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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죠(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라노 게이치로를 헷갈리지 않을까요? ^^
노파심에 말씀을 드리자면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식'으로 1999년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걸출한 작가로 월덴 3에서도
'달',
'장송' 등의 소설과
'책을 읽는 방법(2006)' 같은 독특한 책까지 소개를 드린 바 있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에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가가 아닙니다. 그나마 소프트하다(?)고 할 수 있는 134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영화로만 봤고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물이라서 그냥 통과했거든요.
그런데 어찌 보면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 답지 않다고 평가되는 작품인 이 소설은 올해 제가 읽은 소설 중 최고의 흡인력을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내용은 소개하지 못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더해 독특함까지 장착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팬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실 지 모르겠으나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니까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번역하신 양윤옥 선생이 강조해서 언급했듯이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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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오쿠다 히데오는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작가입니다. 131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공중그네(2004)'도 있었고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는
'올림픽의 몸값(2008)'도 소개를 했었죠.
올림픽의 몸값을 소개하는 포스팅에도 썼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3대 일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세 작가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입니다만...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으면 항상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만화 'GTO'가 떠오르거든요;;;;
이 작품은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2005년에 선을 보였습니다. 3년 뒤 '올림픽의 몸값'에서는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엽기성과 코믹함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 살짝 실망했는데 남쪽으로 튀어는 오히려 작가의 유머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 선생이 번역하셔서 글 맛은 염려할 것 없고요.
사실 이 작품은 역자 후기에도 있지만 '진지함'과 '명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사회주의가 이미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21세기 일본에서 혁명 세대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궁금했던 것에서 시작(우리나라의 386세대의 행방과 비슷하게 느껴지죠)해 제도권 교육의 맹점, 시민운동의 허구성,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과 같은 사회 문제들을 무리없이 버무려서 잘 비벼놓은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2006년도 전국 서점직원들이 뽑은 가장 권하고 싶은 책 '2006 서점대상'과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의 스탭들이 뽑은 '올해의 책' 베스트 1위에 당당히 선정된 걸작입니다.
내년에 임순례 감독이 영화화해 개봉한다고 하니 미리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기파 배우인 김윤석씨가 주연을 한다고 하니(아마도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 역할일 듯)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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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나는 그저 열한 살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풀려나가는 건 아니다. 한 가족이라 해도 저마다 따로 살아가는 것이다.
*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건 어딘가 유쾌한 일이었다.
* 따스한 기분이 되었다. 이별은 쓸쓸한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 함께 어울리다가 와 닿게 된 결승점이다.
* 깨끗한 이별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센티멘털한 기분에 빠지는 건 대부분 어른들이다. 어린이에게는 과거보다 미래가 훨씬 더 크다. 센티멘털한 기분에 빠질 틈이 없는 것이다.
* 소형 트럭의 짐칸에 올라탄 여자애들은 그야말로 여름 그 자체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한 발 빠르게 여름방학이 찾아온 것 같았다.
*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
*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덧. 올림픽의 몸값을 북 크로싱할 때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댓글이 달려서 이 책 이야기를 했는데 드디어 소개합니다. 북 크로싱도 할 예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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