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꽤 오래전부터 J. K. 롤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제 취향이 아닌 것 때문은 아니고(조금은 그렇기도 하지만) 가정 폭력범인 조니 뎁을 두둔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인종차별주의자인 게 끔찍하게 싫거든요. J. K. 롤링이 무명 시절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고생했는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 그 사람의 행동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J. K. 롤링 원작이거나 조니 뎁이 출연하는 영화는 피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가 모두 겹치는 이 작품만큼은 피하려고 했지만 반려인이 너무 보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이 조조 영화로 보고 왔네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지만 역시나 차별주의를 기본으로 깔고 있네요. 세력을 규합해 인간(머글)을 지배하려는 순혈 마법사들의 수장인 그린델왈드(조니 뎁이죠. 역시나 안성맞춤인 캐스팅;;;)의 음모를 막는 주인공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입니다.
J. K. 롤링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라서 그런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이어져 있습니다. 젊은 덤블도어가 등장하고, 호그와트도 나오고, 익숙한 마법 주문도 많이 나옵니다. J. K. 롤링의 팬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이어진 복선과 숨은 이야기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겠지만 저는 이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신비한 동물'들 보는 걸로 버티면서 봤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중국의 동물로 나온 '조우우'였죠.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은 확실히 마음에 드실겁니다. 프랑스 마법부를 지키는 수호동물인 '마마고(제 기억이 불확실하네요)'고 좋았고요.
동양 여성을 애완동물(반려동물이 아닙니다)로 묘사했다며 논란이 되었던 수현은 예상보다 연기를 잘 했습니다. 좀 더 중요한 배역을 맡아서 분량을 늘였어도 잘 했을 것 같습니다.
조니 뎁이야 딱 자기 인성에 걸맞는 배역을 맡았으니 훌륭한 연기를 보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얼굴을 볼 때마다 역겨워서 문제이죠. 에디 레드메인과 에즈라 밀러의 연기력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이고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호연과 멋진 특수효과가 발군인 영화지만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가래같은 찝찝함이 질척거리는 영화라서 다음 시리즈는 안 볼 생각입니다.
덧. 작 중 주인공 중 하나인 크레덴스가 유모였던 집요정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집요정이 혼혈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집요정은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기 때문에 인간의 어떠한 요구든 거절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그런데 혼혈 집요정이라뇨. 확실히 J. K. 롤링은 혼이 정상이 아닙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752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멕시코의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2014년 작입니다.
영화광이 아니라면 잘 모를 이 긴 이름의 감독은 '아모레스 페로스'라는 작품으로 2000년 깐느 영화제 비평가 주간 그랑프리를 비롯해 세계 영화제의 주요상을 휩쓸면서 화려하게 데뷔를 했고 2003년에는 숀 펜과 '21그램'을 찍고, 2006년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바벨'로 칸느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까지 수상한 실력파입니다.
영상미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드는 걸로 유명한데 2014년 작 '버드맨'에서 다시 한번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죠. 이 영화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배트맨의 원조 히어로 마이클 키튼이 일생 일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지만(원조 배트맨이 은퇴한 버드맨을 연기하다니 이거 감독이 의도한 건가요?) 스티븐 호킹과 120% 싱크로율을 보여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에게 밀렸습니다;;;;
이 감독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좀 어렵기 때문에 버드맨도 그럴꺼라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쉬운 영화는 아니네요. 현실과 환상이 잘 구분되지 않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선도 잘 따라가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영상미도, 배우들의 내면 연기도 좋았지만 사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BGM으로 깔리는 드럼 연주였는데요. 버드맨으로 화했을 때의 달달한 배경 음악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몰입도를 증폭시킵니다. 특히 갈등의 고조를 신호하는 확실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백 스테이지의 어두운 통로를 따라가면 울려 퍼지는 드럼 솔로는 정말 최고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아직 위플래쉬를 못 봤는데 그 광기의 드럼 연주를 듣기 전에 이 영화를 먼저 봐서 다행이네요.
덧. 그건 그렇고 포스터의 버드맨은 왠지 독수리 5형제의 2호를 닮은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