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자격증은 정통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바닥에서 계속 일을 할 전문가라면 어느 정도는 옥석 구분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에(그런 눈이 생기지 않으면 어차피 도태되고 말 터이니) 큰 걱정이 되지 않지만 임상 심리 분야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사탕발림의 제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따 놓는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전혀 쓸모가 없으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자격이 어떤 것인지 알려드리는 것이 이 포스팅의 목표입니다.
보시는 것은 사단법인 한국심리상담협회라는 곳에서 시행 및 수여하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홍보하는 광고 문구입니다.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곳이 '고객상담실'과 '고객상담 전화번호'입니다. 자격을 취득하려는 전문가를 고객 취급하는 것을 보니 자격증을 팔아먹으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이사장이라는 분의 약력 및 경력을 보니 3선 국회의원에 대한민국국회헌정회 운영위원, 성균관유도협회 총본부 상임고문, 민족문화보존협회 이사장입니다. 대체 이런 분이 심리학이나 상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더 웃긴 건 조직도만 있지, 누가 이 협회를 구성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흔한 자문단 명단 하나 없습니다.
심리 검사 소개란을 보면 '가정환경진단검사', '친자관계진단검사' 등의 황당무계한 검사명이 보입니다. '로사타르검사'같은 건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의 응시 자격을 보면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 상담관련 업무 1년 이상 실무 종사자 정도가 눈에 띄입니다. 가산점 기준을 보면 4년제 심리학과 졸업자에게 5% 가산을 준다면서 정작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같은 자격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알 턱이 없겠지요.
그러면서 응시 수수료는 5만 원씩 받고 있습니다. 응시 수수료 장사한다는데 100만 원 걸겠습니다.
이 협회는 심리상담사 자격으로도 모자라서 아동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지도사, 치매예방관리사 등의 자격증으로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급으로 금연상담사, 장례지도관리사, 성교육상담지도사 등이 있군요. ㅡㅡ;;;
전국 5대 광역시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1월에도 시험을 본 것을 보면 이 협회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보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임상 심리학 분야의 대표적인 자격증 중 하나인 임상심리전문가는 임상심리학 대학원의 석사 학위자가 인증받은 수련 기관에서 3년을 수련받아야 하며, 그 중 1년을 반드시 정신과 병동이 있는 필수 수련 기관에서 수련받아야 합니다. 대충만 비교해 보셔도 이 협회에서 주는 자격이 얼마나 엉성한 지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제가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지금까지 현장에서 10년 이상 일했지만 이 협회에서 준 자격증을 갖고 정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있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그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심리상담사가 유망 직업이라는 말에만 솔깃하지 말고 요모조모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심리상담협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분들은
클릭!
임상 심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 분들은 월덴 3의 '심리학 이야기>자격증' 디렉토리에 있는 글을 일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이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덧. 위에서 제시한 것과 비슷한 곳 한 곳을 더 알려드릴테니 함께 살펴보세요. 거의 대등한 수준입니다. (사) 한국청소년육성회부설상담교육원 : http://cafe.daum.net/kays.cedu -> 여기는 용감하게도 도박중독상담사라는 자격증도 주네요. 나 원 참 웃기지도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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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화면은 교보문고의 2007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중 일부입니다. 100위까지 산정하는데 크리스 라반의 '심리학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59위에서 한꺼번에 28계단을 건너뛰어 12월 마지막 주에 31위로 랭크되어 있습니다. 내용에 대한 회원평점도 높고 리뷰도 온통 칭찬 일색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가 보기에 전형적인 'Junk Psychology'입니다.
이 책은 2000년도 초반부터 시리즈물로 나왔던 '심리학의 즐거움'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어 출판한 책인데 심리학 분야의 뻔한 내용들을 이리저리 짜깁기하고 흥미 위주로 편집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목차만 보셔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닫기
1부 마음이란 무엇인가
1장 마음의 심리학
2장 감정의 심리학
3장 인간관계의 심리학
4장 기억의 심리학
5장 감각의 심리학
6장 의욕의 심리학
7장 선악의 심리학
8장 뇌의 심리학
9장 욕망의 심리학
2부 마음을 읽는다
1장 상대의 속마음을 읽는다
2장 직장에서의 심리를 읽는다
3장 비즈니스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4장 혈액형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3부 마음을 사로잡는다
1장 마음을 사로잡는 놀라운 기술
2장 마음을 사로잡는 직장 처세술
3장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 테크닉
4장 마음을 사로잡는 위대한 리더십
5장 마음을 사로잡는 연애 테크닉
6장 마음을 사로잡는 심리 테크닉
4부 심리학의 대가들
심리학의 대가들
1부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고 2부, 3부가 정말 가관입니다. 특히 2부 4장의 혈액형 이야기는 정말 저자가 심리학 전공자인지 의심이 갈 정도지요. 서점에서 선 채로 대충 훑어보았는데도 무슨 이런 막장책이 심리학 책이라고 버젓이 팔리는지 모르겠더군요. 게다가 베스트셀러라니... 휴우~
그래서 호기심이 생긴 김에 찾아봤습니다.
저자 소개를 보면 크리스 라반(Chris Ravan)은 심리학을 전공한 의사라고 합니다. 오호~ 독특한 이력입니다. 게다가 부인이자 이 책의 공저자인 쥬디 윌리암스(Jeudie Williams)도 심리학 전공자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Chris Ravan, Jeudie Williams, psychology, doctor 등의 키워드를 조합해 구글링을 해 봤습니다. 결과?
아무 것도 없습니다. Nothing!!!
그렇다면 이들의 책은 어떨까요? '심리학의 즐거움'의 원서명은 'Joy of Psychology'입니다. 아마존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역시나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2000년 7월 번역 출간된 크리스 라반 박사(과연?)의 '데이트 박사'의 원서명인 'Date Doctor'를 검색해 봤습니다. 결과는 예상하시는 것처럼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혹시 제가 실수를 했는가 싶어 아마존의 'advanced search'를 이용해 꼼꼼하게 검색해 봤습니다만 역시나 전혀 없습니다. 대체 뭡니까? 이 사람들은... -_-;;;
저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 책이 Junk Psychology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엉터리 책이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현실이 참으로 눈물납니다.
지각있는 심리학도라면 이런 책을 구입하는 일이 없겠지만(인터넷으로 구입할 수도 있겠군요. ㅠ.ㅠ) 일반인들이 읽음으로써 야기될 심리학에 대한 무지몽매가 무섭습니다.
크리스 라반의 '심리학의 즐거움(시리즈 포함)'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배려의 심리학', '데이트 박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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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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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즐거움 한국에서 나름 팝사이콜로지 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책입니다. 그렇지만 내용이 아주 해괴망측하고, 도무지 서양인이 썼다고 볼 수 없는 표현들로 가득하며, 어딘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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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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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이런 책을 읽다니. 나무 시체, 너희는 이런 책을 만들고 아마존의 나무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때 목차만 봤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을텐데. …오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