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게 지나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즐거웠다든가 좋았다든가 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멘트를 하는 겁니다.
"오늘 나와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시간 내 줘서 정말 고마워"
"바쁠텐데 시간 뺏어서 정말 미안해"
대부분의 경우 내면에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어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곤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단순히 관계의 불균형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상대방이 이기적이거나 거만한 사람이라면 내가 손해를 보거나 심해도 착취당하는 선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나만 피해를 감수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정말 괜찮은 상대방을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연애할 때 자신을 낮추는 건 본인의 의도와 달리 결국 상대방을 디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데 "바쁠텐데 시간 뺏어서 정말 미안해"라고 자신을 낮추는 건 '나 같은 사람 만나줘서 고마워'의 단계를 지나 '너는 나 정도 되는 사람이나 만날 수준이야'라고 오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모든 사람은 자신을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대접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계속 낮추면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과 사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점점 그 사람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니 연애하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춤으로써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기 전에 왜 그렇게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하는지 분석하고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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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그로 끌기 죄송합니다;;;
나는 왜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연인 없이 쓸쓸하게 연말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물론 일이 너무나 많아서와 같은, 자신도 어찌 못할 외부 요인 때문에 연애 자체를 할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 분들은 이 포스팅을 보지 않을테니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연애 실패를 외모, 재력, 학력 등의 스펙이나 플러팅 기술 또는 공감 능력 등의 소프트웨어 부족에 귀인하고 있을텐데 정말 그럴까요? 수십 만원짜리 온라인 연애 강의를 수강하고 연애 강사에게 일대 일 코칭을 받으면 연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요?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당신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외로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연애 자체가 안 되거나 연애를 하기만 하면 지랄맞은 상대방을 만나 지옥같은 연애를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동성의 또래 친구와 우정을 쌓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겁니다. 친구가 아니라 베프여야 합니다. 친구는 그냥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숫자가 얼마나 되든 우정을 기반으로 한 베프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성격 장애의 대인 관계 문제는 동성 (또래) 관계에서 더 두드러진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성숙한 사람은 또래의 동성 베프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만약 또래 동성 베프가 한 명도 없다면 앞 단계로 올라가서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와 적당한 물리적, 정서적,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지나치게 냉담하지도, 지나치게 집착하지도 않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분리-개별화' 과제를 완수했다고 말합니다. 이 관계의 고리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 -> 또래 동성 베프 관계 -> 연애 관계
이 단계는 반드시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부모와 분리-개별화가 잘 되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또래의 동성 친구와 건강한 우정을 맺을 수 있으며 그게 가능해야 비로소 연애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순서는 인간의 발달 단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 단계가 완료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딱딱 끊어지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과도기가 존재하지만 순서가 뒤바뀌거나 skip하고 넘어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2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순서가 어긋난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계속 연애에 실패하고 있다면 또래 동성 베프가 있는지부터 점검하시고 그마저도 없다면 부모-자녀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고 망가진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덧. 이미 부모-자녀 관계가 망가져서 회복이 불가능해 보여도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상담과 같은 전문적인 심리 서비스를 통해 상담자가 대리 부모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고장난 관계를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관절이 망가졌을 때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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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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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월덴 3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중 한 권인 '수짱의 연애(2012)'입니다.
참고로 수짱 시리즈를 읽는 순서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2009)'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2010)'
'수짱의 연애(2012)' 순입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아쉽게도 놓쳤네요.
그래도 84yahoo님께서 북 크로싱하라고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수짱은 서른 일곱이 되었고 카페의 점장을 그만두고 어린이집의 급식조리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네 살 연하인 서점 직원에게 끌려 핑크빛 무드(?)를 형성합니다. 결론은 스포라서 미리 말씀 못 드리고요.
'그렇지만 이게 나인 걸, 하고 생각하는 내가 우습지만, 어이가 없지만, 뭐, 왠지 이해가 간다. 좋은 점에만 그 사람다움이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점도 있는 내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이것이 나만의 향기? 같은 게 아닐까?'
처럼 꾸준히 자신이 누구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다만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참신성이 좀 떨어지기에 제 평도 살짝 박해졌어요.
그래도 역시 마스다 미리입니다. 수짱 시리즈가 아닌 작품들도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수짱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속속 소개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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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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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이 영화로 김민희씨가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지요. 요즘의 연애 실태를 현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고 코믹한 요소도 적잖이 배치되어 있어 내 이야기가 아닌 이상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재미있게 봤고요.
개인적인 감상을 좀 말씀드리면,
연애란 건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거라지만 김민희와 이민기가 연기한 두 사람의 연애는 잘 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영화에서는 다시 한번 잘 해보는 걸로 해피엔딩 처리했지만 개인적으로 결국은 다시 헤어질 수 밖에 없을거라 예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두 사람은 사내 커플입니다. 그것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지점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은행원이죠. 예전에
'모든 다중 관계는 해롭다'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내 커플은 사이가 좋을 때에는 상관없지만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파괴력이 훨씬 더 큽니다. 온갖 구설수때문에도 그렇고 연애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충시켜줄 자기만의 안전 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50점을 깔고 들어가는 불리한 연애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 연애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습니다. 이기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그러면서 상대방을 위해서 그랬다고 둘러대기만 하죠) 뒤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느라 온갖 방법(페이스북 감시, 미행, 전화 확인 등등)을 동원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신뢰가 싹틀 틈이 없습니다. 신뢰를 쌓아둔 것이 없으니 갈등이 생겼을 때 인출한 애정 자금이 없는거지요.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기대를 합니다. 연애란 이럴 것이라고까지 기대하기 때문에 매번 그 기대를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좌절하고 슬퍼합니다. 자신이 만든 기대의 덫에 스스로 걸려서 고통스러워하는거지요.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집착과 희생 밖에 없습니다. 그래봤자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 뿐이지만요.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예후를 보여주는 건 동희(이민기 분)의 주사와 두 사람의 통제불능증과 기본 예의 부족입니다. 주량 통제가 잘 안되고 일단 술에 취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제맘대로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런 요절복통 야단법석이 재미난 에피소드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이런 주사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항상 맘졸여야 하지요.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박계장이라는 후배가 남자 주인공 때문에 개고생합니다. 그리고 이 커플은 어느 선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쌍욕을 하거나 몸싸움도 가리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 역시 연애 동안에는 화끈하고 열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존중과 매너를 지키지 않는 커플의 미래는 아주 어둡죠.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연애는 결실을 맺기도 어렵고 설사 결실을 맺는다고 해도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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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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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닥터 엠마 로이드(우마 서먼 분)는 연애 상담 라디오 프로로 뉴욕에서 제법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도 많이 팔렸지요. 자신의 연애법에 따라 더 할 나위 없는 약혼자 리차드(콜린 퍼스 분)와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전화 상담에서 약혼자가 엠마가 가르쳐 준대로 자신에게 결별을 선언하자 소방수 패트릭(제프리 딘 모건)은 앙심을 품고 이웃집 해커 소년의 도움을 받아 엠마와 자신이 부부인 것처럼 시청의 결혼 기록을 조작합니다.
당연히 기절초풍한 엠마가 정정 서류를 들고 패트릭을 찾아오는데 이상하게 일이 꼬이면서 술에 취해 패트릭의 집에서 눈을 뜨고 약혼자에게 변명을 하게 된다든가, 케이크 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에 어쩔 수 없이 함께 갔다가 약혼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사람의 아내를 만나 오해를 사면서 얽혀든다든가 하면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뭐 결론은 뻔합니다. 자신의 이론에 맞는 완벽한 남자를 골라서 잘 결혼할 뻔 했지만 결국은 엉뚱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감독이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열정이고 불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비약이 좀 심합니다. 요새 여자들이 바보랍니까? 연애 상담가가 하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를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헌신짝 버리듯이 걷어차게요.
버림받은 앙갚음을 하기 위해 모략을 꾸몄다가 상대방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기에는 대체 뭘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그건 엠마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듯 아무런 갈등과 별다른 주저없이 너무나 쉽게 사랑에 빠지네요.
오히려 결혼식 당일 날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녀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희생하는 리차드의 선행(?)이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이상하게도 이 장면 은근히 멋집니다).
줄거리는 엉망이고, 개연성도 희박하지만 우마 서먼의 좌충우돌 연기와 제프리 딘 모건의 살인 미소만으로도 시간 보내기에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고픈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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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좀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만 이 책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그 사람'을 보면 좋습니다.
이 책이 좀 더 일반인들의 구미에 맞게 쉽게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심리학 전공자이거나 또는 자신의 관계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과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문 제목이 'Is He MR. Right?'인데 이걸 '당신의 남자를 걷어찰 준비를 하라'라고 도발적으로 번역하다니... 출판사의 낚시 제목이라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겠습니다. 아니면 형편없는 작명 센스를 탓하거나...
어쨌거나 내용 자체는 여성들을 위해 쓴 책이지만 남자들이 봐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남녀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거든요.
이 책의 내용 중에 가장 좋은 부분은 바로 공감대에 대한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공감대는 공통점과 다른 것이고,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에 관한 문제도 아니라고 합니다. 함께 있을 때 만족스럽다면 좋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불편하다면 공감대가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공감대가 없는 것입니다. 그게 전부라고 하네요.
간단하죠? 물론 저자는 꼭 필요한 공감대로 다섯 가지의 공감대를 제시합니다.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다섯 가지 공감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그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쉽게 친밀해지는가 : 편안한 마음, 평온, 위안, 유대감, 소속감- 그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와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유쾌한가- 그와 함께 있으면 서로에 대한 진실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는가- 그와 함께 있으면 서로 존경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이 다섯 가지 공감대가 모두 충족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차 버리라고 말합니다. -_-;;;;
그리고 모든 공감대가 잘 맞는다고 하더라도 판단하는 시점에서 상대방의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경험하고, 상대방이 내 참모습을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알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렇고 현장에서 상담을 하면서 느낀 바도 그렇고 저자의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특히 공감대 부분은요. 공감대는 정말 중요합니다. 공감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저도 교제를 말리고 싶습니다.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볼 정도의 책은 아니지만 여성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 합니다. 지나치게 가벼운 것도 아니고, 가십거리로만 채워진 심심풀이 책도 아닙니다. 제목에 비해 의외로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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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병원 수련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나름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언제 만나도 반갑고 마음이 참 편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고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그것보다 상대방이 내가 정말 싫어하는 특성을 가지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더라는 말이었습니다.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경우도 그렇더군요.
눈에 콩깍지가 씌여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호르몬 과잉의 시기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이면 끝이 나고 사실상 결혼을 함과 동시에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복귀하게 되니까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장점이 단점을 덮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설사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사랑하면 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장점과 미덕은 금세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기 쉽고 이제는 꼴보기 싫은 면만 보이게 됩니다. 그래도 협상이 가능하고, 참을만 한 수준의 단점이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두 눈 뜨고는 절대로 못 보는 그런 특성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결말은 모르는 것이지만 최소한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기의 말에 100% 동감하며 최소한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상대방의 장점 보다는 내가 죽어도 싫은 특성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의 만족 수준에서 결혼을 시작하면 마음이 안정되서 그런지 상대방의 장점이 더 쏙쏙 눈에 들어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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