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채식 식당 포스팅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바빴고 그만큼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지요. ㅠ.ㅠ
비건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어라운드 그린'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비건 베이커리 '더 브레드 블루'가 상호를 '해밀'로 바꾸고 신촌에서 망원동으로 이사갔거든요. 사장님과 파티쉐(이사님 직함의) 두 분 모두 해밀로 옮기셨기 때문에 저희도 더 이상 브레드 블루로 가지 않습니다. 아침 식사를 빵과 샐러드로 하기 때문에 2주에 한번씩 '해밀'에 가서 2주치 빵을 싹쓸이 해 오곤 합니다.
이번 주 휴일에 해밀에 갔다 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에 있는 어라운드 그린에 들렀습니다.
어라운드 그린은 '옹달샘 어린이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하는데요. 정확한 주소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포은로5길 47'이고 연락처는 '02-6080-9797'입니다. 12시가 넘어서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위해 방문하시면 안 됩니다.
외관은 얼핏 보면 작은 카페나 소품을 파는 가게처럼 보입니다.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죠.
사실 어라운드 그린의 주력은 요리가 아니라 베이커리입니다. 우유, 버터,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베이킹으로 만든 머핀, 스콘, 케이크 등이 주 메뉴이죠. 보니까 베이킹과 쿠킹 클래스도 하는가 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간결합니다. 테이블이 많지도 않아서 4인 이상 테이블 1개, 2인용 테이블이 3개 정도 밖에 없는 작은 가게죠. 붐빌 때 가면 웨이팅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5시쯤 갔는데도 이미 두 테이블이 차 있더군요.
식사 메뉴입니다. 라이스, 파스타/리조또, 샌드위치, 피자로 구분되어 있고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나름 구성이 알찹니다.
일단 오늘은 야채 카레와 블랙빈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음료는 비건 딸기 쉐이크와 레모네이드로 주문했고요.
음식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나왔습니다. 푸짐한 편은 아니지만 깔끔합니다. 비주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검정콩으로 만들었다는 블랙빈 스테이크(13,500원)입니다. 콩고기는 일반적으로 퍽퍽한 식감이 대부분인데 이 스테이크의 콩고기는 촉촉합니다. 예전에 잡식을 할 때 먹었던 함박 스테이크와 식감이 비슷하네요. 함께 나온 현미밥도 고소하지만 구운 감자와 샐러드도 맛납니다. 샐러드에는 수제 유자 소스를 뿌렸다고 합니다.
토마토를 베이스로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인 야채 카레(11,000원)입니다. 브로컬리와 버섯도 듬뿍 들어가 있고 무엇보다 단호박과 연근을 큼지막하게 썰어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질척거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별 말 없으면 거의 맵지 않은 수준으로 나오니 매운 걸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맵게 해 달라고 주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피자를 비롯해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네요. 양이 조금 부족한 게 흠이지만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라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해밀'에 빵 사러 갈 때마다 들르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레모네이드와 비건 딸기 쉐이크도 맛있었어요. 가격은 좀 있지만 제 값 합니다.
첫 방문이라 주차가 불가능한 줄 알고 망원동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넘게 걸어갔는데 가게 앞에 2대 정도는 바짝 붙여 주차할 수 있으니 더 자주 가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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