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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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우리나라의 최초 해양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해운대를 1000만 관객 돌파 기념(일리가 없지만)으로 보고 왔습니다.
YES24의 별사탕 이벤트에 당당히 당첨(나름 달랑 5명만 뽑는 거라는)되었는데 안타깝게도 평일에만, 그것도 피카디리 극장에서만 봐야 하는 제한 조건이 줄줄이 붙어 있는 관람권이라서 어제 학회 참석하는 김에 현장 예매를 하고 봤습니다.
일단 CG는 합격점이었습니다. 약간 티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더군요.
원래 이런 합성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히 중요하죠. 실제로 해일이 없는 상태에서 해일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을 대거 포진시켰습니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외에도 송재호, 김인권, 이민기, 김지영 등 조연급 배우들도 상당히 신경 써서 캐스팅한 듯 보였습니다.
설경구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송윤아와 결혼하면서 낮아졌던 호감도를 상당 수준 회복할 것 같습니다. 연기가 좀 틀에 박힌 듯하여 변신이 필요한 듯 하지만 아직까지 연기 하나는 확실히 발군이네요.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엄정화 연기 참 잘하더군요. 가수보다 연기자의 재능이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 하지원도 어려운 부산 사투리를 소화하면서 연기를 잘 했지만 저는 엄정화의 연기가 더 좋았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오히려 박중훈이었습니다. 영어에 일어까지 구사하면서 고군분투했지만 해양지질학자의 모습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좀 어색했습니다. 아무래도 공백이 좀 길었나 봅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울었는데 한번은 설경구가 하지원의 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죄송하다고 울먹이는 장면하고 박중훈과 엄정화가 아이를 헬리콥터로 올려 보내고 밀려오는 2차 쓰나미를 보면서 부둥켜안고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평이 상당히 엇갈리는데 큰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저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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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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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 원짜리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엄밀히 따지면 윤제균 감독 영화의 경우 작품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
★★☆☆☆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보면서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영화입니다.
왜 추천하고 싶지 않은가 하면 이 영화는 일단 재미가 없습니다. 왜 재미가 없느냐하면 크로스 스캔들이라면 최소한 상대방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일 정도로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거미줄에 걸린 것 같은 빨려듦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는 가장 중요한 그 숨막히는 끌림이 없습니다. 가슴조차 뛰지 않아요. 쩝....
그래서 초반에 서로의 짝에게 끌리는 두 커플을 보면서도 '그냥 솔직하게 욕정이라고 하지 뭘 구질구질하게 포장하고 그러냐'는 생각만 들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약간의 짜증스러움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출연 배우의 연기 내공만 탓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장치 자체가 치밀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두 남녀가 엇갈려 얽힌 이후에 겪게 되는 갈등은 그런대로 볼 만 합니다. 가진 것을 다 포기해서라도 당신을 잡고 싶다는 한채영에게 '가진 게 많아서 그런 말도 할 수 있구나. 나는 힘들게 얻은 것이 많아서 그렇게 못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박용우에게도 공감이 가고, 가진 자를 동경하고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친구같은 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엄정화에게도 싱크됩니다.
평범하지만 친구처럼 편하게, 즐겁게, 열심히 살아왔던 한 부부가 처음부터 동상이몽 속에서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상류층 부부의 대시를 받으면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냥 색다름에 끌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색다름의 짜릿함때문에 가정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극중에서 최재원이 주정하면서 독백하듯이 가식적인 크로스 스캔들 일으키지 말고 그냥 깔끔하게 두 부부가 함께 스와핑을 하면 결말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감독이 시사회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스와핑 영화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던데... 오히려 낯선 것에 대한 동경과 성욕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랑과 구분하고 일정한 룰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위협하지 않는 스와핑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공감이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온통 뽀대나는 배경에 럭셔리한 직업들로 눈가림했지만, 아이 양육 문제, 지리한 법정 싸움, 서로에게 흠집내기, 저주 퍼붓기와 같은 스캔들의 진짜 알맹이는 없는 셈치고 그냥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즐기는 것보다 그게 더 상큼한 결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적나라하게 말해서 욕정이요, 조금 완곡하게 표현해서 낯설고 색다른 것에 대한 끌림에 지나지 않는 불장난을 갖고 자신의 짝을 사랑하는지 지금 돌아보라는 건방진 충고를 하는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좀 시니컬해지더군요.
끝으로 이 영화를 만든 정윤수 감독에게 이런 말이 하고 싶습니다.
"니가 사랑을 알아?"(신구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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