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TCI 유형 중 가장 흔한 건 LHL, MHL입니다. 모두 위험회피가 높은 기질 유형이죠.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감'입니다. 보통은 그 안전감이 위협받은 결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상담 회기 중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자 그러면 내담자가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낀 이후(대개 라포가 형성된 이후가 되겠지요)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물론 내담자의 핵심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상담 목표가 달라질 겁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와, 정신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내담자는 접근법과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여러가지 다른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상담 목표는 없을까요? 그것도 회기 제한의 압박을 받는 상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 목표요. 제 경험 상으로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안전감 유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goal setting)하는 겁니다.
인생 목표가 없는 내담자일수록, 있더라도 그 목표가 구체성이 떨어질수록 고통감이 더 큽니다. TCI에서는 인생 목표가 있냐 없냐, 있으면 얼마나 구체적이냐를 평가하는 차원이 바로 '목적의식'입니다. 동일한 수준의 자율성 점수를 보이는 내담자를 비교해 보면 '목적의식' 하위차원이 유독 낮은 위험회피기질 소유자들이 MMPI-2/A에서 임상 척도 점수가 높게 치솟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건 단순히 자율성 미발달로 인해 위험회피기질을 조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 고통을 해결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같은 자포자기 심정이랄까요?
그럼 목표와 안전감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목표가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통제감을 갖기 쉽습니다. 자동차로 따지자면 어디로 가야 할 지가 분명하다면 그 다음에는 거기로 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디에 급커브가 있는지, 어디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율성은 좀 낮더라도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느낌을 어느 정도는 가질 수 있고 자율성을 증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자율성을 안전한 수준까지 상승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때는 자율성 중 목적의식 하위차원에만 집중해서 다루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성이 낮아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내담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전감을 느낀다는 건 차량의 고장 부위를 임시방편으로 고쳤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고치면 좋겠지만 정비공장에 입고된 상태가 아니므로 계속 운행하면서 문제가 지속되지 않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하죠. 이제 필요한 건 자동차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운행하기 위한 목적지입니다. 목적지가 있어야 운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안전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생의 목표 설정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를 정해야만 어디로 가고 싶으냐가 결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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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MPI-2/A 실전 해석' 미니 강의에서는 다른 임상 척도와 달리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한 경우(특히 RC7 척도도 함께 상승했을 때)에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있죠.
여기까지 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3번 척도가 단독 상승해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고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해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면 대체 두 경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3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와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모두 강박성 기질 또는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지만 두 강박성 기질(또는 강박성 성격 장애)은 특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3번 척도와 7번 척도의 속성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바로 다음처럼 말이죠.
3번 척도 : 관심을 요구함
7번 척도 : 타고난 불안
다음으로 TCI에서 강박성 기질은 LHL 유형입니다. 대부분의 강박성 기질군이 그렇듯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것이 특징적이죠.
3번 척도의 상승에 반응하는 강박성 기질은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심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지지자를 확보했다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사회적 민감성이 낮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관심을 받는데 유리한 성격 유형, 예를 들어 LHL(의존성), LHM(복종적인), LML(모방하는) 유형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고 만약 이마저도 실패하여 LLL(침울한), LLM(미성숙한) 유형에 머무르는 경우는 다양한 관심 끌기 전략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신체화 관련 척도(1, RC1, HEA, A-hea 등)들이 상승하지 않는 지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이와 달리 7번 척도의 상승에 반응하는 강박성 기질은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무엇이냐는 위험회피기질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등의 하위차원을 살펴봐야겠죠. 상담이나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시점은 이러한 불안 야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ANX(A-anx), A 등 상태 불안 척도들이 함께 상승하여 불안 척도군이 모두 유의미한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정리해보자면,
3번 척도 상승의 강박성 기질은 관심을 받아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고 이를 위해 유리한 성격 유형으로 발달하거나 신체화 기제 등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
7번 척도 상승의 강박성 기질은 특히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적이므로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탐색하고 상태 불안이 높다면 이를 낮추는 방향(환경 재구성 또는 완화 전략)으로 초기 개입을 하는 것이 유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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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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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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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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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를 해석할 때 성격 차원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차원의 이름도 직관적이고 내용도 비교적 친숙하니까요. 그에 비해 기질 차원은 용어도 낯설고 개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TCI를 익힐 때 기질 차원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처음부터 개념을 잘 잡아놔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질의 경우 자극추구기질과 위험회피기질은 하위차원의 동질성이 강한 편이어서 각 점수가 규준 평균과 비교해서 모두 높거나 모두 낮은 식으로 방향이 일관된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기질에서 '예기불안'과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쉽게 지침' 점수가 모두 규준 집단 평균보다 +1SD 이상 높은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하위 차원만 규준 집단 평균보다 -1SD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처럼 기질의 하위 차원은 대개 방향성이 일관되기 때문에 -1SD~+1SD 범위를 벗어나는 차원을 중심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 민감성 차원은 좀 다릅니다.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하위 차원을 보면,
* 정서적 감수성
* 정서적 개방성
-> 정서 관련 영역
* 친밀감/거리 두기
* 의존/독립
-> 관계 관련 영역
이처럼 4개의 하위 차원이 각각 정서와 관계 관련 영역으로 나뉘는데다 각 영역에서도 상반된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 정서적 감수성 high - 정서적 개방성 low -> 상담에 많이 오는 유형
* 정서적 감수성 low - 정서적 개방성 high
이렇게 정서 관련 영역의 하위 차원에서도 정서적 감수성과 정서적 개방성의 방향이 반대인 경우가 있고,
* 친밀감 high - 독립 high
* 거리 두기 high - 의존 high -> 상담에 많이 오는 유형
이처럼 관계 관련 영역의 하위 차원에서도 친밀감/거리 두기와 의존/독립의 방향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전에 3단계 해석 방식과 관련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4기질 3성격 차원과 기질, 성격 유형 분석만으로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충분치 않습니다. 동일한 기질, 성격 유형이더라도 29개의 하위 차원이 어떤 양상을 보이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해야 하고 특히 하위 차원들의 동질성이 높지 않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하위 차원의 방향을 잘 고려해야 수검자의 핵심 기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해석하는데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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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DSM-5 기준으로 C군에 속하는 성격은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입니다. 이들을 TCI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C군 성격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 포스팅은 그에 맞추어 해보려고 합니다.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강박성 : LHL
* 의존성 : LHH
* 회피성 : MHH
즉, C군은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강박성 성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강박 장애(OCD)를 떠올리거나 완벽주의를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강박성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C군의 공통 특징인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C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죠.
그럼 C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의존성,회피성입니다. 그리고 의존성과 회피성은 연극성과 자기애성 기질만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 연극성 : HLH
* 자기애성 : HMH
연극성과 자기애성은 다른 건 동일하고 위험회피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회피성은 자극추구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모두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에 맞춰 사람을 필요로합니다. 아, 물론 하위차원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관계 영역인 의존, 친밀감만 낮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에 일단은 대체로 그렇다는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럼 의존성과 회피성은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하고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위험을 떠 넘기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필요한 건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거죠.
이와 달리 강박성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변의 안전만 확보되거나 충분한 경제력만 확보되면 오히려 사람이 필요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크죠. 경제적/물리적 안전이 확보되면 굳이 대인 관계가 필요하지 않고 친밀감, 의존 하위차원이 낮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C군 기질의 공통점 : 위험회피기질이 높아서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 행동의 주요 동기임
* C군 기질의 차이점
- 회피성과 의존성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나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함
- 강박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으나 환경적인 안전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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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CI와 관련된 제 일련의 포스팅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위험회피기질이 가장 취약한 기질이라는 걸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임상/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내담자의 기질 유형은 대체로 높은 위험회피기질과 상관이 있고요. 특히 강박성 기질과 고립된-겁많은 기질 유형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셔야 한다는 말씀도 수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도 자해를 하거나 심하게는 자살 시도를 하는 내담자들이 있어서 임상가를 혼란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위험회피기질이 정말로 높다면 그런 위험한 행동은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맞는 말씀입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면 기본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건 그게 무엇이든 최대한 피하는 게 기질에 맞는 행동이니까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더 위험한 걸 피하기 위해 덜 위험한 걸 할 수 있는 것이죠. 덜 위험한 행동이 일반인이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일반인과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혼자 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혼자가 되면 결국은 외롭고 쓸쓸하게 죽고 말거라는 파국적 사고 경향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실제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심리적인 두려움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혼자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피를 보는 자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구하는 극적인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자해나 자살 시도가 훨씬 위험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이들에게는 혼자 되는 것이 더 큰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자살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도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한 역치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자살 위험성이 낮은 축에 속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역치 수준을 넘어서기만 하면 가장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로 바뀝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죽음이 덜 위험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험회피기질이 높다고 무조건 안심하면 안 됩니다. 항상 위험회피기질의 역설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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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울 장애라고 판단하는 MMPI-2/A 결과는 2-7-0 code pattern이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은 수많은 다른 문제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Delayed PTSD(특히 애착 외상에 의한)이죠.
그렇다면 우울 장애, 특히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요 우울 장애를 알아볼 수 있는 MMPI-2/A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래의 기준 중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우울 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 D 임상 소척도 : D1, D2(+D3) 척도의 동반 상승
: D 척도에는 5개의 소척도가 있습니다. 그 중 우울 장애 진단 기준에 대한 부합도가 높은 소척도는 D2와 D3입니다. 이들 척도가 65T가 넘으면, 특히 D2 척도가 65T가 넘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D2와 D3(Hy4가 낮은데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다른 모든 소척도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D2 소척도가 약물 치료 병행 여부를 주관하는 주요 소척도라고 해도 D1(주관적인 우울감)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상승하는 경우는 대개 우울 장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신체 질환이 있거나 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쉽게 지침' 하위 차원이 상승하여 스태미너가 부족한 저질 체력이라서 상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 INTR 성격 병리 척도의 상승
: INTR 척도는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나타내는 척도라는 설명을 이미 드린 바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내향성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이 척도가 상승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울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타고난 취약성에 가까운데요. 물론 TCI/JTCI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했다면 우울 장애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INTR이 높은 만큼 AGGR이 낮을수록 위험성이 더 증가합니다. 그러니까 INTR 척도만 상승한 경우보다는 AGGR이 낮을 때 더 우울에 취약합니다. 원래 AGGR 척도의 낮은 점수는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왜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에 더 취약한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냥 INTR 척도만 상승한 수검자보다는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가 더 심각한 상태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 R 보충 척도의 상승
: R 보충 척도는 Welsh가 일찌기 1956년에 개발한 척도이며 척도의 명칭 상 심리적 불편감을 무의식적으로 억압(Repression)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척도에 포함된 문항 내용이 '내재화 경향', '처리 속도가 느림', '내향성', '신체적 호소' 등이기 때문에 우울 장애의 구성 개념과 일치도가 높습니다. 물론 R 보충 척도가 상승하면 곧바로 우울 장애를 시사하지는 않으며 제 경험 상 INTR 성격 병리 척도와 함께 상승하였을 때 우울 장애였던 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MMPI-A의 결과지에는 성격 병리 척도와 보충 척도가 함께 제시되기 때문에 INTR와 R척도가 두 개의 봉우리처럼 솟아올랐을 때에는 우울 장애 가능성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 D1, D2(+D3)가 65T 이상으로 동반 상승할수록,
* INTR(AGGR이 낮고)과 R이 동반 상승할수록,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셔야 하며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일 수 있습니다.
태그 -
2-7-0,
AGGR,
Code Pattern,
D1,
D2,
D3,
Delayed PTSD,
INTR,
MMPI-2,
MMPI-A,
R,
TCI,
Welsh,
보충 척도,
성격 병리 척도,
쉽게 지침,
우울 장애,
위험회피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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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경계선 성격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성격 문제를 보이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경계선 기질이라고 하면 TCI 결과에서 HHH 유형으로 구분되는 기질인데 이러한 기질을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경계선 성격 문제가 되고 심하면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성격 발달에 문제가 없어서 건강한 성격을 발달시킨 사람이라면 경계선 기질을 가졌다고 모두 경계선 성격장애로 이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성격으로 기질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일상 생활의 대인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요?
자극추구기질과 위험회피기질의 상대적 상승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높은 수준이고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일'과 '사랑' 중 일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도 '사랑'의 영역인 대인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다가감과 물러섬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경계선 기질인 사람을 흔히 '북극에 사는 고슴도치'에 비유하는데 북극에 살기 때문에 추우니 체온을 나눌 대상을 찾지만(자극추구 기질의 작동, 다가감의 동력)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려서 아프기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떨어지게 됩니다(위험회피 기질의 작동, 물러섬의 동력). 떨어지면 다시 추워지니 또 상대방을 찾게 되고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다가감과 물러섬을 계속 반복하게 되니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겁다는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다가가면 가시에 찔려서 아프다는 건 고슴도치인 상대방만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상대방이 고슴도치가 아니더라도 경계선 기질의 사람은 상대방을 고슴도치인 양 대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가 만든 고슴도치 이미지에 찔려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적당한 거리(너무 물러서서 춥지 않고 너무 다가가서 찔리지 않는)를 유지하는 걸 배워야 하고 다가감과 물러섬을 반복할 때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그 적당한 거리라는게 얼마나 되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게 스스로 안 되는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수월하겠지요.
이 포스팅을 위해 고슴도치의 비유를 들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경계선 기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 등의 혈육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왜 이런 불편한 기질을 타고났는지 자책하지 않는 겁니다.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되면 오히려 자신을 착취하려는 '노예상인 유형'이나 자신에게 기생하려는 '기생충 유형'을 변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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