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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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부역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입니다. 친일파를 숙청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부역자를 선별하고, 어떤 벌을 가해야 할까요? 대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과 행동 수칙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에 협력한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도서 전문 월간지 '리르(Lier)'의 편집장이며 유명한 전기 작가인 피에르 아술린(Pierre Assouline)이 썼는데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한 뒤 독일군에게 점령된 파리가 1944년 8월 21일 해방된 이후로 진행된 나치 부역자에 대한 숙청 기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과 문단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을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했는데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물질적인 이득을 톡톡히 챙긴 기업가들 중에는 면죄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죠. 나중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형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최소한 1만 명이 넘는 기자와 작가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목숨으로 죄값을 치렀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이중간첩처럼 행동하거나 박쥐처럼 잽싸게 레지스탕스 측에 붙어 목숨을 구걸한 사람,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 나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잡한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프랑스와 달리 이미 해방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친일 부역자와 그 자손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청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역 혐의가 짙은 판사들이 공판의 선고를 담당해 같은 부역자를 처벌했던 프랑스의 희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어는 빠져나가고 피래미만 처벌받는 일도 당연히 생길테고요.
그냥 막연히 친일 청산이라는 대전제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인 그림을 한번쯤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먼 프랑스의 이야기라서 몇몇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인물 대부분을 잘 모르는데다 이 책이 연대기의 형식을 빌고 있어 완급이 없고 문체까지 건조한 바람에 지루하고 꽤 힘든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차마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덧.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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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개인적인 경험인데 저는 언론이나 대중매체와 좋은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칼럼을 써 줘도, 인터뷰를 해도 단 한 번도 제 의도대로 기사나 인터뷰가 나간 적이 없고 왜곡 편집 등으로 제 말과 정반대의 논조로 방송된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중매체는 과학적 사실에 관심이 없구나. 그냥 대중들의 관심만 끄는게 목적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될 수 있는 한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월덴 3를 익명으로 운영하는 것도 그런 거리두기의 일환).
임상심리학자가 되어 현장에 나온 초기에 그런 경험들을 집중적으로 하게 된 이후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심리학 관련 기사도 항상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제가 월덴 3를 처음 시작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심리학에 관심있는 분들도 많고 적극적으로 블로그 활동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간혹 보면 심리학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정보 차원에서 모으는 분들이 있는데 주의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자가 직접 쓴 기사나 칼럼도 얼마든지 데스크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는데 외국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작성된 기사가 객관적인 사실은 온전히 담아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학 관련 기사를 볼 때(국내, 국외 막론) 항상 다음의 과정을 거칩니다.
첫째. 기사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관련 근거(references)가 정확히 기재(또는 링크)되어 있는가
이게 없으면 무조건 skip합니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웃기는 건 대부분의 언론이 다루는 심리학 관련 기사는 관련 근거를 적시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 볼 필요가 없는 것들 뿐입니다.
둘째. 기사의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반드시 출처를 추적하여 내용을 확인할 것
가뭄에 콩 나듯이 출처가 기재된 기사도 정작 원문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대체 뭘 보고 기사를 쓴 것인지 의심될 정도이죠.
셋째. 기사와 출처의 내용이 일치하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은 경우에는 출처의 source가 어디인지 확인할 것
사설 연구소나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연구라면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 단체의 lobby나 funding을 받고 실시한 연구일 수도 있으니까요. 외국에는 이런 일이 왕왕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로 들자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갤럭시2에 대한 연구 결과라고나 할까요. SCI, SSCI에 등재된 journal에 실린 article 정도가 아니라면 진지하게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체 어떤 심리학 관련 기사를 읽으라는 거지?'하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심리학 관련 기사는, 특히 대중매체나 언론에 실린 심리학 관련 기사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는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궁금하시면 주제어 저널 검색을 해서 최신 연구 경향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월덴 3에 심리학 관련 기사를 모아놓는 메뉴는 없는데 자료실에는 논문의 article 분석을 한 내용이 있는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죠
심리학 관련 기사를 열심히 스크랩하는 심리학도(혹은 심리학 지망생)들이 꽤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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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법대 및 사회학과 겸임 교수였던 고 Dorothy Nelkin의 책 '셀링 사이언스 : 언론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가(Selling Science, 1995)'를 북 크로싱합니다.
제목처럼 언론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공해서 팔아먹는지를 속시원히 까발리는 책은 아니지만 언론이 과학을 다루는 방식과 과학이 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게 정리해 주는 책입니다. 한번쯤 읽어볼 만 해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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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의 호오'에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기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언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요. 흔히들 언론을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하는데 심리학자도 사회 과학자이니 엄밀히 따지면 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금까지 언론과 접촉한 제 경험은 하나같이 끔찍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칼럼이든, 인터뷰이든 간에 제가 한 말을 제멋대로 왜곡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정반대로 조작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네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니 내가 얼마나 고마우냐'는 식의 되도 않은 우쭐댐은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또, 지금까지 상대방이 알아서 제 지식을 활용한 대가를 지불한 적은 딱 한 번 뿐입니다. 그런거 바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하도 아니꼬와서 일부러 이야기하면 작가, PD할 것 없이 화들짝 놀라서 그런 걸 왜 줘야 하냐는 식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게 거마비를 요구하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속 뒤집어지는 경험을 수 차례 반복해 얻은 소중한 지혜 중 하나는 내가 차라리 1인 언론이 되지 대중 매체하고는 철저하게 거리를 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겁니다. 소제목처럼 과연 언론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니, 왜 그렇게 다루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이미 고인이 된 이 책의 저자 Dorothy Nelkin은 뉴욕대학교 법대 및 사회학과 겸임 교수로 생전에 과학과 대중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원래는 1987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 책은 1995년에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죠. 물론 역자가 친절하게도 그 이후 변화된 제도나 법에 대해서는 주석으로 보완을 해 두었기 때문에 오래된 정보라고 꺼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관련된 특정 쟁점에 관해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과 정책결정자들이 판단을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의무를 언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온전히 언론의 탓일까요?
저자는 당연히 그렇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썼고 역자도 번역 후기에서 그렇게 믿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제가 볼 때 그렇게 단순한 문제 같지는 않습니다. 첫 단추는 확실히 언론이 잘못 꿴 듯 보이지만 오랜 기간동안 과학자들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것 같거든요. 사실 이 문제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전문가 집단의 오해에서 빚어진 문제로 보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만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죠. 접점을 찾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얼마나 과학을 망쳐놓았는지 아는 것에서 독서를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양쪽의 입장에 대한 균형잡힌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일종의 번역자 + 전달자인데 언론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고만 생각하면 무슨 해결 방안이 나오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상당히 유용한 독서였습니다. 뭐 그렇다고 당장 언론을 호의적인 눈으로 보게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누그러졌다고나 할까요?
저처럼 언론을 혐오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혹은 되찾게) 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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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 하면 잔소리, 세 말 하면 아우성이 되는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책 '여론조작 : 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Manufacturing consent, 2002)'을 북 크로싱합니다.
현대 미디어론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읽히는 책입니다만 내용의 방대함에 질려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모쪼록 신중하게 고려한 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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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Noam Chomsky)에 대해 새삼스레 설명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 될겁니다. 이미 월덴 3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하워드 진과 함께 제국주의와 권력 비판의 선봉에 선 실천적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세계적 석학이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신뢰하는 분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을 중심으로 언론이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도한다는 신화를 가차없이 깨 부숩니다. '뉴욕 타임스', '타임',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미국의 주류 언론이 1960년대 이후 미국이 제 3세계에 개입한 주요 사건 사례를 아주 제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구조와 양태 자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인데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보다 깊숙히 언론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나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례가 나열되는데 그 사례가 온통 미국과 관련된 것들이다보니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저는 좀 지루했어요).
이 책을 보면 언론의 사명이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헛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론은 태동부터 지금까지 그 언론이 속한 국가나 정권의 이득을 위한 나팔수로 이용당했고 때로는 다양한 권력과 이합집산하면서 유, 무형의 이득을 챙겨왔지요.
그래서 냉철한 회의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현대 미디어론을 대표하는,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인데 언론의 감춰진 가면 뒤 얼굴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단, 64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에 광범위한 분석 자료가 녹아 있어 결코 독서가 만만치 않으니 각오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덧. 언론의 모토 중 하나인 '적의 희생자에 전력하고 친구의 희생자는 잊어라'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데 참 씁쓸합니다. 그렇게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잊혀졌을테고 아프간도, 이라크도 마찬가지가 될 테니까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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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림픽이 싫습니다.
이 땅의 고통받는 사람들의 눈물이 잠시나마 잊혀지는 것이 싫고,
천박한 1등 지상주의에 열광하고 집착하는 사람들이 싫고,
단지 메달의 색깔이 노란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랜동안 자신의 피와 땀을 바친 선수들의 노력이 빛바래는 것이 싫고
냄비의 죽 끓듯이 달아 올랐다가 올림픽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입 씻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무신경이 싫고,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력이 부족하다느니, 헝그리 정신이 없다느니 하면서 선수들을 폄하하는 말도 듣기 싫고,
금메달만 놓치면 죄라도 지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늘어뜨리는 우리 선수들이 당당한 외국의 은메달, 동메달리스트의 여유있는 모습과 비교되는 것도 싫고,
온통 금메달 숫자에만 목매는 언론과, 장삿속에 혈안이 된 기업들 꼬라지를 보는 것도 싫고,
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의 정수라는 뻔한 거짓말로 포장한 채 막강한 문화 권력을 휘두르는 개최국도 싫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살던 곳에서도 쫓겨나야 하는 그 나라 국민들을 보는 것도 싫어요.
그래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로 저는 올림픽에 관심을 끊었습니다. 개막식이든, 폐막식이든, 우리나라가 몇 위를 하든 전혀 관심 없습니다.
박태환이 수영에서 몇 개의 금메달을 따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줄어드는 지원금에 목말라 할테고,
정부는 정치 현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 한숨 돌리면서 또 따른 꿍꿍이를 꾸밀테고,
단물 다 빨아먹은 기업은 주판알 튕기면서 올림픽 특수로 얼마나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었는지 손익 계산하기 바쁠테고,
뽕맞은 것처럼 즐거워하면서 잠시 흐느적거려봤자 피곤한 운명은 바뀌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림픽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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