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도박자는 반드시 자신의 도박 충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을 다룰 수 없는데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도박 충동을 인정해야 치유 과정에서 도박 충동이 줄어드는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고 그 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치유적인 기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자기 도박 충동의 존재와 정도를 모른다면 제대로 된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도박 충동의 존재는 상담자와 도박자가 이미지를 활용한 간단한 심상화 과정을 통해 외재화함으로서 알 수 있지만 도박 충동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도박 충동 그 자체보다 도박 충동과 결합되어 있는 생각과 감정을 다룰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용어를 다룰 때 많은 상담자들이 그것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만 간주하곤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상담자마저도 도박 충동을 고삐 풀린 괴물로만 인식하고 있으면 도박 충동을 가둬놓으려고만 하지 길들이려고 시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이론과 달리 제 경험으로는
도박 충동과 좀 더 가깝게 결합되어 있는 것은 도박 감정이 아닌 도박 생각입니다. 거의 자동적 사고 수준으로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 뿐이지 도박 충동이 일어나자마자 어느새 도박 생각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도박자 고유의 도박을 허락하는 생각을 빠르게 반박하지 않으면 곧바로 도박을 하도록 밀어붙이는 감정이 뒤따라 올라오게 됩니다. 도박 생각은 그나마 합리적인 논박이 가능하지만 도박 감정은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한번 휩쓸리면 인지적인 제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의 제어는 결국은 도박 감정보다는 도박 생각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도박 중독자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이는 도박 감정과 그 결과에 몰입된 상태이므로 알코올 중독자가 술 생각이 나는 것이 당연하듯이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 생각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박에 대한 생각이 도박 충동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박 중독자의 의지와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상담자가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도박 충동을 다룰 때 관련되어 있는 도박 생각과 도박 감정을 구분하고 도박 생각이 먼저, 도박 감정이 나중에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도박 중독자가 도박에 대한 에피소드(과거에 도박을 했던 추억일 수도 있음)를 이야기할 때 뒤따르는 생각(의 경우 뒤따른다기보다는 동시에 떠오른다는 것에 가까움)과 감정을 구분하고 생각은 자동적 사고를 찾듯이 탐색하여 반박 논리를 개발하고 감정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나누어 어떤 신체적 증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땄던 때의 추억을 말할 때 약간은 흥분되고 심장이 빨리 뛰고 온몸이 저릿저릿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보고할 수 있으며 도박으로 돈을 잃었던 때의 경험을 말할 때 가슴이 텅빈 것 같고,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뱃속에 묵직한 돌이 든 것 같은 무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도박 충동을 통제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니 잘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브레이크로, 긍정적인 감정은 경고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글이 중언부언 길어졌는데 간단 요약해 봅니다.
1. 도박 충동은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핵심 주제이다.
2. 도박 충동을 다룰 때에는 도박 생각과 도박 감정을 구분하되 함께 다루어야 한다.
3. 도박 충동은 대개 도박 생각이 먼저, 도박 감정이 뒤따르지만 파괴력은 도박 감정이 더 크다
4. 도박 감정은 에피소드에 따라 긍정적, 부정적 감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분석하여 잘 챙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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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치료를 진행할 때 부부갈등의 원인을 어느 한 쪽 배우자가 제공한 것이 어느 정도 분명한 경우(예, 도박, 불륜 등)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치료에 어려움이 더 많습니다.
물론 도박이나 불륜이 부부 갈등의 원인이냐, 아니면 결과이냐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도박중독 부부치료의 경우에 도박자의 배우자는 부부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릅니다. 도박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고 믿기 때문에 도박자에 대한 배신감, 분노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가장 큰 문제는 도박자와 도박 문제를 분리해서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도박중독이라는 병에 걸린 도박자, 도박 충동에 의해 조종당하는 도박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도박자=문제'라는 공식을 그대로 대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치료적인 개입에 자신도 모르게 저항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박중독 부부치료에서는 '외재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치료 및 상담에서
'외재화(externalization)'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문제를 대상으로부터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즉 도박자와 도박중독을 분리하고 도박중독을 도박자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도박중독을 공동의 적으로 설정하고 배우자와 연합 전선을 펴는, '외재화'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기술은 바로 '이미지'를 이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도박중독이나 도박충동을 마귀, 괴물 등의 이미지로 떠 올리고 배우자를 도박충동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둑각시로 형상화함으로서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의 낭비를 줄이고 치료 역량을 도박중독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물론 외재화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고 전문가와 함께 적절한 외재화 기술을 습득하고 계속해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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