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실텐데 (부모가 보기에) 통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 있는 자식을 답답해 하는 부모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부모가 원하는 것은 자식이 게임을 그만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일텐데요.
"그놈의 쓸데없는 게임 좀 집어치고 이제 공부 좀 해라"
"그렇게 공부 안 해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엄마 친구 아들은 지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만 한다던"
"공부란 게 다 때가 있는거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아빠 말 들어라"
등등의 잔소리를 하기 쉽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잔소리들은 긍정적 or 부정적 내용, 비교, 협박, 미래 예견 등 서로 다른 내용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죠.
부모의 의도가 자식이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니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하실 수 있지만 도리어 말하고 싶은 의도가 들어간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 말이 의도하는 효과는 물 건너 가는 겁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노골적인 의도가 실린 단어는 반복적인 사전 경험에 의해 이미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게끔 조건화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부라는 낱말은 듣기만 해도 짜증, 혐오감,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자동으로 유발됩니다. 그러니 '공부'라는 단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이 아무리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고 해도 차단되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녀가 공부를 하게 만들고 싶을수록 '공부'라는 단어를 빼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요새 애들 뭐 좋아하냐?"
"쉬는 시간에는 주로 뭐 하니?"
"직장이 아닌 직업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데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차근차근 생각해봐라"
"맨날맨날 놀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위의 말만 들으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단어가 빠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말을 하는 부모의 의도는 결국 공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요.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끌고 나가려면 '공부'라는 단어가 만든 차단벽을 일단 우회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라는 단어가 부모가 아닌 자녀의 입에서 절로 나올 수 있도록, '공부'가 낳는 두려움, 불안 등의 심리적 불편감을 스스로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만 빼고 말하는 역발상의 전략이 가끔은 더 깊은 수준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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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어떡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많은 선험자와 멘토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찾죠?
좋아하는 걸 찾는게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의외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게 진짜 중요한 문제인 건 맞는데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도 해요.
그래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을요. 2012년에 했던 포스팅의 연장이기도 하고 총정리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방법이라기보다는 경우의 수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겠네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지극히 이상적인 방법으로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영화에나 나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일단 한번 경험하게 되면 경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받게 되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알게 된다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여행이었는데 엉덩이가 무거워서 움직이는 거 싫어하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걸 경험하는 걸 딱 싫어하는 제 성향 상 여행도 그럴거라 착각했는데 생애 첫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뉴질랜드 여행에서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딱 한 번 경험한 것 뿐인데 제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걸 완벽하게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 운이 좋았죠. 물론 이런 경험은 아주 드문 것이라서 이 방법에만 기대면 짜릿한 전류만 기대하다 늙어죽게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이 필요하죠.
좋아하는 것을 찾는 두 번째 방법은
태그 클라우딩을 해 보는 겁니다. 태크 클라우딩에 대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이라는 포스팅에서 이미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말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이죠. 다만 태그 클라우딩은 상당히 강력하고 또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느낌에 집중하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뭐든지 머리로만 판단하고 마음에는 통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태그 클라우딩을 해도 거의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마음이 하는 말을 듣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태그 클라우딩 방법을 이용해서 발견한 좋아하게 된 것들의 목록은 관련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좋아하는 것을 찾는 세 번째 방법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인내심이 필요한 방법이죠.
마음으로 끌리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던 간에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주로 뭔가를 배우는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인라인 스케이트였는데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추석 선물로 받은 싸구려 국산 인라인 스케이트를 버릴 수 없어 그냥 해 보자고 마음 먹은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였지요. 아이스 스케이트도 전혀 탈 줄 모르는 완전 생초보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을 교재로 해서 기마 자세로 걷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셀 수도 없이 많이 넘어졌고 금방 다 때려치고 포기하고픈 마음만 들더군요. 하지만 참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넘어지기만 하고 재미는 하나도 못 느꼈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 버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제대로 중심도 못 잡고 비틀거리던 제가 4개월 만에 한강 로드런을 다닐 정도로 실력이 늘어서 이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건 싫어하는 것이 지나간 뒤에 온다는 것을요.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재미를 알게 되고 내가 그걸 왜 진짜로 좋아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러려면 처음에 오는 싫다는 느낌을 버텨내야 합니다. 내가 천재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좋아하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뭔가를 배워야 하는 것들은 특히 그렇죠. 그래서 일단은 조금 버텨봐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로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안 되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정석인 방법은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부터 적극적으로 피하는 방법입니다. 싫은 것을 배제하고 남은 것이 무엇인지 뒤적거려보는거죠. 남이 시키는 걸 억지로 하는 게 지옥같다면 남이 시킨 건 최대한 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아무도 시키는 사람이 없을 때, 그래서 시간이 남아돌 때 뭔가 하고 싶은 동기가 올라오면 그 때 가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시도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제 경우에는 일단 남들이 누구나 다 하는 건 적극적으로 반대로 행동하는 방식으로 적용했습니다. 누구나 TV는 본다고 하니 TV를 사지 않았고, 누구나 차 한 대쯤은 사니 차도 안 샀습니다. 심리학자라면 다들 박사 학위는 취득해야 한다고 하니 그것도 일부러 피했습니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이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삶의 방식이 제게는 딱 맞네요. 행복합니다. 이것도 2012년 8월에
'그래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 2탄'이라는 포스팅으로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세요.
모두 제가 직접 경험해보고 효과까지 제대로 본 방법이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꼭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행복한 인생을 누리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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