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는 일반인들에게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임상가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이미 공개되어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기도 합니다.
원서인데다 분량도 만만치 않기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의 번역서를 기다려왔고 제게도 번역해 달라는 요청이 꽤나 있었지만 엄두를 못 냈는데 2014년에 출판된 3판의 번역서가 올해 초에 나왔습니다. 서울대 사단인 유성진, 안도연, 하승수 선생님이 공동 번역하셨네요. 번역의 질은 의심할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한 수준이고요.
MMPI-2-RF 버젼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MMPI-2/A-RF 버젼을 상담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다고 MMPI-2의 내용이 부실한 건 전혀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code pattern 분석을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서 code pattern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고요(저는 대충 읽고 건너뛰었습니다만).
이제는 벌써 나온 지 19년이나 된 2판을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최신판인 3판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그것도 원서와는 비교도 안 될 금액 32,000 원에 말이죠) MMPI를 공부하실 분들에게는 반드시 필구매,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목차만 보여드리면,
Ch1. MMPI와 MMPI-2의 개발
Ch2. MMPI-2의 실시와 채점
Ch3. 프로파일의 타당성 평가
Ch4. 타당도 척도의 해석
Ch5. MMPI-2 임상 척도와 관련 소척도
Ch6. 코드 타입
Ch7. 내용 척도
Ch8. 보충 척도
Ch9. 해석과 보고서 작성
Ch10. 재구성 임상척도
Ch11. 다면적 임성검사 II 재구성판
Ch12. MMPI-2 및 MMPI-2-RF의 자동 해석
사실 목차 순서는 좀 마음에 안 듭니다. 차라리 결과지 순으로 제시했으면 살펴보기 좋았을 것을, 보충 척도까지 다루고 보고서 작성까지 설명한 다음에 다시 재구성 임상 척도가 나오는 순서가 좀 뜬금이 없습니다. 그리고 MMPI-A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청소년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는 많이 아쉽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 봐도 MMPI-A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원서가 없거든요. 이 책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쨌거나 현존하는 MMPI 관련 번역서 중에서는 당분간 이 책과 견줄 수 있는 책이 없을테니 이 책만큼은 꼭 보세요. 제가 MMPI-2/A 실전 해석 미니 강의에서 말씀드리는 내용 중 상당수가 이 책을 참고한 겁니다(물론 현장에서 검증한 내용만 선별했습니다만). 그러니 제 미니 강의를 들은 분들은 이 책의 내용 중 익숙한 부분이 꽤 많을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952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60
이 자료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유성진, 권석만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563-586)에 publish한 '심리평가 및 심리치료에 있어서 기질-성격 모형의 임상적 시사점'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103명의 대학생
* 사용 척도 : TCI-RS, PANAS, SWB(주관적 안녕감 척도), 행복 척도, 성격적 강점 검사, PBQ(성격적 신념 질문지)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중다회귀분석
* 연구 결과
1. 자극 추구 기질은 군집 A, B, C 성격 장애와 정적 상관
2. 위험 회피 기질은 군집 A, C 성격 장애와 정적 상관
3.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군집 A 성격 장애와 부적 상관
4. 자극 추구 기질은 심리적 적응과 유의미한 상관 없음.
-> 상당히 복잡한 속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
-> 탄력성(창의성 및 호기심의 발현을 통한 잠재적 보상 기회의 획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
-> 강점의 부재가 곧 부정적 정서로 대변되는 심리적 부적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 월덴지기가 이 논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
1. 치료자는 심리치료를 통해서 변화시킬 수 없는 내담자의 독특한 개인적 요인까지도 충분히 인식하고 그 임상적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변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없는 요인은 수용하는 것이 내담자의 적응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2. 기질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
1) 기질의 개인차는 세상과 환경에 대한 개념 형성에 기여한다. 기질적 성향의 영향으로 어떤 사람은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표상하지만, 다른 사람은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표상한다.
2) 기질의 개인차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 형성에 기여한다. 기질의 영향을 받아서 어떤 사람은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 여기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 여긴다.
3.
자극 추구 기질은 군집 B 성격장애와 상관이 높고 위험 회피 기질은 군집 C 성격장애와 상관이 높으며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군집 A 성격장애와 높은 역상관을 보인다.
4. 자극 추구 및 위험회피 기질은 약할수록 그리고 사회적 민감성 및 인내력 기질이 강할수록 적응에 유리하였다.
5. 초기의 기질 모형은 성격장애 유형과 심리적 부적응 여부에 대한 평가라는 진단적 목적에서 비롯되었지만, 후기의 기질-성격 모형은 성격의 발달과 성숙을 통한 기질의 조절과 수용이라는 치료적 목적까지 내포하고 있다.
6. 기질 차원은 극단적일 때, 성격 차원은 미성숙할 때 심리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이론적 개관, 논문의 짜임새라든가, 전개 방법 등은 아주 매끄럽다고 생각함. 솔직히 부러울 따름. 그런데 기질-성격 모형의 임상적 시사점을 살펴보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인데 연구 대상은 대학생(그것도 연구자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으로 추정되는)으로 국한되어 있음. 제한점에서 일반화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성진, 권석만 선생님 정도 되는 연구자가 연구 시작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몰랐을리가 없음. 솔직히 말하면 임상적 시사점을 보려고 하는 연구인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려면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함. 도박 중독자에 대한 실존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말이 됨? 아마도 유성진 선생님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한 requirement 차원에서 쓰신 것 같은데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좀 실망임.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77
★★☆☆☆
이미지 출처 :
YES24
우선 이 소개글은 제가 'ACT'와 '마음챙김명상'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작성한 것이니 이를 충분히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역자인 유성진 선생님이 서문에서 ACT가 제3세대 심리치료의 대표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가 알고 있기로 ACT는 마음챙김명상의 현장 적용 기법 중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MBSR, MBCT와 동급이죠. 새롭게 등장했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제3세대 심리치료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도 ACT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저자들은 도입부에서 이 책이 분노를 다루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저는 뭐가 완전히 새로운 방법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분노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그것을 가라앉히려고 애쓰거나 혹은 그것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분노사고 및 분노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이건 이전의 다른 치료 방법에서도 많이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게슈탈트 치료가 있고요.
좀 의아한 것이 제가 읽은 어떤 분노와 용서 관련 책에서도 분노를 억누르거나 반대로 폭발시키거나 혹은 제거하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하는 책이 없었습니다. 대체 어떤 심리치료 기법이 그렇게 하던가요?
'분노는 타고난 본성이 아니며, 분노와 씨름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분노와 상처를 통제하려고 애쓰는 것이 진짜 문제이며, 분노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의 마음이며, 수용을 통해 분노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챙김 수용을 연습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개요입니다. 새롭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음... 옳은 소리야... 그런데 대체 뭐가 새롭다는거지?'
게다가 8장에는 갑자기 '당신의 삶을 통제하라'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발견하고 목표와 가치를 구분하라고 합니다. 이건 실존치료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내용 아닙니까?
물론 이 책이 짜임새가 있고 충분한 연습 과제를 통해 분노를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묘비명 쓰기'와 같은 과제들은 이미 다른 치료법에서 사용하던 것을 차용한거라서 역시 새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값이면 이 책보다는
'용서의 기술'을 추천(값도 2천 원이 쌉니다)하겠습니다.
덧.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판형도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과 달라서 한 손으로 책을 들면 축 늘어지기 때문에 지하철에 서서 보기에 불편하더군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