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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유럽에서 나온 심리학, 정신의학 관련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코 quality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읽을 때마다 항상 뭔가 저랑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2013년 1월에 소개드렸던
'나라서 참 다행이다(2006)'는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책인데 개인적으로 별로였고, 좀 더 멀게는 2011년 6월에 소개한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2009)'도 그저 그랬습니다. 이 책은 독일의 심리학자인 우르술라 누버가 쓴 책이었죠. 왜 유럽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은 별로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의 유머 코드가 저랑 맞지 않아 썰렁하기만 하거나 번역이 별로이거나, 혹은 둘 다 문제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렇듯이 유럽의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쓴 책으로는 재미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입견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제 선입견이 강화되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아쉽게도 역시나 그랬습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만 45만 부나 팔렸고 10개 국어로 번역 출간될 정도의 베스트 셀러인데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만프레드 뤼츠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내용은 둘째치고 일단 기본적인 틀부터 문제입니다. 목차를 보시죠.
Part 1. 정상인이 더 문제다
1. 광기 :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
2. 골빈 사람들 :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
Part 2. 우리는 엉뚱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1. Why : 살짝 돈 것도 돌기는 마찬가지
2. Who : 사람마다 미치는 원인은 다르다
3. How : 정신병원 치료의 센스와 난센스
Part 3. 발칙한 만프레드식 치료
1. 뇌의 손상 : 머리에 충격을 준다고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2. 중독자들의 변명 : 근심을 덜기 위해 마신다.
3. 정신분열증 : 방황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
4. 조울증과 우울증 : 하늘을 찌르는 환호, 죽은 자를 위한 애도
5. 인간의 다양성 : 우리가 아직도 천국을 꿈꾸는 이유
어떠신가요?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감이 잡히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었다고 제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정상과 비정상이란게 그렇게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쉽게 진단 딱지를 붙이지 말라는 겁니다. 저자는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스탠더드패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입각하면 오히려 모순적인 용어처럼 들리기 때문에 저는 이런 용어 사용이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만...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되고 있지만 저자는 다분히 해결중심치료적 접근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저자가 해결중심치료를 통해 다양한 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해결중심치료가 장애에 따라 어떻게 달리 적용되는지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질지언정 현장의 임상가들에게는 지루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임상가이거나 정신 의학, 심리학 전공자들에게는 별로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앞으로 유럽에서 번역되어 들어온 정신의학, 심리학 책은 가능하면 안 읽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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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을 가진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정신병 때문에 뛰어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신병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다.
* 확실한 치료법이 있을 때만 이러한 진단이 정당성을 얻는다. 설령 조기 발견에 의미를 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확실한 치료법이 있을 때라야 정당성이 있다.
* 정신의학의 과제는 진짜 아픈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변호인이 되어야 한다. 정신병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짜증을 내는 사회를 고객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 진단을 하는 이유는 오직 치료를 위해서다. 그러므로 불치병 진단은 진정한 진단이라 할 수 없다.
* 소아 심리치료사 테아 쇈펠터는 이렇게 말한다. "환자는 자신에게 치유 능력이 있음을 모르지만 심리치료사는 환자 자신이 치유자임을 안다. 그것이 심리치료사와 환자의 차이점이다.
* 정신병은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환자들에게 다시 선택의 자유를 돌려주는 것이 치료사의 과제다.
* "왜 우울한가요?" 우울증 환자에게 이렇게 묻는 것은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략적 가족치료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한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우울증을 견뎌냈습니까?"
* 해결중심치료는 특히 중독증 환자에게 유용했다. 중독증 환자들과 주변 사람들은 중독증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이들은 치료사가 무엇 때문에 중독이 되었는지 물을 거라 예상한다. 이때 치료사가 첫 질문으로 "재발을 막을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냐?"라고 물으면 깜짝 놀란다.
* 해결책과 문제는 별개다. - 스티브 드 세이저 -
*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서 온 삶의 사건이다. 그러나 어떤 사례에서든 해결책은 저마다 다른 특별한 내부의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
*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고 싶지 않은지를 상상하라고? 환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동안 늘 바꾸고 싶은 것에만 집중했고 문제가 무엇인지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 스티브 드 세이저는 치료사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는 것도 해결중심치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상담실 문에는 이러한 글귀가 적혀 있다. "단기치료는 환자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실력 없는 치료사에게는 유용하지 못하다".
* 부모의 행동양식은 대부분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영향을 준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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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소개드렸던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 2002)'를 읽을 때에도 느꼈고 현장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아동/청소년의 사례를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아무나 부모가 되서는 안 됩니다. 아주 엄격한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 아이를 낳고 기르게 허용해야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후손을 생산하는 동물보다 못한 부모가 너무 많아요. 그런 부모들이 자녀의 영혼을 파괴하고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듭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부모들도 원가족 내에서 잘못된 양육을 경험한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이죠. 불행의 대물림입니다.
우르술라 누버는 독일의 심리학자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30만 권 이상을 팔아치웠다고 대놓고 책 표지에서 홍보를 하는군요. 저는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보다 이런 식으로 저자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홍보 방식을 취하는 책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별 하나 감점하고 들어갑니다. 어디까지나 제 감정적인 평가이니 참고하세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성장 과정에서 잘못된 양육을 경험한 결과로 불행한 삶을 산 경우와 잘 극복하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산 경우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비교하였다는 겁니다. 보통은 어릴 때에 경험한 트라우마가 인생을 망쳐놓는다는 식으로 쉽게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후반부에서 '대체 경험', '과거를 받아들이기', '새로운 이야기 하기', '거리 두기', '어린아이 달래기', '용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상담을 하면서 어릴 때의 상처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어 겪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어릴 때의 트라우마에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트라우마를 찾아내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걸 성인이 되어서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 해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서 쓰여진 탓인지 현장 전문가가 읽기에는 깊이가 다소 부족합니다. '내면 아이'에 대한 것도 그렇고 '역기능적인 신념'에 대한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별 세 개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또 하나, 저자가 독일 사람이라서 그런지 유럽권의 소설 이야기를 예로 많이 드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래서 몰입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면 아이' 문제와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트라우마 극복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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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아동에게 중요한 권리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맨 앞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사랑, 안전, 이해에 둘러싸여 자랄 권리를 말한다. 이는 모든 부모에게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이다. * 당신은 부모가 호의를 어떤 조건과 결부시키지 않을 때에만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음식을 말끔히 먹어치우고 좋은 성적을 받고 부모 말을 고분고분 잘 듣기 때문에 사랑받는 아이는 안정된 자아 존중감을 발전시킬 수 없다. * 어린 시절,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최소한 한 명의 성인과 맺은 안정적 정서적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어린 시절을 핑계 삼는 것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핑계 대기는 신념 체계가 되어 삶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삶을 연출하기도 한다. *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 말은 당신의 신념 체계를 논박하는데 도움이 되는 핵심어이다. *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내면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구별하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 *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시기에 나타나는 내면아이를 적절히 보살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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