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얼핏 보면 대중적인 심리학 서적으로 보기에 무리없는 낚시용 제목으로 무장한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해 쓰여진 건 맞지만 심리학, 특히 교류 분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 보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이 책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을 창시한 Eric Berne이 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서구에서는 나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Pop Psychology 분야 서적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5백만 권 이상이 팔린 책이니까 베스트셀러로 소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의 구성은 아주 단순합니다. 1부인 게임 분석에서는 교류 분석의 기본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2부인 게임 대사전에서는 '인생 게임', '아내와 남편 게임', '파티 게임', '성적인 게임', '암흑가 게임', '상담실 게임', '유익한 게임'으로 나누어 실제로 다양한 장면에서 일어나는 게임을 분석하고 있으며 3부인 게임을 넘어서에서는 이러한 게임의 속성을 이해함으로써 게임 없이 살아가는 것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에릭 번에 따르면
게임이란 예측 가능하며 명확히 정의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연속적인 상호 보완적 이면 교류입니다. 게임이란 용어를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교류 분석에서의 게임은 반드시 재미있거나 심지어 즐기는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에릭 번은 삶의 초반에 발달하는 네트워크를 '아이 자아 상태', 자신을 길러준 사람을 자신이 경험한 대로 내면화한 것을 보여주는 네트워크를 '부모 자아 상태', 정서를 개입하지 않으면서 '지금 여기'를 다루는 자아 상태를 '어른 자아 상태'로 구분하였습니다. 얼핏 보면 정신 분석의 Id, Superego, Ego와 비슷해 보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이 세 가지 자아 상태를 지니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자아 상태를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자간 혹은 삼자간 대인 관계에서 각각의 등장 인물이 활성화한 자아 상태를 알아내고 각 자아 상태의 교류를 분석함으로써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거지요.
에릭 번 이후에도 많은 교류 분석가들이 새로운 게임을 많이 발견하였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름은 게임을 시작한 사람의 감정이나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결말에서 따오는데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듯이 재미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하나만 맛보기로 소개하겠습니다.
다섯 살 난 조니가 부모가 친구들과 주방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좋아하는 장난감 트럭을 끌고 이 방 저 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거실에서 우당탕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거실로 뛰어간 조니의 엄마는 유리 꽃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광경을 보았습니다. 1. 엄마 : "누가 이랬어?"2. 조니 : "멍멍이가"3. 엄마(화가 나 목덜미가 시뻘개져 조니를 때리며)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엄마가 5분 전에 강아지를 집 밖으로 내 보냈던 것이죠)이 게임의 sequence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가 표면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숨은 메시지도 같이 전달한다.2. B가 숨은 메시지에 반응한다.3. A의 자아 상태가 돌변하고,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1. 엄마(A) : 표면적인 교류 - "누가 이랬어?" -> 사회적 수준에서 이것은 사실을 묻는 단순한 질문 -> 심리적 수준에서는 조니를 거짓말하도록 유인하는 질문2. 조지(B) : "멍멍이가" -> 숨은 교류에 반응함3. 엄마(A)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 자아 상태가 바뀌면서 화가 치밀어 올라 목덜미가 시뻘개짐 ->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져 조니를 때려줌 엄마의 입장에서는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을 한 것이고 조니의 입장에서는 '나를 좀 차주세요' 게임을 한 것입니다.
상담심리전문가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도 매끄럽게 읽히는 편이기는 한데 문제는 교류 분석의 '게임' 자체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각오를 하고 도전하셔야 합니다. 쉬운 게임의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이렇게 쉽지는 않거든요.
현장의 임상가들이 교류 분석의 입문서로 읽어보시기에 적절한 책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교류 분석에 대해 잘 모른다면 임상가가라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거든요.
덧. 개인적으로 '인생 게임'으로 분류된 '알코올 중독자' 게임도 그렇고 '아내와 남편' 게임으로 분류된 게임 중 부부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 많아서 이 책은 제가 소장하면서 참고하고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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