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TCI 미니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TCI를 마스터하려면 하위차원 분석을 잘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MMPI-2/A와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MMPI-2/A : 소척도 연결 분석이 핵심
TCI/JTCI : 하위차원 분석이 핵심
MMPI-2/A 결과를 해석할 때 code pattern에만 집착하면 수검자에 대한 detail한 이해가 부족하듯이 TCI/JTCI 결과를 해석할 때도 기질, 성격 유형이나 7개의 상위 차원만 개별적으로 해석하면 수검자의 핵심 특성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하위차원 분석이 왜 중요한 지 기질 차원의 실제 사례를 함께 살펴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 자극추구 기질
: 자극추구 기질의 하위차원들은 동질성이 높아서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은 보호 요인의 기능도 하기 때문에 증상을 과장하는 경향성이 있으면 반대로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Faking-bad 수검자의 TCI 결과에서 경계성 성격 장애가 나온 것을 검증하는 방법' 참조). 반대로 '탐색적 흥분'만 높다면 지적 호기심으로 높은 자극추구 기질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하위차원이 높은 경우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죠. 또한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수검자는 '충동성', '무절제' 하위차원이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자유 분방'까지 높으면 행동화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 때는 MMPI-2/A의 중독 관련 척도나 외현화 척도들이 함께 상승하곤 합니다.
* 위험회피 기질
: 위험회피 기질의 하위차원도 자극추구 기질처럼 동질성이 높아서 함께 움직이는 편입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둘 다 불안과 관련되어 있어서 유독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이에 비해 '예기 불안'은 우울 취약 기질이기 때문에 따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쉽게 지침' 하위차원과 함께 상승하면 우울 장애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MMPI-2/A에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 장애인지 관련된 검사 sign들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위험회피 기질'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INTR 성격 병리 척도가 상승하는지도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사회적 민감성은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과 달리 하위차원의 동질성이 높지 않아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석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질을 익힐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셔야 합니다.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정서를 다루는 하위차원(정서적 감수성, 정서적 개방성)과 대인 관계를 평가하는 하위차원(친밀감/거리두기, 의존/독립)으로 나뉘기 때문에 두 영역을 따로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강할 때 정서적 감수성, 정서적 개방성만 높은 경우와 친밀감, 의존 하위차원이 이를 견인하는 경우는 해석이 많이 달라집니다. 전자는 정서에 민감한 사람이지만 후자는 대인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예를 들어 동일한 연극성 기질(HLH)이라고 해도 전자는 감정 기복과 정서 조절 및 표현이 중요한 사람이고 후자는 관심 끌기와 대인 관계 갈등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 인내력 기질
: 다른 기질 차원과 달리 인내력 기질은 기질 유형 분류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으나 새마을 운동 정신이 살아숨쉬는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기질 차원입니다. 인내력 기질이 높다면 어느 곳에서든 상당한 우대를 받으니까요. 그래서 상담 현장에는 인내력 기질이 낮은 내담자가 많이 방문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모든 하위차원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다지 해석하기 어렵지 않지만 가끔 '근면', '끈기' 하위차원은 낮은데 '성취에 대한 야망' 하위차원만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수검자가 느끼는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상담자가 중재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차원은 평균 수준인데 '근면' 또는 '끈기' 차원만 매우 낮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수검자는 자신을 탓하거나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기 때문에 기질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타당화 필요). 마지막으로 드물게는 '완벽주의'만 단독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강박 장애(OCD)나 강박성 성격 장애(OCPD)로 오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완벽주의'만 높은 수검자는 강박과 상관없이 완고하고 융통성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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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를 해석할 때 보통 '위험회피' 기질은 낮을수록, '자율성' 성격은 높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중 위험회피 기질은 높고 자율성 성격은 낮은 내담자가 굉장히 많다는 체험적 사실로 지지됩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L(Low level) 수준으로 평가되면 연대감이 어떻든, 자기초월이 어떻든 간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기 어렵죠.
하지만 반대로 자율성이 높다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이 연대감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예를 보겠습니다.
* HLL(독재적인) - HLM(괴롭히는) - HLH(편집성)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낮으면 자기초월이 어떤 수준이든 건강하지 않은 성격이 됩니다. 그러니 자율성이 아무리 높더라도 연대감이 아주 낮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연대감이 중간 수준일 때는 어떻게 될까요?
* HML(논리적인) - HMM(높은 자율성) - HMH(독창적인)
예상대로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중간 수준만 되어도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비교적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은 경우를 보겠습니다.
* HHL(조직화된) - HHM(성숙한) - HHH(창의적인)
역시나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다면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대감보다 자율성이 훨씬 더 중요한 성격 특성이라고는 해도 자율성만 높아서는 안 됩니다. 연대감이 최소한 중간 수준 이상으로는 발달해야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HLL, HLM, HLH 성격 유형은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하위 성격 유형들이기 때문에 연대감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합니다. 언제 한번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접근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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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L(고립된-겁많은) 기질은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 중 가장 흔한 TCI 기질 유형입니다. LHL(강박성), LHM(경직된-참을성 있는) 유형을 압도할 정도로 많죠.
MHL, LHL, LHM 기질 유형의 공통점은 높은 위험회피 기질입니다. 이 기질을 가진 분들은 신체적, 정서적 안전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대개 이 안전감이 훼손되어 야기되는 불안, 우울 증상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그 중에서도 고립된-겁많은 기질은 안전감이 훼손될 가능성이 가장 큰 편인데 자극추구기질이 낮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은 강박성에 비해서 더 그런 편입니다.
위험회피 기질이 백분위 90%ile 이상이고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하위 10%ile 이하인 극단적 유형은 유형집에 나오는 전형적인 고립된-겁많은 기질의 행동 양상을 따르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같은 MHL 기질 유형이라도 겉으로 보기에 많이 달라보일 수 있는데 그건 위험회피 우세형이냐 사회적민감성 우세형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 고립된-겁많은 유형
: 위험회피 기질이 80%ile 이하로 그리 높지 않지만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10%ile 이하로 극단적인 유형입니다. 안전이 중요한 건 비슷하지만 위험을 미리 예상하고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등 심리적 증상을 나타내기보다는 차라리 미리 예방하는 유형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거나 아예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 칩거하는 등 위험에 노출될 확률을 줄이는 방법으로 안전을 추구합니다. 보통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히키코모리라는 오해를 받는데 관심 분야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몰두하지만 사회적민감성 중 친밀감, 의존 하위 차원이 높지 않은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 고립된-겁많은 유형
: 사회적민감성 기질은 20%ile 이하로 떨어지지 않지만 위험회피 기질이 90%ile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는 유형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고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냐는 어떤 하위 차원이 상승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예기불안이 상승하면 끊임없는 걱정과 반추에 의해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상승하면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이 상승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이 치솟게 됩니다.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두 유형을 비교하면 고립된 유형이 겁많은 유형에 비해 비교적 적응적으로 보이는 대신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이나 압력에 의해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고 겁많은 유형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기 쉬운 만큼 이러한 증상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개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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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불편감과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TCI를 실시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핵심 성격 차원을 고르라면 단연코 '자율성' 차원입니다.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유지하는 두 개의 핵심축이 자율성과 연대감이기는 하지만 중요도로만 따지자면 자율성이 압도적이죠. 오죽했으면
'TCI의 자율성은 어떻게 높이는가' 포스팅까지 했겠어요.
그렇다면 기질에서는 어떨까요?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입니다. 워낙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러 많이 오기도 하지만 자극추구 기질이 어떻든 간에 위험회피 기질이 더 문제가 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살펴보죠.
우선 자극추구 기질과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높은 경우부터 보겠습니다.
HHH(수동-공격) - HHM(불쾌한) - HHL(경계선)
보시는 것처럼 자극추구 기질과 위험회피 기질이 높을 때는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어떤 수준이든지 그다지 좋지 않은 기질 유형으로 평가됩니다.
이제 위험회피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모두 높은 경우를 보겠습니다.
LHH(수동-의존성) - MHH(수동-회피적) - HHH(수동-공격적)
자극추구 기질의 수준과 상관없이 대인 관계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취약한 기질 유형으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위험회피 기질이 높을 때 자극추구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수준이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 남은 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LHL(강박성) - LHM((경직된) - MHL(고립된-겁많은) - MHM(높은 위험회피)
자극추구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어떻게 조합하든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이라면 취약한 기질 유형으로만 분류됩니다.
그러니 어릴 때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는 아이들은 신체적, 정서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관계적 환경 조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지 않은 조합으로 평가하는 높은 위험회피 기질 - 낮은 자율성 성격이 내방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주관적, 객관적 고통감의 수준도 가장 높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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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TCI로 반사회성 성격장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걸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성격 장애 진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 TCI' 포스팅에서도 TCI를 이용해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설명드린 적이 있고요.
오늘은 이해하기 쉽게 좀 더 쉬운 비유를 활용해 보겠습니다.
* 기질 : 음식의 종류
* 성격 :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주 호소가 대인관계회피, 사회적 철회, 무기력이라고 해 보죠. 대인 관계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고 사회 적응도 잘 못하기 때문에 Social Anxiety Disorder, Social Phobia, Adjustment Disorder, Depressive Disorder의 진단 가설을 변별하던 중에 이 내담자가 혹시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혹은 Problem)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 TCI로 검증을 해 보기로 합니다.
1단계. 성격의 성숙도 체크(자율성,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 사용)
: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연대감의 합산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성격 발달의 정도가 기질유형에 미치는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
위 내담자의 경우 자율성의 백분위 점수는 80점,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는 1점이라서 모두 30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않지만 자율성+연대감 합산 백분위 점수가 21점이라서 조건을 충족함. 성격장애(또는 문제) 가능성이 있어 보임.
그야말로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냉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라면 안에 보관한 음식이 부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음식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2단계. 기질유형의 확인(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척도의 T점수 3분 분할점 사용)
: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45미만, 45이상 55이하, 55초과인지에 따라 L, M, H로 명명하고 3 X 3 X 3 조합의 기질 유형 확인.
위 내담자의 경우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각각 39, 38, 35이므로 모두 Low이며 LLL기질 유형을 갖고 있습니다. 해석집의 LLL 기질유형을 찾아보면 Schizoid(분열성) 기질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DSM 분류 방식을 따르자면 Cluster A의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Problem)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평가나 치유적 개입을 해야 합니다.
냉장고 안을 살펴보니 아쉽게도 가공된 통조림이 아닌 부패되기 쉬운 해산물이 들어 있었네요. 냉장고의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꽤 오랜 기간동안 보관할 수 있었겠지만 냉장고가 고장난 상태(성격의 조절 기능이 성숙하지 않음)이므로 금방 부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성격의 조절 기능이 양호하거나, 반대로 성장하면서 조절 기능이 고장난 경우에도 건강한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테지만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는데 공교롭게도 성격의 조절 기능까지 고장난다면 성격 장애로 발현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어 보이는 내담자를 상담할 때는 TCI를 활용해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를 변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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