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오주석 선생을 처음 만난 건 2003년에 출판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2009년에 읽었고요. 그 때 너무 강한 인상을 받아서 충동적으로 몇 권의 책을 구매해 두었는데 쌓아놓은 책이 많아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오늘 소개하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중 1권은 1999년에 나왔고 2004년 출간을 목표로 2권 작업을 하던 저자가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6편만 마무리 한 채 2005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멈춰 있던 것을 고인을 아끼는 지인들이 마음을 모아 유고작으로 정리하여 2006년에 출판한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오주석 선생은 우리의 옛 그림에 담긴 선조들의 마음결과 심기를 읽는 법을 알려주면서 그림마다 담긴 뒷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면 그냥 마음의 눈으로 느끼는 주관적 감상법도 있지만 도슨트 투어를 통해 각 그림에 얽힌 정보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면 또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잖아요.
그처럼 우리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의 옛 그림 도슨트 투어에 참여하는 느낌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권에는 다음과 같은 11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김명국의 '달마상'
*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 안견의 '몽유도원도'
* 윤두서의 '자화상'
*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윤두서의 '진단타려도'
* 김정희의 '세한도'
* 김시의 '동자견려도'
*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 이인상의 '설송도'
* 정선의 '인왕제색도'
2권에는 총 6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 정선의 '금강전도'
*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 '이채 초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한국사나 미술 시간을 통해 한 번쯤은 보았을 유명한 그림도 있고 생전 처음 보는 그림도 있지만 새로운 그림은 그것대로, 익숙한 그림은 또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주석 선생은 글도 맛깔나게 잘 쓰는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그림을 잘 몰라도, 굳이 조상들의 옛 그림에 관심이 딱히 없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이 오주석 선생의 마지막 책이라니 참으로 아쉽고 애석할 따름입니다. 저같은 문외한이 한번 본다고 옛 그림을 보는 눈이 트일리가 없지만 그래도 오주석 선생의 저서를 빠짐없이 한번 정도는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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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부끄럽게도 학창 시절에 우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 잘난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려고 아둥바둥대느라 문화가 무에 그리 중요하냐고 애써 눈 감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지금도 우리 문화에 대해 무지합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호위호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이제는 타성에 젖어 우리 문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를 않게 되었네요.
지인이 추천한 이 책은 옛 그림을 통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맛 볼 수 있게 합니다. 단원 김홍도 전문가인 저자가 공무원 교육원에서 한 강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겼는데 완전히 입말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기만 해도 현장에서 강의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되네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옛 선조들이 그린 그림에 얼마나 오묘한 삶의 지혜와 향기, 재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우리의 전통 문화는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부담을 많이 덜었습니다. 좀 더 알고, 배우고, 즐기고 싶네요.
우리의 사라져가는 옛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였던 저자는 2005년 2월에 혈액암과 백혈병으로 아까운 생을 마감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왜 항상 아까운 사람이 먼저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어라 죽어라 빌어도 귀신도 외면하는 악당들도 많은데 말이죠.
온라인 서점인 YES24에도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보게 되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서평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 참에 저자의 책 몇 권을 더 온라인 쇼핑 카트에 넣어 두었습니다.
"문화는 꽃이다. 사상의 뿌리, 정치/제도의 줄기, 경제/사회의 건강한 수액이 가지 끝까지 고루 펼쳐진 다음에야 비로소 문화라는귀한 꽃이 핀다. 지금 한국 문화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듯 싶으나 내실을 살펴보면 주체성의 혼란, 방법론의 혼미로 우리 정서와유리된 거친 들판의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다. 법고창신이라야 한다! 문화는 선인들의 과거를 성실하게 배워 발전적 미래를 이어가는재창조 과정이다. 문화의 꽃은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가 김홍도 시대에 못지 않은 훌륭한 사회를 이룰 때에만 피어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워져야 한다"
삶 자체가 아름다워져야 문화의 꽃이 활짝 피고 문화의 꽃이 활짝 펴야 삶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저처럼 우리의 옛 문화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덧. 저자는 옛 그림을 감상하는 원칙으로 대각선 만큼 떨어지거나 그 1.5배 만큼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오른 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을 보고 그야말로 무릎을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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