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굴을 빠져나와 원래 걷던 길로 돌아와 조금 더 올라가니 오동도 등대가 나타납니다.
입구에 앙증맞은 빨간 달팽이 구조물이 있는 등대인데요.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 전망탑까지 지친 다리를 끌고 또 올라가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인데 문제는 전망대를 둘러 설치된 강화 유리가 부옇고 더러워서 전망이 썩 좋지 않습니다. 시설 관리하는 부서에서도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던데 그만큼 더럽습니다;;;;
휭 둘러보고 내려와 등대 매점에서 아이스 동백꽃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2,000 원). 목이 탔을 때 마셔서 그런지 시원은 했지만 꿀차와 다를 바 없는 맛이라서 꼭 드셔보라고 권해드릴 수준은 아닙니다.
오동도 등대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계단이 많고 힘들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리 난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그늘도 많고 중간에 쉴 수 있는 곳도 많아서 쉬엄쉬엄 가도 됩니다.
등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음악 분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리로 가면 올라올 때처럼 오르락 내리락 할 필요없이 쉽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시원한 나무 그늘길도 통과하면서 말이죠.
내려오고 나니 다리도 좀 고단하기에 동백 기차를 타고 나갈까 싶어 시간표를 봤는데 방금 떠났는데 30분이나 기다려야 하더군요. 기다리느니 결국 그냥 걸어서 오동도 밖으로 나와 다시 낑낑대며 스카이 플라이를 타기 위해 산을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완성된 후 여수에 내려가실 분들은 꼭 엘리베이터 타세요;;;;
올 때는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스카이 플라이가 돌산대교를 가로질러 가는군요. 돌아갈 때 유난히 바람이 세서 그런지 캐빈이 흔들리는게 스릴 만점이었습니다(라고 쓰고 덜덜 떨었다고 읽는다). 게다가 답답하다고 환기나 하자며 머리 위의 환풍구를 조금 열었더니 그리로 황소바람이 들이치면서 더 많이 흔들리더군요. ㅠ.ㅠ
지금도 배를 건조하는 건지 그냥 사용하는 배를 끌어다가 올려놓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탑승장으로 돌아왔습니다. 2층이 탑승장이고 1층은 편의점, 커피 전문점 등의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스넥바도 있죠.
이제 슬슬 체크인을 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스머프 흙집 펜션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스머프 흙집 펜션은 이름 그대로 스머프를 모토로 해서 황토로 주인장께서 직접 지었는데요. 풍광이 엄청납니다. 보시죠.
바다가 코 앞이라 산책을 나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 스머패트가 반겨주네요. ^^ 입구 바로 오른쪽에 수영장도 있습니다만 제가 갔을 때는 아직 물을 채워놓지 않아 수영은 못 했네요. 여름에 방문하시면 수영하면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펜션은 버섯 모양으로 된 독채 집이 연결된 형태라서 독립성이 보장됩니다.
나무로 된 창호문으로 모양새는 살리면서도 번호키를 장착한 유리문으로 보안 문제도 해결한 게 눈에 띕니다. 왼쪽의 흰 나무장은 신발장입니다.
모든 방이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묵은 홍두깨방(재미나게도 모든 방 이름이 만화 주인공 이름입니다. 홍두깨, 하니, 엄지, 고길동, 까치, 짱구 등)에서는 바다가 그대로 보이네요.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황토, 나무, 한지를 주 재료로 사용해 지었답니다. 그래도 에어컨, 위성TV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원룸 시스템인데 인원수가 많은 경우 복층으로 된 방도 2개인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방으로 들어오면 왼쪽이 주방, 오른쪽이 욕실입니다. 주방은 사용하지 못했지만 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더군요.
전망도 좋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더군요. 주인장이 처음에 맞이해서 이용 안내를 한 뒤로는 일체 간섭하지 않아서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체크아웃하면서 문자 드렸더니 보일러 끄고 문만 잘 잠그고 가시면 된다고 하네요. 와서 점검도 안 하더라는;;;; 관리 참 손쉽게 하시네요;;;;
제가 원래 여행을 가도 잠자리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황토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 숙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개운하더군요.
이용요금은 비수기 기준 1박에 12만 원인데 저는 쿠팡가 8만 원으로 묵었습니다.
스머프 흙집 펜션에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청결함과 훌륭한 전망만으로도 추천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일단 짐을 풀고 어두워지기 전에 향일암을 횡하니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27
스카이 플라이 탑승동에서 오동도 입구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지만 워낙 가파른데다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조심조심 내려가야 합니다. 비라도 내리면 미끄러지기 딱 좋겠더군요. 내려가는 동안 딱 두 가지 생각만 들었습니다. 1) 이거 왠지 만리장성 오를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2) 지금은 수월하게 내려가지만 이따가 돌아올 때 죽었다. ㅠ.ㅠ
계단을 다 내려오면 곧바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동도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죠.
사진에는 잘렸지만 오른쪽에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입장문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기에서 입장료를 징수했나 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입장료가 무료였고요.
오동도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오른쪽에 유람선, 모터보트를 타라고 호객하는 분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열심히들 외치지만 유람선을 타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대개는 오동도를 가볍게 둘러보려는 관광객들이니까요.
입구에서 오동도까지 들어가는 길이 평지이기는 해도 꽤 먼 거리이기 때문에 셔틀 버스처럼 운영하는 동백 기차를 타셔도 됩니다만 요금이 싼 대신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저같은 뚜벅이들은 30분을 기다리느니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걸 택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겁니다. 저도 그냥 걸어서 왕복했습니다.
방파제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타고 오동도 근처까지 들어와서 돌아본 풍경입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기 때문에 걸어서 왕복해도 그리 힘들지는 않으나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자나 선글래스, 썬크림을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동도 초입에 도달하면 직진할 수도 있고 등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꺾어질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오른쪽으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 수는 있지만 삼림욕을 하는 느낌이라서 좋거든요.
등대로 가는 도중에 오른쪽으로 다시 한번 꺾어지면 '용굴'에 들를 수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해안가로는 원래 접근이 금지되어 있는데 그래도 굳이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죠;;;;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들렀기 때문에 용굴의 유래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도 용이 살다가 승천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300년 묵은 지네 전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용굴로 내려가는 길은 보시는 것처럼 잘 닦여 있어서 접근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보시는 것이 용굴인데요. 용굴 바로 앞이 그냥 절벽인데도 안전망 같은 게 전혀 없어서 꽤 위험해 보입니다. 발을 헛딛어서 떨어질 수도 있고 비라도 와서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사람들이 북적여서 안전사고 위험이 클 것 같더군요.
용굴은 오랜 파도에 의해 깎여서 만들어진 해식 동굴인데요. 지금은 썰물이라서 이렇게 다 드러나 있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바로 발 앞에까지 물이 들어차기 때문에 꽤 장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건 운에 맡겨야겠지만요.
용굴 입구를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니 마침 모터 보트 한 대가 물살을 가르고 쓩 하고 지나가네요~
용굴 앞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눈요기만 하고 다시 등대로 향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