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몇 번 소개한 바 있는 일본의 출판사 X-Knowledge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여성 5인방을 따라다니며 각자의 전문 분야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을 취재해서 엮은 책입니다.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년 여성의 입장에서 '옷', '음식', '집', '정원', '미용'의 다섯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트랜드 세터 5명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는데 겹치는 영역에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라 정보가가 높습니다. 저는 집,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읽었지만 중년, 특히 여성들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포스팅을 하면서 검색을 해 보니 2편도 출판된 걸 보면 시리즈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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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정돈도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기분 좋은 상태를 우선 순위로 삼아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정하는 편입니다.
*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번거로운 일이 되기에,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일정량을 넘어서지 않도록 수납합니다. 일정량의 기준은 '넣고 꺼내기 쉬울 만큼'입니다. 저는 찬장이나 서랍을 열었을 때 깊은 안쪽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조금씩 처분한다는 규칙을 세워두었습니다.
* 조명으로 '활동'과 '휴식' 모드를 전환한다.
* 방 어딘가에는 잠깐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즐거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좋다.
* 창문이 있었으면 하는 자리에 걸어두는 용도로는 거울을 추천합니다. 그저 평평하기만 한 벽에 깊이감을 불어넣어 주거든요.
* 일상에서 겪는 불편은 없애고 간다.
* 제 경험상, 판단을 할 때는 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 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보았는지 물어보면 보통 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일 처음의 직감으로, 필요하지 않다 싶으면 바로 처분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곤란해지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 정원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만들고자 하는 풍경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인가'를 먼저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서 보았을 때, 아름다운 층을 이루는 풍경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림 같은 정원 만들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함께 심은 식물들 간의 팽팽한 균형을 맞추는 일입니다. 모양이 닮은 식물을 바로 이웃해서 심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종종 "점과 선과 면으로 정원을 만들어보세요"하고 가르치곤 하는데, 풍경의 주인공이 되는 식물(점), 위로 솟아오르는 식물(선), 옆으로 넓게 퍼지는 식물(면)을 잘 조합하면 많은 종류의 식물을 심더라도 정신 사나운 느낌을 주는 대신 디자인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됩니다.
* 처음 정원을 만드는 분들 중에는 꽃 끝 부분만 보고 마음에 드는 꽃들로만 골라서 심는 분들이 있는데, 정원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사실 잎사귀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꽃으로 가득 찬 정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디자인이 있으면 푸른 잎사귀들만 있는 정원이라도 매우 세련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 창문의 바로 안쪽이나 바깥쪽에 식물을 놓아 두면 실내에서 바라보았을 때 방에서 정원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실내와 실외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은, 일상의 폭을 한층 넓혀줍니다. 실내에서만 쓰던 가구나 쿠션을 정원으로 가지고 나가 식사나 독서를 한다든지, 정원에 핀 꽃을 한 송이 꺾어다 실내에 꽂아둔다든지 하기만 해도, 거기에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란 엄청나답니다.
* 색깔은 적을수록 세련되어 보인다. 제가 배운 영국식 정원의 규칙 중 하나는 '한 장소에 들어가는 색의 종류는 두 가지 계열을 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 식물을 잘 키우려면 심고 물만 잘 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료와 영양제 등을 챙기는 것은 필수로, 저는 액상비료며 영양제를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주려고 해요. 식물들도 살아있는 생명이니만큼 충실하게 마음을 써주면 애정이 전해져 튼튼하게 자라납니다.
* 한 가지 추천할 만한 팁은, 해가 잘 들지 않는 정원일 경우 담장을 흰색으로 칠하는 것입니다. 반사된 빛이 광합성을 잘 이루어지게 도와주어 식물이 잘 자라게 되거든요.
* 화분 등을 페인트칠할 때는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서 스프레이 통을 이용해 칠하면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차지하는 면적이 넓은 원피스나 겉옷류는 입으면 차분해지는 블루 계열로 고르고 반대로 면적이 작은 액세서리는 눈에 확 들어오는 색으로, 디자인에도 포인트가 하나씩 있는 것을 선택한다.
* 남자든 여자든 나이를 먹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신체의 실루엣이나 자세에 힘이 빠지기 마련이므로, 어느 정도 각이 잡히는 소재나 실루엣의 옷을 고르는 것이 좋다. 셔츠나 원피스가 부드러운 소재라면, 딱 떨어지는 소재감의 재킷을 걸친다든지 어딘가 한 군데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아이템을 갖추는 것이 젊어보이는 인상을 지키는 비결이 될 수 있다.
* 피부 트러블의 원인을 따져 올라가보면 거의 대부분은 '건조'라는 원인에 도달합니다.
* 차를 마시는 일도 밥을 먹는 일도 성가시니까 대충 끝낼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정성껏, 그리고 즐기면서 하는 것이 풍요로운 마음과 시간을 살아가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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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이 책 '아무튼, 피트니스'가 첫 작품이고 그 이후로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등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코난북스에서 펴냈고 다른 시리즈도 이 책과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포켓북 사이즈입니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아요.
저자인 류은숙 선생님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로 일하고 있고 이 바닥에서 25년 이상 버틴 잔뼈가 굵은 인권운동가입니다. 나이 50이 넘어가면서 길 위에서 고생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업을 선언하면서 운동에 입문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을 이 책으로 엮었습니다.
워낙 글, 말솜씨가 좋은 분이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읽는 재미 하나 만큼은 보장하는 책입니다. 포복절도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몸치인 자신을 지나치게 자학하지 않으면서도 몸 돌보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기 때문에 유익하기도 합니다.
'여성, 중년, 비혼, 비만, 활동가.... 그 삶에 피트니스가 일으킨 홀가분한 깨달음들'이라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 해당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 분들은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저도 하나는 해당되네요;;;).
바쁜 일상을 핑계대면서도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하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닫기 * 먹는 행위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했다. 남은 음식 청소하기, ‘처묵처묵’, 때운다, 해치운다, 아무거나... 내가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데 이런 말들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 “진정한 보디빌더는 젓가락 하나를 들더라도 100킬로 들 듯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몇 번을 들었는지 개수가 문제가 아니다. 몇 개를 채웠느냐가 아니라 한번을 들더라도 정확한 동작으로 드는 게 중요하다.
* 근육통은 내가 제대로 동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하는 잣대다. 과녁으로 삼은 위치가 아프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자세가 틀렸기 때문이다.
* 내가 매일 번갈아 해야 하는 복근 운동은 세 종류다. 누워서 자전거를 타는 듯한 자세로 하는 윗몸 일으키기 바이시클매뉴버(bicycle maneuver), 역시 윗몸일으키기의 변형인 크런치(crunch), 이건 다리를 기구에 걸고 윗배에 양손을 대고 일어나는 거다. 그리고 누워서 다리를 쭉 편 채 그대로 쫙 들어올리는 레그레이즈(leg raise)다.
* 나에게도 원칙이 있다. 나의 원칙은 단 하나, 나에게 맞는 식으로 꾸준히’다.
* 철저한 연습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훌륭한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이다. 연습을 격하게 한 뒤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더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투쟁이 아닌 어떤 것 안에 내 자신이 몰두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덧. 지인이 북 크로싱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을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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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최소한 겉으로는 이분법을 찬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씁니다. 이분법에 입각한 사고를 하는 인물은 너무 극단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좀 더 온건한, 좀 더 유연한, 좀 더 포용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이분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 삶에 속속들이 파고 들어 체화된 나머지 자신이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거든요.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사유체계와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인 이분법을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친미와 반미, 친일과 반일, 체제수호적 통일과 반체제적 통일, 국가와 개인, 공익과 사익, 중앙과 지방, 남성과 여성이 그것입니다. 익숙한 주제도 있고 조금은 낯설어서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이분법도 있습니다.
권용립(경성대 국제정치학 교수), 김진호(당대비평 편집주간),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현민(홍익대 사진과 석사), 박홍규(영남대 법학과 교수),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윤해동(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이우영(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정미(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집필진입니다.
계간지 '당대비평'에서 단행본 시리즈로 내놓은 '당비생각' 중 한 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04년에 나온 책이라서 시대 배경을 고려하고 읽어야 하고 쉬운 글체는 아니어서 읽을 때 집중이 필요한 책입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지만 성별 이분법을 다룬 '성(性) 대결, 그 신화를 넘어서' 글꼭지에 담긴 문제들이 그 이후로 거의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깨달음에서 한숨이 나옵니다.
본인의 이분법적 사고 경향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덧. 지인께서 북 크로싱 해 주셔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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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인류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1974년에 쓴 정치인류학 책입니다. 정치인류학 고전 중 한 권으로 꼽히는 저서죠.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남아메리카 민족학 전공학자로 1960년대 대부분을 남미 파라과이와 베네수엘라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한 내용을 이 책으로 엮어냈는데 안타깝게도 3년 뒤인 1977년에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당시 시대를 풍미하던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과 맑스주의 인류학을 극복하고 원시사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원시사회를 문자도, 역사도, 국가도 없는 사회이며 하루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생계 경제 사회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니까 세계를 정복하러 다녔던 근대 서구인들의 시각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죠. 원시 사회라는 말 자체가 인류의 최초 단계에 고착되어 머물러 있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하지만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이는 서구적 사고의 자민족 중심주의에 의해 비서구 사회를 이국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견해 때문에 나타난 편견이라고 주장하죠. 많은 원시사회에서 권력이 폭력과 완전히 분리되어 위계질서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실증 사례를 들면서 모든 사회는 고대적 사회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정치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논박의 결과로 원시사회야말로 권력을 소유함으로써 불평등을 야기하는 국가 자체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건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있어 추장의 권력이라는 것이 전쟁에서의 지휘권(전쟁이 끝나면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전쟁 중에도 언제든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박탈당할 수 있는), 그리고 제한된 일부다처제의 아내 선택권에 국한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에 당연히 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소유의 집중과 힘의 강제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까 부족민에게 절대적으로 봉사하는 자리라는 건데 대체 이렇게 의무만 있고 권리와 권력은 전혀 없는 무력한 추장으로 선출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저처럼 원시사회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혔던 분들이라면 꽤나 충격을 받으실 수 있는 인류학 서적입니다. 다만 인류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자신있게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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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문화에 우리 문화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정치권력이 없다고 해서 그 문화에 정치권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인 진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개념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 정치권력은 인간 본성, 즉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이 점에서 니체의 생각은 틀렸다)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것이다. 폭력 없는 정치는 상정할 수 있지만 정치 없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력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 사회는 무엇보다도 재화, 여성, 말이라는 세 가지의 기본적 차원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유형의 '기호'를 직접적인 준거 틀로 하여 인디언 사회의 정치영역이 구성된다.
* 지역 외혼은 근친혼 금기를 강화하는 소극적 기능이 아니라 자기 공동체 밖에서 혼인 관계를 맺도록 강제하는 적극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역 외혼제의 의미는 정치적 연대의 수단이라는 기능 속에서 발견된다.
* 말하기와 권력의 결합 속에서 매우 명료한 동시에 매우 심오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국가를 형성한 사회에서는 말하기가 권력이 지닌 권리인 데 반해 국가 없는 사회에서는 거꾸로 말하기가 권력의 의무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디언 사회는 추장에게 그가 추장이기 때문에 말하기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추장이 되고자 하는 자에게 말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 고대적 사회, 각인의 사회는 국가 없는 사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이다. 모든 신체에 똑같이 새겨진 각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즉 너희들은 권력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고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라고.
* 사실 우리들의 생각 속에는 신앙을 가진 자의 믿음과 같이 내면화된, 즉 사회는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어 있다.
* 우리는 생계 경제가 전혀 비참한 생활 속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시사회의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언제나 식량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동물적인 상태에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간만 일하고서도 생존-아니 그 이상-을 확보하였다. 인간이 자기의 필요 이상으로 노동하는 것은 언제나 강제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러한 강제가 원시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외부적인 힘이 없다는 것이 원시사회의 본질을 규정한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의 도끼가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탐낸 이유는 같은 시간에 10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10분의 1의 시간에 끝마치기 위한 것이었다.
* 수렵, 어로, 채집이 반드시 이동 생활 방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나 그 밖의 여러 지역에서 농경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도 정주 생활을 하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생태학적으로 농업에 적합하지만 농경 생활을 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 이유는 그 사회가 무능하고 기술적으로 뒤떨어지며 문화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그들이 농경 생활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가정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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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의학자인 Malcolm Potts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Thomas Hayden이 함께 쓴 '전쟁 유전자 : 전쟁의 생물학적 기원과 더 나은 세계로 가는 길(Sex and War, 2008)'을 북 크로싱합니다.
매우 두꺼운 책이고 제목만 보면 엄청 딱딱할 것 같지만 생각 외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침팬지와 인간에게만 진화되어 유전자 속에 각인된 동종을 공격하는 집단공격 기질의 존재 증거를 보여주고 이처럼 위험한 기질을 억누르기 위한 진화심리학적인 처방까지 친절하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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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은 책 중에는 개인적으로 별 3개 이하로 평가한 책들이 거의 없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아무래도 참신성이 떨어지다 보니 주관적으로 높은 평가를 하기가 어려운데 최근에 꽤 선방하는 편이죠.
생식의학자인 Malcolm Potts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Thomas Hayden이 함께 쓴 이 책은 생물학, 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지만 심리학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정도의 진화심리학 지식을 다루고 있습니다(그래서 저도 심리학 서적으로 분류했어요~).
55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에 엄청 딱딱한 내용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1. 성과 폭력, 2. 자연의 투쟁, 3. 잃어버린 고리, 4. 우리 형제들, 5. 테러리스트들, 6. 여성과 전쟁, 7. 습격에서 전투로, 8. 전쟁과 국가, 9. 전쟁과 기술, 10. 전쟁과 법, 11. 악, 12. 전쟁의 미래, 13. 여성과 평화, 14. 21세기의 석기시대 행동, 15. 최상의 문명
목차만 보면 머리가 아플 것 같지만 절 믿으세요.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저자인 말콤 포츠는 산부인과 및 가족계획 분야에서 평생을 온 세계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일한 야전 전문가 출신인데 이 두꺼운 책의 핵심 내용은 사실 간단합니다.
동종을 공격하는 집단공격 기질이 모든 남성, 특히 젊은 남성의 내면에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서로를 잘 알고 신뢰하며 공통된 전투 경험 속에서 유대를 맺은 수십 명 단위의 개인을 중심으로 구축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전쟁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한 가지 방법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사회 내에서 그들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자율과 평등을 향한 첫걸음은 바로 언제, 몇 명의 자녀를 낳을 지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것입니다.
집단공격은 4,000여 종의 포유류 가운데 침팬지, 늑대, 점박이 하이에나, 사자, 콜로부스원숭이에게서만 관찰되며 같은 종에 대한 잔혹한 적대감은 인간, 침팬지 한 종, 늑대 정도에만 국한된 것이고 이러한 충동이 조직적인 습격과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인간과 침팬지 뿐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가난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만남으로 욕구가 좌절된 가난한 젊은 인구의 폭증은 그야말로 불붙은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저출산의 위험을 강조하는 최근의 추세와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 개발을 통해 가족 규모가 감소된 것이 아니며(나라마다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존 주장과 반대로 가족 규모를 감소시키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출생률을 낮추면 자원 획득 경쟁이 완화되고 장년층 남성이나 여성 대비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의 비율이 낮아져 평화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 근거를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구성도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에 90% 이상 동감합니다. 특히 저는 저출산의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고 저출산이 결과적으로 지구의 미래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저자의 진화심리학적 해법을 정리해 소개드립니다.
* 여성에게 교육과 다양한 기회를 통해 권한을 부여한다.* 의회 및 각종 입법 기관 내 여성의 수를 늘린다.* 자녀 출산 여부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을 여성에게 부여한다.*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하지않도록 도움으로써 인구 증가 속도를 늦춘다. - 충동적인 성향의 15~30세 남성(노년층 대비 비율) 감소 효과- 자원 확보 경쟁 감소 효과* 종교와 분리된 보편적, 과학적 교육을 실시한다.* 역사 지식 및 다른 동물의 사례를 참조하여 인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 자유로운 언론 매체를 발달, 존속시킨다.* 잠재적인 적에게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
덧. 이 책을 보니 혹성탈출의 주인공이 하필 침팬지였던 것이 범상치 않게 느껴져 소름이 오싹 끼치네요.
덧2. 원저의 제목이 'Sex and War'인데 우리 말 제목이 원 제목보다 더 적절하고 나은 책은 아주 오랜만에 봅니다.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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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로 이런 페미니즘 책을 기다렸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왜 이런 페미니즘 책을 기다렸는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 시간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으니까요.
이 책의 지은이인 Virginie Despentes는 1969년 생으로 16세에 학교를 그만둔 이후 다양한 직업을 거쳐 마사지 살롱, 스트립 클럽에서 일을 했고 2년 동안은 매춘부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범상치 않은 경력의 이 작가는 그후 1993년에 나중에 동명 영화를 탄생시킨 '베즈 무아'라는 책을 쓰면서 일약 페미니즘의 이단아로 떠올랐습니다.
이 책 '킹콩걸' 역시 매우 독특한 여성주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초반에는 조금 생경한 느낌(역시 읽어보시면 압니다)을 받을 수 있지만 조금만 참으시면 적응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지식은 절대로 경험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어떻게 갈무리 할 수 있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저처럼 여성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별로 없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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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매춘과 합법적인 봉급을 받는 직업, 대가를 받는 섹스와 이해 관계에 의한 섹스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여자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내게는 결국 다 비슷해 보였다. 중략... 많은 여자들이 섹스에는 흥미가 없지만 그것으로 이득을 얻는 법은 잘 알고 있다. 늙고 못생기고 어리석지만 사회적으로 힘 있는 남자와 같이 자는 여자들, 그런 남자들과 결혼했다가 이혼하면서 최대한 많은 돈을 얻어내려고 싸우는 여자들, 남자가 먹여 살려주고 여행도 데려가주고 극진히 보살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자들, 그것을 성공이라 생각하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사랑에 대해 마치 암묵적인 경제적 계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들으면 몹시 슬프다. 섹스를 대가로 돈을 지불할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들, 모든 자주성을 포기한 그런 여자들이 내게는 좀 멍청해 보인다(적어도 창녀들은 고객을 만족시킨 후 혼자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러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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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우울증은 정신적 감기로 치부될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려진 만큼 심각성까지 약한 병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자주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우울증을 검은개라고 부르고 우울증의 고통을 검은개가 목줄을 꽉 물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라고 이야기 한 것은 허언이 아닙니다.
'우울증 환자를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을 삶에 대한 의지가 박약한 사람 취급하는 것은 모두 우울증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우울증을 야기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우울증의 원인을 기질적인 두뇌 문제로 간주하는 접근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며 오히려 인간 사회의 관계 갈등 문제에서 찾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왜 여성이 더 우울증에 취약한가에 주목하고 그것을 성역할 갈등에서 찾은 저자 발레리 위펜의 시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치료한 여성 우울증 환자 중 주변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음을 보고하고 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여성 우울증 환자들도 대부분 그렇거든요.
보통 책의 제목은 출판사의 대박 바램을 싣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보다는 출판 부수를 올리기 위한 낚시 성향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제목은 책의 내용을 지극히 성실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위한 셀프헬프 북'이라는 부제는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과 목적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우울증으로 인해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위한 안성맞춤 셀프헬프 북입니다. 물론 우울한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는 대체 왜 우울한가', '어떻게 하면 우울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마 그 답을 발견하실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제가 별 세 개로 평가한 이유는 현장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할 독자층이 달라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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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들에게 유용한 질문
:
"어렸을 때 상처받거나 좌절했을 때 누구에게 맨 먼저 달려갔나요?"
-> 우울증 여성들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해결하려고 애썼던 적이 많다
* 아이들이 안정 애착되었는지를 가늠하는데 유용한 질문
:
"너를 믿어도 되겠니?"
-> 안정 애착된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도 된다고 당당히 말하는 경우가 많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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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초에 다음 아고라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킨 글이 있었는데 바로 취업 관련 성차별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칼퇴근에 야근 안하겠다고 답한 여성 지원자는 탈락하고, 야근을 불사하겠다고 한 남성 지원자는 합격한 것을 놓고 여성들의 자세 문제를 성토한 글이었고, 항상 그랬듯이 갑론을박 게시판이 온통 시끄러웠습니다.
평소에 정치, 종교, 성차별에 대해 논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러는가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만 우연히 제 생각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분의 글을 읽고 김에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요즘의 여성 운동을 보면 엉뚱한 지점을 포격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여성들은 남성 위주의 성차별적인 사회를 개혁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제도를 공격해야 하는데 남성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합리한 제도를 만든 것이 남성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제대로 공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옳은 방법일지는 몰라도 현명한 방법은 아닙니다.
의도와 목표는 좋은데 방법이 틀렸습니다. 여성들의 생각대로 성차별적인 사회 제도를 남성이 만들었다고 해도 이미 남성들은 불합리성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 제도에 익숙해진 상태이고 반성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간은 변화에 저항하는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도 정작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변화에 저항합니다. 대다수의 남성들은 남성들도 그런 제도의 피해자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남성에 대한 공격은 반발을 살 수 밖에 없고 원하는 목적을 이룰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제도가 만들어 놓은 달콤한 꿀단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뿐입니다. 불리하면 남성을 공격하고(제도가 아니라), 유리할 때는 여성이 가지는 이득(남성이 돈을 내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 힘든 일은 여성이기 때문에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등)을 취하는 자세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얼핏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실상은 문제 의식을 가진 남성마저도 등을 돌리게 만드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잠시 잠깐의 달콤함에 취해 여성 착취를 정당화 할 제도와 문화와 가치관을 공고화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힘을 보탠다면 결국에는 꿀단지에 빠져 죽는 파리꼴이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려면 달콤한 꿀부터 거부해야 합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열외되는 일에 편리함을 느끼고 안주하지 말고 분노해야 하고,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남자들이 그동안 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누려왔던 특권을 내세우면서 변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군대 문제도 그렇습니다. 해당 사항이 전혀 없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가산점에 목 매고 흥분하는 이유는 기득권을 빼앗긴데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형평성이 없다고 느끼는데 대한 분노의 감정인데, 별로 관계도 없는 출산 이야기나 군대 환경 개선이라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꺼내면 말문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변화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병역은 필요악이며 동시에 성차별을 공고화하는 무기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우리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들고 일어나 공동 병역을 요구하고 주장하면 실제로 여성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게 되느냐의 여부와 상관 없이 이 문제는 훨씬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는 전술입니다. 성차별은 이미 합리성, 형평성, 대의명분 등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해결되지 않는 감정의 차원에 있기 때문에 거대 담론 차원의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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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버리고 ‘여자’가 돼라
여성분들이 곰곰이(곰곰히가 아니랍니다) 씹어볼 여지가 많은 것 같아 허락을 받고 플리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가 워낙 여성들이 많은 분야(대체로 90% 이상이 여성들입니다)라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많았는데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포스팅해 봅니다.
제가 사회에서 느낀 여성분들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지붕을 가진 집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고 불평만 하거나 체념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적인 내용이지만 행간에 숨은 안타까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지붕은 처음에는 분명 사회가 강요해서 얹은 것입니다. 또한 올려진 지붕을 더 무거운 재질로 갱신하는 것도 분명 사회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길들어서 지붕을 깨버리고 찬바람과 우박을 감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여성입니다. 동료로서의 우수한 그들의 능력과 자질이 아까워 도와주려고 해도 밖에서 깨는 것에는 한계를 느낍니다.
어찌 보면 여성들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빠져버린 불쌍한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이 상황에서 여성 자신의 책임이냐, 사회의 책임이냐를 논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붕을 깨부수고 비바람 폭풍우를 맞을지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서기 위한 행동이 이제는 필요하다는 것이죠.
1m 이상을 뛰어오르는 벼룩이 있습니다. 이 벼룩을 지붕이 50cm에 불과한 상자에서 기릅니다. 나중에 그 지붕을 제거해도 이 벼룩은 50cm 이상을 뛰어오르지 못합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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