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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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레이 그릭은 의사이자 마취학자이며 진 스윙글 그릭은 저명한 수의사로 이 책과 또 다른 책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 두 권으로 전 세계 의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인물들입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저자 서문 첫 줄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책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 동물을 실험모델로 이용하는 것이 아무런 효과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다 보니 과학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애교있게 경고하고 있고요(그렇다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은 그냥 넘어가도 무방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들었던 점 하나는 저자들이 동물의 생존권이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둔 것입니다. 가끔 개인적인 가치관을 앞세워 감정에 호소하는 불분명한 취지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시도와는 선을 긋겠다는 것이죠.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오로지 과학에 입각해서 동물실험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자석 요법, 골상학, 점성술, 안수 치료와 같은 유사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죠.
이 책의 초반부에서는 과학 이론의 유효성 측면에서 동물실험이 과학이 설정한 엄격한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하며 동물모델은 예측가능성, 검증 가능성, 진보의 측면에서 무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실험이 왜 과학적 패러다임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데 결정적으로 동물모델의 이용이 모든 현대 생물학이 기초한 원리인 진화의 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전자, 내과의학, 의약품 개발, 외과의학, 소아의학, 뇌질환의 차원에서 동물실험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고 인간 의학의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동물실험으로부터 나온 데이터를 인간 질환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환자들에게 심각한 해를 입히고 의학적 진보를 지연시킨 수많은 예들을 과학적 데이터에 입각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인간은 이미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들을 갖고 있습니다. 박테리아 연구,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과 수학적 모델링, 가능성 있는 약품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 세포 생존 가능성 테스팅, 하위세포 활동 분석 등이 그것이죠.
사실 이처럼 너무나도 명백한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이 지속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거대 기업들에 있어서 동물실험이 법적 안전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면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는데 불과하지만 계속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인간의 탐욕을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화장품이든, 의약품이든 간에 인간에게 적용하기 전에 동물실험을 거쳐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naive하게 믿어왔던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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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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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급진적인 무신론의 최선봉에 섰다고 평가받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출세작(?)이 바로 이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입니다. 그 이전부터 촉망받는 동물행동학자였습니다만 이 책 한 권으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떴죠.
2005년에
'눈먼 시계공'을 읽을 뒤로 리처드 도킨스에게 쭈욱 관심을 갖고 '지상 최대의 쇼', '만들어진 신', '무지개를 풀며' 등을 모두 구매해 두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동안 묵혀두었는데 드디어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습니다. 이제는 쭉쭉 읽을 수 있겠네요.
출판된 지 근 40년에 육박하는 고전이라서 이 책의 내용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니요, 특별히 신선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70년대였다면 단연코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왔을 문제작이라는 것 쯤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고자 하는 이기적 유전자론의 요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와 다름없다는 것이죠. 우리는 자기 복제자(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불편한 분들이 꽤 있겠지만 그건 또 뭐 어쩔 수 없죠(응?).
책 내용 중에 죄수의 딜레마와 게임 이론이 나오던데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William Poundstone이 쓴 폰 노이만의
'죄수의 딜레마'를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책도 읽기에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만...
이타주의마저도 냉혹하게 유전자의 이기성(?)으로 가볍게 설명해 버리는 것이 다소 얄미웠습니다만 내용의 치밀성에는 공감합니다.
이 책은 30주년 기념판으로 현재는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습니다만 (당연히) 개정판이 나와 있습니다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씹어서 읽느라고 2주나 읽었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은 꼭 일독하셔야 할 책이죠.
다만 이 책에 실린 추천사나 서평마다 강조하듯이 일반인 독자가 읽기에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재미야 있을 수 있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각오가 좀 필요하겠네요.
닫기
*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 진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개체(또는 유전자)의 이익이 아닌 종(또는 집단)의 이익이라는 건 잘못된 가정이다.
* 이타주의의 대상을 확장하는 인도주의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즉 진화에 있어 '종의 이익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보통 종의 윤리를 가장 확신하고 있는 이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타주의를 확장하여 다른 종까지 포함시키려고 하는 사람을 매우 경멸하는 것을 자주 본다.
-> 요거 아주 마음에 드는 통렬한 일침이네요~
* '종 차별주의' 윤리가 '인종 차별주의' 윤리보다 확실한 논리적 기초를 가질 수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러한 논리를 전개하기에는 진화 생물학적으로는 적절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자신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진화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답니다. 진화란 자기 복제자(오늘날의 유전자)가 오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생겨난 일이다.
* 진화란 부단한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된 수준에서 안정된 수준으로의 계기적인 불연속의 전진인 것 같다.
* 8촌간은 이타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가는 행인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모 자식 관계는 형제자매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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