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 차원에서 '사회적 민감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질은 하위 차원의 동질성이 강한 편이어서 방향성이 비슷합니다(다 같이 높거나 다 같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그래서 분석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처음 보는 생경한 용어가 많다보니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말이죠. 그래서 기질 차원은 울면서 들어가서 웃으며 나오는 영역입니다.
이와 반대로 성격 차원은 용어가 그다지 낯설지 않아서 처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방향이 반대로 갈리는 하위 차원들이 많기 때문에 분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격 차원은 웃으며 들어가서 울면서 나오는 영역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의 하위차원은 해석에 있어 워낙 경우의 수가 많다보니 모든 걸 다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고 꼭 알아야 하는 조합을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 자율성 성격
: 상담실을 방문하는 내담자 중 자율성 하위차원이 낮은 경우가 많고 다른 성격 차원에 비해 하위차원의 동질성이 강한 편이라 해석이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다음의 조합은 주의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다른 하위차원은 모두 -1SD 이하로 낮은데 '책임감' 하위차원만 낮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는 부모의 기대로 인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보통 MMPI-2에서 Re 척도가 함께 상승하거나 GM, GF 척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 연대감 성격
: 연대감 성격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조합은 '공감', '이타성' 하위차원은 높은데 '타인 수용'만 유의미하게 낮은 경우입니다. 얼핏 봐도 좀 이상한 모습이죠. 역지사지 능력도 괜찮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잘 하는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걸 못한다니 말이죠. 이건 그러한 공감 능력과 배려가 자신과 같은 in-group에 속한 사람들에 한정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니 outsider들에게는 오히려 더 가혹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조합이 나타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연대감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이런 선택적인 배려심을 발달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 자기초월 성격
: 자기초월 성격에서 많이 나타나는 조합 중 하나는
다른 하위차원에 비해 '창조적 자기망각' 하위차원만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건
'TCI 탐색적 흥분, 창조적 자기망각 하위 차원의 동시 상승이 의미하는 것'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체능 적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어서입니다.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이나 '영성 수용'까지 함께 상승하는 경우와 달리 '창조적 자기망각'만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는 진로 적성에 초점을 맞춰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또 다른 조합은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만 유의미하게 저하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원 점수가 0점 수준으로 낮게 나올 때가 많은데
'TCI 자기 초월 성격 중 우주만물과의 일체감 차원이 낮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 포스팅에서 다룬 것처럼
애착 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조적 자기망각' 하위차원은 낮은데('자의식' 하위차원이 높다는 이야기), '영성 수용' 하위 차원이 +1SD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우로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신앙심의 발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의식' 하위차원은 '회계사' 모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종교 생활 등의 목적이 신앙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기복 신앙이거나 이민 사회 적응을 위해 한인 타운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는 등, 현실적인 목적에 기반한 종교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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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H 성격 유형은 비조직화된(disorganized) 성격 또는 분열형(Schizotypal)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자율성, 연대감이 모두 low level이기 때문에 당연히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제가 supervision 때마다 늘 이야기하곤 하는 내면 아이 성숙도가 낮은, 그러니까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유형입니다.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기 초월 성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TCI/JTCI LLL 성격 유형의 이해 : 임상가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이 낮은 경우는 형이하학적인 방향으로 대처하는 겁니다. LLL 유형은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 차원이 모두 낮으므로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듯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대처 방략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럼 이와 반대로 LLH 성격 유형은 낮은 자율성, 연대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 하면 자기 초월 차원을 높여서, 그러니까 형이상학적인 방향으로 대처하게 됩니다. LLL 유형이 지극히 현실적인 대처 방략을 선택한다면 LLH 유형은 지극히 이상적인 대처 방략을 선택하는데 극단적인 형태가 공상이나 자신만의 상상 세계로 도피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를 '비조직화된' 성격이라고 해석하고 어떤 경우를 '분열형' 성격이라고 해석할까요? 이걸 구분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데 TCI에서는 어떤 성격 장애인지를 변별할 때 DSM 기준으로 기질 유형 8개, 성격 유형 2개를 사용하는 데 그 성격 유형 2개 중 하나가 분열형 성격이기 때문입니다(남은 하나는 편집형).
이를 위해서는 하위 차원 분석이 필요한데 자기 초월 성격에는 '창조적 자기 망각 vs. 자의식',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 '영성 수용 vs. 합리적 유물론', 이렇게 3개의 하위 차원이 있습니다.
보통 비조직화된 성격 유형은 자율성, 연대감이 낮아서 기질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하위 차원만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조적 자기 망각'이 견인하는 경우는 자신만의 상상이나 예술 세계에 몰입하고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이 특히 높다면 사회 운동이나 활동을 통해, '영성 수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면 신앙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차원이 상승하냐에 따라 비조직화된 성격 유형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이와 달리 분열형 성격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하고 특이해서 어느 하나의 차원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조직화된 성격 유형과 달리 세 하위 차원이 모두 1 표준편차 이상으로 높게 상승합니다. 모든 분열형 성격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하나의 하위 차원이 높아서 자기 초월 성격을 특징짓는 차원을 알아보기 쉬운 비조직화된 유형과 달리 대부분의 하위 차원이 모두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걸 기억하시면 비조직화된 성격 유형인지, 분열형 성격 유형인지 구분하는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분열형 성격이라면 기질이 LLL, LML처럼 A군 특징을 보이는 기질 유형으로 나옵니다. 만약에 기질 유형이 HLH, HMH처럼 B군 cluster에 속한다면 분열형 성격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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