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지만 백야라서 그런지 전혀 그 시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방으로 돌아와 히터를 켜고 젖은 양말과 신발을 말렸습니다. 욕실에 널어 두었던 속옷은 이미 완전히 말라 있더군요.
친환경 숙소라서 그런지 특별히 말해두지 않으면 메이크 업을 안 해주는 것 같습니다. 원래 방을 지저분하게 쓰는 타입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가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스발바르에 있는 동안은 그냥 메이크 업을 받지 않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굉장히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걸었기 때문에 일단 한 잠 자고 다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근데 막상 누우니 시차 적응이 안 된 건지 별로 졸리지 않아서 메일 체크하고 여행 일정을 점검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2~3시간 쉬고 나서 9시 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가 리셉션에 근처 마트 위치를 물어보니 아뿔싸,
스발바르의 마트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8시에 닫는다고 하네요. 방에 올라가기 전에 물어봤어야 했는데 제 실수입니다. 스발바르가 유럽 대도시와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걸 깜박했네요. 내일 투어도 아침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Barentzburg에 다녀와서 장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느데 Basecamp Hotel 리셉션에서도 술이나 음료는 팔지만 미네랄 생수는 없네요. 그냥 수돗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깨끗하기 때문에 마셔도 된다면서요. 실제로 나중에 약을 먹을 때 수돗물을 마셔봤는데 무색무취의 생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찝찝해서 나중에는 결국 생수를 사서 마셨지만요.
리셉션에서 스파클링 워터 캔과 콜라 캔을 구입(50크로네)해서 방에 갖다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내려왔습니다. 요기를 할 만한 식당이 근처에 없는지 리셉션에 물어봤는데 스발바르에서는 대체로 식당들이 호텔에 속해 있더군요. 우연인지 론플에서 추천한 Kroa가 바로 Basecamp Hotel과 붙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럭키~
내부는 굉장히 넓은데 조명이 별로 없어 좀 어두운 느낌입니다. 저희처럼 소수의 여행자보다는 대규모의 그룹 여행자들이 많아서 북적북적 시끌시끌합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펍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에 하루 일과를 마친 광부들이 맥주 한 잔으로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던 곳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기도 Basecamp Hotel처럼 내부 인테리어가 온통 나무와 가죽이네요.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는데 벽에 걸린 그림 내용이 좀 슬프네요. 다음은 Kroa에서 저녁으로 먹은 음식입니다.
오늘의 스프인 '양파 스프'입니다. 가운데 동동 띄운 건 치즈옷을 입혀 튀긴 식빵인데 식감이 별로지만 스프가 워낙 짜서 같이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1접시에 85크로네입니다. 요건 비추~
재미있는 건 포크없이 나이프와 숟가락만 주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대충 누른 뒤 나이프로 잘라서 자른 빵을 스프와 함께 떠 먹어야 합니다.
전채로 먹은 샐러드입니다. 이것도 찐득찐득한 소스를 뿌려놓아 식감이 별로여서 비추입니다(40크로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발바르에서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소스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Lagout이라는 필라프 비슷한 요리인데 렌틸콩이 주 재료인 듯 합니다. 식감은 별개로 하고 이 음식도 너무 짜서 그냥 먹을 수가 없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제대로 먹는 첫 현지식인데 스페인처럼 모든 음식이 짠 것 같아서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136크로네).
이 날 저녁 메뉴로 유일하게 선방한 베지 피자입니다. 독특하게도 일반적인 피자와 달리 크리스피하기 때문에 프라이드 치킨 같은 식감인데 짜지 않고 맛있습니다. 다른 메뉴들이 너무 짜서 제대로 다 먹지 못했기 때문에 베지 피자를 라지 사이즈로 주문하지 않았으면 배가 고팠을 것 같네요. 이건 185크로네나 합니다;;;.
거기에 콜라캔 2개(1개에 39크로네)를 추가했더니 총 음식값이 609크로네(우리 돈으로 대략 8만 5천 원)가 나왔습니다. ㅠ.ㅠ
노르웨이에서의 첫 식사라서 제대로 갖춰 주문하기는 했지만 단 둘이서 먹었는데도 까딱하면 10만 원이 넘을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 산책을 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길이 롱이어바이언의 메인 도로입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인데도 삼삼오오로 무리를 지어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입니다.
롱이어바이언이 탄광 도시였다는 걸 보여주는 조각상. 사진 뒤로 LOMPEN이라는 상호가 보이는데 일종의 쇼핑몰 체인입니다. 식당도 있고 각종 기념품점들이 입점한...
겨우 2층 건물인데도 설치한 비상 계단이 뭔가 제대로 인 듯 보여서 찍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듯 하여 바닷가 근처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머리로는 백야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시간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니 눈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여행자들은 산책을 다니지만 현지인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기는 합니다.
조용해서 그런지 혼자 사색하며 산책하기에는 그만인 듯 합니다.
바람이 밀려온 파도가 해안가에 부딪혀 찰랑거립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라 그런지 그렇게 맑지는 않습니다. 대신 엄청 깨끗하다고 하네요.
해안가 저쪽 산의 눈은 거의 녹지 않아서 그런지 설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닷가를 마주보고 건물들을 지었는데 얼핏 보면 레고 블럭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장난감 집들 같기도 합니다. 귀엽네요.
아까 trekking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봤던 시설이네요. 탄광에서 캐낸 석탄이나 철광석을 해안가로 나르는데 사용된 트롤리의 흔적 같습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었다고는 해도 자정이 넘어가니 비몽사몽하길래, 기념 사진 한 장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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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ecamp Hotel 리셉션에서 구입한 음료
- 스파클링 워터캔, 펩시콜라 캔 : 50NOK
* Kroa에서 먹은 저녁값
- 양파 스프 : 85 X 2 = 170NOK
- 샐러드 : 40NOK
- Lagout : 136NOK
- 베지 피자(large) : 185NOK
- 코카콜라 : 39 X 2 = 78NOK
= 609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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