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상담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도구에는 TCI/JTCI, MMPI-2/A, SCT가 있습니다. 이 중 SCT는 (반)투사 검사이므로 구조화된 검사 도구인 TCI, MMPI를 중심으로 수검자가 응답 내용을 수정한 걸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석하는지 포인트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결과지를 분석하기 전에 답안지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부터 들여야 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TCI, MMPI를 사용할 때 코딩을 마치고 나면 결과지만 살펴보느라 바빠 답안지를 무시하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답안지야말로 수검자의 응답 경향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원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MMPI-2/A에서 살펴봐야 할 응답 경향으로는 응답을 번복한 경우가 있습니다. 1~2개 정도야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응답을 번복한 문항 수가 많은 경우는 Y -> N와 N -> Y로 번복한 문항들을 방향에 따라 각기 모아서 내용 분석을 해 봐야 합니다. 특정 문항에 대해서만 이런 응답 번복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는 특정한 cluster 별로 문항들이 묶입니다.
다음으로 MMPI-2/A와 TCI/JTCI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응답지 수정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이것도 앞선 해석과 마찬가지로 응답을 수정한 문항의 수가 많아야 합니다. 1~2 문항 정도를 수정한 것은 굳이 해석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먼저 답안지를 작성하는 중간 중간에 수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충동성'입니다. 특히 응답 속도가 빠른 경우가 그렇습니다. 당연히 TCI/JTCI의 자극추구기질 중 충동성 하위차원이 유의미하게 높은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충동적으로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정액이나 지우개를 사용하기 보다는 사용하는 필기구를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곧바로 수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와 달리 일단 모든 문항에 대한 응답을 마치고 나서 한꺼번에 수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완벽주의 경향이나, 강박성 기질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충동적인 문항 수정과 달리 전반적인 응답 속도가 느리며 수정액이나 지우개를 사용해 꼼꼼히 고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충동성과 완벽주의 경향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응답 경향성이 있는데 답안지를 사용하지 않고 우선 검사지에 체크한 후 나중에 답안지에 몰아서 옮기는 수검자의 경우입니다. 완벽주의 경향과 충동성은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충동성이 주의력 부족(작업기억 상의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답안지를 사용하라는 지시문을 주의깊게 읽어보지 않고 검사지에 곧바로 답을 적은 다음에 나중에 답안지에 옮길 때 꼼꼼히 살펴보는 수검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검자가 답안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수정 행동도 해석할거리가 있기 때문에 평가자는 이러한 부분도 꼼꼼히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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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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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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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분석 결과가 얼토당토 않게 나왔다는 건 흔히 이야기하는 '별이 뜨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 나와서는 안 되는 결과가 나온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값이 나올 수 없는 영역에서 -값이 나왔다든가, 0~1 사이의 값이 나와야 하는 분석에서 2.7이 나왔다든가 하는 경우입니다. +값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값이 나오는 식으로 방향이 정반대인 산출 결과가 나오는 것도 포함됩니다.
전혀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분석자는 당황하기 마련인데 이럴 때 살펴봐야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원자료 점검
:
위에서 설명한 경우의 90% 이상은 원자료(엄밀히 말하자면 코딩 실수)의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계 분석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역채점 문항이 있는지 모르고 정방향으로 채점한 변인(이 경우가 굉장히 많음)이 섞여 있거나 composite variable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거나 누락값이나 outlier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뭔가 실수를 했거나 하는 경우에 위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sample size가 크지 않은 임상, 상담 연구라면 원자료를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코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점검 과정이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sample size가 큰 양적 연구라면 재코딩을 하는 것이 큰 부담일테니 통계 분석 flow에 맞춰 하나하나 살펴봐야 합니다. 이 때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석 과정을 미리 flow chart로 만들어 놓고 각 분석 단계마다 명령어 파일(SPSS라면 Syntax 파일)을 순서대로 저장해 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니까요. 이런 실수 때문이 아니더라도 통계 분석을 할 때에는 각 단계마다 항상 명령어와 결과물을 잘 정리해놔야 합니다.
2. 선행 연구 재점검
: 통계 분석에 아무런 오류가 없는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은 연구 가설 설정이 잘못되었을 수 있습니다. 선행 연구에 대한 review가 충분하지 않아서 실제로 -값이 나올 수 있는 관계인데 +값이 나오는 연구 결과만 참고하여 가설을 설정했을 수 있습니다. 시간에 쫓겨 가장 핵심이 되는 선행 연구 중심으로만 연구 가설을 설정하면 그렇게 되기 쉬운데 major journal에서부터 키워드 검색을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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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로서의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심리평가나 상담과 관련하여 가능한 한 투명하게 모든 것을 내담자와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걸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심리평가와 관련해서는 관련글을 여러 차례 포스팅 한 적도 있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그런데 부부 상담이 실패하여 이혼 소송으로 귀결된 상황만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자신의 내담자였던 부부 중 한 쪽 배우자가 이혼 소송에 사용하겠다며 상담 기록을 달라고 요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 기록은 내담자의 것이니 그냥 줘도 될까요? 아니면 소송 상대인 배우자의 동의가 없는 한 요청한 내담자의 상담 기록만 추려서 제공하면 되는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걸린 경우에는 가능하면 상담과 관련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담자로서의 중립 위반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담 기록을 요약하거나 확인서를 쓰려고 노력해도 이미 진행된 상담 내용을 통째로 주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주관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부 상담자로서의 중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큽니다. 상담자의 중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라든가, 중립을 지키는 것이 100%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couple therapy의 경우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거지요.
2. 상담 내용의 오용 문제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지만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담과 반대로 법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내담자의 치유에 대해서는 관심 없습니다(법은 사실 그래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치유를 위해 내담자가 힘겹게 털어놓은 본인의 치부와 비밀이 악용당할 가능성이 큽니다(상담 기록을 요청하는 배우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걸 활용하려고 요구하는 것이죠).
3. 이중 관계
제가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을 때 상담 기록 공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이중 관계를 맺는 것이고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고 싶은 마음에 상담 기록을 넘길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상담자-내담자 관계에 법적인 조력자 또는 지지자의 관계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추가되는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상대방 배우자(한 때 내담자였던)와 맺었던 치유 관계가 훼손되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법적인 문제로 상담 기록을 요구받을 때 법적 한계와 상담자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만 고려하기 쉬운데 치유적인 관계 안에서만 생각해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적 소송 때문에 상담 기록을 요청받으면 상담 중이든 이미 종결한 상태이든 반드시 요청한 내담자와 다시 약속을 잡아서 전후 사정을 듣고 이를 상담의 틀 안에서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가끔은 상담 기록의 요구가 냉철한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분노의 충동적 표출이나 수치심의 배출 경로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상담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담자의 역할을 고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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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원자료를 raw material이라고 쓰거나 제목의 reading을 다른 용어로 바꾸거나 해야 하는데 적절한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네요. 너무 습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업계 용어는 막상 바꿔쓰고 싶어도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잘 엮어서 핵심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각 검사들의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필요한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문제죠.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은 각 검사 sign이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부분만 찾으려고 애쓰는 것인데 그렇게 딱딱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런 전형적인 profile보다는 반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원자료 리딩을 잘 하기 위해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 중 하나는 '의외성'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한 검사에서 발견되는 의외성을 눈여겨 보고 그 검사 sign으로부터 가설을 설정한 뒤 그 의외성을 다른 검사의 sign들과 교차 검증해 보면 그때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역동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등교 거부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할머니와 함께 심리평가를 받으러 왔고 부모가 바빠서 동행하지 못해 발달력 등의 개인 정보가 거의 없는데다 할머니가 손주와 함께 살지 않아 자기보고형 평가 도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한번 보죠. 문장 완성 검사에서도 아이가 부모나 가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술로만 일관하고 지능 검사 결과도 평이해서 별로 연결된 고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KFD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을 그렸는데 자신만 안 그렸다면 밖에 나가서 놀고 있어 안 그렸다는 아동의 보고만 믿고 넘어가지 말고 그 의외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자아중심성이 강하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나이인데 가족화에서 자신만 안 그렸다면 가족 내 갈등이 있거나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등교 거부도 학교에서 또래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파괴적인 관심끌기나 알 수 없는 이차 이득이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의외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투사법 검사의 sign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기 보고형 검사 등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궤를 달리하는 투사법 검사 결과가 새로운 가설을 입증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니 원자료 리딩을 할 때에는 공통된 부분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뜻밖의 모습을 보이는 검사 sign을 눈여겨 보고 새로운 가설을 설정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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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 내담자가 예전에 병원에서 받은 심리평가 결과와 상담을 하면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를 비교해 보고 싶어함
* 상담을 종결한 내담자가 센터에서 받았던 심리평가 결과와 원자료를 갖고 싶어함
* 상담자를 바꾼 내담자가 현재 상담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심리평가보고서와 원자료를 달라고 함
위의 경우 중 상담자/평가자 또는 센터에서 내담자에게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건 어떤 사례일까요?
어떤 사례인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심리평가 자료의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피검자가 원하는대로 모두 주어야 한다'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임상가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보기 바랍니다. 의무 기록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니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군색한 변명은 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따지자면 심리평가 관련 자료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법에 의해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임의 보관하는 것 자체가 위법일 소지가 더 클 겁니다.
피검자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받은 서비스의 결과물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합니까?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어떤 상황에서 주고, 안 주고, 또는 준다면 어느 수준까지 공개해야 하느냐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검자가 자료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이유가 피검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만약 아니라면 어떻게 치료적으로 다루어야 하는가입니다.
그런 고민은 하지도 않고 문제가 될 소지만 줄인답시고 무조건 피검자에게 검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설정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라포를 형성하고 치유가 되겠습니까.
모름지기 상담자라면 지엽적인 행정 업무가 아닌 내담자의 치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재차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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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직업은 아닙니다만 불필요한 종이 사용량은 의외로 굉장히 많습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사용하는 검사지, supervision을 받거나 자료 보관을 위해 사용하는 복사지, 상담 일지,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자기 보고형 질문지 등등.
그래서 소소하지만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시작합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상담 기록은 아이패드와 전자펜을 이용해 전자 관리하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평균 3~4건의 상담을 하고 있는데 A4 용지 기준으로 5~6장이 소모되더군요. 한 달만 모아도 엄청난 양이 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다음으로
제게 supervision을 받는 선생님들께서는 제게 보여주실 자료를 준비할 때 최소한 문서 파일로 작성하는 심리평가보고서와 상담 관련 정보 파일은 문서로 출력하지 말고 이메일로 미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무겁더라도 매일 아이패드를 지참하고 다니겠습니다. 한번 보고 버려지는(그것도 개인 정보 노출 때문에 이면지나 폐지로 활용할 수도 없는) 종이가 너무 아깝네요.
조금 더 노력을 하실 선생님들께서는 검사 원자료도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분들은 이미지 파일들을 하나로 합쳐서 PDF 파일로 보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다짐일 뿐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자연 환경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의 많은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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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supervision의 경우 supervisee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피검자에 대한 정보 요약* 검사 원자료 사본* supervision을 받고 싶은 point 요약*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간혹 진단이 중요한 피검자의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막상 supervision을 받아보니 내가 내린 진단이 완전히 틀렸고 당연히 틀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해서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죠. 그러면 앞으로 자신이 없고 formulation도 잘 안 되는 피검자는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자료만 들고가서 supervision을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는 supervisee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보고서를 써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단을 완전히 헛짚은 보고서라도 그걸 쓰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고민과 노력이 알게 모르게 녹아들게 됩니다.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이 되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supervision을 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구분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꽤 많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지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supervision을 오래 받아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둘째. supervisor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supervisor와 함께 할 때에는 formulation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supervisor의 실력입니다. 나중에 혼자서 해 보면 자꾸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냥 supervisor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고민하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턱이 없습니다. supervisor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면 나중에 전문가가 되어서도,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supervisor만 찾게 됩니다.
셋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supervisor라도 보고서를 읽어 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코칭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만 갖고 formulation을 하면 당연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겠지요. 그러면 supervisee의 특징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덴지기 클론 보고서'가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 supervisor들의 강점을 잘 흡수해서 자신만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끄럽고 엉터리 진단을 내린 보고서이고, 나중에 거의 새로 쓰는 한이 있어도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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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가설 검증 방식을 사용하면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원자료를 검토함으로 인해 판단 착오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끝난 뒤 검사 원자료를 주욱 늘어놓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면서 답답한 한숨만 푹푹 쉬는 평가자라면 한번쯤 가설 검증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죠.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해도 모든 사례에 가설 검증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는데 가설 검증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아동을 심리평가 할 때 부모의 보고 신뢰도가 현저히 의심되는 경우입니다. 아동이 너무 어리면 MMPI-A와 같은 자기 보고형 검사 도구를 사용할 수가 없어 KPRC나 K-CBCL처럼 부모가 아동의 문제를 평정하는 척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부모가 아동의 문제를 잘 몰라서 제대로 평가할 수 없거나(차라리 그러면 다행인데),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을 염려해 문제를 축소 보고하거나 반대로 상대방 배우자나 그의 부모를 원망하기 위해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경우, 또는 정작 자신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어 문제를 왜곡해서 지각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부모의 주관적 관찰 보고에 의해 가설을 설정하게 되면 오히려 더 헤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가설 없이 blinded evaluation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또한 부모의 평정 신뢰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MMPI-2와 SCT 정도의 자기 보고형 검사는 screening 차원에서 반드시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성인을 심리평가 할 때 이차 이득(secondary gain)이 두드러지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자면 군 복무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정신과 진단서를 받기 위해 심리평가를 받는 사람이 바로 그런 경우죠. 이 경우는 자신이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상태임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다양한 증상들을 과장해서 보고하기 때문에 그런 호소(complaints)를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설명되지 않은 가설만 잔뜩 만들었다가 정작 원자료와 충돌하면 당황하게 됩니다. 이 역시도 blinded evaluation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셋째. 배경 정보로 추정한 1차 가설들이 서로 배타적으로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내 욕을 하는 환청이 들린 지 10년이 넘었다는 문제와 기분 변화가 너무 심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는 증상을 동시에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첫 번째 문제는 SPR계열 장애의 1차 진단 가설이 가능할테고 두 번째 문제는 기분 장애군에 속하는 1차 진단 가설이 가능할텐데 두 가설의 접점은 Schizoaffective Disorder 정도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환청이 10년이나 들릴 정도로 만성화되었다면 그 가설은 별로 신빙성이 없죠. 이런 경우 억지로 여러가지 문제를 공통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설정하는 건 무리한 시도입니다. 그러니 가설을 설정하지 말고 원자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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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검사가 끝난 뒤 원자료를 늘어놓고 뒤적거리면서 퍼즐 맞추듯이 case formulation하는 것만큼 비효과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임상가들이 여전히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한 5년 쯤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린 적(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 참조)이 있었죠.
그런데도 여전히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진단 가설을 세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더군요.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증상을 바탕으로 세운 '1차 가설'과 심리평가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2차 가설(진단 가설)'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 상태이며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누군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평가한다고 해보죠
증상을 바탕으로 한 1차 가설(증상을 보았을 때 평가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가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Social Phobia :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피하게 된다(당황스럽다, 불안하다?).* Avoidant PD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을 피해 왔다(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다)* SPR, prodromal stage : 밖에 나가지 않고 최근에 누군가 내 욕을 하는 느낌이 든다(social withdrawal, idea of reference or auditory hallucination).*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 :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다(identifiable stressor?). * Delayed PTSD : 시선 공포가 있다(비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guilty feeling?)
등등
1차 가설은 수검자의 주 호소(chief complaint)를 통해 세우는 것으로 숫자가 많아도 상관 없고 틀려도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가설을 많이 세울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어차피 가설 검증 과정에서 배제될테니까요. 1차 가설 설정에서는 정확성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가설이 포함되는 것에 치중하세요.
그런데 심리검사 결과를 갖고 이 많은 1차 가설을 몽땅 검증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검증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해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기 위한 2차 가설로 추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변별 진단을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위의 보기로 다시 돌아가서
* Social Phobia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그런지 낯선 사람들에게만 그런지(대상의 일반화 가능성 확인)* Avoidant PD의 경우 창피나 거절을 당한 과거 경험과 그런 경험의 반복 여부(지속성)* SPR, prodramal stage의 경우 persecutory ideation, auditory hallucination 여부(사고 장애 유무 확인)*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의 경우 가정 및 학교 생활에서의 부적응 유무(malfunctioning)* Delayed PTSD의 경우 sexual history 및 eating problem 확인
등을 추가 면담, chart 및 clinical history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1차 가설 중 몇 개가 탈락하게 되고 좀 더 가능성이 큰 소수의 진단 가설(2차 가설)로 추려지게 되죠.
이제 추려진 몇 개의 진단 가설을 드디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1차 가설을 검증하지 말고 일단 2차 가설로 한번 더 추려낸 뒤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가설만을 검증하시면 좀 더 효과적인 case formulation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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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심리평가/심리치료의 supervision을 이메일로 진행하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대면 상담처럼 supervision 할 때도 비언어적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즉각적인 feedback이 오고가야 해서 이메일 supervision은 투입되는 시간 대비 효율성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대면 supervision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먼 거리에 계신 선생님이나 시간 관계 상 대면 supervision이 불가능한 응급 케이스 등이 생길 수 있어 피치 못하게 이메일을 이용해 온라인 supervision을 받아야 하는 분들을 위해 안내 드립니다.
다만 이메일 supervision은 상담 심리학회 수련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 공부 차원에서 받아야 하는 분들만 신청하세요.
* due date
: 가능한 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시는 것이 좋으나 최소한 심리평가보고서가 제출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72시간 전에는 제가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내주셔야 합니다.
-> 월, 화요일은 휴일이니 72시간을 계산할 때 빼셔야 합니다.
* 준비물
: 심리평가보고서, 원자료를 순.서.대.로. 스캔한 PDF 파일, supervision 받고자 하는 내용 정리한 것
1. 모든 자료는 하나의 PDF 파일로 합쳐서 보내주셔야 합니다.
2. PDF에 들어갈 검사 결과 순서(종합심리평가기준) : MMPI-2/A 응답지 -> MMPI-2/A 결과지(1~6번) -> TCI/JTCI 응답지 -> TCI/JTCI 결과지(1~2번) -> 문장완성검사 앞 -> 문장완성검사 뒤 -> BGT copy -> BGT recall -> 지능검사 profile 결과지 -> HTP -> (KFD) -> 로샤 결과지 -> 반응 영역 기록지 -> Structural Summary
* 비용
: 대면 supervision과 동일합니다. 사실 대면 supervision에 비해 이메일 supervision이 시간과 품이 더 많이 들어가거든요.
* 보낼 곳
: walden3@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되고 메일 내용에 피드백이 언제까지 필요한 지 꼭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 저는 국가 공인 자격(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 상담사, 전문상담교사) 보유자이거나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 상담심리학회 자격 수련 과정 또는 해당 전문가 자격 보유자가 아닌 경우는 supervision을 하지 않습니다.
덧2. 여러 개의 스캔 이미지를 하나의 PDF 파일로 만드는 방법은 'JPEGtoPDF'같은 무료 프로그램을 활용하셔도 되고 아래아 한글이나 MS워드에 순서대로 붙여넣어 PDF 파일로 만드셔도 됩니다. 본인이 편안한 방법을 사용하세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시면 어렵지 않게 방법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덧3. 본인 자료를 supervision 받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적발 시 모든 개인 supervision 및 오픈 supervision 참석,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 금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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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임상 심리학회 회원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임상심리전문가가 심리검사 원자료를 치료적 목적으로 병원 전산망에 등재했는데 환자가 의무기록복사를 신청하자 주치의가 이를 승인해서 심리평가보고서와 함께 원자료도 복사해 주었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다른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이러한 논란이 벌어진 이유는
심리검사 자료 관리에 대한 제반 기준과 관련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임상 심리학회에서 심층 논의를 거쳐 학회 차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판단하기 곤란한 문제들이 속속 불거져나오고 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에 준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에 의해 산출되는 진단서, 진료 기록과 마찬가지로 심리검사 원자료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전문성과 결합하여 심리평가 보고서라는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이는 모두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발생하며 환자는 검사비 지불을 통해 기록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다음은 의료법 21조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에 규정된 진료 기록의 보존 연한 규정입니다.
* 환자 명부 5년
* 진료기록부 10년
* 처방전 5년
* 수술기록 10년
* 검사소견기록 5년
* 방사선 사진과 그 소견서 5년
* 간호기록부 5년
* 조산기록부 5년
* 진단서 등 부본 3년
여기에 심리검사 원자료와 심리평가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방사선 사진과 그 소견서'가 가장 흡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을 보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억지 끼워넣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정말 심리검사 원자료는 방사선 사진과 질적으로 다른 것일까요?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요? 방사선 사진은 단순하게 기계에 의해 촬영되는 것이고 심리검사 원자료는 숙련된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해서 산출한 것이니 다르다는 건가요? 저는 그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검사 원자료가 누출되었을 때의 악용에 대한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리어 무슨 악용이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심리검사 원자료는 하나의 검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피검자의 특성이 제한되어 있으며 전문가가 아닌 이상 검사 자료가 의미하는 바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의무기록복사 요청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 판정이나 산재 보험 등을 관할하는 기관에서는 원자료를 요구하지 않으며 심리평가 보고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심리검사 원자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바로 재평가를 담당하는 다른 기관의 전문가들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다른 기관에서 재평가가 의뢰된 환자를 심리평가 보고서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기존의 평가 기관에 원자료 사본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저는 심리평가 보고서 뿐 아니라 심리검사 원자료도 의무기록에 준해 관리해야 하고 환자의 정당한 요구가 있는 경우 당연히 사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현장의 전문가들이 심리평가에 대해 한층 더 한 책임감을 배양하고 오만한 전문성의 아성을 깨는 계기가 된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저는 심리검사 원자료가 의무기록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보다 관리 기준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3차 진료기관인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심리검사 원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의료 기관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특히 임상심리 전문가가 정직원이 아닌 비상근직으로 심리평가를 하는 local NP의 경우는 환자의 소중한 원자료를 외부 인력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분실, 누락,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면 현재 저는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이후 개인적으로 평가한 환자/피검자의 모든 보고서와 검사 원자료를 보관하고 있고 별도의 관리 규정이 정해질 때까지 최소 5년을 보관한 후 완전 폐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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