긴 나중에 양곤으로 돌아왔을 때 들르기로 하고 슐레 파고다 근처에 있는 새로 생긴 대형 쇼핑몰에서 잠시 다리를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기도 지하에 우리나라처럼 식재료 파는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 반찬 판매하듯이 덜어서 파네요. 나중에 알게 되지만 버마도 우리나라 반찬 문화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생경함이 별로 없어요.
Cafe Amazon이라는 곳에서 차가운 음료도 한 잔씩 마셨는데 포스팅하면서 찾아보니 왜 인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어둔 것이 없습니다. 아이스 리치 쥬스(2,650 짯)하고 페퍼민트 모카 frosty magic(4,200 짯)이라는 음료를 마셨는데 아이스 리치 쥬스 완전 추천합니다.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은데 청량감이 엄청나네요. 더운 날씨에 수분 보충하는데도 최고입니다. 하지만 현지 물가를 고려했을 때 너무 비싸기는 합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어서 아침은 어차피 거를거구요. 그래서 Loft Hotel에서 1박을 예약할 때도 일부러 조식 신청을 안 했죠. 내일은 11시 45분 비행기로 만달레이로 떠나야 하는데 도착 시간을 계산하면 점심 먹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과일식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바나나, 사과 같은 과일을 샀습니다. 저녁에 가볍게 마실 버마 맥주와 스넥도 좀 사고요.
슬슬 골든타임이라 슐레 파고다를 잘 볼 수 있는 정방형 육교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슐레 파고다 근처의 교통 혼잡도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언제봐도 대단합니다. 차로 이동해서는 답이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슐레 파고다를 중심으로 한 메인 도로는 괜찮습니다. 듣던 대로 해질녘의 슐레 파고다가 훨씬 더 근사하네요. 저녁 노을에 물든 황금 파고다가 묘하게 분위기 있습니다. 이때는 쉐다곤 파고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전혀 몰랐던 때이기는 합니다만. :)
하루 종일 더위 속에서 걸어다녔더니 슬슬 지치네요. 숙소로 돌아가서 간단히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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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못잔 것 같지만 아침 7시 30분이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서울과 시차가 2시간 30분 차이가 나니 서울은 오전 10시가 되었다는 말이니까요. 시차 적응이 안 되었으니 이 시간에 깨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숙면을 취했는지 피로가 다 풀렸습니다.
샤워하고 난 뒤 일단 환전을 위해 리셉션으로 내려갔습니다. 간헐적 단식 중이었기 때문(이 호텔에서는 조식을 신청 안 하기도 했지만)에 아침은 건너 뛸 생각이었고 현지 화폐가 없으니 살짝 불안하기도 해서 말이죠.
그런데 호텔에서는 환전이 안 된답니다. 근처에 있는 사설 환전소를 가르쳐줘서 가 봤는데 오늘 공식 환율이 1불 당 1,540 짯인데도 제가 가져간 미화는 1,490 짯 밖에 안 쳐준답니다. 최대한 새 돈을 가져가라는 말을 이미 검색해서 알고 간 지라 신권을 내밀었지만 발행한 지 오래된 돈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구권 취급이라 환율을 달리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제가 가져간 미화가 2016년에 바꿔둔 것이었거든요. 1,000 불을 환전하면 거의 3~4만 원을 손해봐야 하니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묵었던 Loft Hotel 근처 거리 풍경입니다. 도로가 넓지는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보도가 잘 포장되어 있지 않고 먼지가 많아서 조금 돌아다니면 신발에 먼지가 뽀얗게 쌓입니다. 계속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라 굉장히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이 묘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2박 3일 동안 묵었던 Loft Hotel은 새로 리뉴얼한 건물 같습니다. 1층에는 예쁜 카페 겸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이 호텔은 다 좋은데 문이 좀 무거워서 드나들 때마다 힘이 좀 드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
오늘은 론플에서 추천한 워킹 투어를 하면서 양곤 시내를 가볍게 둘러볼 예정이기 때문에 시작점인 슐레 파고다가 있는 시내 중심가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리셉션 근처에는 원색 색감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습니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입니다. 저는 대리석보다 나무로 된 바닥을 더 좋아라합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카페 겸 베이커리가 위에서 말씀드린 Alex's Deli입니다. 나중에 보니 아마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가게인 듯 싶더군요.
리셉션 뒤로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작은 뒷뜰로 연결됩니다. 버마를 상징하는 커다란 종이 양산을 파라솔처럼 펼쳐 놓아서 예쁘네요. 앉아서 쉬거나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뒷뜰로 연결되는 문 앞에는 댕댕이 한 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밀어서 여는 문이라서 댕댕이를 방해하지 않고 다시 들어갈 수 있었죠.
Loft Hotel에서 양곤 시내까지 나가려면 철길이 보이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이 철길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안전때문에 기차가 오지 않더라도 철길을 걷는 것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버마는 아직 아닌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버마라고 하면 불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앤틱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쉬운데 양곤 시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을 때처럼 굉장히 활발히 개발되는 곳이기도 하고 어떤 지역은 보시는 것처럼 이미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런 고층빌딩 가운데 하나에서 은행을 발견하여 환전을 했습니다. 아까 사설 환전소의 환율이 1,490이었는데 오히려 은행에서는 1,499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더 좋은 환율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환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10,000짯 짜리 지폐로 바꿔주네요.
슐레 파고다는 양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근처에 굉장히 큰 육교가 있습니다. 차도를 가로지르는 다리 형태가 아니라 사거리의 어느 방향으로든 건널 수 있도록 보시는 것처럼 ㅁ자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여기가 슐레 파고다가 잘 보이는 뷰 포인트라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지금은 낮 시간이라서 덥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일몰 시간이 되면 북적북적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차로에 건널목이 없기 때문에 보행자는 모두 이 육교를 이용해 원하는 곳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물론 보시는 것처럼 그냥 건너는 무단횡단자가 더 많더군요.
육교 위에서 보면 왕복 6차로의 가운데에 슐레 파고다가 떡 버티고 있는 형국입니다. 일출이나 일몰이 되면 햇살때문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게 장관이라는데 이따 일몰 때 확인해 볼 예정입니다.
교통량이 정말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차 사이로 잘도 건너 다닙니다. 양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버마에는 일방 통행로가 많습니다. 이 길도 오는 방향으로만 통행합니다. 가는 차로가 없죠. 일방 5차로네요.
슐레 파고다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소방서 건물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축된 건물인지 느낌이 살짝 영국풍이네요.
점심 때도 되었기에 보족 시장에 있는 채식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구글맵으로 찍어 보니 슐레 파고다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네요. 조금 덥기는 하지만 걸어갈 만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보족 시장은 정말 넓고 복잡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면적만 따지면 남대문 시장의 몇 배는 족히 될 것 같더군요.
보족 시장에서 대로변에 면한 상점 중에는 금은방이 가장 많습니다. 정말 많더군요. 이게 다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간단한 주전부리나 연잎밥을 파는 상인도 많고요.
보족 시장 안 골목에 자리잡은 채식 레스토랑 'Soe Pyi Swar Vegetarian Center'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충격적인 입구 비주얼에 충격을 받았죠. 식당 맞나 싶었습니다. 물어보니 맞다고 하네요. ㅡ.ㅡ
들어가보니 허름하기는 하지만 밖에서 볼 때와는 달리 제법 식당 느낌이 납니다. 여행자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로컬 레스토랑입니다. 그래도 보기보다 청결하고 사장님과 직원들이 모두 친절합니다. 중국인 사장님이 영어를 좀 하셔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됩니다.
모든 메뉴가 채식이라 분위기보다는 채식을 해야 하는 분들께만 추천합니다. 보족 시장을 방문하실 때 들르면 될 것 같습니다.
음식 종류가 굉장히 많고 인기 메뉴는 번호와 함께 따로 간판에 사진으로 붙어 있어서 주문하기 편합니다.
Fried Rice Noodle(2,000 짯)입니다. 담백한 맛이고 밥을 비벼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Bean Curd Molling(2,000 짯)입니다. 살짝 매콤한 것이 밥도둑인데 양이 좀 적은 것이 흠입니다. 이것도 반찬처럼 먹는 것보다는 밥을 비벼 먹어야 제맛입니다.
밥 2인 분을 따로 주문했는데 아예 양푼으로 나왔습니다;;;; 밥 1인 분에 800 짯. 쌀은 안남미인데 부슬부슬하지 않고 우리가 먹는 밥처럼 찰기가 있습니다.
음료로는 콜라캔 1개(900 짯), Pokka라는 상표명의 싱가포르에서 수입된 오렌지 주스(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쌕쌕 오렌지와 비슷한 맛) 1캔(900 짯)을 주문했습니다.
총 7,400 짯을 냈으니 우리 돈으로 6,500 원 정도에 둘이서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로컬 레스토랑의 물가는 정말 마음에 드네요.
대로변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면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인파를 만나게 됩니다. 저는 돌아다니면서 홍콩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최근에 버마에서 한드가 워낙 유명세를 탔다고는 해도 떡볶이와 어묵까지 수입되었을 줄은 몰랐네요;;;;;
일종의 주상복합건물인데 고층의 거주공간은 낡은채로 그대로 두고 아래층의 상업 구역만 리뉴얼을 해서 보시는 것처럼 기묘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참 특이하네요.
확실히 독실한 불교 국가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사원이 쉽게 눈에 띕니다.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시 개발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서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굉장히 낡은 건물이 신축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가 풍기지만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불편할 것 같네요.
`
점심 식사를 마치고 워킹 투어를 진행하던 중에 프렌차이즈 아이스크림 체인으로 유명한 New Life 아이스크림에 들렀습니다. 어느 지점을 가도 괜찮다지만 보족 시장에 위치한 가게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들렀습니다. 역시나 겉에서 보면 좀 허름해 보이네요.
왼쪽이 초컬릿 아이스크림, 오른쪽이 코코넛 아이스크림입니다. 각각 1,000 짯인데 양이 좀 적은 편이라서 입가심용 디저트 정도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2016년 가이드 북에는 600 짯으로 나와 있으니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네요.
그래도 맛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들를 가치가 있습니다. 초컬릿 아이스크림에는 초코칩이 박혀 있는데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입니다.
초컬릿 아이스크림이 우리가 익히 알던 맛이라면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샤베트 풍으로 담백한 맛입니다. 초컬릿보다 이게 더 맛있네요.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먹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는 건 꼭 변압기처럼 생겼지만 아닙니다. 이 철로 만든 상자 안에는 발전기가 들어있어서 정전이 되면 가게 주인이 나와서 이 발전기를 돌려서 전력을 생산합니다. 버마는 아직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낮에도 자주 정전이 되는데 그러면 시내 전역이 갑자기 발전기를 돌리는 소음과 휘발유 냄새로 가득찹니다. 몇 번 경험했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운 풍경이더군요.
시내에 있는 영화관입니다. 보자마자 예전 어릴 때 다녔던 '도원극장'이 떠올랐습니다. 버마에서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일단 슐레 파고다로 이동해서 거기에서 론플 워킹 투어 코스대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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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는 택시 기사님이 2만 원에 데려다주겠다기에 냉큼 탔습니다. 가는 도중에 들었는데 미터기 요금을 받지 않고 싸게 들어가는 것도 단속 대상이라고 합니다. 공항에서 단속반원이 택시에서 내리는 승객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얼마 냈는지를 물어봐서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면 벌금이 60만 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ㅡ.ㅡ 그래서 혹시나 단속반원이 물어보면 5만 3천 원이 나왔다고 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바가지 요금을 내는거야 당연히 단속을 해야겠지만 택시 기사 재량으로 요금을 덜 받는 것도 왜 단속하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공항버스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택시 안에서
'밸런스 시트 포터블'을 안 가져온 걸 알고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평소에도 늘 사용하고 있지만 페루 여행과 몰디브 여행 때 제 몫을 톡톡히 해 냈는데 말이죠. 그나마 버마까지 비행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ㅠ.ㅠ
새로 지은 제 2청사에는 처음 와봤는데 새 건물이니 시설이야 좋지만 체크인도, 수화물 처리도 거의 셀프 데스크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창구 직원 수가 매우 적더군요. 항공편이 별로 없는 한가한 시간대인데도 이렇게 처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항공편이 많을 때는 어떻게 대응을 하려고 인력을 이렇게나 줄였는지 모르겠더군요.
페루 여행 때처럼 항공권의 철자라도 틀리는 날에는 얄짤 없을 것 같습니다. 발권은 창구 직원을 통해 했지만 짐은 셀프로 부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더군요. 편리하기는 한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 포켓 와이파이('도시락')를 수령했는데 이용료로 8만 원이 넘게 냈는데 기기도 엄청 낡고 뭔가 허접해 보이는 걸 주더군요. 현지에서 사용할 때는 별 문제없이 작동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복장이 터졌을 것 같습니다.
보안 검색대도 미국 LA 공항에서 경험한 360도 스캔 검색 장비가 도입되었더군요. 검색당하면서 페루 여행 때 느꼈던 찝찝함이 되살아났습니다.
제가 탈 비행기는 242번 게이트에서 출발하는데 출입국 사무소 기준으로 굉장히 멉니다. 제 1청사 기준으로 거의 건물의 끄트머리에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보딩은 정상적으로 했는데 무엇을 하는지 시간이 걸려서 30분 늦게 출발했습니다. 비행기는 2 X 4 X 2열 보잉기였고요.
이번 여행도 앞자리에 개념없는 놈이 앉아서 이륙하자마자 좌석을 뒤로 젖히려고 하기에 무릎을 끼워넣어서 못 젖히게 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저는 아예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없도록 고정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이코노미 석에서 좌석을 뒤로 젖히면 뒤에 앉은 사람이 정말 좁고 불편하잖아요. 지만 편하자고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좌석을 젖히는 놈들에게는 양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항상 눈에는 눈 방식으로 응대합니다.
점심을 먹은 뒤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먹는 기내식도 꿀맛이었습니다. 요건 반려인이 먹은 인도 채식이고요.
이건 제가 먹은 엄격한 인도 채식이었습니다. 난이 좀 딱딱하기는 했지만 남기지 않고 싹 먹어치웠습니다.
양곤까지는 6시간 25분 비행하는데 도착하면 밤 10시라서 가는 동안 자면 안 되겠기에 일부러 영화를 봤는데 세 편 정도 보면 딱이더군요. 출발은 30분이 늦었지만 도착은 거의 제 때 해서 밤 10시 10분에 도착했습니다.
양곤 국제공항은 그리 크지 않지만(우리로 치자면 김포 공항 정도) 깨끗하고 단정한 첫 느낌을 받았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도착한 비행기도 많지 않아서 입국 수속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요. 양곤은 이 시기에 일교차가 큰 편이라서 밤에는 22도까지 내려가는데 공항 안에도 모기가 날아다녀서 어쩔 수 없이 점퍼를 입었더니 좀 덥네요.
입국 수속까지는 막힘없이 잘 했는데 정작 수화물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10시 50분이나 되어서 기다리던 픽업 기사와 만나 호텔로 향했습니다. 픽업 기사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 오는 동안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인데 남자들이 치마처럼 생긴 '롱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더군요.
픽업 신청은 Mozio 앱에서 미리 해 두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것만 예약했는데 확실히 편리하기는 하지만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요금을 청구하기 때문에 추천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양곤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들어가는데 Mozio 앱에서 신청하면 대략 30,000 원 정도가 결제됩니다. 그런데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가면 7,000 짯(우리 돈 5,500 원 상당) 밖에 안 들거든요. 거의 5~6배 정도 비쌉니다. 나중에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걸 알고 꽤나 배가 아팠습니다. 저도 왠만하면 이 앱을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소개는 안 하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검색해서 살펴보세요.
밤에는 온도가 내려간다고는 해도 습도가 높기에 에어컨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픽업 차량에는 당연히 에어컨을 틀어놓죠. 양곤 공항에서 첫 날 묵을 호텔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버마 여행의 첫 숙소이자 양곤에서 이틀을 묵게 될 Loft Hotel의 리셉션입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부띠끄 호텔인데 첫 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고요.
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자세히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관리가 잘 된 호텔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Loft Hotel은 론플에서도 추천하는 4성급 호텔로 제가 예약하던 당시 기준으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양곤 15위에 랭크된 곳이었습니다. 숙박료는 봉사료, 세금 모두 포함해서 1박에 109불이었으니 제 기준으로는 저렴한 곳이었지만 현지에서는 훨씬 더 싼 호텔도 많으니 사람에 따라서는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조식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어요. 양곤에 다시 간다해도 묵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객실의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부띠끄 호텔 중에는 매력적이기는 해도 층고가 낮아 답답한 곳들이 좀 있었거든요. 객실 어메니티도 불편하지 않게 필요한 것만 딱 갖춰져있더군요.
일단 간단한 짐만 풀고 씻은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에비앙 생수 2병 : 1,600 원 X 2 = 3,200 원(인천 공항)
* 호텔 포터 수고비 : 1불(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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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가 버마 여행을 하면서 느꼈거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2주 동안 여행을 했다고는 하나 현지에서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 것을 정리한 것 뿐이니 버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음식
: 지금까지 여행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음식 중 가장 친숙한 맛이었습니다. 짜거나 지나치게 맵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고수가 들어간 음식도 향이 강하지 않아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나라 한상차림 같은 백반 같은 음식이 있는데다 꼭 나물 반찬 같은 음식도 많습니다. 특히 샨족 반찬 중에 우리나라 김치 같은 음식도 있어서 우리나라 멸치국수에 김치 얹어 먹듯이 샨족 국수(샨 누들이라고 부르는)와 함께 먹을 때 궁합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버마 여행을 하면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버마도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채식 인구가 많아서인지 어디를 가도 vegetarian 옵션이 있고 채식 전문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만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채식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 종교
: 거의 90%에 이르는 국민들이 불교 신자라고 하니 가히 독실한 불교 국가(개인적인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제가 볼 때는 글쎄요. 그들의 신앙심이야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소위 '낫'이라고 부르는 토착 신앙도 믿고 사당마다 지폐를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도 그렇고 불상에 금박을 덕지덕지 붙이는 모습도 그렇고 사원마다 커다란 시주함을 여기저기 배치해놓고 시주를 독려하는 걸 보면 제게는 거의 기복신앙처럼 보였습니다. 종교에 대한 제 편견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 있으니 여행가시는 분들은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 버마 사람들
: 뭐랄까요. 처음에는 표정이 별로 없으면서도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 속을 잘 알 수 없었지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무엇을 물어보면 금방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 모드로 바뀝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직 많이 개방되지 않은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선량하고 때가 묻지 않은 느낌입니다. 먼저 다가와서 친절을 베푸는 살가움은 없지만 은근히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그게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양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만달레이나 바간, 인레 쪽으로 나가면 선량하다는 제 말이 어떤 느낌인지 대번에 와 닿으실 겁니다. 여행 중에 사기 당할까, 호객 당할까 긴장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호객을 해도 질척거리지 않으며 거절하면 쿨하게 물러납니다.
* 인터넷 환경
: 제가 묵은 숙소가 대부분 고가의 숙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서 숙소 내 무선 인터넷 환경은 괜찮은 편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동영상 재생과 게임을 두 개의 기기로 한꺼번에 하면 속도 저하가 확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간단한 검색이나 블로그 서핑 등을 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시내에서도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는 무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양곤에서는 백화점 등에서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길을 다닐 때는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칩을 사용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게 빠르고 편리합니다. 저는 '도시락' 와이파이를 신청해서 갖고 다니면서 구글맵이나 '해피 카우' 같은 비건 레스토랑 앱을 사용했습니다.
* 치안
: 론플에서도 소개되어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수준입니다. 여성 혼자서 여행을 다녀도 염려할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해 밤길이 좀 어둡다는 걸 제외하면 사람을 두려워할 일이 없어서 여행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소매치기나 기타 강도 등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환전
: 버마 여행 중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 바로 환전인데 현지에서 사용하는 '짯'으로 바꾸려면 100불짜리 미화 신권을 가져가야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돈이라도 구겨지거나 접힌 흔적이 있으면 환전을 거절당할 수 있고 제 경우는 완전히 빳빳한 새돈인데도 발행년도가 2016년이라고 환율을 1불 당 50짯이나 덜 쳐줬습니다(영어도 안 되는데 욕 할 뻔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아예 달러로 결제를 하거나 한국에서 떠날 때 완전 빳빳한 100불 신권으로만 가져가셔야 손해보거나 거절당하지 않고 환전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내의 사설환전소가 까다롭고 양곤 시내의 은행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고요.
* 동물
: 선진국을 가면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버마에서는 반려동물의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냥 같이 사는 느낌입니다. 거리에 개도 많고 고양이도 많고 사원 근처에는 원숭이, 까마귀, 다람쥐도 많지만 아무도 해코지 하지 않고 어디나 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밥과 물을 준비해 놨더군요.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삽니다.
* 흡연
: 흡연은 자유로운 편이어서 길을 다니면 담배 연기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실내는 대부분 금연이라서 우리나라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다닐 만 합니다.
* 교통 사정
: 만달레이, 바간, 인레처럼 지방 뿐 아니라 양곤에서도 교통 체계가 엉망입니다. 양곤의 경우는 워낙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교통 신호가 보행 신호로 바뀌어도 좌우 회전 차량이 그대로 진입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다가는 차에 치이기 쉽습니다. 또한 현지인들은 아주 넓은 도로가 아니면 교통신호 상관없이 그냥 길을 막 건너다니기 때문에 교통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양곤에서는 대부분 일방도로라서 차량의 흐름을 읽기 쉽다는 게 다행일 정도입니다. 양곤에서 특히 길 건너실 때 조심하세요.
* 전력 사정
: 아직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 양곤 같은 대도시에서도 정전이 잦은 편입니다. 실제로 여행 중 정전을 자주 경험했고 그 때마다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이런 발전기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한번 정전이 되면 시내 곳곳에서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사용하는 기름 냄새와 소음으로 난장판이 됩니다.
* 의사 소통
: 저 같은 여행자들은 주로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고 현지인과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문제는 영어를 좀 하는 현지인들도 발음이 아주 독특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정말 힘듭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T발음과 R발음을 뭉개면서 발음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리만으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단어 수준에서도 못 알아들은 적이 많아서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나름 큰 호텔의 리셉션에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그런 걸 보면 제 귀가 이상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여행 초반에는 갑자기 영어를 알아들으려니 귀가 익숙하지 않아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버마 여행에서는 2주 내내 계속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해서 들어야 했으니까요.
* 날씨
: 건기에는 비가 한방울도 안 내리는 것 같습니다. 2주를 여행하는 동안 비는 커녕 흐린 날 조차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버마 지도를 놓고 보면 양곤은 남부에 위치해서인지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고 습도도 높아서 낮에 돌아다닐 때는 손풍기를 사용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양곤 공항에 내리자마자 모기가 달려들더군요. 양곤에서는 모기 퇴치제와 전자 모기향이 필요하니 준비해가세요. 하지만 바간, 특히 고지대인 인레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기온차가 크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름에 여행하시더라도 긴팔옷과 바람막이 등을 잘 챙겨가셔야 합니다. 낮에는 햇볕이 강하니 선글래스와 모자, 썬크림도 꼭 가져가시고요.
* 신발
: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그렇지만 버마에서는 사원에 들어갈 때 예외없이 무조건 맨발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헐벗은 복장도 입장 불가입니다. 입구에서 '롱지'를 빌려주는 사원도 있지만 위생 상태를 보장할 수 없으니 여성분들은 그냥 바지나 긴 치마를 입으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사원마다 다르지만 입구에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두거나 유료로 맡기는 시설이 있는 곳도 있지만 가능하면 신발주머니를 하나 가져가서 자기 신발을 직접 들고 다니는 걸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버마 사원은 보통 동서남북으로 입구가 뚫려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다른 방향으로 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면 신발을 맡긴 입구를 찾아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당해보면 아시겠지만 이거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발은 플립플랍 같은 가볍고 쿠션이 있는 샌들 종류를 가져가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사원 안에서는 맨발로 다녀야 하고 사원 밖에서는 오래 걸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무거운 신발을 가져가는 게 의미없고 짐만 됩니다.
* 공항 발권
: 양곤 국제공항은 아니지만 지방 국내공항으로 가면 미리 종이에 리스트를 적어두었다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출력해 둔 항공권을 나눠주는 방식이라서(단말기가 없습니다;;;) 그냥 e-ticket을 출력해서 가져가는 것이 확실한 방법입니다.
* 공기질
: 앱으로 검색해 봐도 지방은 공기질 측정을 하지 않는지 양곤을 벗어나면 공기질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는데 일부러 들고 간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로 다니면서 수시로 측정을 해 보니 양곤과 인레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만달레이와 바간은 보통 '나쁨' 수준이고 식사 준비를 위해 나무를 때는 지 아침, 저녁으로는 항상 '매우 나쁨'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셔야 하고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방 목이 칼칼해집니다. 지방은 포장도로도 많지 않고 건기에는 비도 내리지 않으니 공기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 가난
: 동물에게도 먹을 것을 아끼지 않고 베푸는 버마 사람들이기에 가난하다고 해도 거지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양곤을 벗어나 시골로 내려가면 길가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무기력하게 서 있으면서 손을 벌리고 구걸하는 사람들(대부분 노인들)이 많아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식으로 하루종일 서 있다고 해도 도움을 받을까 싶은데도 뽀빠산으로 가는 길에 제가 본 것만 줄잡아 수 백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빈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도로 사정
: 양곤 시내는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외곽 도로도 포장 도로가 꽤 많은 편입니다. 물론 아직 포장이 안 된 흙길도 많지만 계속 포장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앞으로 점점 도로 사정이 좋아질 겁니다. 다만 충격적인 건 도로 포장을 모두 사람 손으로 합니다. 롤러 정도를 제외하면 중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흙과 자갈을 나르는 것, 아스팔트를 녹여서 섞는 것, 그걸 바르는 걸 모두 여성 노동자들의 손으로 직접 합니다. 독한 연기가 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교통 수단
: 양곤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건 호텔에서는 택시를 불러서 이동하는 게 가장 편리(대신 가장 비쌈)하고 길을 거닐 때에는 '툭툭'을 흥정해서 타는 게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도시 간에는 시외 버스를 타면 되고(저는 그냥 국내 항공으로 이동했지만) 지하철이나 트램 등은 없습니다. 양곤에서는 시내 버스가 있지만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 픽업 트럭을 개조해서 짐칸에 사람이 차면 출발하는 현지인 전용 교통 수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여행자가 타기에는 의사 소통도 안 되고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을 말리고 싶습니다. 보통은 택시를 불러서 타거나 '툭툭'을 흥정해서 타고 다니게 되실 겁니다.
* 물가
: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주로 묵는 호텔 바로 옆의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 등의 물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쌉니다. 예를 들어 양곤 시내에서 우리나라 타임스퀘어 같은 '정션 시티' 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금액을 내야 하지만 현지인 식당에서 음식 3개, 밥 추가, 음료까지 모두 합쳐도 우리 돈으로 5천 원이면 먹을 수 있습니다. 배낭 여행자가 돈을 아껴서 여행하려고만 하면 굉장히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버마입니다. 그야말로 돈 쓰기 나름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위생
: 론플도 그렇고 한글판 가이드북도 그렇고, 버마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길거리 음식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딱 봐도 위생 상태가 아니올시다입니다.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할 때 구정물 수준의 물로 씻은 뒤 깨끗한 물로 헹구는 걸 한번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름 비닐장갑을 끼고 과일을 만지는 행상도 그대로 돈을 주고 받은 뒤 다시 그 손으로 과일을 만집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버마의 지폐는 정말 더럽기 때문에 그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걸 보면 있던 입맛도 뚝 떨어집니다. 론플에서는 카페에서도 찬 음료를 먹을 때 얼음을 빼라는 주문을 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얼음의 위생 상태도 믿을 수 없다는거지요. 현지인 식당을 가실 때에도 비교적 깨끗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가시고 길거리 음식은 아예 제외하는 게 안전합니다.
* 돈
: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동전을 사용하지 않고 지폐만 사용합니다. 단위는 '짯'이고 환율은 제가 여행하던 당시 1,000 짯이 750~800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폐는 50, 100, 200, 500, 1,000, 2,000, 5,000, 10,000 짜리가 있습니다. 500 짯 이하는 주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단위이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는 1,000 짯 짜리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소액 지폐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 시차
: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정도 느리기 때문에 시차 적응에 아주 유리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인 7시나 8시 쯤이면 한국은 9시 30분이나 10시가 되기 때문에 슬슬 졸릴 시간이죠. 씻고 바로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6시나 7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기 때문(한국 시간으로 8시 30분이나 9시이니)에 일찍 움직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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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가 중국, 인도,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 둘러싸인 나라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버마로 가는 루트도 아주 다양하지만 다행히 대한항공 직항편이 개설되어 있어 저는 경유편을 이용하지 않고 직항편으로 다녀왔습니다. 경유편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 힘드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더군요. 현지에서 충분히 힘을 뺄텐데 시작부터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직항 항공권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요. 항공권 가격은 오히려 버마 국내 항공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 국제항공 : 대한항공
- 가는 편 KE0471 ( 12/16 18:15 -> 12/16 22:10) : 6시간 25분 비행
- 오는 편 KE0472 ( 12/29 23:30 -> 12/30 07:15) : 5시간 15분 비행
-> 항공료 1,316,400원(2인)
=>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한항공은 얄밉게도 현지 시간대에 최적화된 일정으로 기가 막히게 세팅을 해 놓아서 될 수 있으면 여행하는 국가의 국적기를 이용하려고 해도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만 해도 저녁에 출발하는 항공편이라서 느긋하게 짐을 챙겨서 공항에 나갈 수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짐 풀고 쉴 수 있었습니다(물론 도착하는 시간이 밤 시간이라서 숙박비가 추가되는 문제는 있지만). 돌아오는 항공편도 밤 11시 30분에 이륙해서 바로 푹 자면 아침에 인천 공항에 떨어지는 일정이라서 참 편리했거든요.
* 국내항공
- 12/18 양곤 -> 만달레이 ( 11:45 -> 13:10 )(Golden Myanmar Airlines) : 200불(2인)
- 12/21 만달레이 -> 바간 ( 07:00 -> 07:30 )(Air KBZ) : 113.98불(2인)
- 12/24 바간 -> 인레 ( 09:05 -> 09:45 )(Golden Myanmar Airlines) : 140불(2인)
- 12/27 인레 -> 양곤 (09:25 -> 10:35 )(Golden Myanmar Airlines) : 186불(2인)
=> 버마가 워낙 큰 나라이다보니 육로로 이동하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에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자 국내 이동은 네 번 모두 버마 국내 항공편을 이용했는데 3번은 Golden Myanmar Airlines, 1번은 Air KBZ사를 이용했습니다. 두 항공사 모두 깨끗하고 서비스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비용은 우리나라 국내 항공료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용자가 거의 외국 여행자들이더군요.
* 열기구 투어(www.Balloonoverbagan.com) : 900불(2인)
=> 터키, 케냐 때도 그렇지만 열기구 투어는 세계 어디에서 해도 무지막지하게 비쌉니다. 저는 특히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premium package를 신청해서 더 비쌌는데 그냥 열기구만 타면 1인 당 350불까지 낮출 수 있는 것 같지만 그렇더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죠. 물론 돈값을 제대로 하는 activity라서 다음에도 열기구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이집트라든가)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빼먹지 않고 꼭 할 겁니다.
* 대략 일정(12월 16일 출국 ~ 12월 30일 입국, 13박 14일 일정)
- 12월 16일 출국 및 양곤 입국 후 휴식
- 12월 17일 양곤 시내 워킹 투어 및 슐레 파고다
- 12월 18일 오전에 국내 항공으로 만달레이 이동, 체크인 후 쿠토도 파고다, 만달레이 힐 등정
- 12월 19일 만달레이 왕궁, 마하무니 파고다, 쉐인빈 사원, 우베인 다리 일몰 감상
- 12월 20일 잉와 -> 사가잉 -> 밍군 one-day tour
- 12월 21일 아침 국내 항공으로 바간 이동, 반려인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후 일정 취소 후 휴식
- 12월 22일 바간 사원 tour -> 냥우에서 저녁 식사 후 복귀
- 12월 23일 새벽 열기구 투어 -> 뽀빠산 tour
- 12월 24일 아침 국내 항공으로 인레 이동. 체크인 후 오후에 인데인 보트 투어
- 12월 25일 까꾸 one-day tour
- 12월 26일 삔따야 -> 마인마예 one-day tour 후 냥우에 들러 저녁 먹고 복귀
- 12월 27일 아침 국내 항공으로 양곤 이동. Burma Bistro에서 점심, Junction City에서 쇼핑 후 쉐다곤
- 12월 28일 피플스 파크, 깐도지 호수공원 들른 후 아웅산 마켓, 보족 시장에서 쇼핑
- 12월 29일 체크아웃 후 호텔 풀 사이드에서 빈둥거리다가 양곤 시내에서 차 마시고 저녁 먹은 뒤 공항 이동
- 12월 30일 아침 인천 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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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온 뒤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서 느낌이 좀 다릅니다. 작년 8월 말에 다녀온 스위스 여행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예약까지 완료한 여행이라서 어차피 가야 하는 여행이었지만 이번 버마 여행은 프리랜서가 된 상태에서 계획한거거든요.
휴가를 몽땅 끌어모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데다 안식월 중간에 가는 여행이라서 한결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안식월은 그냥 통째로 쉬고 정기 여행은 따로 가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길게 쉬어보니 정말 좋네요. ^^
이번 여행은 12월 16일 저녁 비행기로 떠나서 30일 아침 비행기로 돌아오는 13박 14일 일정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버마에만 집중하고요. 세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양곤(2) -> 만달레이(3) -> 바간(3) -> 인레(3) -> 양곤(2)
욕심을 부리자면 나팔리 해변이나 숨어있는 곳을 가 볼 수도 있지만 쉼의 의미가 강한 여행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버마에서 누구나 꼭 가보는 핵심 스팟만 골라서 충분한 여유를 두고 둘러보는 식으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포켓 와이파이와 태블릿 PC를 가져가니 메일이나 WhatsApp, Viber, Telegram으로 연락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신 드리겠습니다. 중간중간에 트위터로는 현지 소식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 폰이 원래 좀 이상해서 해외만 나가면 현지의 통신사 인식이 안 되기 때문에 통화도 안 되고 문자도 안 들어오니 참고하세요;;;;; 이메일로 연락주시는 게 가장 낫습니다. 메일은 수시로 확인하니까요.
이 포스팅은 제가 돌아오는 12월 30일까지 최상단에 위치시켜 둘께요.
버마는 원래 치안이 좋고 안전한 곳으로 알려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서 다시 인사 드릴께요.
덧. 버마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버마에 있었던 14일 동안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아 날씨가 도와준데다 양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덥지 않아서 이맘때 여행 가기에 최적인 나라 같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 중 한번도 한국 음식점을 들르지 않은 유일한 나라일 정도로 음식도 입에 잘 맞았네요. 예전 라오스 여행 때 느낀 것처럼 조만간 망가질 것 같으니 미얀마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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