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팔경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명소로 충청북도 단양군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사인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을 일컬어 단양 팔경이라 하는데 그 중에서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도담삼봉은 단양군 매포읍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것이 높이 6m의 장군봉이며 왼쪽에 첩봉, 오른쪽에 처봉이 있습니다. ^^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할 만큼 젊은 시절에 도담삼봉을 아꼈다고 전해집니다. 위의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장군봉 뒤쪽으로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가 있죠.
서울에서 새벽같이 출발했더니 아침 물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담삼봉을 무심히 바라보던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충주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몰민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세웠다는 '이향정'이 보입니다. 이향정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도담삼봉의 하나인 '석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계단을 올라 이향정에서 잠시 가쁜 숨을 고른 후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직도 아침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네요.
막다른 길 끝에 갑자기 누가 주먹으로 쳐서 구멍을 뚫어놓은 것 같은 석주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도담삼봉 중 하나인 '석문'입니다. 사진으로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꽤 근사합니다.
이향정 아래에는 담양군에서 1998년 국내 최초로 설치한 노래방 겸용 음악분수시설이 있는데 2,000원을 내고 노래를 부르면 음악에 따라 분수가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설입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아지매들이 기분을 내고 계시는군요.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을텐데 이제는 저도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는지 어르신들의 놀이문화라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한국의 놀이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신기하게 보지 이상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원래는 도담삼봉과 석문을 보고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많이 남아 점심 전에 '고수동굴'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고수동굴은 단양읍에 위치하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 256호의 길이가 1.7km에 이르는 동굴로 15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입장료는 4,000원이고 관광객이 붐비는 성수기에는 다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저희는 사람이 많지 않아 25분 정도 걸렸습니다.
석회암 동굴인 고수 동굴은 아직도 계속 석회수가 흘러나오고 있어 동굴 안의 습도가 85%가 넘을 정도로 습합니다.
다양한 모양의 석주와 석순을 보실 수 있지요.
통로가 굉장히 좁고 천장이 낮은 곳도 많아서 꼭 터키의
데린쿠유를 돌아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경관이 근사한 곳에는 어김없이 유료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놨더군요. -_-;;;
동굴 안의 기온은 15도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서늘하지만 좁은 통로에 계단을 오르내리면 상당히 덥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점퍼를 입고 들어갔다가 운동 한번 잘 했습니다. -_-;;;
아직 완전히 탐사되지 않은 '지굴'이 있어서 그런지 탐사반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리스의 유적 감시인처럼 사람들이 손을 댈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지킴이가 있더군요. 어둡고 답답한 동굴에서 하루 종일 있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텐데 대단합니다.
출구에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에어 커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수동굴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단양 시외버스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장다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마늘 정식(단양이 원래 마늘로 유명하다고 해서)으로 유명한 집이라서 기대가 컸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휴일이군요. ㅠ.ㅠ
하는 수 없이 사람들에게 물어 장다리 식당 다음으로 유명한 '돌집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닫기
손두부와 마늘, 감자떡 등을 시작으로 상차림이 시작되었습니다. 보시는 것이 기본 상차림의 1/5 정도 되는 양입니다. ^^ 마늘은 그냥 까서 '전채'처럼 먹는 것인데 너무 기름져서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더덕구이입니다. 이 날 음식 중에서 제일 맛났습니다.
돼지고기인데 삶아서 다시 데치니까 오히려 노린내가 많이 나더군요. 에러에요~ 깻잎에 싸서 먹었더니 그래도 좀 낫습니다.
황태찜인데 사진만 찍고 저는 맛도 못 봤습니다. ㅠ.ㅠ 대체 누가 다 먹었지?
연밥인데 푸는 정성에 비해 맛은 그냥 평범합니다.
올갱이국인데 시원하고 괜찮더군요. 여기에 해물된장찌개도 추가로 나왔습니다.
저희가 먹은 것은 12,000원 짜리 더마나곤드레솥밥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나온 밥입니다. 곤드레하고 마늘, 밤, 대추 등이 들어있는데 양념장을 넣어 쓱쓱 비벼서 먹습니다. 향이 강하지는 않아서 먹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만 특색이 별로 없더군요.
비싼 메뉴라서 그런지 반찬은 정말 푸짐하게 나옵니다. 거의 20가지 정도 나온 듯~
점심을 먹고 나서 유람선을 타러 '장회나루'로 향했습니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봉'과 '옥순봉'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나루터에는 1층부터 3층까지 여러 종류의 유람선이 많습니다. 저희는 그냥 1층짜리 유람선을 탔습니다. 아까 도담삼봉에서 만난 부산 아지매들이 대거 탑승하시더니 선실에서 한판 춤판이 벌어집니다. ^^;;; 시골에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이 모처럼 물놀이를 나오셨으니 얼마나 신바람이 나셨을까요?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모습이 마치 거북을 닮았다고 해서 거북 '구', 못 '담'자를 써서 구담봉이라고 합니다. 사진으로는 절경을 표현하는데 역부족이네요. 이건 직접 봐야 합니다.
바람이 차서 점퍼를 챙겨가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옥순봉은 2001년에 개통된 옥순대교 근처에 있는 단양팔경 중 하나로 기암절벽이 대나무순 모양으로 우뚝 솟아 절개있는 선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바위를 잘 보시면 죽순의 마디마디처럼 생긴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있으면 가이드가 재미난 입담을 섞어 이곳 저곳을 소개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더군요.
충주호의 물빛은 에메랄드 빛이더군요(사진에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유람선에서 내린 후 차량을 이용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려갈 때는 전혀 막히지 않았지만 서울 부근에 도착하니 출,퇴근길에 걸리는 바람에 서울로 진입하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하루 코스로 다녀온지라 몸이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좋은 여행지를 조금씩이라도 다녀봐야 할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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