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상은 좌우를 불문하고 절대적입니다.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이자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첫손 꼽히는 명장 중 한명이니까요. 오죽했으면 '성웅'이라는 칭호로 불리기까지 하겠어요.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을 다룬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2014년에 개봉한
'명량'으로 최민식 배우가 이순신 장군역을 맡았죠. 시간 순서대로라면 '한산' -> '명량' -> '노량'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명량이 먼저 개봉하고 2021년에 한산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박해일 배우가 이순신 장군역을 맡았고요.
연배를 생각했을 때 시간 상 조금이라도 더 젊은 이순신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한산에서는 박해일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 고뇌에 찬 이순신 장군 역할을 잘 연기했습니다.
사실 분량이나 연기력만 갖고 보면 박해일 배우 보다는 왜군 총대장 와키자카 역할을 맡은 변요한 배우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약간 웃음 코드가 있는 연기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극 연기를 더 잘 하네요. 다시 봤습니다.
그 밖에도 이 영화에는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윤제문, 이준혁, 김민재, 현봉식, 김명곤, 문숙 등 연기 좀 한다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마음 푹 놓고 봐도 됩니다. 재미난 건 김한민 감독도 극 중 권율 장군 역으로 까메오 출연했다네요.
원래 한산은 2021년에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를 달고 개봉했고 총 상영 시간이 130분이었는데 이번에 삭제된 분량을 추가하여 150분 분량의 감독판으로 넷플릭스에 재개봉했습니다. 둘 다 본 관객들의 평을 보면 삭제판보다 감독판이 훨씬 더 재미있고 이해도 잘 된다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이미 보셨겠지만 저처럼 때를 놓친 분들은 기왕이면 한산 리덕스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작년에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 죽음의 바다'가 크랭크인 했다고 하네요. 한산 촬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촬영에 돌입했으며 이미 제작 완료된 상태로 2023년 개봉 예정인데 김윤석 배우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연기하고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배우 등이 출연한다고 합니다.
노량은 한산대첩 이후 6년이나 지난 시점을 다루고 있어서 전투 장면을 비롯한 시간의 흐름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명량보다는 한산이 훨씬 더 나았지만 신선한 충격 면에서는 명량이 더 나았기에 이 영화의 주관적인 평가는 좀 박하게 주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443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최단 기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영화라고 하도 세몰이를 하길래 차라리 나중에 관객 좀 빠지면 보려고 했는데 9월에 개봉하는 신작 영화가 많아서 그냥 심야 영화로 보고 왔습니다.
누구는 60분이 넘는 전투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보고, 누구는 이순신 영웅화에 삐딱한 시선을 맞춰 보고, 누구는 이순신 장군처럼 앞으로 나서라면서 지가 나서야 할 자리에 부하들 밀어넣는 후안무치 뻘소리를 하면서 봤지만,
저는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이순신 장군과 그의 휘하 병사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전투가 끝나고 이순신 장군이 토란 하나를 입에 넣으며 '먹으니 좋구나'하는 말을 하는 게 좋았습니다.
성웅 이순신이니, 구국의 영웅 이순신이니 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신처럼 묘사하는 것보다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았어요. 부하 장수와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구선(거북선)이 불타버렸을 때 절망에 소리치던 모습도 인간적이었고요.
절대적인 숫자의 열세는 맞지만 우리 화포의 우수성도 그렇고 판옥선과 일본 세키부네의 성능 차이도 그렇고 전투 상의 전력 면에서는 우리 쪽이 훨씬 위였기 때문에 사실 전투 장면은 좀 불만이었습니다. 임팩트 없이 길기만 했달까? 아무리 구선이 없다고 해도 이순신 장군 같은 전략가가 을둘목 회오리 하나만 믿고 도박을 했을 리도 없고. 전투 장면을 보면서 '전략이 대체 어디있지?'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전투 장면을 그렇게 오래 묘사할거였으면 좀 더 고증을 잘 하지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캐릭터의 메인은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최민식일텐데 저는 계속 그 휘하 장수인 오타니 료헤이(준사 역), 이승준(안위 역), 이해영(송희립 역) 같은 굵직한 조연들의 표정만 떠오르더군요. 장수들의 비장감 넘치는 표정과 연기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영화가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던데 영화 마지막에 한산도에서 구선이 불을 뿜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2탄은 한산 대첩을 다룬 '한산'이 아닐까 싶네요. 조진웅(와키자카 역)과 한 판 붙는 모습을 보여줄 듯.
보는 사람마다 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인 것 같은데 추진력을 잃고 회오리로 빨려 들어가는 대장선을 백성들이 갈고리를 걸어 끌어내는 장면만큼은 손발이 오글거렸습니다. 결국 백성으로 향한 '충'이 보답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사족'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이런 장면들 때문에 감성팔이 영화라는 욕을 먹는 것 같더군요.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 평이 굉장히 심하게 갈릴 수 있겠지만 저는 꽤 즐겁게 봤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