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운영하는
평등 어린이 세상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성부에서 하는 일을 바로 알리고 양성평등과 성차별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일을 하는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일부 내용들이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으로 쓰인 것 같아서 우려가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서 '가정'과 관련된 내용을 수정 없이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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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집안의 두 기둥이다. 그런데 똑같은 두 개의 기둥이라 하면서도 엄마와 아빠는 참 다르다. 서로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말씀하는 것, 모든 것이 다르다. 엄마는 아빠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우리들의 성(姓)은 무조건 아빠의 성을 따른다.
우리들의 호주는 아빠이다.
엄마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 집 재산은 대부분 아빠 이름으로 한다.
문패에는 아빠 이름만 써 넣는다.
아빠는 나이가 같은 엄마에게 반말을 하는데, 엄마는 아빠에게 반말을 못한다.
아빠는 화가 나면 화를 내는데 엄마는 늘 모든 일을 참는다.
아빠는 외할머니 집에 잘 안 가는데 엄마는 친할머니 집에 자주 가야 한다.
아빠는 외할머니에게 칭찬만 받는데 엄마는 친할머니에게 혼나기도 한다.
아빠는 회사 갔다 오시면 TV를 보거나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회사 다니시는 엄마는 집에 와도 쉬지 못하고 바로 집안일을 시작한다.
아빠는 엄마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따라 가는데, 아빠는 엄마 친구들 모임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빠는 설날이나 추석날 놀기만 하는데 엄마는 명절 내내 할머니 집에 가서 일만 한다.
아빠는 일요일 날도 자주 외출하는데 엄마는 우리 때문에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
아빠는 TV 같은 데서 예쁜 여자들 나오면 좋아하면서 엄마가 멋있는 남자가 좋다고 하면 아빠는 싫어한다.
아빠는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이 있어 늦게 집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런 일이 있어도 집에 일찍 들어와야만 한다.
아빠는 혼자서 마음대로 여행도 가는데 엄마는 혼자서는 절대 못 간다.
아빠는 많은 돈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 묻지 않고 쓰지만 엄마는 꼭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빠가 회사 일로 출장 갈 때는 나 출장 가. 하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나 출장 가도 되요? 하고 허락을 받는다.
아빠는 회사 일로 늦으면 엄마가 수고했다고 하는데, 엄마가 회사 일로 늦으면 아빠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아빠는 벌써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똑같이 회사 다니는 엄마는 아직도 말단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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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의 내용 중에 우리 사회의 성차별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향된 시각으로 기술된 내용들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 내용들이 포함된 상위 범주는 '성역할과 성차이'입니다. 그렇다면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말 그대로 성의 차이와 성역할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생물학적 성의 차이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 사회의 성역할은 왜곡된 것이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게다가 이 사이트에서 사회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성차별 사례는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해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고 제시한 것은 달랑 2개입니다.
- 정부에서 남녀 차별하는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 민간차원에서 의식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는 소리처럼 공허하게만 들리는군요. 그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가정, 학교, 사회에서 성차별 상황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말과 행동들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
언제까지 여성부가 남성이 타도해야 할 적이라는 생각을 바꿀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사이트의 대문에 걸려있는 '양성평등'이란 제목이 참으로 무색합니다.
양성평등의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지금 여성부가 닦고 있는 길은 미안하지만 '그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덧. 본글과 연관성은 별로 없지만 댓글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진 생각. "Ministry of Gender Equality"를 왜 여성부라고 표기하나요? @.@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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