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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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배우로서의 임창정을 좋아합니다. 미워할 수 없는 루저 연기의 최고봉이 임창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기가 조금 틀에 박힌 감은 있지만 그걸 임창정의 연기 특색이라고 조금 너그럽게 봐준다면 그만큼 궁상맞은 삶의 페이소스를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연기자도 드뭅니다.
이 영화에서 임창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진 것 하나 없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없는 가운데에서도 진실된, 그야말로 나름 열심히 사는 젊은이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사랑의 힘이 운명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깁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확실할 수만 있다면 무엇에라도 의존하고 싶어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 삶의 불확실성은 불안감에 비례해서 더 커지게 됩니다.
임창정이 연기한 원조백수 승원은 그런 불확실성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온몸을 바치고 최선을 다해도 안 되겠다 싶으면 찌질하게 매달리지 않고 깔끔하게 끝을 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뭐 하나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데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그렇다고 높은 점수를 줄 수만은 없지만).
달콤살벌 박예진은 '패떳'의 부작용으로 인해 정극 이미지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나름 열심히 했지만 패떳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연기도 아직 과감하지 못합니다. 영화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색즉시공'에서 하지원이 보여준 연기와 자꾸 비교가 되더군요. 조금 더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니 오히려 정극 이미지를 확연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청담보살같은 영화는 조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흐르지 않도록 양념도 쳐야하고 그렇다고 슬랩스틱 코미디가 되지 않도록 주변 정리도 잘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조연들은 존재감이 그리 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았습니다(예를 들어 병수와 지혜역을 맡은 김희원과 서영희가 서로를 그리워했음을 울먹이면서 재결합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보여주려고 한 메시지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담는 그릇과 어울림이 좀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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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유고 산문집입니다. 장영희 교수가 5월 9일에 세상을 떴고 이 책의 출간일이 5월 15일이니 그야말로 유고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이렇게 마음에 울림을 주는 사람의 글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아쉽고 마음이 그렇습니다.
그런데다 이 책은 제목이 무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입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했던 고민을 토로한 대목이 나오는데 정작 저자는 살아갈 기적을 만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살아온 기적과 살아갈 기적을 힘있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운명, 인연, 가능성, 다시 시작하기와 같은 내용들로 꽉꽉 채워 놓아 마음이 무겁거나, 용기가 없거나, 기운이 떨어질 때 읽으면 마음의 위로가 확실하게 됩니다.
'진짜 슈퍼맨'이라는 글에서 저자가 덧붙인 멘트를 인용합니다.
"2001년에 썼던 이 글이 참 새삼스럽다. 리브도, 윤이도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진짜 슈퍼맨'이 되기 위해서, 내 가족들, 내 학생들, 그리고 내 독자들의 '잘 싸워 주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용감한 싸움을 계속한다"
저자가 이 말처럼 살아 생전에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덧. 이 책은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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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남성들에게는 동성애 코드로 부담감을 만땅 안겨주고, 여성들에게는 훈남 조인성의 봉긋한 엉덩이만 각인시킨 결과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던 쌍화점을 봤습니다.
제 주변의 여성들은 정사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다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부담 백배라고 하던데 포르노그라피 경험치가 삼 갑자 이상은 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에게는 뭐 가슴도 뛰지 않는 평범한 수준이었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성에 대해 눈을 뜬 왕후와 총관이 탐닉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양이 아니라 질이니까요. ^^
정사 장면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등장 인물의 심리묘사와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주진모의 연기는 그야말로 발군이더군요. 대사 하나하나가 예술이요, 눈빛 연기 하나만으로도 연인에 대한 집착과 질투, 아련함 등을 모두 표현하는 것이 타이틀 롤에서 조인성에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지효와 조인성은 아쉽게도 대사를 칠 때보다는 입을 다물고 있을 때의 연기가 더 나았습니다. 특히 조인성은 소위 '후까시' 연기는 훌륭한데 폭넓은 감정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오버하는 것이 눈에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아직까지는 자객이나 강호 고수 역할이 더 어울립니다. 송지효는 '~했구나'투에 맞는 톤을 찾는데 실패하여 위엄있게 보이지 않고 철없는 애송이가 고상한 척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사보다는 오히려 성에 대한 희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육체에 집착하게 되는 연기가 더 나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 사람 모두 안타깝고 불쌍한 영혼들입니다. 원나라 공주의 신분으로 부마국에 시집왔더니 남편은 동성애자요, 후사를 위해 남편의 동성 애인과 잠자리를 해야 하고 그러다가 성에 눈을 뜨고 사랑에 빠진 왕후도 그렇고, 동성애자의 애인이 되었다가 뒤늦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는데 그것이 금기의 사랑이라 고자가 되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되는 홍림도, 믿을만한 사람에게 후사를 부탁해야겠다는 다급함에 자신의 동성 애인을 내 준 것이 치정극으로 발전해 그 애인이 자신에게 한번도 연모의 정을 품은 적이 없다는 독설을 들으면서 죽어가게 되는 왕도 모두 운명의 수레바퀴에 깔린 피해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지독한 수레바퀴네요.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신분과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죠. 왕이 연모의 정 운운할 때 홍림이 조금만 영악했어도 파국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을...
인물들의 심리묘사에만 집중하면서 본다면 상당한 수준의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덧. 제 생각에 주진모는 정말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인데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원 톱으로 뜨지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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