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넘은 포스팅이기는 합니다만 예전에
'H.A.L.T.는 도박 중독에도 해롭다' 라는 포스팅에서 H(Hunger), A(Anger), L(Loneliness), T(Tiredness) 상태에서는 도박 충동이 증가할 수 있으니 즉각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굳이 도박 중독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배고픔, 분노, 외로움, 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키는 신체적, 심리적 상태이므로 최우선해서 다루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여기에도 외로움이 등장할 만큼 현대인은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서러움보다 외로움이 더 뼈에 사무친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 그러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야만 하는 걸까요? 누군가를 만나기만 하면 외로움이 사라질까요?
그랬으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정 반대입니다. 외로움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외로움은 정서적 결핍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외로운데 어머니가 보고 싶고, 어머니의 품이 그립고, 어머니가 해 주시는 따뜻한 밥이 먹고 싶다면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향수병일 수 있습니다. 향수병은 그리움을 채우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어떤 대상인지는 상관없고 누구든 만나야지만 외로움이 해결될 것 같다는 강한 갈증을 느낀다면 그건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든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행위이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이 외로움은 정서적 결핍을 해소해 밑빠진 독의 구멍을 메워야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그러니 왜 밑이 빠졌는지, 왜 이런 정서적 결핍이 생겼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오히려 그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혼자서 들어가기 무섭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고요.
정서적 결핍이 없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그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그리움의 대상을 만나면 곧바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정서적 결핍은 그렇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인간 관계라는 건 결국 주고 받는 관계입니다. 주고 받는 게 금전이든, 관심이든, 우정이든 말이죠. 내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면 그 댓가로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줘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다 보면 결국은 그 사람이 원하는 만큼 채워주지 못하게 됩니다. 균형이 맞지 않거든요. 그래서 항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역기능적인 관계를 반복하게 되죠.
만약 외로울 때마다 만날 사람을 절박하게 찾았고, 그렇게 만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어렵다면 외로움의 뿌리에 정서적 결핍이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정서적 결핍이 사라지고 나면 설명이 안 되는 외로움은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고 혼자 살아도 편안하고 즐겁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그 때가 사람을 만나도 되는 시기입니다. 나도 편안하고 상대방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상호호혜적인 우정, 사랑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시기요.
그래서 이 글의 제목처럼 외로울 때 만나지 말고 외롭지 않을 때 만나야 합니다. 외로울 땐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왜 외롭다고 느끼는지 말이죠. 그건 외로움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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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제가 기억하는 한) 처절한 외로움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밝혀 둡니다(아무런 고통 없이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이 정말로 외로워서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그 분들의 고통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외로움을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 게 군 생활을 할 때 계급이 낮을 때는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분명 있었거든요. 다만 그것이 외로움인지, 당장은 도달할 수 없는 익숙한 사회 생활에 대한 동경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역을 하고 나서부터는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특히 상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는 더더욱 그런 것이 사람에 치여서 그런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심할 정도로 개인화된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불쌍히 보고, 혼자 있는 것을 비정상이라 생각하고, 혼자 있는 사람은 외로움에 몸부림쳐야만 되는 것처럼 여깁니다. 여전히 우리는 어떻게든 이성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누군가와는 함께 있어야 외롭지 않은 존재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려고 합니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따돌림을 당해 친구가 없을까봐 염려하고, 일을 하게 되면 직장 내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사회에서는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성인이 되면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노년에 외롭다는 협박아닌 협박에 떨고....
그런데 정말 우리는 외로운걸까요?
뭉치지 않으면 맹수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원시시대의 생존자들도 아니고 대체 왜 우리는 혼자 있는 것에 외로움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상담을 하면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친구가 필요하다며, 너무나 외롭다며,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며, 상담자와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내담자들이 하나같이 혼자 있던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는 깊은 대화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이 얼마나 취약하고, 문제가 많으며,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 다른 어떤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 그저 없어야만 하는, 어떻게든 피해야만 하는 그런 고문 같은 시간이더군요.
저는 상담자로 일을 하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있는 사람은 비정상이며, 홀로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 외로움은 고통을 유발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올 때마다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편안하게, 행복하게 만드는지 제 자신에게 묻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건 곧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래서 여행도 시작하고, 고양이도 입양하고, 채식도 하게 되었죠. 이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 운영도 마찬가지 이유로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채워져 충만하게 된 제 마음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스스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외로움은 내가 동의할 때만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우리가 지금까지 외로움이라고 착각했던 많은 감정들이 사실 각종 결핍은 아닐까요?
답은 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경험한 내용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모르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처절한 외로움이 어디에선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진정한 외로움과 짭퉁 외로움을 분명하게 구분하려면 우선 철저히 혼자가 되어 내면의 자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고독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때가 되면 평소 내가 혼자 있을 때 느꼈던 감정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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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별이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을 만나는 상담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애도의 6단계입니다. 각 단계에 따라 상담자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담자가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다만 죽음 연구의 대가였던 Ross 여사도 생전에 강조해서 말씀하셨듯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속도와 순서로 각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 1단계 : 충격
상실의 초기에는 내담자가 일상적인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상실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항상 해 오던 아주 단순한 일상적인 일도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거나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지지받을 수 있는 가족, 친구와 연결됨으로써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 2단계 : 슬픔
충격이 지나간 뒤에는 심한 슬픔이 몰려온다. 이 단계의 특징은 극적인 정서적 표출이다. 내담자는 평소와 다른 슬픔을 격하게 표현하게 된다. 상담자는 이러한 내담자의 슬픔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애도 과정에서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 3단계 : 외로움
슬픔 후에는 심한 외로움이 다가온다. 그런 고독은 평소와는 다른 신경과민, 수면장애, 식욕감퇴와 같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최대한의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유동식을 섭취하고, 어렵더라도 매일매일 약간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4단계 : 분노와 죄의식
외로움 후에 내담자의 대부분이 상당히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이런 곤경과 좌절은 그들에게 강한 분노와 죄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상담자는 이들이 가능한 한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좋은 생각과 감정을 갖도록 해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실을 통제하고 재구성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5단계 : 우울
내담자는 고인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종종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위기개입이 최적의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담자의 상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정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편안함과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 6단계 : 미래에 대한 재조명
5단계의 마지막 즈음에 내담자는 보통 마음의 평안을 느끼는데 이것은 슬픔의 마지막 단계이며, 미래에 대한 재조명을 하게 되는 시작 단계이다. 내담자는 6단계를 거치면서 위기 이전의 평형과 비슷한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음주 운전에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과 같은 단체 활동이 슬픔을 긍정적이고, 지속적이며,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고 재구성한 좋은 예이다.
출처 : McKenna, S.(1999, September 28). Stages of grieving.(Third Age Home Page on the Internet at http://wwWithirdage.com/features/family/alone/). In Finding Support Online. by Sharon McKenna.에서 일부 내용을 첨삭 및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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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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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가 바로 '재발'입니다.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재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도박자 개개인에게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위험 요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니까요(지피지기 백전불태).
재발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입니다. 예전에 이미 한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HALT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HALT는 각각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의 영문 앞글자입니다.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소인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도박자 내면에 있습니다.
둘째는 대인 갈등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LT 중 절반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분노감이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대인 갈등이 도박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을 계속하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 모두에 대해 도박자가 가장 많이 보고하는 이유 중 하나인만큼 대인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경우 단도박 의지가 약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데도 내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 또한 대인 갈등입니다. 그러니 대인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이 도박 중독 치유에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자의 바깥에 있지만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회적 압력입니다. 대인 갈등과 마찬가지로 도박자의 바깥에 있으며 약간 떨어진 원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사회적 압력은 함께 도박을 했던 도박 동료, 친구를 비롯해 도박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외부 영향을 의미합니다. 명절 때 내기 윷놀이를 하는 친척들이나 게임비 내기 당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력 요소가 무서운 이유는 두 번째 요소인 대인 갈등을 피하려다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갈등을 피하면서 사회적 압력을 무마하려면 상당히 정교한 대인 관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상담과 연습을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그 때까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준수가 생명입니다.
다시 한번 도박 중독 재발의 최대 위험 요소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부정적인 정서 상태(HALT)
2) 대인 갈등
3) 사회적 압력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매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도박 중독에서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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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지게 하는 대표적인 정신적 요인들의 영문 앞자를 묶어서 현장의 상담자들은 HALT라고 부릅니다.
바로
Hunger(배고픔),
Anger(분노감),
Loneliness(외로움),
Tiredness(피곤함)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 상태에 노출되게 되면 중독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볼 때 H.A.L.T.는 단순히 중독에 빠지는 위험 요인인 것 뿐 아니라 탈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 재발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배고픔과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가 고프다고 곧바로 도박을 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배가 고프면 정서적 허기를 느끼기 쉽고 그러한 정서적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도박을 하고 싶어집니다.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이나 지인과 다툼을 겪고 나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자기 파괴적인 행동 방식으로 도박을 선택하는 도박 중독자가 많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외로움을 느끼면 위로를 받거나 외로움을 잊기 위해 회피형 도박자(escape gambler)들은 흔히 다시 도박에 손을 대곤 합니다.
피곤함을 느끼면 도박 생각조차도 안 날 것 같지만 육체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하루의 피로를 잊기 위해 한 잔 술을 마시듯이 신체적인 피곤을 잊기 위해 도박을 선택하는 도박 중독자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을 할 때 각성되는 느낌이 몸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죠.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 중독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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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장애로 인해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이나 옮겼고 천신만고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촉망받는 심리학자로 탄탄대로를 막 걸어가려던 무렵 33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가 된 사람, 그 이후 이혼과 지독한 우울증, 자녀들의 방황, 아내,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한데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가 자폐증 판정을 받은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을 쓴 대니얼 고틀립 박사입니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쓴 책으로 자신의 투병 생활에서 느낀 점과 임상가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말 할 수 있는 소중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결코 투쟁기나 성공담이 아닌 그야말로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한 임상가의 솔직한, 그러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자기 고백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모든 실패와 좌절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 고백이기에 그만큼 더 절실하고 마음을 울리며 다가옵니다.
절망의 나락에서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를 그야말로 몸으로 체득한 사람의 말이기 때문에 그런 소중한 지식을 너무나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사랑, 후회, 연민, 죽음, 불안, 평가, 분노, 연민, 마음, 경청, 평화, 적응, 미래, 인생, 외로움, 영혼, 상처, 사색, 치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가 마음을 울리는 책, '마음에게 말걸기'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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